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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제20대 대선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마음을 졸이게 하다 역대 가장 적은 득표수 차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또 다른 나라가 있다. 프랑스다. 

 

2017년 5월 14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동기(?)라며 친근한 제스처를 보내 우리 언론에도 자주 등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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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프랑스에서도 언제부턴가 하루에 수십 개의 뉴스 알림이 오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대선 시즌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약 2주 남겨두고 있는 현재 프랑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와는 자못 다른 프랑스의 대선 시스템과 주목할만한 후보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프랑스 대선, 어떻게 진행되나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는 우리 대선과 크게 2가지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하나는 1차 투표와 2차 결선 투표가 있다는 점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있다면 당선이 확정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대 득표 후보 2인을 두고 2차 결선 투표를 시행한다. 

 

2017년 제25대 대선에서는 현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Rassemblement national)의 ‘마린 르 펜’이 결선투표에 올라 마크롱 대통령이 66.10% 득표율로 당선됐다. 

 

(현 집권 여당은 ‘전진하는 공화국!(LREM, La République En Marche !)’으로 중도~중도우파를 표방하며 2016년 4월 마크롱이 창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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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당시 마크롱과 르 펜의 공약.

출처-<한국경제> 링크

 

(참고로 역대 가장 작은 표 차로 당선된 대통령은 1974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50.81%)으로, 프랑수아 미테랑(49.19%)과 1.62% 포인트 차이가 났다)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1959년 샤를 드 골 대통령(1959~1969) 이래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어 당선된 대통령은 없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도 2차 투표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에는 4월 10일에 1차 투표가, 4월 24일에 2차 결선 투표가 있을 예정이다.

 

또 다른 점은 대통령 중임제라는 점이다.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5년이나, 1차례 중임이 가능하다. 1959년부터 약 60년 동안 재임한 프랑스 대통령은 총 8명으로, 2000년대까지는 임기 중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재임에 성공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재임에 실패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이 그랬듯 2022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프랑스 제5공화국 역대대통령(출처 위키피디아).png

프랑스 제5공화국 역대 대통령

출처-<위키피디아>

 

 

현재 판세는?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방법은 ‘롤링(Rolling)’이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롤링은 Ifop와 OpinionWay, Ipsos 등 세 군데 여론조사기관이 각자 매일 1,500명의 표본을 1/3씩 갱신해, 3일마다 표본 전체를 완전히 교체하는 방식이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2022년 1월부터 거의 매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한국 시간으로 3월 28일 현재, 여론조사의 1위를 달리는 후보는 ‘전진하는 공화국!(LREM)’ 정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다. 1차 투표에서 약 28%~30% 지지율로 선두를 점했다. 

 

2위는 2017년과 마찬가지로 ‘국민전선(RN)’ 마린 르 펜 후보다. 3월 초에는 10%대 중반이었지만 3월 말이 되며 지지율이 20%까지 올라서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3위부터 5위까지는 대략 10%~15%를 오가는 지지율을 보이며 ‘불복하는 프랑스(LFI)’의 쟝 뤽 멜랑숑, ‘공화당(LR)’의 발레리 페크레스, ‘재정복(REC)’의 에릭 제무르 세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Ifop사 Rolling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1월3일_3월23일)(출처 위키피디아).png

1월 3일부터 3월 23일까지 지지율 추이.

출처-<위키피디아>

 

Rolling 방식 여론조사 결과 표(출처 위키피디아).png

롤링(Rolling)방식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출처-<위키피디아>

 

일대일 대결이 되는 2차 결선 투표 여론조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우세를 보인다. 마린 르 펜과 대결에서는 55%~60%의 지지율을, 쟝 뤽 멜랑숑과 에릭 제무르와의 대결에서는 60%~65%가량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대로라면 최대 더블스코어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어떤 후보와 대결을 하더라도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2차 결선 투표 여론조사(2021년_현재)(출처 위키피디아).png

1위 마크롱과 2위 마린 르 펜의 2차 결선 투표 지지율 여론조사 추이.

출처-<위키피디아>

 

 

마크롱은 15년 만의 재선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약 15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마크롱 대통령의 5년은 참 다사다난했다. 첫 비주류 정당의 대통령이자 최초 정치 신인 대통령으로서 62%의 국정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상, 부유세 인하 등의 이슈로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mouvement des gilets jaunes, 질레 존느)의 영향으로 2018년 11월 지지율이 25%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흑묘백묘론을 인용할 만큼 좌도 우도 아닌 정책을 펼친다 자평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도 저도 아니다, 정치철학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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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란 조끼 운동.

<출처 링크>

 

현재는 50% 정도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얻고 있다. 지지율 반전이 시작된 건 코로나바이러스 이슈부터였다. 텔레비전 연설에 수차례 직접 나서 강력하고 호소력 높은 모습을 보여 위기관리에 강한 대통령이라는 면모를 보였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방역 대책과 백신, 약품 수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리더십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국정 지지율 56%로 2년이 안 되는 시간만에 지지율을 큰 폭으로 회복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 여러 차례 전화 회담 등으로 유럽 내에서, 그리고 세계 정치에서 적극적으로 프랑스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행보를 보여줬는데, 이 역시 공고한 지지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크롱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데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은 덕에 유럽의 리더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이유도 있다. 

 

암튼, 코로나 국면부터 시작해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마크롱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유럽을 선도하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어 최근의 이슈들이 그의 지지율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크롱의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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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은 공약으로 현재 60세인 퇴직 연령을 65세로 점진적으로 연장해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연금개혁을 내세웠다. 고령화, 출산율 하락 등으로 연금의 재정 상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금 순 수령액으로 최소 1,000유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미 2017년에 한 차례 시도해 큰 반발이 나며 성공하지 못했던 정책인데, 마크롱은 꼭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반면 2위 후보인 마린 르 펜은 정년연장에 반대한다.

