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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링크

 

김경수 지사가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지 1년(2021년 7월 27일)이 지났다. 앞으로도 수감생활은 계속 되게 되었다.

 

드루킹 재판은 김경수 지사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판결이 곧 진실은 아니라는 건 지난한 한국 현대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정치적인 문제가 얽힌 판결은 여전히 진실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뻔한 음모론적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김경수 지사의 재판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드루킹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김경수 지사는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본 글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김경수 지사의 호칭을 의원이 아닌 가장 최근의 직책인 ‘지사’로 통일하겠다)

 

 

0. 프롤로그 : 민주당이 고발한 사건

 

2018년 1월. 네이버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기사 댓글이 상위에 노출되는 등 조직적인 작업을 의심한 네이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그간 늘 있어왔던 보수세력의 댓글 공작이겠거니 여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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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링크

 

그러나 이 작업을 한 당사자들이 더불어민주당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면이 전환되기 시작한다. 보수 세력은 ‘민주당원 댓글 공작 사건’ 등으로 부르며, 19대 대선은 부정선거였다는 프레임을 형성하려 했다. 이들은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인사 청탁이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반감으로 반 문재인 댓글 공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김경수 당시 국회의원과 소통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면은 보수세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국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과 문재인 정부 추경예산 통과라는 대의에 밀려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었고, 허익범 특검이 출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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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시작 하루 지났을 때의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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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검 

 

김 지사도 “특검을 해달라”고 자청했으며, 한동훈과 달리 특검 수사관에게 아이폰 비밀번호를 직접 풀어서 건넸다. 특검과 재판부에 순진할 만큼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다고 알려져 있다.

 

 

1. 김경수의 혐의는?

 

드루킹 일당이 한 업무방해 혐의의 공범자이며,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 공작의 대가로 ‘한 자리’ 약속을 했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였다. 

 

업무방해 혐의의 구체적인 사항은 컴퓨터 등을 사용하여 네이버의 정상적인 업무(댓글 노출 순위 방해. 이 사건은 국가 요원들이 댓글을 직접 쓴 국정원식 사건이 아니라 기존 댓글 중 드루킹 일당의 입맛에 맞게 공감, 비공감 조작을 한 것이다)를 방해했으며, 김 지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드루킹과 함께 이 사건을 공모한 공동정범이라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선고되었다. 김 지사는 드루킹이 추천하는 변호사를 인사 추천 시스템에 그저 넘겼을 뿐, 그 이후 인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만들어진 진술

 

초기 드루킹 일당은 진술을 거부했다. 드루킹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두 달이 흐른 뒤,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2018년 5월 16일, 구치소에 갇힌 드루킹은 노트에 김 지사가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의 상황을 적어서 변호인에게 전달한다. 속칭 ‘옥중노트’였다. 

 

옥중노트가 변호인에게 전달된 직후 드루킹과 함께 체포된 일당들은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이 주장한 내용은 옥중노트와 일치했다. 그렇게 옥중노트는 언론에 기정사실처럼 알려졌다. 옥중노트에는 김 지사가 킹크랩(댓글 기계) 시연을 본 것과 김 지사가 격려금을 전달된 상황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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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본명 : 김동원)

출처-<한겨레>

 

그러나 특검 조사가 이어지면서 옥중노트의 신빙성도 드루킹 일당 사이의 말도 어긋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옥중노트와 모든 일당들이 진술하길, 킹크랩 시연이 끝난 뒤, 김 지사가 양복 상의 안쪽에서 흰 봉투를 주고 갔는데, 5만 원권 20장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당들은 말을 바꿔 담당 변호사를 통해 드루킹이 시켜서 한 진술이지, 실제 돈을 주는 건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킹크랩 시연회도 마찬가지였다.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에게 킹크랩으로 댓글 공작을 하는 것을 보여주었고, 김 지사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드루킹 일당들은 창문 너머로 시연회를 보는 김 지사의 모습과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허위로 보았다.

