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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원 입시는 크게 세 가지로 결정된다.

 

1) 스펙 (과거 학업 성적 및 경력)

 

2) 시험 성적

 

3) 원서 및 면접

 

지원하는 프로그램, 학교에 따라 각 요소가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의대나 로스쿨같은 전문대학원에서는 시험 성적 (MCAT, LSAT)이 입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내가 도전한 MBA 프로그램에서는, 스펙, 그중에서도 업무 경력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A 프로그램의 존재 목적 자체가 각 분야의 리더를 배출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BA 지원서에서는 경력에 관한 부분을 매우 상세하게 적도록 되어있다. 직장명과 직급은 물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조직 내에서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 (회사 조직도를 요구하는 대학도 있었다), 연봉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상세하게 적게 한다.

 

지원할 당시 나의 주요 스펙은 다음과 같다.

 

학부 GPA: (3.78/4.00)

 

경력: 빅4 컨설팅 매니저 (7년 차), 한국 메이저 언론매체 딴지일보 인기 필진... 은 안 적었다 

 

연봉: 155,000+@

 

자격증 및 기타 이력: CPA / CFA , Phi Beta Kappa

 

스스로가 평가한 스펙은 B+ 정도. 내가 목표로 삼은 Top7 MBA 프로그램의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한 두 끗정도 뒤처진다. 빅4에서 너무 오래 뭉그적거렸던 것이 가장 아쉽다(2년 정도 일찍 지원했거나, 이직을 한번 정도 했었더라면 티어가 올라갔을 것이다).

 

지원자가 자신의 스펙을 갑자기 끌어올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 아쉽지만 주어진 스펙을 가지고 지원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나머지(좋은 시험 성적을 받고, 원서와 면접을 잘 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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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 GRE

 

MBA 지원 마감일은 1차 (가을), 2차 (겨울) 그리고 3차 (봄)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1차 마감일 때는, 1차 지원자들 중에서만 합격자를 정한다. 불합격자 중 다수는 완전 불합격되지만, 일부는 예비 (Waitlist) 통보를 받는다. 2차 마감일 때는, 2차 지원자 및 1차 지원자 중 예비 통보를 받은 자들 중에서 합격자를 정한다. 1차와 마찬가지로 불합격자 중 다수는 완전 불합격, 일부는 예비 통보를 받는다. 마지막 3차 마감일 때는, 3차 지원자 및 1, 2차 예비 통보를 받은 지원자 중에서 합격자를 정한다.

 

한마디로, 늦게 지원할수록 경쟁해야 할 지원자들의 수는 늘어난다. 게다가 3차 때는, 마지막까지 대학원 입시를 고민하던 스펙 끝판왕들(사모펀드 출신들)이 몰리기 때문에, 지원자의 스펙이 올라간다 카더라. 지원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빨리 지원하는 게 이득인 셈이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책을 출판한 게 6월 말. 1차 마감일까지는 세 달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처음 두 달 동안 시험공부를 하고, 마지막 한 달은 입학원서를 준비하기로 기한을 정했다. 만약 MBA 지원을 생각하는 독자분이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하시라. 직접 해보니까, 세 달은 말 그대로 최소 기간인 것 같다. 더 좋은 성적과 원서를 내고 싶다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할 것 같다.

 

내가 입시 준비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시험공부에 앞서 GRE와 GMAT 모의고사를 치렀던 것이다. 아무런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봤던 GRE 모의고사에서 나는 처참한 성적 (140점대)을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봤다. 내가 분석한 저득점의 주원인은, 단어 암기량 부족 및 시험 포맷에 대한 적응 부족이었다. 시험에서 요구하는 피지컬 (단어 암기, 지문 속독, 기출문제 학습)이 갖춰지면 실제 시험에서는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반면 GMAT 모의고사에서는 평범한 성적을 거뒀지만, 성적 향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제를 틀린 이유 대부분이 공부량 부족이 아니라, 그냥 내가 멍청해서였기 때문이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추론 능력, 분석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런 테크니컬한 부분은, 단기간 동안 준비한다고 향상될 것 같지 않았다.

