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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스코어는 조금 색다르다 

 

대선, 끝났다.

 

한국 정치사에 지금까지 없었던 차후 2년간의 여소 야172석 국면에 접어드는 게 처음이다. 그 이전에 정권 교체가 확정된 후, 정권 교체 전 2달간, 양 진영 모두 승리감이나 패배감 한쪽에 도취되지 않은 적도 처음이다. 취임덕이란 조어가 탄생하고 취임 전 골든 크로스라는 초유의 일이 생긴 것도 처음이다. 대선 직후 선거에서 야당은 십상 깨져왔는데 다른 대선 때처럼 당선 세력에 쏠리지 않는 민심에 민주당이 붙어볼만 하다고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대선이 끝난 후 처음인 게 또 있다. 정권 말기의 노(No) 레임덕이다. 이 조건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5월 9일 여당에서 야당이 되기 전까지 할 일이 있다. 새로운 정권에서 무리한 공약이나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현 정권에서 이뤄놓은 행정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국가적 손실을 발생케 하거나 국론분열을 조장하지 않도록, 기필코 마무리해야 할 법안은 4월 임시국회를 열어 하루빨리 본회의 처리하는 거다. 시민사회 또한 국회와 정부를 압박해 추동력을 갖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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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출처 - <청와대>

 

2. 정치보복 예고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 중 하나가 검찰개혁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시절 ‘제왕적 검찰’과 다름없는 검찰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이런 공약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검찰개혁 끝판 왕인 1)'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김용민 의원 대표 발의 공소청법안(의안번호 2106976), 2)황운하 의원 대표 발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108015)’을 하루 속히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도 이를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까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검수완박’ 관련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기사 "중대범죄수사청은 왜 필요한가 그리고 윤석열의 사표: 검찰에 수사권이 꼭 있어야만 할까(링크)" 참조).

 

반론도 있을 터이다. 보수 언론의 예상 공격 지점은 다음과 같다. ‘지난 5년간 개혁과 적폐청산을 외치더니 소모적인 싸움으로 국민적 피로감만 부추겼다.’ 또는 ‘부동산 값은 폭등하고 민생 문제를 소홀히 하다 정권을 내줘놓고 6월 지방선거가 코 앞인데 정권이 넘어간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갈등만 부추기는 검찰개혁 법안처리냐’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반론의 근거가 갈등 조장에 대한 우려라면 조금만 생각해 보자. 국민의힘 윤석열을 지지한 대한민국 절반의 국민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을 지지한 절반의 국민들이 갈라져 국론을 분열시키지 않고 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민주당이 한 달 남짓 남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해 검찰개혁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 예고편을 공개했다. 보수 쪽 정치인조차 인품만큼은 인정하는, 세상 점잖은 문재인 대통령조차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한 걸 보면 오해였다고는 하지 못한다. 후보 시절 공개한, 이른바 ‘검찰개혁 공약’과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발언에 비춰 볼 땐 앞날이 너무나 예상 가능하기에, 이쪽으로선 더더욱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할 때라는 건 분명하다.  

 

정치 고관여층이라면 슬슬 피부에 와닿지 않는가. 2009년의 일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한 기시감이. MB 정부 시절 초기의 광우병 촛불 집회에 이어 전 정권에 대한 사정 정국으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의 재현 가능성은, 최근 김정숙 여사의 옷값 시비만 봐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복기해 보자. MB는 당선인 신분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임자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갖추리라 말한 바 있다. 그에 비하면 윤 당선자는 대선 개표도 전에 전 정부에 관한 수사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하다. 오히려 윤 당선자가 향후 전 정권에 대한 보복 조짐을 보이고 그 때문에 국론 분열이 일어난다면 더 큰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소위 80년대생들이 정치 신주류가 되어가고, 여론도 나쁘지 않고, 처음 맞이 하는 것들이 많은 시점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상황에서 판을 잘 짜면 승산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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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신임 대통령과 노무현 전임 대통령의 2008년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 때 모습

출처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3. 윤석열이 표명한 검찰개혁은 왜 말이 안 되나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검찰공화국’을 넘어 ‘제왕적 검찰’을 만들려는 검찰공약을 발표한 바 있고,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를 공언했다(관련 기사 중앙일보 링크).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자 시절(2월 14일) 발표한 사법분야 개혁의 일환인 검찰개혁 공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검찰청법 제8조) 

△ 검찰총장에게 기획재정부에 대한 검찰 예산요구(편성)권 부여

(자료 출처 : 링크)

 

당시 윤 후보자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중립성은 애초에 그의 개혁 방향과 상관 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1) 자신의 정치 소신과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집권 정부의 정치철학과 정책실현을 위해 ‘직무(職務)에 충실’해야 한다.