 

드루킹 일당의 진술은 대체로 드루킹 옥중노트에 맞춰 만들어지고 짜 맞춰진 것으로 대체로 정리가 되었다.

 

 

3. 맞춰지지 않는 퍼즐

 

드루킹 일당의 진술뿐 아니라 허익범 특검이 주장한 경공모 사무실 내에서의 김 지사 행적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많았다. 2심 재판에 들어가자 김 지사 수행원의 구글 타임라인 기록이 나왔다. 그 기록에 따라 6시 50분부터 9시 15분까지 경공모 사무실에 김 지사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시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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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함정이 있다. 특검이 주장하는 약 45분 내외의 ‘2차 독대’는 실제 드루킹과 일당들, 김 지사 모두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다. 드루킹과 김 지사는 모두 ‘짧은 독대’만 있었다고 증언했다. ‘2차 독대’는 구글 타임라인이 드러나면서 빈 시간에 특검이 만들어 넣은 내용이다.

 

브리핑(1시간)과 기타 시간을 빼면 약 40분의 시간이 남는다. 이 시간을 특검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2차 독대로 맞춰 넣었고, 변호인 측은 회원들과 김 지사의 저녁 식사로 채워 넣었다.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을까? 

 

그때 닭갈비집 영수증과 사장이 나온다. 닭갈비집 영수증과 가게 사장은 그날 드루킹 일당이 사무실에서 저녁에 닭갈비를 배달해 먹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다. 김 지사 변호인의 주장과 일치했다. 특검의 주장에 ‘식사’한 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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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민중의소리> 링크

 

가게 사장은 “경공모가 15인분을 주문했으나 이분들이 자주 닭갈비를 시키는 VIP 회원이라 23인분을 포장해드렸다”고 구체적인 증언을 했다. 식사를 하지 않은 김 지사가 사무실에서 회원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드루킹 일당과 특검은 당시 행적을 설명하는데 많은 오류를 드러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것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4. 디지털에 답이 있다?

 

2심 재판을 이끌었던 함상훈 재판장은 “사람의 말은 다 허공에 흩어지지만, 시대가 많이 변해 디지털 증거가 남는다”는 시적인 표현으로 드루킹 일당이나 특검의 허술한 진술보다 디지털 증거에 방점을 찍겠다고 것을 분명히 했다. 디지털 증거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록이니 진술보다 정확하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재판에서 디지털 증거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진 것이고, 재판의 핵심은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지사와의 공모 관계이다. 

 

디지털 증거들은 어떻게 나왔을까. 

 

 

5. 공모 : 시연회가 있었다?

 

특검과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를 위한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고 했다. 김 지사와 변호인 측은 애초에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맞섰다. 서로의 말이 다른 상황. 

 

디지털 증거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재판부는 김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한 날(2016년 11월 9일) 8시 7분부터 23분까지 약 16분 동안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고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시간을 구체적으로 딱 찍었다 보니 뭔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재판부는 어떻게 해서 이 판단을 내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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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을 이끌었던 함상훈 재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일단 개발자가 상세하게 정리한 ‘개발 일지’에 김 지사가 사무실에 방문한 날짜는 보이지 않는다. 개발 일지를 바탕으로 개발 내역을 아무리 살펴봐도 김 지사 방문에 맞춘 이벤트는 보이지 않는다.

 

특검과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킹크랩으로 접속된 네이버 로그값이다. 킹크랩을 구동하면 네이버에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용으로 쓰인 아이디가 네이버에 접속된 시간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2016년 11월 4일 ~ 6일 : 네이버 아이디 1개로만 킹크랩 테스트가 이뤄짐 

11월 6일 ~ 10일 새벽 : 아이디 3개를 돌려가며 테스트가 이뤄짐 

11월 11일 밤 ~ 12일 새벽 : 아이디 1개로만 테스트가 이뤄짐 

 

고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기존과 다른 형태의 테스트’가 이뤄진 것은, 11월 9일 김 지사의 방문에 맞춰 시연용 프로토타입 개발판이고, 이것이 11월 9일 저녁 8시 7분부터 23분까지 김 지사를 대상으로 시연이 이뤄졌다는 증거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의 핵심이다. 특검과 재판부는 김경수에게 보여줄 것이 아니라면, 왜 굳이 무리해서 갑자기 아이디 3개를 돌리는 테스트를 하냐는 것이다.

