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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인세 전쟁

 

2022년 한 해는 저물어 가는데 새해 예산안은 여전히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치도 이동하지 못하고 있는 여야의 예산안 대치 전선 한복판에 ‘법인세’가 있다. 기업이 내는 소득세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편한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깎아주자는 쪽이 정부와 여당의 주장, 그럴 수 없다는 쪽이 야당의 주장이다. 

 

알다시피 개인의 소득세는 소득 구간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많이 벌면 세율도 높아진다. 법인세도 마찬가지여서 사업 연도 이익이 2억 이하면 이익의 10%를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최고 세율 구간의 경우, 이익의 25%를 법인세로 내야한다. 법인세 최고 세율 구간의 과세 표준은 3000억 원으로 한 해 동안 낸 이익의 규모가 이를 넘어야 여기에 해당된다.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법인세 최고 세율 구간을 달성한 법인은 103개로, 법인세 신고 대상 법인 90만 개중 상위 0.01%다.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은 120조 원이 넘고, 24조 7천 억을 세금으로 냈다. 전체 법인세의 약 41%나 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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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선진국 법인세 어쩌구 할 거면

선진국 법인세 인하 이후의 보고서도 같이 들고와...

 

정부와 여당은 무조건 3%를 깎아줘야 한단다. 윤석열 대통령,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우택 국회 부의장 등 높은 자리 차지한 분덜이 하루가 멀다하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 되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가 경제의 활력이 생기는 것은 물론 소액주주와 노동자, 협력 업체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간단다. 

 

민주당은 절대로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 ‘상위 0.01% 초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최고 세율 인하를 왜 당장 해야하느냐’가 반대의 골자다. 법인세 인하와 경제 성장의 상관 관계에 대한 이견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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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이 드는 건 최근 영국의 사례를 봤기 때문일까... 

아 근데 영국은 총리라도 바꼈는데?!

 

이와중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서서 ‘1% 인하’ 중재안을 던졌으나 실패했다. 민주당은 고심 끝에 받았고 국민의힘도 처음에는 딱히 싫지 않은 눈치였지만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다녀오더니 ‘안댐’하고 돌아서버린 것. 아직까지 뚜렷은 커녕 흐릿한 타협점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 때리는 정부, 맞고도 얌전한 언론

 

대통령실은 여전히 언론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MBC 한 놈만 참 열심히도 팼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나가서 한 말을 지들 멋대로 왜곡해서 자막으로 썼다며 아주 나라를 파탄지경으로 빠뜨린 반국가 단체 취급을 했다. 다음 순방 때 비행기 안 태워준 걸 헌법적 조치라고 하니 MBC는 반헌법적 이적단체란 말인가.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선 대통령께 감히 질문을 던진 무례한 기자놈 또한 MBC 소속이었으니 말 다했다.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해주신 도어스테핑까지 MBC 때문에 중단되고야 만 사태. 그렇게 정부, 여당, 극우단체가 합심해서 계속 두들겼다. 여당 국회의원 한 분은 ‘삼성은 저놈 광고 주지 말어라’는 말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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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대놓고 해서 신선한 경지...  

 

그렇게 MBC가 두들겨 맞는 동안 다른 언론사들은 신기할 정도로 입을 꾹 다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뉘집 언론사 대문만 흔들어제껴도 벌떼같이 달려들어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자기집 대문까지 뜯어다 방패로 세울 것처럼 하던 그분들이 어찌된 일인가.

 

피떡이 되도록 맞는 MBC를 대신해 다른 언론사들이 물어줄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통령 발언 왜곡 보도(라고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문제의 해법은 ‘천공과 건진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답하시오’처럼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 ‘그날 무슨 발언을 하신 건지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해주십시오’라고 묻고 대통령이 대답해주면 끝날 일이었다. 그게 아니면 적어도 ‘자막 받아 쓴 언론사 보도가 수백 개인데 왜 콕 짚어 MBC만 줘패시나요?’라고 물어줬어야 했다. 도어스테핑 난동(이라고 주장하는) 건도 그렇다. 어째서 당시 그 누구도 ‘기자가 질문도 못하면 저희는 여기 뭐하러 서 있습니까?’라고 묻지 않았는가.

 

MBC가 떡실신되자 대한민국 유수의 언론은 더욱‘입꾹닫’했다. 한 놈만 잡고 조지면 나머지는 알아서 조용해진다는 세상사 이치가 언론이라고 다를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러던 중 눈치없는 YTN 이 사고를 쳤다. 대통령실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손 좀 봐주려고 주먹을 꽉 쥐었는데 제대로 패기도 전에 YTN이 냅다 무릎을 꿇어버렸다.

 

 

3. 이익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법인세 인하의 경제적 효용에 대한 논쟁? 전세계 무대에서 방귀 좀 뀐다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논쟁중인 주제다.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심플하게, 법인세를 3% 인하하면 누가 직접적인 이익을 보는가. 위에서 이미 말했다. 상위 0.01% 초대기업이 큰 이익을 본다. 지난해 기준 10대 재벌 합산 4조 106억이다. 누구 눈에는 꼴랑 3% 일지 몰라도 4조는 4조다. 그 돈으로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투자를 하든 사람을 뽑든 금고에 처박아두든 그건 다음 일이고 본인들 맘이다. 우예뜬 정부와 여당은 초대기업에게 이익을 제공하고자 한다.

 

언론의 이익은 결국 밥줄이다. 2019년 기준 종이신문 매출액의 67.3%가 광고수입이었다. 특히 경제일간지는 매출의 80.8%가 광고수입이었다. 언론사 이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광고가 차지한다. 광고비는 누가 쓰나. 절대적인 비중을 기업이 쓴다. 기업이 쓰는 광고비의 절대적인 비중을 "0.01%의 초대기업"이 차지한다. 고로 언론 이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0.01% 초대기업"이 제공한다. 

 

정부와 여당의 직접적인 이익은 선거의 승리다. 여기에 언론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인 편들기, 고분고분 말 잘 듣기, 듣기 싫은 소리 안 하기, 그리고 묻지 않기다. 언론의 사명과는 딱 정반대의 길을 걸어야 정권에 직접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데 아주 잘 해내는 중이다. 

 

정리해보자. 정부와 여당이 제공하는 법인세 인하의 이익은 고스란히 초대기업으로 돌아간다. 이들이 주는 광고비로 먹고 사는 언론은 초대기업의 이익에 공헌하는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기꺼이 본분을 망각한다. 법인세 인하와 언론 길들이기를 둘러싼 완벽한 쓰리섬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도 명분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법인세 인하를 하자면서 소액주주와 노동자의 이익을 꺼내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 대한민국 시총 상위 기업 배당율 평균이 얼마나 처참한지,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마다 기업이 주는 광고비로 먹고 사는 언론들이 무슨 악다구니를 썼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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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MBC 응원의 의미로

오늘 짤은 MBC 거 많이 쓰니 이해바람  

 

지난해 120조를 벌어들인 초대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내년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벌써부터 감원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만 되어도 몸집을 줄이는데, 세금 3% 깎아준다고 고용을 늘릴 거라 설득하는 순진함은 야비하다. 

 

이익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명분은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가장 애용되는 명분은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