 

2) 공무원이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심과 무관하게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기준에 따라 주어진 정책이나 과업에 맞는 ‘직능(職能)을 실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1)이 자신의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소속 정부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2)는 자신의 성향과 무관하게 공무원이 지녀야 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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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법제처 화면 캡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자신의 정치 소신과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집권 정부의 정치철학과 정책실현을 위해 ‘직무(職務)에 충실’해야 한다는 1)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윤 당선자의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 집권 정부에 협조해서 행정의 효율을 최대화하는 것이 공무원이라 한다면 그가 말한 정치적 중립과 충돌한다. 집권 정부로부터 임명받은 윤 당선자 스스로 총장 시절 그러하였듯이 대통령 또는 직속상관인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것 자체로 중립성 위반이 된다. 

 

공무원 정치적 중립을 집권 정부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업무에 접근한다는 2)의 관점으로 보아도 논쟁은 존재한다. 2)처럼 자신의 직능을 발휘한다는 것과 윤석열의 검찰 개혁 방향은 전혀 상관이 없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 것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지는 게 어떻게 이어질까? 법무부 장관에게조차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행하는 수사들에 대해 누가 그것의 중립성을 보장할 것인가? 애초에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고 안 받고 문제와 정치적 중립성은 동떨어져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있을 때에는 감시감독자가 있기라도 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누가 검찰 조직의 중립성을 판단하고 개입할 수 있을까? 윤 당선자 본인부터가 법원으로부터 직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하였다면 법원으로부터 잘못이 있다는 판결을 안 받았을 것이다.

 

중립성 자체에 대해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다. 요점은 윤 당선자가 내세운 공약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는 지점으로 한발도 나가지 않은, 의미 없는 구호란 사실이다. 

 

검찰의 독립성과 관련해서 봐도 문제가 있다. 윤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게 되면 악용될 수 있어 검찰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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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선명한 당시의 기억...

사진 출처-링크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을 만들 때부터 도입됐다. 장관은 개별적·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개별 검사에게 직접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오로지 검찰총장을 통하여서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해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보장 또한 검찰 조직의 잘못된 수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서 70년 넘게 역할을 해온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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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한민국 법원>

 

 

법이 문제가 아니다. 법을 안 지켜서 문제다. 법 기술자들에 의해 법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서 문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개혁은 이러한 문제들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본다. 

 

4. 검찰토피아는 현실에서 어떻게 가능한가  

 

세계에 문명이 발전한 어느 국가에서도 이 정도 문민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검찰행정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현재 검찰청은 형식적으로 법무부 산하의 외청이다. 그런데 윤 당선자의 후보자 시절 공약대로라면 ‘검찰청’이 아닌 ‘검찰부’를 만들겠다는 소리에 다름없다. 법무부는 교정행정만 남게 되고 소위 검찰부를 따로 만드는 셈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형태를 막론하고 법원과 검찰은 법무부의 민주적 통제하에 있다는 걸 모르는 소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 당선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담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패수사를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도 할 수 있도록 검·경 수사권을 재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의 주요 기조(기존 검찰이 행사하던 수사권·영장청구권·기소권·형집행권을 분산시켜 검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벌어지는 인권침해 요소 제거)를 전부 무효화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권에서 그동안 어렵게 추진한 검찰개혁과 그 일환 중 하나인 공수처까지 무력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걸 넘어 아예 ‘검찰 왕국’을 만들겠다는 소리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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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무력 공약 관련 본문 내용 및 사진 출처 - <링크>

 

윤 당선자의 공약대로 검찰총장에게 예산 편성권까지 부여하게 된다면 검찰부를 넘어서 완전히 통제를 받지 않는 ‘정부안의 정부’를 또 하나 만들겠다는 뜻이다. 예산편성권 관련해서 비판이 제기되자 당시 윤 후보자는 예산편성권을 가진 기관인 관세청이나, 경찰청 등 17개 정부의 독립된 청의 예산편성권을 예로 들며 검찰청만 독립된 예산편성권이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공약대로라면 지금처럼 법무부가 검찰의 의견을 반영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검찰총장이 기획재정부에 직접 필요한 예산을 요구하게 된다. 관세청·경찰청 등은 검찰처럼 직접 수사·기소권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다. 독립된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관의 장들은 수시로 국회에 불려다니며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 국정감사 때만 국회에 불려나오는 현 검찰총장과는 처지가 다르다. 