 

이 재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판단이 바로 이렇게 이뤄졌다. 추측에 의한 판단이다. 당연히 이것은 너무나 쉽게 반박이 가능하다. 마침 아이디 3개를 돌리며 킹크랩 테스트를 하던 시간에 김 지사는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기 때문에 우연히 그 시점이 겹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재판 과정 막판에 ‘더미데이터’라는 것이 논점이 되었다. 더미데이터란 테스트를 위해 임시로 만든 가상데이터이다.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실전과 같은 데이터를 가져와서 실전처럼 돌려보는 것이다. 드루킹 일당의 컴퓨터에서는 킹크랩 개발용으로 보이는 ‘더미데이터_1030. 더미데이터_1112, 더미데이터_1119’가 발견되었다. 

 

데이터명에 적힌 숫자는 2016년도 당시 날짜로 보인다. 아마 더미데이터 날짜에 따라 프로그램이 단계적으로 개발되고 있었고, 재판부는 더미데이터가 10월 30일에서 11월 12일까지 중간 기간이 긴 이유는 김 지사 시연용 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해야 하므로 11월 12일에야 다음 단계 더미데이터 파일이 나온다고 판단했다.

 

이 역시 지나친 추측에 불과하다. 김 지사 방문과 무관한 개발계획이라고 그냥 반박하면 대꾸하기 힘들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추측에 의한 판단을 내리면서도 ‘통상적으로, 일반적으로’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했다. 누가 봐도 재판부는 IT전문가가 아니고, 이런 ‘댓글 사건’은 자주 있는 재판도 아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전문가의 감정조차 없이 이러한 것들이 ‘일반적이고 통상적으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판단을 내렸다.

 

 

6. 공모 : 묵시적 지시의 근거는?

 

아무튼, 재판부는 디지털 자료를 멋대로 해석, 11월 9일 시연회가 있었다고 판단 내렸다. 백번 양보해서 그걸 봤다고 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공모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김 지사가 ‘지시’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 

 

드루킹 일당이 주장한 ‘시연을 마치고 나서 김경수가 허락해 달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진술은 재판부도 믿기 힘들다고 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뭘 믿고 김경수가 공모했다고 한 걸까? 

 

바로 ‘악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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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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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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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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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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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수' 말이다.

 

“김 지사가 드루킹과 시연회를 하고 나서 회원들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 돌아갔다”는 진술이 받아들여졌다. 돌아갈 때 회원들과 악수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한 사실이다. 악수를 통해 킹크랩의 개발과 운용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정치인이 하루에도 수없이 하는 악수가 김 지사에게는 범죄 공모자가 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2심 재판부에서 11월 9일 사무실 방문에서 인정된 사실은 킹크랩 브리핑-킹크랩 시연회-악수 이것뿐이다. 나머지 여러 진술이나 특검의 주장은 배척당했을 뿐 아니라 앞서 말했듯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것 외에도 드루킹과 김경수가 공모했다는 증거가 또 있다고 했다. 

 

‘정보 보고’다. 

 

 

7. 공모 : 정보 보고의 실체는?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한 또 하나의 정황으로 온라인 정보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은 점을 들었다. 도대체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어떤 정보 보고를 했던 것일까?

 

정보 보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2017년 3월 9일 온라인 정보 보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을 하루 앞두고 성남 서울공항 상공에 대통령 전용기인 보잉 747-400이 비행중인 것이 목격, 촬영되어 유튜브에 올라옴. 지난 4달 동안 보이지 않던 기종인 대통령 전용기가 성남공항 상공에서 운용중인 것은 대통령의 외유 준비 이외에는 생각하기 어려움. 고로 청와대는 탄핵인용 직전 하야와 동시에 해외출국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온라인에서 번지고 있음. 

