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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 정부와 민주당의 라스트 댄스

 

민주당의 개혁 의지와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8일 오후, 민주당은 이른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심사하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소집했다. 검찰 지상주의자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좌절되는 줄로만 알았던 검찰개혁을 두고 문재인 정부 말, 민주당의 라스트 댄스가 시작된 게다. 

 

이 법안을 왜 반드시 4월 안에 관철해야 하는지, 검찰이 영장청구권·수사지휘권·기소권을 모두 독점하면서 어떤 난동을 부렸는지는 이미 지난 기사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참조하도록 하자(관련기사 링크: 왜 4월이 승부처인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윤석열의 계산과 국회 무력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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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은 기세다...!

출처 - <MBC뉴스 캡쳐>

 

지난 기사를 쓸 때까지만 해도 사실 이 법안 통과가 실현되리라는 기대감은 없었다. 기존 민주당 내의 분위기는 물론이고 3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주는 판이었다. 6월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걱정해야 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172명의 의원이 있기에 성향 스펙트럼 자체가 넓어서 '검찰 정상화(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0.7%P차 대선결과는 대외적 멘트일 뿐이고 의원들이 느낀 현실적 위협이 '수사·기소권 분리(이하 '수기분리'라고 적겠다)' 법안 통과에 실재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조국과 정호영만 비교해봐도 뭐...). 

 

이 법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김용민 의원실이 의원총회에서 PPT 발표를 하며 의원들을 설득할 때까지만 해도 시큰둥했는데 4월 둘째 주로 넘어가는 시점에 의원들 사이에서 '윤석열 취임과 동시에 검찰이 민주당 의원들 30명을 구속할 계획'이라는 찌라시가 돌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찌라시겠지만 현시점에서 당선인의 발언과 그 주위 실세들의 행동들을 보면 충분히 공포를 느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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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172명 전원 발의한 법안을 제출하는 오영환·박찬대·김용민

출처 - <YTN 영상캡쳐>

 

2.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 정상화' 법안 내용의 핵심은? 

 

지난 15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 검찰의 수사권은 전부 경찰로 이관한다. 

특별한 경우에만 검찰이 수사를 맡도록 한다. 

검찰청법에서 규정한 검찰공무원의 직무나 직제에서 '수사'라는 표현을 모두 삭제한다.

(의안번호 2115284 ; 2115286 내용)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직무는 범죄수사·공소의 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한다.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와 같은 6대 범죄로 제한한다.

 

이번에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의 직무에서 '수사'를 삭제하고 공소 제기권만 남겨두었다. 단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는 검사가 맡도록 한다(검찰정법 개정발의안 제4조 제1항 제1호). 검찰청법에서 그동안 규정하였던 검찰공무원의 직무나 직제(職制)에서 '수사'라는 표현은 모두 삭제하였다. 수사관이라는 직제도 없앴다. '검찰수사서기관'은 '검찰서기관'으로 명칭을 바꾼다(검찰청법 제16조 제2항). 수사사무관·마약수사사무관·마약수사주사와 같은 직제는 없앤다(검찰청법 제20조 제3항, 제26조 제4항 등).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효력을 발휘한다.

 

3. 검찰의 반발(이라고 쓰고 생떼라고 읽는다)

 

민주당이 '검찰 정상화' 법안을 4월 안에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로드맵을 짜는 것조차 수많은 암초가 있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더 많은 암초를 제거해야 한다. 우선 검찰의 조직적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4월 초 민주당이 당론으로 '검찰 정상화' 법안 통과를 결정하자 전국 검사장과 고검장들이 차례로 회동을 가진 뒤, '반대' 입장을 모아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다.

 

대검찰청은 48쪽 분량의 '검사 수사기능 폐지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였다. 주 내용은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이라서 분리할 수 없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위 법안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대검찰청, 검사 수사기능 폐지 법안에 대한 의견, 2022.04.18., 4면 이하).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임명된 김오수 검찰총장마저 민주당의 이러한 입법 움직임에 '결사반대'를 외치며 사표까지 내던졌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김오수 총장을 불러 "검찰개혁은 국민의 뜻"이라고 조곤조곤(?) 타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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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마주치면 설득된다잉

출처 - <청와대>

 

국민의힘에는 검사 출신 의원들이 포진한다. 검사 출신 대통령 당선인까지 낸 마당에 당내 검사 출신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을 필두로 검찰 개혁법안을 결사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국회 입법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처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법무부 검찰국도 '박홍근 의원안에 대한 법무부 검찰국 의견'이라는 의견서를 내어 민주당의 수사기소분리 개정안에 대해

 

① 국민들 사이의 충분한 인식과 공감대 없이 추진되어 사회 각계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② 헌법상의 영장청구권 규정, 적법절차의 원칙, 권력분립 원칙 등에 위반될 소지가 높고

③ 반부패 대응 역량 저하와 진술 기회 박탈·사건암장 등 국민권익 침해 가능성이 농후하고

④ 개정안은 형사사법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므로 변화의 타당성에 대해 국회, 정부, 학계 및 사회 각계·각층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박홍근의원안에 대한 법무부 검찰국 의견[2022.4], 1면).

