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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어르신)들이 좋아했던 맥 라이언(의 낭비)

 

아주 오래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라는 미국 영화가 있었다. 정말 인형처럼 웃는 맥 라이언과 전혀 세련되지 않은 빌리 크리스탈이 나온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다. 평범한 남자 배우가 주는 위안과 희망에 기대서, 맥 라이언처럼 예쁜 여자친구를 꿈꾸게 했던 영화였다. 동시에 풍요와 소비의 천국, 미국을 선망하게 만든 영화였다.

 

특별히 풍요와 소비의 천국, 미국을 한때나마 선망하게 한 장면이 있다. 맥 라이언이 실연을 당한 후, 침대 위 앉아 오열하면서 크리넥스 갑 화장지를 양손으로 거침없이 뽑아 콧물과 눈물을 닦은 뒤, 그렇게 쓰고 버린 휴지들이 벚꽃처럼 허공에 날리는 장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미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와 풍요에 대한 부러움이 한동안 두 뼘 정도 되는 작은 가슴에서 함께 펄떡거렸다. 나도 실연당하고 저렇게 크리넥스를 허공으로 뿌려대며 맘껏 오열할 수 있는, 풍요로운 날을 고대하며 분노보다는 풍요를 더 갈망했다.

 

다행히도 그런 날은 아직 내게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런 풍요는 내 삶에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크리넥스를 쓰지 못할 만큼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그런 게 아니다. 킴벌리 같은 화장지 회사들이 나무를 조금이라도 덜 베게 해서 탄소 중립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려고 두 겹 크리넥스를 한 겹씩 갈라 쓸까 아니면 반으로 찢어 쓸까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포기할 수 없다면 탄소 중립은 공염불이다. 한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미국이 그토록 원했던 풍요는, 그냥, 낭비였다. 맥 라이언은 손녀 같은 툰베리(스웨덴의 환경운동가)를 위해, 하늘에서 벚꽃 내리듯 화장지를 뽑아 쓰는 게 아니었다. (지금의 기후위기를 생각한다면) 화장지가 눈물에 젖으면 짜서, 화장지가 그 소용을 다 할 때까지 다시 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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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개봉 30주년 기념식에서.

이들만큼이나 기후도 변했다

출처-<링크>

 

2001년 3월, 방귀 뀐 놈이 씅 낸 날

 

2001년 3월 13일,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 헤이글, 헬름즈, 크레이그 그리고 로버트 미 상원의원들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냈다. 일주일 전인 3월 6일, 기후 변화와 교토 의정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묻는 이들의 편지에 대한 부시의 답장이었다.

 

‘본인은 교토 의정서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교토 의정서가 중국이나 인도 같은 인구 대국을 포함한 전 세계 80%에게 의무를 면책하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우리 미국만 빅엿을 먹을 수 있습니다.

As you know, I oppose the Kyoto Protocol because it exempts 80 percent of the world, including major population centers such as China and India, from compliance, and would cause serious harm to the U.S. economy.’1) (편집자 주 : 각주는 참고문헌이므로 기사를 읽는 도중에 안 봐도 무방하다)

 

미국 상원의원들이 부시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이전 행정부였던 클린턴 행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과 얍삽한 행각 때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상원의원 중 한 명인 헤이글(공화당)은 1997년 7월 25일에 버드Byrd 상원의원(민주당)과 함께 버드-헤이글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UN의 1992년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 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미국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이 협약에 미국이 서명할 수 있다고 꼬장을 부린 것이다.2) 결의안이 미국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1년 뒤인 1998년 11월 12일, 유엔 미국대사인 피터 버라이(Peter Burleigh)가 교토 의정서에 서명했다. 서명된 교토 의정서는 당연히 국회 상원의 인준을 거쳐 시행되어야 하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국회 상원 비준 절차를 대놓고 미뤘다.

 

클린턴이 국회 인준을 요청하지 않으며 내놓은 이유는 부시 대통령과 같은 이유였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들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한, 상원 인준을 요청하지 않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3) 이런 점을 고려하면 클린턴의 러닝메이트였던 앨 고어가 열심히 기후 운동을 하면서도 계속 진심을 의심받았던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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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출처-<링크>

 

미국이 이렇게 대충 판을 흐려놓자, 캐나다가 부담 없이 2011년 교토 의정서를 탈퇴해 버렸다.4) 온실가스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북미 대륙의 유일한 두 나라가 똘똘 뭉쳐 깽판을 놓았다.

