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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근육병아리는

 

요리에 관한 어떤 정식 교육도 받은 적 없으며

 

 오직 유튜브와 만화책으로만 수련 중인

야매 수산인으로,

 

 기사에 담긴 그 어떤 레시피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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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프레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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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노량진 절대 아이템을 얻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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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화로 말할 것 같으면,

 

에어조던급 쿠션을 자랑하는 미친 착용감, 한 방울의 물도 침투를 허락하지 않는 철통같은 기능성,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엣지, 노량진 수산인들의 긍지를 표상하는 울트라 기능성 패션 남반장화다.

 

이 아이템이 절대 장화인 이유는 또 따로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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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시장을 돌아다니면, 노량진 수산업 종사자 아니면 최소 장 보러 나온 업장 셰프라는 노량지앵의 표식이 된다. 요즘 노량진에서 뜨내기라고 가격을 더 부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적어도 장화 신은 자에겐 엉터리 물건을 꺼내지 않는다. 선수끼리 서로 시간만 낭비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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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졸라 미친 듯이 갖고 싶었지만, 아직 나는 마패를 차고 다닐만한 내공은 아니지 않나라는 냉정한 자기인식으로 현질을 간신히 꾹 참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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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골룸과도 같은 욕망을 알아차린 한 중도매인 동생이 선물해 주었다.

 

"형 겨울에 그렇게 발에 바닷물 적셔서 다니면 동상 걸려요..."

 

겨울 노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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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타. 노량진에 겨울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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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면 역시 도루묵. 맞다. '말짱 도루묵'의 그 도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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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의 원래 이름은 '목어'였다. 이름에 나무 목 자와 눈 목자를 병용해서 썼는데, 나뭇결(木)처럼 촘촘한 빗살 무늬가 껍질에 훤히 비쳐 보인다(目)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목어가 도루묵이 된 사연은 제법 유명하다. 한 왕이 피난 중에, 어렵사리 구해 수라에 오른 목어를 먹고서는,

 

" 야 이거 맛이 아주 기똥차구나. 요 생선 이름이 무엇인고?"

 

"목어라 하옵니다."

 

"진귀한 맛에 비해 소박한 이름을 가졌구나. 내 친히 이 녀석에게 새 이름을 내리겠노라."

 

하여, '은어'가 되었다는 썰.

 

여기서 '은'은 성은이 망극할 때 쓰는 '恩'이 아니라 배와 옆구리에 은빛이 흐른다 하여 '銀'魚 다. 왕께서 맛에 흥분한 것에 비하여 이름은 좀 1차원적으로 붙이신 경향이 있는 듯. '맛이 너무 좋아 지릴 뻔한 물고기'란 의미로 '대존마탱어(大尊痲撑魚)' 요 정도는 하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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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전령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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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널려있는 굴더미들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새 시즌에 접어들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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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실하고 박스에 코를 박지 않아도 상쾌한 냄새가 올라오는 게 보나 마나 꿀맛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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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기름을 잔뜩 쟁여 올라온 겨울 생선들. 체감온도가 영하로 곤두박질치지만, 겨울은 노량진이 가장 활기찬 계절이다. 녹지 않는 얼음이 버스럭 거리는 소리와, 실한 물건을 두고 경쟁하는 소리가 장내에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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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척하고 있는 낙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게, 듬성듬성 썰어서 매콤하게 볶으면 그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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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류 섹션도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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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탈각한 특 에이급 사이즈 키조개 관자. 요런 게 보이면 가격이고 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사고 봐야 한다. 이런 실한 관자는 무슨 짓을 해서 먹어도 몹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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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는 대강 봤으니, 활어 구경을 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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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와 선어와의 경계는 한 끗이지만, 가격의 낙차는 가파르다. 특히 방어같이 몸에 피가 많은 대형 생선은 숨이 떨어져 몸 안에 피가 배면 횟감으로서는 가치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물론 숨이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개체라서 바로 피를 빼면 큰 하자가 없다. 하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선 생선이 언제 죽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숨 떨어진 방어를 매입하는 건 위험한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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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경매 그 순간까지 박스에 깨끗한 해수를 채워 끝까지 방어의 숨을 붙여놓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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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금단의 구역이었던 물바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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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빠숑 절대 장화를 신은 나에겐 이제 노량진에 못 갈 곳은 없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노량지앵으로 진입을 허락 받은 것. 가슴이 대방어마냥 웅장해진다.

 

다금바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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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지는 기분을 안고, 지하 작업실 입장. 활어를 구경만 하고 내려온 건, 며칠 전에 좋은 횟감이 입고되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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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슨 바로 이 분. 능성어.

 

보자마자 '어?' 하는 분들 꽤 있으실 거다.