 

2017년 6월 22일 온라인 정보 보고

 

최근 일본의 기업가들과 동남아의 주요 화상들 사이에서 올 연말께 대규모의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음. **일보 계열인 **컴퍼니(**일보 사위회사)는 최근 ##양회와 3개의 시멘트 관련 업체들을 모두 매입하였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남북통일이 되면 시멘트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해서라고 이야기 함. 

 

안철수 측 온라인 조직이 대선 당시 기사의 베플을 조작, 수정하는 등 ‘과거사 지우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기에는 매우 조급한 행보를 보임. 안철수 측은 1년 후 지방선거까지 추가적인 정치적 변화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음. 

 

이재명의 오빛나(오렌지빛 나비혁명) 활동은 비교적 잠잠한 편. 100명의 예전 민노당원을 끌어들여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구축한다는 계획. 

 


 

 

이런 수준의 정보 보고다. 그냥 찌라시다. 

 

사실 생각해보면 드루킹 일당이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한 이유도, 2018년 초 일본이 침몰하니까 자기들이 피난민을 수용하고, 남부 간척권에 줄을 대서 개성공단을 치외법권적인 특별구역으로 만들고, 이주 비용이나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들을 자신들의 자금원으로 쓰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에서 시작됐다. 

 

경향신문.PNG

출처-<경향신문> 링크

 

따라서 그 정보 보고의 수준이야 뻔한 것이다. 그런 정보에다가 자신들의 활동을 첨부해 김 지사에게 보냈다. 당연히 김 지사는 그것을 읽었는지도 분명치 않고, 대꾸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정보 보고 50건을 받는 동안 김 지사는 2017년 7월 21일,

 

“고맙습니다^^”

 

라고 딱 1번 대꾸했을 따름이다. 

 

이 외에도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매일 댓글 작업한(공감, 비공감 클릭) 기사 목록을 아래처럼 양식을 만들어 보냈다. 

 

번호: 148/ 날짜:3월4일 / 비고: 선플선점

제목: [종합] “미, 중 이익 해치면 가만 안 있어... 양국 북경서 곧 철강회의

URL: (구글 단축 주소)

 

이런 목록 300개~500개를 매일 메시지 3~4건으로 나눠 보냈다. 상당히 공을 들였지만 김 지사는 역시 거의 대꾸가 없었다. 정말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 ‘읽음’ 처리만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정보 보고를 드루킹과 김경수 공모의 핵심 근거로 보았다. 재판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드루킹이 보낸 정보 보고를 믿고 불법 댓글 작업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과연 위의 내용이 정상적인 상식을 사람이 신뢰할 만한 내용인지 의문스럽다. 

 

암튼 이런 식으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보낸 메시지는 무려 8만 건에 달한다. 김 지사는 정보 보고에 딱 1번 대꾸를 했고, 2016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10월 2일까지 근 1년 동안 딱 7차례 인터넷 뉴스 링크를 드루킹에게 보냈다. 한 달에 한 번도 되지 않는 빈도다.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온 문자에 ‘알겠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드루킹은 이것을 작업 지시로 이해했다고 주장했고, 김 지사는 선플 운동을 한다기에 보낸 것이라고 했다. 

 

2017년 4월 29일이 김 지사가 뉴스 링크를 보냈던 날 중 하나인데, 문자를 받고 드루킹은 역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했다. 9분 후, 김 지사는 “원래 네이버 댓글은 이런 반응들인가요?”라고 했다. 기사 댓글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에게 양대 포털 중 네이버는 과거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비판적이었고, Daum은 그나마 온건한 편이라는 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드루킹과 공모해 온라인 여론 동향을 수없이 보고 받았다는 김 지사가 이런 상식적인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가 평소 온라인 댓글 여론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경수66666.jpg

 

 

8. 공모 : 재판부가 김경수와 드루킹을 특수한 관계로 본 다른 근거?