 

대검찰청의 주장과 흡사하다. 대검찰청과 법무부 검찰국의 주장이 이치에 맞는 주장인지 한번 따져보자.

 

부터 보자.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전 국민이 박근혜 탄핵과 함께 외친 것이 '나라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국가 대개혁'의 기치였다. 그런 촛불 시민의 여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초기 국가기관 개혁으로 힘을 몰아갈 때 가장 거칠게 저항하고 반대한 검찰이다. 검찰이 들먹거리는 사회적 공감대는 검찰 내부와 그 주변 기득권층 카르텔의 공감대다. 사회 각계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검찰이나 검찰 출신 전관들의 돈벌이가 줄어든다는 우려의 목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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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초동

출처 - <신소영 기자(한겨레)>

 

위헌논란은 따로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의 반부패 대응 역량 저하 및 사건 암장(暗葬)으로 인한 국민권익 침해라는 주장은, 가장 부패하고 정작 내부 부패에 대해서는 눈을 꼭 감고 하나도 대응하지 않았던 검찰이 핑계로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김학의를 검찰만 몰라보는 게 대표적인 사건 암장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검찰로 인한 국민권익 침해에 대해서는 지난 18일 <뉴스타파>에서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을 추적 보도한 <윤석열의 마지막 결재② 사라진 공중전화 - 뉴스타파>를 보라는 말로 대신한다. 검찰이 과연 인권침해를 거론할 자격이 있을까. 

 

출처 - <링크>

 

도 그렇다. 짧게 잡아도 2017년부터 국회, 학회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꾸준히 논의해 온 검찰개혁이다. 검찰 영강님들께서만 듣지 않았다는 걸 굳이 확인해줘야 하나. 

 

4. 헌법 1도 모르는 위헌 주장: ②에 대한 반박

 

'검찰 정상화' 반대자들은 헌법 제12조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체포‧압수수색‧구속영장)을 규정하고 있으니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만 검사가 청구하도록 규정한 민주당의 개정법률안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영장청구권한을 독점적으로 검사한테 준 것은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하였다는 주장이다. 영장청구권만 행사하고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점은 그래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위헌논리로 삼기 위한 무리한 해석이다.

 

헌법에는 검사의 '수사'에 관하여 일절 언급이 없다. 영장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국가의 강제수사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로써 영장제도를 두려 함이다. 영장 신청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행사하도록 함이 목적이다. 기본권 보호와 관련된 규정이지 검사의 형사소송법상의 지위나 권한하고 관련이 없다.

 

헌법에는 수사에 관한 언급 없이 영장청구권과 검찰총장에 관한 조항만 있다. 검사한테 수사권을 반드시 줘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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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2조. 수사권에 관한 내용을 찾으면 검사가 될 수 있다!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재판소도 2021년 1월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2020헌마264‧681병합)' 사건에서 수사권에 관한 기관 간 권한 배분 관련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과거에 검사의 인권옹호직무방해를 규정한 형법 제139조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해석을 했다. 그런데 민주당발 검찰 정상화 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이 헌재 결정의 아래와 같은 부분을 오독하여 위헌논리로 삼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기능 중에서도 특히 검사의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집행 기능을 특별히 보호하려는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공권력이 직접 작용하는 수사는 그 성격상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많은 분야이고 이에 대하여는 영장주의,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있으나 이는 소극적, 간접적인 통제에 그친다. 이에 추가하여 우리 헌법[과 법률]은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지니고 신분이 보장된 검사가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에 대한 지휘와 감독을 맡게 함으로써 경찰 수사 과정상의 인권침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실체법적인 측면에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인권 보호기관으로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2007.3.29. 2006헌바69, 판례집 19-1, 258-275면)"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수사와 관련한 권한이 형사소송법에서 보장된다고 밝힌 것이다. 수사지휘권 같은 건 형사소송법, 즉 헌법이 아닌 법률상의 권한일 뿐이다. 헌법이 보장한다는 것은 검찰의 인권 옹호 기관의 지위다. 위헌론을 주장하며 검찰 선진화 법안을 무력화하려는 검찰 쪽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이해는 한다만 이 헌재 결정을 근거로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위헌이 될 수는 없다.

 

차기 정권에서는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위헌 논리를 가지고 헌법재판소로 끌고 갈 계산까지 마친 듯싶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낙점한 걸 보면 말이다. 정부가 헌법 소송의 당사자가 될 경우 그 소송은 법무부 장관이 대리하게 되어 있다. 갖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찰개혁 시도를 무력화하고, 전 정권에 대한 사정(査定) 칼날을 시원하게 휘두르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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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수언론에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법무부 장관 후보

출처 - <굿모닝 충청>

 

5. 검찰과 사법 권력 카르텔의 노골화

 

검사들이야 전관예우라든가 이익이 걸린 일이니 자신들이 가졌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심정은 이해한다. 누구나 쥐고 있는 걸 빼앗기는 일은 싫어하니 외부자들이 개입하는 이유다. 그런데 검사들과 상관없는 기관이나 언론사, 학자들까지 나서서 되도 않는 위헌 주장이나 경찰의 수사 능력 부족 등을 지적하는 논리는 참 가관이다.