 

부시나 클린턴 대통령의 핑계는 합리적일까? 부시 대통령이 상원의원들에게 편지를 쓴 2001년 3월 즈음, 중국이나 인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들 나라를 핑계로 교토 의정서를 깰 만큼은 아니었다. 미국도 이들 나라 못지않게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늘고 있었다.

 

아래 도표는 산업화하였거나 산업화를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여 준다. 왼쪽은 1990~200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고 오른쪽은 1990~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그림1 2004 온실가스배출량.png그림2 2010 온실가스배출량.png

 

캐나다가 교토 의정서를 탈퇴한 2011년이라면 2004년 미국을 추월해서 천장을 뚫고 오를 기세의 중국과 점점 가팔라지는 인도의 증가세가 눈에 띄니 시비를 걸 만하다.5) 하지만 1990~2000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중국과 인도를 핑계 삼아 국제적 협력과 연대에 찬물을 끼얹은 미국의 행위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특히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것은 중국이 전 세계 제조 공장이 되었고 거기엔 1980년 이후 제조 부문을 역외로 옮기려 했던 미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롯이 중국의 것이 아니란 소리다. 더구나 2000년 이후, 서구의 유수 제조업체들이 생산 현장을 중국으로 옮김으로써,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매우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수 있었고 임금 노동자들도 낮은 임금 상승률에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이런 실상에 미국 상원의 1997년 결의안이 의미하는 것은 미국이 누릴 건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인구가 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나머지 국가들이 미국 몫으로 할당된 책임을 알아서 나누어 가지라는 소리다.

 

이 결의안은 또한, 자국의 이익(좀 더 정확하게는 미국 석유회사들의 이익) 앞에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클린턴 대통령이 교토 의정서에 서명은 해놓고 상원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며 내뱉은 변명이나, 부시 대통령이 상원의원들에게 교토 의정서를 반대한다며 내놓은 변명이나, 초록이 동색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 총배출량을 봐도 미국의 행위를 이해하기 힘들지만,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미국이 하는 짓은 정말 어이가 없다. 아래 표는 1인당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을 보여 준다.

 

그림3 전세계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png

 

2000년 미국과 캐나다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92.7톤(t) 68.2t이었다. 그 시절, 중국은 9.6t, 인도는 4.0t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10배, 인도의 23배가 넘는 수치다. 캐나다도 중국의 6배, 인도에 비하면 17배가 넘는 수치다.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격차인 데다, 미국과 캐나다가 소비하는 수많은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1인당 에너지 소비가 압도적 1위인 미국이 더 무거운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 그런데도 북미대륙의 미국과 캐나다는 교토 의정서를 외면했다. 제일 세게 방귀를 뀐 놈이 고래고래 소릴 지르면서 씅을 낸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더 많은 탄소가 필요해

 

기후위기는 이제는 증거가 더 필요하거나 더 오랜 반성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과학적으로 그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인간이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 인류가 함께 당장 풀어야 하는 위급한 숙제다. 코로나와 같은 대유행 병이 아니라면 열 일 제쳐두고 무조건 먼저 풀어야 하는 제일 시급한 문제다. 인플레이션 따위는 이에 비하면 애들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원인을 안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안다는 소리기도 하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오로지 인간 활동으로 대기 중에 터무니없이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어 만든 것이다. 아래 도표는 지난 80만 년간 지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을 보여 준다.

 

그림4 산업혁명이후 이산화탄소배출량 NASA.png

 

화석 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19세기 산업혁명 이전까지 80만 년 동안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300ppm을 넘은 적이 없었다. 지구 기후의 주기적 순환 과정을 따라 180ppm에서 300ppm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보였던 이산화탄소량의 변화 추이가 화석 연료를 대규모로 소비하기 시작한 19세기를 거쳐 20세기 들면서 깨졌다.

 

1910년 이래 300ppm을 넘어선 이산화탄소의 양은 지금까지 한 번도 300ppm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다. 오히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은 위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2022년 5월, 하와이 마우이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평균량은 420ppm을 넘어서며 미국 해양 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NOAA)이 하와이 마우이에서 1958년 이산화탄소량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6)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다른 온실가스(GHG; Greenhouse Gas)도 마찬가지다. 메탄(CH4), 아산화질소(N2O)의 양도 모두 최고치다.7)

 

그림5 메탄 아산화질소 배출량.png

 

이렇게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면서 인간이 갖고자 했던 것은 ‘부(富)’와 ‘힘’이었다. 더 빠르게 움직여 시간을 보다 잘게 쪼개 쓰면서 더 많은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면 부와 힘이 축적될 거라 믿었다. 그러기에 석유는 정말 안성맞춤인 재료였다.