 

특검은 극우 매체들 사이에서 드루킹과 김 지사, 더 나아가 문 대통령까지 엮기 위해 ‘드루킹이 준 경제민주화 문건이 2017년 1월 10일 발표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재벌개혁 기조연설에도 쓰였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재판부는 드루킹이 준 경제민주화 문건과 당시 문 후보가 발표한 내용에 “소액주주 권한 강화, 전자 투표제 시행, 국민연금관리공단 보유 주식 의결권 사용” 등 유사한 단어가 사용되었고, 이는 드루킹과 김 지사가 ‘특수한 관계’라고 판단하는 근거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다르다. 

 

일단 어차피 재벌개혁이 주제라면 위에서 언급한 저런 키워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향은 전혀 다르다. 드루킹과 경공모는 아래와 같은 안을 김 지사에게 줬다.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준 재벌개혁 안

 

문재인 정부 출범 즉시 공동체가 1개 재벌 주식을 매입해 10월까지 오너를 교체하는 재벌 개혁을 하고, 2018년 3월에는 1위부터 20위권 중 삼성, SK, 현대중공업 등 3~5개의 재벌 오너를 교체하는 경제 민주화를 한다. 

 

방법은 경공모와 같은 공동체가 주주로 제안하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적극 행사와 재벌 지배 구조 개혁에 찬성하는 외국계가 연합해서 진행한다. 10월까지는 대림과 같은 단수 재벌 오너를 교체하여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언론,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많은 수의 주주를 동참시킬 수 있음.

 

문재인 기조연설.PNG

 

반면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당시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재벌 개혁을 위해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집중 투표제와 전자 투표, 서면 투표를 도입하겠다. 재벌 총수가 회사에 피해를 주거나 사익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나면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겠다.”

 

사람들의 돈을 끌어 모아 재벌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국민연금이 가진 지분과 합쳐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드루킹의 안과 총수 일가의 사적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당시 문 후보의 재벌개혁 기조연설 내용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다. 

 

결국 드루킹의 꿈같은 주장은 문재인 후보의 재벌개혁안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재판부는 이 차이를 상세하게 짚어보지는 않은 듯하다.

 

이렇게 드루킹의 정보 보고와 김 지사의 대응 그리고 드러난 사실을 살펴볼 때, 정보 보고는 둘의 관계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아무리 좋게 쳐봐야 일방적인 구애와 마지못해 하는 심드렁한 대꾸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인 듯하다.

 

 

9. 공모 : 역작업

 

백번 양보해서 앞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모두 맞다고 치더라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엄청난 게 하나 있다. 아마 후세의 역사가들에게 이 사건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때,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될 부분일 것이다. 재판부가 붙인 이름 ‘역작업’. 바로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 작업을 드루킹 일당이 한 것이다. 

 

역작업은 드루킹-김 지사의 관계가 끊어지는 과정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100가지 넘는다 뉴시스.PNG

출처-<뉴시스>

 

2017년 1월 10일 “안철수가 ‘문재인 이길 이유 100가지 넘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백 가지가 아니라 천 가지도 넘는다~ 비교 불가! 안철수 파이팅~!”이라는 댓글에 공감(좋아요) 작업을 했고, 2017년 3월 12일 “문, 한국형 뉴딜 제안...재원 조달 자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댓글이 달리자 이에 비공감(싫어요) 작업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전후에 드루킹 일당은 여러 차례 역작업을 한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재판부도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역작업을 뺀 나머지 작업만을 공모한 것으로 봤다. 

 

문제는 역작업의 분량이다. 역작업이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실수나 변덕으로 된 게 아니다. 변호인은 역작업이 30%에 이른다고 봤고, 재판부도 25%에 달한다고 봤다. 수치야 얼마든 간에 역작업 또한 체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정말 드루킹과 김 지사가 공모 관계라면 여기에 대해 어떤 양해가 있어야 한다.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 적당히 양념 치는 거니까 양해해 달라고 하거나, 실수로 그랬는데 양해해 달라거나. 하지만 그런 정황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공소사실에서 역작업 분량을 빼버리고, 나머지만 공모라고 판결을 내릴 따름이었다.