 

법원행정처에서도 이와 같은 수기분리 법률개정안에 대해 38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행정처의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 및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은 행정부 내에서의 업무분장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 정책적 결정 사항에 해당한다"

 

면서도

 

"경찰의 과잉 수사나 부실 수사 등의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수사와 기소를 최종적으로 통제하는 법원의 공판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공판을 통한 정의의 실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제15286호, 검찰청법 제15284호 의견조회에 대한 회신, 2-3면).

 

일견 옳은 지적인 듯 보인다. 그런데 개별 재판까지 자신들 밥그릇을 위한 상고법원 설치와 맞바꾸며 '사법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징계를 받았던 기관이 법원행정처다.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던 기관의 수장 중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공판을 통한 정의의 실현'을 거론하기에 설득력이 퍽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경찰 수사에 관한 통제 여부가 재판에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는 상식적으로 일리는 있으나 침소봉대가 될 소지 또한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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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미소들.. 자본주의 느낌 아니까

기사출처 - <한겨레(링크)>

 

그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는

 

"이 법은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를 초래하는 제도로서 검경의 조직, 인적·물적 여건 등에 관하여도 상당한 변화와 준비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므로,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안 시행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라고 하였다(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제15286호, 검찰청법 제15284호 의견조회에 대한 회신, 26면).

 

이는 지난 이명박 정권이 취임 후 1년도 안 돼서 검찰을 동원해 전 정권에 대한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가하여 전직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간과한 의견이다. 아울러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을 경찰로 이관하는 데 무슨 6개월씩이나 걸려야 하는지. 당최 현실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못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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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작 2008년 2월 25일.

불과 1년 뒤 직전 대통령은 검찰수사를 받는다

 

검사들과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같이 교육받았던 동질감에서인지 변호사협회도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 실무에서 겪었다며 경찰이 수사권 가졌을 때 생길 문제를 제시하는데 이는 침소봉대에 지나지 않는다. 친검 학자들마저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잘못 해석하면서 '위헌'이라며 곡학아세한다. 외국의 일부 그 나라 사정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규정과 사례를 가져와서 민주당의 검찰정상화 입법을 무력화하려 한다.

 

6. 용기 있는 의원들을 기다리며 

 

민주당은 이런 검찰과 사법 기득권 카르텔을 뚫어내기도 벅차다. 그런데 과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던 심상정 대표가 이끄는 정의당도 이번 민주당의 입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은 23일 외국 순방이 예정돼 있어 시간에 쫓기기까지 하는 판이다. 박 의장은 여야 의견대립이 있는 법안이므로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넘기지 않고 예정된 순방을 떠나겠다고 공언한 터다. 박 의장의 외국 순방이라는 변수를 감안한다면 민주당은 22일 자정까지는 이 법안을 본회의에 회부에 표결까지 마쳐야 한다(※4월 20일 본 기사를 작성한 직후 박병석 의장은 미국·캐나다 해외 순방을 보류했다. 해외 순방이 페인팅 모션이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은 두고 보면 곧 나올 터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면 필리버스터로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시국회 소집일을 하루 단위로 끊어서 회기를 넘겨 법안을 하나하나씩 재상정하는 '살라미' 전술을 쓴다면 필리버스터의 암초를 넘어설 수 있으나 22일까지 이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기엔 현실적으로 시간적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4월 국회는 신임 박홍근 원내대표의 리더십과 민주당의 검찰개혁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본격 시험대가 되었다. 거기에 박 의장이 친정인 민주당이 추진하는 입법을 봉쇄한 책임과 모든 비난을 감안하고서까지 사회권조차 넘기지 않고 외국 순방을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연막작전이거나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정도의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수기분리 법안의 처리 과정과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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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노무현 묘역 참배하는 민주당 비대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출처 - <경향신문>

 

국민이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민주당에 입법·행정 권력을 모두 몰아 준 것은 나라다운 나라 한번 만들고 일 제대로 하라는 명령이었다. 그중 검찰개혁은 국민적 공감대와 염원이 가장 큰 과제였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의원들, 지금 힘들 거다. 가시밭길이 예상되니 두렵기도 할 거다. 내 가족도 조국 가족처럼 털리면 어쩌지, 이러다 안 되면 다음에 나는 여의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이런다고 다음 선거에서 누가 날 기억해줄까... 등 오만 잡생각과 두려움에 갖은 이유를 들어가며, 한 발 빼고 싶어질 때 많을 거다. 나도 그럴 거 같다. 

 

인간은 피할 이유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특히 정치인이 발을 빼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양심에 따라 그랬다. 때가 아니다. 조금만 기달려 달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안되었다. 시간이 필요하다, 등등등... 수 십 번, 수 백 번 우리가 들었을 그 말을 이번엔 본인이 써가며 곤란하고 무서운 상황을 피하고 싶을 거다.

 

조금만 참자. 

 

그렇게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참은 사람들 덕에 우리가 이렇게나마 살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어이 제 할일을 다 해낸, 용기있는 의원들의 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기록하고,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