 

뉴턴도 부러워할, 20세기 연금술

 

시추공을 뚫고 파이프만 꽂으면 쉴 새 없이 채취할 수 있고, 플라스틱의 가소성 덕분에 인간은 원하는 물건을 인류 역사상 가장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연금술에 진심이었던 뉴턴도 부러워할 만한 기술이다. 아래 도표는 플라스틱 생산이 본격화된 1950년 이후 전 세계의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다.8)

 

그림6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png

 

이 도표는 플라스틱 생산량이면서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량이며 인류가 현재 누리고 있는 부의 실체다. 어쩌면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IMF에서 미국 달러로 집계하는 전 세계 총생산(Gross World Product)의 가장 정확한 등가물은 재화나 서비스가 아니라 위 도표의 플라스틱 총생산량과 대기 중 늘어난 이산화탄소의 양을 더한 값일 것이다.

 

인간은 화석 연료, 특히 석유를 사용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상당한 자유를 얻었다. 이동 속도가 빨라져 시간을 더 잘게 쪼개 쓸 수 있게 되었고, 터무니없이 대량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플라스틱 하면 떠오르는 일회용, 싸구려, 쓰레기가 같은 부정적인 연상은 사실 플라스틱이 극히 소수의 인류에게는 사상 최대의 부를, 나머지 다수에게는 생활의 편리를 선물하는 마법이었다. 이를 아래처럼 간단하고 명료한 수식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인류의 부 = 플라스틱 생산량(폐기량) + 대기 중 온실가스양

 

이 수식은 이렇게 끝나서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온실가스의 증가 도표에는 아래 두 개의 도표9)가 필수적인 연쇄반응으로 따라온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10) 이 도표를 보면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나 혹서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해운대 마린시티 앞 도로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림7 세계기온 세계해수면.png

 

온실가스가 늘어나니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기상이변이 더 자주 발생한다. 가뭄과 혹서 때문에 전례 없는 대규모 산불은 빈발하고, 오랜 마른 하늘에도 홍수가 난다. 채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흥청망청, 휘황찬란한 부를 정신없이 누리는 사이, 인간은 지구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래 최고로 덥고, 최고 수위의 바다를 가진 지구에서 살게 되었다.

 

반성하긴 하는 걸까?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이 더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개선하는 듯 보였다. 오바마는 파리 협정에 서명하며 전임 대통령 부시가 걷어찬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UNFCC)에 가입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미국의 정치 환경이 클린턴이나 부시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기후위기가 오로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임이 확실해진 뒤에도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던 미 상원에서 파리 협정을 조약으로 인준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파리 협정을 국회 인준이 필요한 조약(treaty)이 아니라 실무 협정(executive agreement)으로 못 박고 협정을 미국 내에서 유효하게 실행하게 만들려고 했다. 물론 시끄러웠다. 공화당에서 파리 협정은 상원 인준이 필요한 조약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기후 문제를 정쟁화했다.

 

시진핑과 나란히 파리 협정에 서명하는 오바마의 모습 때문에 오바마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처럼 기억되지만, 그의 집권 기간 벌어진 미국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보면 그의 진심도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무뎌질 수밖에 없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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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중국 정저우에는

시간당 200mm 폭우가 내렸다

출처-<한겨레 신문>

 

오바마 집권 동안 미국 정부는 환경 파괴와 온실가스 배출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셰일 가스 업계에 여전히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주며 석유 생산량을 매년 사상 최대로 끌어 올렸다.11) 2018년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12)

 

더 놀라운 장면을 트럼프가 연출했다. 트럼프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너는 해고야!’를 오바마가 서명한 파리 협정을 향해 시원하게 날렸다. 기후위기는 뻥이라 믿는 트럼프는 지구가 따뜻해지면 좋은 거 아니냐며 2020년 파리 협정에서 탈퇴해 버렸다. 그리고 셰일 가스 채굴을 제한하던 각종 환경 규제들을 풀고 더 많은 보조금을 쏟아부었다.13) 바이든이 파리 협정을 복원하긴 했지만, 고공행진 중인 휘발유 값으로 위태해지는 자신의 재선 가능성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트럼프보다 얼마나 더 나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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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그리스는 유례없는 대형 산불을 겪었다

