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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제'는 지방이 물가가 싸다는 전제하에 정해지는 것인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지방을 궤멸시키는 '악순환'을 증폭시킨다고 본다. 그러나 지방이 동경보다 싼 것은 집세나 인건비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방에서 생산 유통하는 물건이 아닌 이상 다른 건 도시보다 더 비쌀 확률이 높다. 

 

안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가는데 ‘차등 최저임금제’는 그걸 가속화하기 때문에, 결국 지방에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어지고, 수입(월급) 자체도 더 적어진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버티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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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지역별 최저임금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출처-<매경헬스>

 

'최저 임금'이 낮다는 것은 세금을 많이 낼 수가 없다는 것이고, 세수가 적은 지자체는 행정 서비스나 복지 서비스를 열악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인프라에 해당하는 수도, 가스, 대중교통, 쓰레기 수거 비용이 비싸고 아이가 있는 가정에 대한 지원도 적어진다.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적기에 경제도 활성화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 중 지방에서 동경이나 대도시로 대학 진학을 위해 오는 경우는 졸업 후에도, 이들은 지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동경이나 대도시에 남는 경우가 많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닐 경우는 대체로 졸업 후 공무원이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경우다.

 

 

지방 사람들의 삶

 

지방에 남게 되는 다른 경우도 있는데, 부모의 노후 케어 혹은 도시로 가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예를 들면, 일본의 대학 진학률을 보면 반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고졸은 취업하기가 매우 힘들다. 초고령화 사회로 은퇴하는 인구가 유입되는 인구보다 많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이중엔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 그래서 이 여성들은 부모님과 동거를 선택한다(지방이기 때문에). 수입이 적어도 부모와 같이 살면 기본적인 생활이 해결되기에 좀 더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결혼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동거하면 거주비가 들지 않고 식비도 절약할 수 있기에 수입이 적어도 생활에 여유를 마련할 수 있다. 부모와 동거할 경우는 부모의 노후 케어를 하는 걸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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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혼 여성이 독립해서 생활할 경우, 집세가 싸다고 해도 많은 경우 월 10만 엔도 안 될 정도로 수입이 적기 때문에 생활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지방에서 사는 여성의 경우, 월 10만 엔 이하 수입이 평균적이다. 적어도 집세가 30-40%를 차지하고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서) 자동차가 필수이며 식비나 다른 비용에서 절약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옷도 중고품을 사서 입고 다시 되파는 것이 주류다. 좋은 상태의 중고품을 사서 입고 빨리 되파는 것이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다. 식사 재료를 구입할 때도 재료당 100엔이나 그 이하로 적게 사서 충당하는 식이라서 마트에 가기보다 100엔 숍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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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벼룩시장.

출처-블로그<언젠간 날고 말거야>

 

그렇다고 항상 궁상(?)맞게 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나름대로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혜가 발달해 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인간관계가 넓은, 즉, 인적 자원이 풍부한 사람들이나 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이들은 결혼과 육아 단계에서도 상부상조하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돕기에 웬만하면 친구들과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육아를 하게 된다. 한 번씩 우리나라 매체에서 일본 지방 사회의 발달되어 있는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가 있는데, 다 이런 이유로 그 커뮤니티들이 형성된 것이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과 상부상조하고 결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행이다. 여성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여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지만, 같은 입장에 있는 남성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대도시로 이동할 수도 없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 결혼도 하기 힘든 처지에 놓여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섹스산업에 빠지는 지방의 싱글맘들

 

지방에서 인적 자원이 많지 않고, 상부상조하며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 중 여성들은 ‘섹스산업’으로 빠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싱글맘’들이 가장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부류다. 