 

드루킹 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한 25~30%에 달하는 역작업. 과연 후세의 사가들은 이 둘의 관계를 정말 공모라고 생각할까?

 

김경수 드루킹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10. 결론 : 만들어진 판결

 

재판부는 성실하게 사건을 다뤘다. 판결문을 매우 꼼꼼하게 기술해 놓았다. 김경수 지사 역시 꼬박꼬박 성실하게 재판에 임했다. 하지만 IT사건 재판임에도 변호인단이 요구한 IT전문가의 감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통상적으로’라는 단어를 쓰며 마치 이런 류의 사건에 대해 잘 아는 척 판결문을 기술했다. 더 재미난 것은 그래놓고서도 ‘~으로 보인다’라는 추정하는 판단을 수없이 썼다.

 

아마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의 엉터리 진술을 상당수 배척한 것만으로도 ‘형평의 저울’을 맞췄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엉터리 진술을 배척하다가도 자신들에게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만은 또 취사선택했다. “사람의 말은 다 허공에 흩어진다”는 표현을 쓰면서도 말이다.

 

메시지나 정보 보고, 로그 기록 등 디지털 증거에 대해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봤지만, 재판부는 그 디지털 자료들이 가리키는 맥락을 판별할 능력이 없어 보였다. 드루킹이 보낸 말도 안 되는 찌라시 수준의 정보 보고를 덮어놓고 김 지사가 믿고 신뢰했다고 판단하고, 반면 누가 봐도 이상한 역작업에 대해서는 무어라 판단하지 않았다. 

 

하도 메시지가 날아오니 가끔 어쩔 수 없이 방에 들어가 읽음 처리한 것이 지속적인 공모 관계가 되어 버리고, 누가 봐도 김 지사의 방문과 무관해 보이는 킹크랩 개발 일정도 연관된 것이라 끼워 맞췄다. 

 

어디선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렇지.. 

 

과거 온라인에 유행한 최고/최악의 상사 유형이 있었다. 

 

상사 유형 4가지.jpg

 

필자가 보기에 이 사건 재판부는 ‘멍부’ 유형에 가까워 보인다. 멍부 유형의 상사들은 자신이 열심히 하기 때문에 스스로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소한 IT용어를 헤집어가며, 몇몇 허위 진술까지 잡아낸 그들 스스로에게는 대단한 판결이었다며 격려의 잔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11. 에필로그 : 나라면, 당신이라면?

 

필자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그리고 이 글의 핵심 소스가 된 양지열 변호사의 <김경수 댓글 조작, 뒤집힌 진실>도 마찬가지일 게다).

 

“과연 당신이라면 피할 수 있을까?”

 

김경수 연합뉴스 마지막.jpg

 

세상에 갈등이라는 게, 일방적인 것이 거의 없다. 이 사람 말을 들어보면 이 사람이 옳고, 저 사람 말을 들어보면 저 사람이 옳다. 그렇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 전에 주장에 합당한 근거를 들었는지 오류를 잡아내고, 자꾸 남을 속이려는 이들의 말은 배척하고, 잘 모르면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팩트가 있다고 해도 그 이면의 맥락도 짚어보면서 판단을 내리려 애써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가 어떤 이유로 영향력이나 권위를 갖춘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나를 따라다니며 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충성을 맹세한다. 나는 귀찮지만 웃는 얼굴로 그저 고맙다고 받아준다. 그런데 그들이 뭔가 나쁜 짓을 하다 걸렸다. 그때 그들이 ‘우리는 힘이 없고, 저 사람이 다 시켜서 한 짓이다’라고 했을 때, 나는 피해 갈 수 있을까? 

 

그들이 일방적으로 보낸 메시지, 일방적으로 보낸 나는 관심도 없는 문건들, 수도 없이 이어지는 만나자는 부탁. 이것을 모두 외면하지 못하고 몇 번 받아줬을 때, 김경수 재판부의 눈으로 보면 나는 그들과 무관한 사람일까? 그 덫에 걸리면 필자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벗어날 수 있을까?

 

김경수 재판을 우리가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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