 

RSA(Revenu de solidarité active, 연대노동소득)에 대한 조정도 제시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RSA는 가계소득(1인 가구 포함)이 최저소득 미만인 25세 이상 모든 사람이 신청할 수 있는 일종의 빈곤 수당이다. 

 

조건에 부합하면 2021년 기준 약 560유로를 매달 받을 수 있다. 실업수당과는 별개이며, 구직활동을 하겠다는 약속 외 의무사항은 없다. 좋은 정책이나 RSA에 대해 몇 가지 비판이 있다. 전체 대상자의 10% 정도만 혜택을 받고 있으며 빈곤을 효과적으로 방지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고, 이 정책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비판도 있다. 마크롱은 악용을 막을 수 있도록 이번 공약에서 RSA 수혜자들에 주당 15~20시간의 구직활동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와 같은 연금개혁, 사회보조금 개혁 등을 통해 연 150억 유로(한화 약 20조 원)를 포함해 매년 500억 유로(약 67조 원)를 마련, 교육과 건강, 자율성(l’autonomie) 부분에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교육 분야는 마크롱뿐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가 집중하는 영역으로 교사정원 확대 및 처우 개선 그리고 커리큘럼 개편 등을 공약으로 내고 있고, 건강과 자율성은 코로나 이후 드러난 보건 시스템 등에 대한 보수 및 개편이 골자다.

 

 

꺼지지 않는 극우 지지 세력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이슈가 된 인물은 여론조사 1위, 2위 후보가 아닌 재정복(Reconquête) 정당의 에릭 제무르(Éric Zemmour)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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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제무르.

 

극우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린다. 극우 인사로 널리 알려진 국민전선 마린 르 펜의 정책도 충분하지 않다며 직접 출사표를 던진 인물이다. 순수혈통 프랑스인의 프랑스 아이덴티티 회복이 가장 큰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본인은 알제리 출신 유대계 이민자 출신이다. 

 

이민자 특히, 무슬림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주창한다. 정당 이름인 ‘재정복(Reconquête)’ 역시 이베리아반도(스페인, 포르투갈) 북부의 가톨릭 왕국들이 남부 이슬람 국가를 축출하여, 이베리아반도를 회복한 레콘키스타(Reconquista)에서 유래했다.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이 심히 담긴 단어이며, 우리말로는 ‘국토 회복 운동’에 가깝다.

 

실제 공약에서는 ‘stop immigration’을 주창하며 현 이민정책을 사실상 중단하고 선별 이민만을 허용하겠다 주장한다. 또한, 모든 이민자에 대한 사회보장 지원을 중단하며, 유학생 역시 프랑스에 도움이 될 재목만을 골라 받겠다는 극단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여타의 분야 역시 극단적인 친기업, 친부유층 정책을 발표했다.

 

역시 극우로 분류되는 마린 르 펜도 반무슬림 정서가 강하다. 르 펜은 공약에서 이슬람 이데올로기와 그들의 네트워크를 근절(éradiquer)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민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불법 이민자와 체납자, 외국인 범죄자에 대해 시스템적인 추방을 제안했다. 기타 분야에서는 현재 프랑스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구매력(pouvoir d’achat)을 상승시키겠다는 정책이 다수 등장했다. 노란 조끼 운동을 의식한 것인지 에너지 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감면하겠다는 정책도 대표 공약으로 삼았다. 무척 강경한 입장이지만 여러모로 에릭 제무르에 비하면 순한 맛 극우인 셈이다.

 

르 펜은 여론조사 2위를 공고히 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결선투표까지 갈 확률이 높다. 그리고 결선투표에서 이번 대선의 가장 극우 후보인 에릭 제무르의 표는 르 펜에게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에릭 제무르는 한 때 15%까지 지지율이 올랐지만 점점 지지율이 떨어져 현시점 11%가량 지지율로 4, 5위를 넘나들고 있다. 현시점 이 둘의 지지율을 합치면 30%를 넘는다. 즉, 프랑스인 중 극우세력을 지지하는 이들이 이만큼이나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비율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1위~5위까지 대선 후보들을 봐도 불복하는 프랑스의 쟝 뤽 멜랑숑 외엔 극우를 포함하여 다 우파적 성향의 후보들이다. 프랑스가 그만큼 정치적으로 우파 성향이 많다는 것인데, 이유로는 좌파를 대표할 강력한 인물이 없다는 점과 프랑스 사회 내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 증폭 등이 꼽힌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2020년 10월 중학교 교사 사무엘이 길거리에서 무슬림에 의해 목이 잘린 사건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잇따르며 강경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이 사는 나라로, 전체 인구 6,700만 명 중 무슬림이 6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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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무엘의 추모 행사.

파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사람들은 사무엘의 사진뿐 아니라

'내가 사뮈엘이다', '내가 교사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나와 고인을 추모했다.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프랑스 대선에선 마크롱이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극우세력은 꺼지지 않고 점점 자라고 있다. 언젠가 극우 인사가 정권을 잡게 될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앞으로의 프랑스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갈지 궁금하면서도 걱정되는 점이다.   

 

암튼, 한국과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일은 3월과 4월로 다르지만, 대통령이 취임하는 달은 5월로 같다. 마크롱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 동기라며 친근감을 느꼈던 것처럼 한국과 프랑스는 앞으로 대통령 임기가 완전 겹친다는 말이다. 

 

(우리 선거 때문에) 그만큼 관심을 덜 가지게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더, 정권 내내 같이 임기를 시작한 이가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기에 프랑스 대선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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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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