출처-<연합뉴스>

 

기후위기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사우디의 빈 살만을 찾아가는 배짱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미 해결했어야 한다. 그게 전쟁과 기후위기로 당장 고통받고 죽어가는 시민들을 살리는 일이고, 미국 민주당이 그토록 좋아하는 인권과 관련된 착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저렇게 미숙하고 거칠게 하는 것을 보면, 공화당이나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이나 바이든도 충분한 반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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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자료이지만

극단적인 기후가 더는 특정 해의 현상이 아니다

출처-<한겨레 신문>

 

대통령이 누구였건 미국 정치인들은 인류나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며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두 개의 원칙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자국의 이익,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국적을 가진 석유 산업계의 이익과 정치 집단의 이익.

 

최근 들어, RE100, 탄소 국경세, EU 분류(the EU taxonomy) 등 강제적인 친환경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실천하는 걸 보면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정부들이 이제는 지난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사유(私有)를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세계 경제 질서, 개발 국가와 미개발 국가 간의 기술격차, 그리고 에너지 불평등을 유지하며 추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과연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 글에선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이나 탄소 국경세나 EU 분류를 추진하는 유럽연합이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

 


1) https://georgewbush-whitehouse.archives.gov/news/releases/2001/03/20010314.html

2) https://www.congress.gov/105/bills/sres98/BILLS-105sres98ats.pdf

3)  “주요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상당한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서명된 교토 의정서는 상원 비준을 위해 제출되지 않을 것이다. (it will not be submitted for ratification without the meaningful participation of key developing countries in efforts to address climate change.)” https://clintonwhitehouse4.archives.gov/CEQ/19981112-7790.html

4) https://unfccc.int/files/kyoto_protocol/compliance/enforcement_branch/application/pdf/cc-eb-25-2014-2_canada_withdrawal_from_kp.pdf

5)  이 도표들은 세계은행 웹사이트(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EN.ATM.GHGT.KT.CE?end=2010&locations=CA-US-CN-EU-JP-IN-KR&start=1990&view=chart)에 가면 입맛에 맞게 나라와 연도를 바꿔가며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은행 말고도 기후위기와 관련된 온실가스(GHG, Greenhouse Gas)와 관련된 정보는 간단한 구글링으로 공신력있는 기관들의 웹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6) https://www.noaa.gov/news-release/carbon-dioxide-now-more-than-50-higher-than-pre-industrial-levels

7) https://www.climatelevels.org/?pid=2degreesinstitute&theme=grid-light

8) https://ourworldindata.org/grapher/global-plastics-production

9)  https://www.climatelevels.org/?pid=2degreesinstitute&theme=grid-light

10) 19세기 과학자들도 이산화탄소가 복사열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실가스의 측정방법, 빙하와 심해 시료 채취를 통한 지구의 과거 기후 정보 획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지구 온도 상승의 상관관계, 현재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오로지 인간 활동만으로 촉발되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11)  오바마 집권 기간 중 환경 관련 법규에 따른 제약으로 연방 소유 토지의 셰일 가스 채굴량은 줄었지만, 민간 소유 토지의 셰일 가스 채굴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이 세계 최대산유국이 된 것은 셰일 혁신(shale revolution)이라 불리는 채굴 기술의 혁신과 미연방 정부의 각종 보조금(subsidies) 때문이었다. 미 정부의 보조금이 셰일 오일과 가스의 부흥을 어떻게 가져왔는지는  https://cdn.sei.org/wp-content/uploads/2021/06/how-subsidies-aided-the-us-shale-oil-and-gas-boom.pdf 참조

12) 2018년에 미국은 최대산유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뛰어넘었다. 2011년에 이미 러시아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추월했다.

13) 트럼프는 경제 자문 보고서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국정에 사용했다. 셰일 가스에 대한 보고서는 셰일 가스 업계 지원을 위해 셰일 가스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과 왜곡된 데이터를 사용해서 작성되었다. https://trumpwhitehouse.archives.gov/wp-content/uploads/2019/10/The-Value-of-U.S.-Energy-Innovation-and-Policies-Supporting-the-Shale-Revolution.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