 

GMAT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GRE 시험에 올인하기로 했다. 시험 준비 기간 두 달 동안, 시험에 필요한 피지컬을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반복학습했다. 시간을 갈아 넣어 단어를 외우고, 기출문제를 풀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까지 나왔기 때문에, 벼락치기하는 데는 이미 이골이 났다. 오히려 오랜만에 무언가에 몰두한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사회생활이 어려운 건,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가 항상 나오진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공부는 시간을 투입할수록 성적이 올라간다. 나이 서른을 넘겨서야, 그나마 공부가 쉽다는 이치를 깨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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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점은, 공부에 필요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재택근무를 한다는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업무 시간 도중 남는 자투리 시간은 모조리 공부에 투입했다. 문제는 두 아이의 육아였다. 결론적으로, 시험공부를 하는 두 달 동안에 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와이프와 장인 장모님의 양해를 얻은 덕에, 상당한 시간을 공부에 쓸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공부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절박하게 공부에 매달렸다.

 

공부 시작 두 달 뒤 내가 기록한 GRE 시험 성적은 Verbal 163, Quant 170점. 개인적으로 목표했던 Verbal 165점 달성에는 실패했다. 다만, 목표로 했던 대학에 지원은 해볼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시험공부는 중단하고 원서 작성에 돌입했다.

 

학원을 다닐 걸 그랬나

 

미국 대학입시는 스펙과 시험 성적만으로 정해지진 않는다. 에세이, 면접, 추천서와 같은 정성평가가 필요하다. 지원자 입장에서 불안한 것은, 구체적으로 대학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대학원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수많은 입시 컨설팅 업체가 존재한다. MBA 프로그램의 학비는 최소 2억 이상. 워낙에 큰돈이 들어가는 투자이기 때문에, 몇백만 원의 컨설팅비를 지불하더라도 합격한 대학의 티어가 올라가기만 한다면 크게 이득일 수 있다.

 

나는 외부 컨설팅 업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입학 원서를 작성하는데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컨설팅을 받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 대신,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원어민 선생님께 영어 교정을 부탁드렸다. 와이프에게도 에세이를 보여주고 의견을 구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에세이를 같이 얘기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추천서는 대학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던 학부 교수님과, 맥킨지에 파트너로 이직한 예전 상사로부터 받았다.

 

입시 지원 마감일이 몰려있던 9월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10월부터는 면접 시즌이 시작되었다. 대부분 대학원에서는, 합격자 2배수에 해당하는 지원자에게 면접 기회를 준다. 다시 말해, 면접에 초대받았다면 그 대학교에 합격할 확률은 약 50%인 셈이다. 내가 지원했던 7개 대학 중, 가장 급이 높았던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과 면접을 봤다. 총 5개 대학과 면접을 봤는데, 각 대학마다 면접의 포맷은 다소 달랐다. 면접 후기 등을 찾아본 덕에 실제 면접에서 당황하진 않았지만, 임팩트를 주는 데는 실패했다. 뒤늦게 면접 코칭과 같은 유료 컨설팅을 받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무슨 일이든 잘 안 풀리고 나면 하지 않은 일이 후회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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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lueSkyImage>

 

모든 입시가 끝났다.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계속>



추신

 

딴지스 여러분 덕에, 『재무제표가 만만해지는 회계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전에 쓴 딴지 연재물을 확장하여, 이때다 싶어 열쒸미 공부, 정리하여 낸 책입니다. 아마, 현직 회계사 중, 저만큼 회계공부를 싫어했던 회계사는 거의 없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저만큼도 공부를 안 했다면 못 붙으셨을 테니까요). 회계 공부를 싫어했던 제가 스스로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계실 독자분들 상정해 쓴 책이다 보니 재밌습니다(아마도...). 그동안 회계 공부가 하기 싫었다거나, 회계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분들(사실상 전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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