 

검찰이 독립된 예산편성권을 갖게 되면 관세청이나 다른 독립된 외청 기관장처럼 수시로 국회에 불려 다니며 감시와 견제를 받을 수 있을까? 도리어 검찰총장이 직접 국회를 상대하면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은 수사·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로부터 정치적인 압박을 받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국회의원이 평시에도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게 검찰 아닌가. 그래서 유독 직업군 중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그렇게 많은 것 아닌가. 

 

굳이 독립된 예산편성권이 없더라도 검찰총장이 한하여 영수증도 없이 쓸 수 있는 특수활동비는 이미 수십억에 달한다. 윤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세운 검찰 공약을 실현한다면 검찰은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그야말로 ‘언터쳐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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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뉴스>

 

기억을 상기해보자. 검찰총장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을 내던지고 대권에 곧바로 뛰어들면서 든 명목상 핑계가 ‘검수완박’ 법안처리 반대였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처리 및 공소청설치법안 처리 움직임 등 현 정부 여당의 ‘검수완박’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정신 파괴"라고 하였다.

 

그리고 정치에 뛰어든 지 불과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돌려놓아야 할 것은 수사·기소권을 모두 틀어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기관의 모습일 것이다.

 

5. 우리가 대비해야 할, 국회 172석 무력화 공격 포인트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곧 야당이 될 민주당이 국회에서 172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 당선자가 아무리 대통령이라 한들 뜻대로는 안될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이에 관한 법제처 관계자의 한 의견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윤 정권에서도 당장은 여소야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입법이 국회에서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 것이기 때문에, 무리한 입법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령 수준에서 무리하게 자신들의 의도대로 법령 바꾸는 상황이 올 것이다. 여기서 상위법 위반 문제가 논란될 것이다."

 

윤석열도 법률가다. 주변에 검사-국회의원 코스를 밟은 법률가가 즐비하다.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대통령령을 바꾸어 목적을 달성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상위법 위반 논란은 나중의 문제다. 그리고 논란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

 

또는 윤석열 당선자가 5월 10일 대통령 취임 후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국회 절대다수 의석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보낸다 한들,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두 번의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했던 사례를 상기해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의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에 대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반목(反目)이 있던 여당 원내대표 유승민도 함께 겨냥했다. 2016년 5월 청문회 활성화 법에 대해서도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관련 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국회 172석도 그렇게 무력화시킬 수 있단 소리다. 

 

(관련기사 링크)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 시킨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내도 172석을 가진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재의결하면 된다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커지는 대립각에 따른 갈등과 논란은 대통령도 책임이 있지만 재의결을 결정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민주당이 직방(直放)으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못하고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 민주당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법안을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지게 된다면 국민 여론 때문에 172석을 가지고 있어도 의석수만한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진다. 

 

검찰개혁이 완수되지 않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가 계속 낮게 유지되는 상황도 문제다. 과거 MB 정권에서도 취임 초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 집회’가 발생하면서 불과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갔었다. 그 돌파구로 MB는 사정(査定) 정국을 만들었고 결론은 모두가 아는 비극이었다.

 

윤석열은 MB보다 검찰을 잘 알다. 그의 측근이라는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문재인 정권의 인사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오랫동안 간 복수의 칼날을 고이 품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윤 당선자는 이미 후보 시절부터 검찰에 있을 때 자신의 측근이었고 채널A와 검언유착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한직으로 밀려난 한동훈 검사장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윤 당선자의 공언처럼, 또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지금은 한직으로 밀려나 있는 한동훈 검사장이 수원지검장, 서울지검장을 차례로 거쳐 검찰총장이라는 스텝을 밟게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검찰권은 더욱 쓰기 쉬운 무기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손에 익숙한 무기를 먼저 잡고 휘두르려 한다. 낮은 지지도가 지속한다면 윤석열이 쥐게 될 무기가 무엇일지는 우리가 본 역사,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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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검찰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한 전문가도 ‘문제는 문재인이나 이재명을 건드리느냐 마느냐’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조차 진보개혁 세력 인사들이 하나하나 꺾여 나갔던 걸 생각하면 이런 언사는 충분히 현실적인 불안이다. 당시 난국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거의 이재명뿐이다. 대통령이란 권력 하나 쥐었을 때조차 그랬는데 지금은 어떨까. 안 봐도 넷플릭스다. 