 

일본에서 남성은 4분의 1이 평생 미혼이고, 4분의 3은 결혼하지만 그중 1은 이혼한다고 한다. 이혼한 여성이 재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싱글맘'이 적지 않다. 물론, '싱글맘' 중에는 고학력으로 혼자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데 문제가 없거나, 가족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싱글맘'은 아이를 데리고 일하기가 어렵고 일을 해도 비정규직으로 임금이 낮기에(차등 최저임금제로 지방에서는 더 낮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일본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건, 단지 경제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빈곤'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가난해도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가난'이나 '빈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은 회사에선 파견직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낮은 임금을 비롯해 불리한 노동조건에서 희생하면서 정규직을 보호하는 구조이고, 지역적으로는 지방 사람들이 여러 조건을 희생하며 대도시를 떠받치는 구조다. 식민지에서 본국을 떠받는치는 구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대국이라는 일본에서 ‘빈곤’이라는 게 선뜻 이해가 안 갈지 모르지만, 이전 편에서 말했듯 우리가 매체를 통해서 보는 일본의 모습 밖 사람들 중엔 빈곤을 겪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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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싱글맘 중엔 짧은 시간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섹스산업'에 들어서는 경우가 꽤 있다. 많은 여성들이 섹스산업에 종사하게 되는 다른 이유로는 일본 지방에서의 문화(?) 때문도 있다.

 

지방에서는 주위 눈이 있기에 생활이 힘들어도 '생활보호'를 받는 걸 꺼린다. 일본에서는 '생활보호'를 받는 걸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풍조가 강하다. 그래서 섹스산업에 종사하는 방식도 풍속점에 출퇴근식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온라인으로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성매매를 하는 식이 많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도 많아서 다른 사람과 교류를 원하는 측면도 있다. 고립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도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아이를 봐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인 성매매는 그만큼 위험에 처할 확률도 높지만, 그들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옛날부터 '섹스산업'에는 가난하고 상처받은 여성들이 종사해왔다. 그런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권리를 인정받고 안전한 노동 환경이 아닌 이상, '섹스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편견과 부딪쳐야 한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섹스산업'에 진입하는 장벽이 낮다. 그렇다고 일본 여성들이 꼭 성적으로 개방되어 그런 일에 종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게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차등 최저임금제'로 발생하는 혹은 그로 인해 가속되는 문제들이 많다. 앞서도 말했지만, 약한 입장에 처한 남성들도 많은 고통을 받는다.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사회 전체가 약해지는 결과로 연결된다. 지방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악순환이 더욱 가속될 뿐이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하는 차등 최저임금제는 한국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갈 것 같다. 일본처럼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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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최저 임금' 인상을 그렇게도 까면서 한국경제가 망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제 보니까, 일본에서는 임금 인상을 한국처럼 절대 할 수 없고, 한국경제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나기에 그렇게 난리를 쳤나 보다. 한국의 '최저 임금' 인상은 대단한 성과였다.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으로 인한 경제 쇠락의 악순환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 본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노동자가 아닌 기업 편을 들며 이 문제를 방치해 왔다. 그렇다고 기업 상황이 임금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나빠서가 아니다. 근래는 일본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사상 최대로 쌓여도 임금을 올리지 않는 사태가 용인되었다.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이 기업 쪽에서는 좋다고 할지 몰라도 장기간 지속되면 노동자가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줄어서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기에 기업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참고로, 일본의 급료는 30년 전과 같은 수준이다.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표현하는데 일본 노동자 입장에서는 급료 인상 차원에서 '잃어버린 30년'되겠다. 

 

경제의 침체는 바로 사회적인 영향이 된다. 장시간 노동은 소비할 시간과 기력까지 빼앗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여유마저 없어진다. 미혼화와 저출산을 장려한다. 결국, 사회적 비용이 더 비싸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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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밖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일본 직장인들.

출처-<블룸버그>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제'의 경우는 사실 지금도 시장원리에 의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힘든 일자리에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정부에서 '업종별 차등 최저 임금제'를 들고 나온다면 '최저 임금'을 내리기 위해 공공연한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거시경제적 흐름에서 본다면, 알바의 '최저 임금'이 내려간다고 기뻐할 수만은 없다. 알바를 고용하는 업주에게 좋을 것 같지만 알바를 하는 사람은 소비자이기도 하기에 그들이 소비할 돈이 적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물가나 임금이 상승하는데 '최저 임금'을 내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야말로 일본이 빠진 경제적 사회적 침체의 종합세트로 직행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일본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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