 

 

맞다. 바리바리 양세바리 에브리바리 쉑더바리 렛츠고바리 컴온바리 제주도엔 다금바리의 친척이다. 능성어와 제주 다금바리는 같은 농어목 바리과로 생김새도 비슷하다. 때문에, 초고급 횟감인 다금바리와 섞여 간혹 대형 눈탱이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녀석. 그런데 더 골때리는 건, 제주 다금바리도 사실 진짜 '다금바리'가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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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비싼 돈 주고 전설의 다금바리를 맛있게 먹고 왔던 추억이 스쳐 지나가면서 명치가 먹먹해져 온다면, 심호흡을 두 번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보자. 아직 빡치긴 이르다. 인스타와 유튜브로 손님상이 생중계되는 요즘 세상에, 대형 밑장을 빼면서 뒤통수를 후갈기는 간 큰 업장이 많지 않을 것. 여기엔 어류의 명칭에 관한 사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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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단, 이게 문제의 '진짜' 다금바리다. 1m 남짓 자라고, 모래 섞인 암초지대에서 산다. 제주를 포함한 남해, 일본 남부 필리핀 등에 분포하는데, 한국에서 어획되는 개체 수는 극히 적다. 없다시피 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이 녀석을 '진짜' 다금바리라고 말하는 건 도감상의 표준명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도 농어목 바리과 이긴 하지만 얼핏 봐도 위의 수조 속 능성어와 다르게 생겼다. 일반적인 바리과 애들보다 생김새가 농어랑 더 비슷. 그래서 바다 사람들에게는 '뻘농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농어처럼 생긴 게 모랫바닥에 사니, 사실 표준명보다 그게 더 어울리는 이름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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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을 주목하시라. 수조 안의 능성어와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다. 이 녀석의 표준 명칭은 자바리다. 다금바리, 능성어와 같은 농어목 바리과 집안 출신이다. 성어는 60cm 가량이며, 연안의 바위 지역에 서식하는 야행성 어종.

 

여기서 이제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는데, 제주도에선 예로부터 이 녀석을 '다금바리'라고 불러왔다. 그러니까, 제주 사람들 입장에서는 원래부터 '다금바리'라고 불러왔던 것을 '다금바리'라고 파는데 왜 '자바리'를 가져다가 속여파는가라고 따지고 들면 꽤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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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란에 관하여, 어류 콘텐츠계의 단군할배 '입질의추억'좌는 이렇게 분석한다.

 

일제강점기, 혹은 그 이전(조선후기)부터 제주도에서는 자바리를 다금바리라고 불러왔던 건데 어찌 된 연유로 다시 자바리가 된 것일까?

 

이건 당시 어류에 이름을 붙이고 도감을 편찬한 학자들만 알고 있다. 당시 학자들은 다금바리가 아닌 자바리란 이름을 지으면서 제주도민들이 부르던 다금바리는 엉뚱하게도 'Niphon spinosus'라는 농어목 농어과 어류에 붙였다. 그런데 이 어류는 생김새가 꼭 농어를 닮아서 한국에서는 뻘농어라고도 불린다.

 

한국의 바닷물고기 어류도감이 일제감점기를 거친 이후 편찬되었다는 것도 석연찮지만, 어느 학자도 이부분에 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농어목 농어과였던 표준명 '다금바리(Niphon spinosus)'를 농어목 바리과로 편입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즉 다금바리와 자바리는 모두 농어목 바리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제주도에서는 여전히 자바리를 다금바리라고 불렀고, 한국의 언론도 그렇게 불렀다. 따라서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를 먹었다'고 말한들 그걸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류칼럼니스트 김지민, <제주 다금바리는 진짜 다름바리가 아니다?>(출처)

 

그런데 문제는 자바리마저도 굉장히 비싸고 진귀한 생선이라는 것이다. 전설의 횟감 '다금바리'라는 프리미엄에 따른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적은 양이 조업되어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자바리'를 '다금바리'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은 관습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단가가 다른 어종을 자바리 가격으로 파는 업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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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부족한 공급 때문에 레알 진퉁 자연산 자바리를 취급하는 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마저도 산지인 제주에 한정적. 대부분 업장에서 취급하는 농어목 바리과 생선은 '구문쟁이'라고 불리는 능성어다. 양식이 활성화되어 상대적으로 공급이 좋은 것이지, 능성어도 돌돔 못지않은 몸값을 자랑하는 노량진 탑티어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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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서 기분 좋게 다금바리 한 접시 때릴 때 때리더라도, 구매 전에 위의 대략적인 가격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메뉴를 고르도록 해보자. 친애하는 <방구석 오마카세> 독자 여러분이 어디 가서 눈탱이 맞고 그르믄 나는 너무 속상하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했다면, 찬란한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음미하기에 능성어도 전혀 손색없는 출중한 횟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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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숙성까지 완벽하게 진행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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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원효대사 해골물 뚝배기 깨는 미친 감칠맛이 폭발하는 거다.