 

검찰 문제 전문가는 이런 말도 더한다. 

 

"검찰을 동원해서 자신에게 몇 프로 차이로 석패하였고 여전히 민주당의 차기 유력주자인 이재명 고문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건드릴 것이라고 본다. 다만 국민의힘이나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자 쪽에서도 함부로 하진 못하고 신중할 것이다. 또다시 검찰을 동원해서 전임 대통령이나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괴롭히고 불행한 사태로 몰고 가면 촛불 들었던 시민들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라가 진짜 반으로 쪼개지는 것이기 때문에, 재임 5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가정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희망이라 해야 할지, 국민의 불행이라 해야할지...)

 

6. 수세(守勢)에 몰린 민주당의 상책(上策): ‘검수완박’

 

문재인 대통령 남은 임기 40일 동안 민주당이 이 검찰개혁 법안의 마침표를 찍는 ‘검수완박’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게 바로 이후 예상되는 국론분열 예방차원에서나, 정치 안정화 측면에서나, 가장 좋은 대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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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서울고등검찰청, 대검찰청 청사

출처 - <링크>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 검찰과 경찰개혁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도 아래와 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금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서 검찰개혁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럼 문재인 정부도 국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게 되고,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서 검찰이 정치를 압도하는 이런 현상을 미리 방지하는 방지책이 되기도 한다. 윤석열 당선자도 대통령이 되어서 하고 싶은 걸 하고 정치인으로서 자기 정치를 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힘써서 그나마 이 정도 한 것인데 4월에 남은 과제들을 모두 통과시킨다는 것이 당연히 쉽지는 않다. 법안처리를 해야 할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검수완박’ 법안처리의 동력을 상실한 면도 부정할 수 없다. 

 

검찰개혁 법안을 가장 적극 추진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국회의원이 된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겸직 논란’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검찰개혁’법안 처리에 신경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검찰개혁 법안처리 의지를 보이며,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하였던 김용민 의원과 이수진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그 가족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법안을 지난 25일 발의하면서 이와 함께 윤 당선자의 취임 전 ‘검수완박’ 법안처리를 주장하고 있다지만 민주당 원내에서조차 법안처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의원실 비서관은 솔직한 내부 상황을 전했다.

 

"이미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부터 검찰개혁 법안은 동력을 잃었다. 선거에서 중도층 표가 달아난다며 이 법안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의원들이 절반 가까이 됐다. 선거 후에도 검찰개혁법 처리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내부 비판도 있었다. 이번 대선 패배로 아직 다들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대통령 선거와 연동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패배할 것 같아서, 내부에서도 검수완박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중도층 표심 얻는데 도움 안 된다며 처리를 미루자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아직 당론이나 이런 게 정립된 것도 아니다" 

 

김용민 의원실 관계자는 ’검수완박’ 법안처리 의지는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특검법도 발의하고 최대한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해봐야 알 것이다"라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나 희망의 불씨는 새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재명계로 속하는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다는 점이다. 당선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원내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남은 검찰개혁입법 처리는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윤 당선자가 2월 14일 검찰공약을 발표한 후 이재명 전 후보는 오히려 현 정부와 민주당에서 진행해 온 검찰개혁 입법을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입법 처리에 진심인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당시 이재명 후보에 적극적으로 요청했고 이들과 적지 않은 만남을 가진 뒤, 당시 이 후보가 검찰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이러한 이재명계에 속하는 박 신임 원내대표라면 문 대통령 남은 임기 40여 일 남짓 검찰개혁 입법법안 처리에 속도를 붙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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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현재 박 신임 원내대표는 하루 2,000건 이상씩 문자가 쏟아지고, 의원실로도 문의 및 항의 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기왕 하는 거라면 폭언이나 욕설 말고, 왜 검수완박을 해야 하는지, 왜 바라는지에 대한 의견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오히려 그와 민주당에게도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과거에는 모르고 당했다. 허나 지금은 예상 가능한 비극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함께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