 

말짱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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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 손질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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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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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은 비린내가 전혀 없는 깔끔한 생선이다. 내장마저도 쓴맛이 거의 없어 싱싱한 녀석들이라면 통째로 조리하는 게 그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제철 알이 꽉 찬 도루묵은 구워도 맛있고 지져도 맛있고 졸여도 맛있고 무슨 짓을 해도 맛있지만, 찬바람이 서늘하게 두 뺨을 스치는 계절엔 역시 찌개가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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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수라에는 도루묵이 어떤 형태로 조리되어 올랐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밝힌 문헌은 찾지 못했으나, 맛있게 드신 게 확실하다면 겨울철에 만든 음식이었을 것이다. 도루묵은 강원도 이북 지역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한류성 어종인데, 평소엔 100m~400m 아래의 모래층에서 서식하다가 11월~12월 산란기가 되면 알을 가득 품고 해안가로 나온다.

 

피난 중에 도루묵을 맛보고 반했다가 나중에 실망하여 '도로 목어로 해라!'라고 했던 태세 전환 왕은 조선의 14대 왕 선조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도루묵을 처음으로 문헌에 등장시킨 조선의 맛칼럼니스트 허균 형님의 포스팅을 보자.

 

<은어銀魚>는 동해에서 난다. 처음 이름은 <목어木魚>였는데 전 왕조에서 그것을 좋아하는 임금이 계서서 은어라고 고쳐 불렀고, 많이 드셔 싫증나자, 다시 고쳐 <환목어還木魚>라고 불렀다.

 

허균 <도문대작>

 

1569년생인 허균 선생이 1552년생인 선조보다 17살이나 후배고, <도문대작>이 임진왜란 이후에 출판되었으므로 썰 생성 시점에는 오류는 없다. 하지만 동시대를 같이 살았던 왕을 굳이 '전 왕조'라고 아련하게 표현한 것은 어딘가 좀 어색하고, 뭣보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밈이 고작 10년 만에 팔도 백성이 다 아는 구전설화로 안착했다는 건 좀 많이 석연치 않다. 인스타그램 같은 게 있었던 때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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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선 중기에 대사헌과 형조 예조 판서를 지낸 이식 선생이 지은 <환목어>라는 시의 구절을 함 살펴보자.

 

國君昔播越 예전에 임금님이 난리를 피해 오시어 

 

艱荒此海陲 황량한 이 해변에서 힘들어 하실 때 

 

目也適登盤 때마침 잡힌 목어를 수라상에 올려서

 

頓頓療晚飢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 드렸더니

 

勅賜銀魚號 특별히 은어라는 이름까지 내리시며 

 

永充壤奠儀 오래 진상하도록 당부까지 하였어라   

 

金輿旣旋反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玉饌競珍脂 수라상 진수성찬들 제 맛을 뽐낼 적에

  

嗟汝廁其間 가련한 목어 역시 그 사이에 끼었건만  

 

詎敢當一匙 한 젓가락 맛보는 은총마저 받지 못해 

 

削號還爲目 은어란 이름 빼앗기고 도로 목어 되니 

 

斯須忽如遺 한 순식간 버려진 몸 푸대접 받았어라  

 

2행의 '황량한 이 해변'이란 이식 본인이 군수로 지냈었던 간성을 의미한다. 간성은 강원도 고성군의 옛 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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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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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이 임진왜란 선조의 피난경로 (링크)

 

선조는 강원도로 피난 간 적이 없다.

 

이건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다. 왜놈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데, 이동이 용이한 들판으로 토껴야지, 험준한 대관령을 어느 세월에 넘고 있겠나. 엄홍길 대장도 아니고.

 

더구나, 한반도 서쪽으로 치우친 선조의 피난 경로엔 도루묵 산지가 없다. 도루묵 설화에 나온 임금이 선조일 유일한 가능성은, 어느 충신이 강원도에서 잡아 염장한 도루묵을 가지고 기어이 백두대간을 넘어 피난 가는 선조에게 진상하는 것인데, 임진왜란 때 선조의 의주 파천 상황을 고려해 보면 그 또한 매우 희박한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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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학자가 도루묵 설화의 주인에 대한 신박하고도 신빙성 있는 설을 제기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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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

 

김양섭 선생님이 논문에서 밝힌 근거는 다음과 같다.

 

1)태조가 정종에게 양위하고 함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한양으로 환궁한 사실이 이식의 <환목어> 내용과 일치힌다.

 

2)이성계가 함흥에서 즐겨 먹었던 도루묵은 '은어'란 이름으로 조선의 종묘 행사에 올랐으며, 문서에도 '은어'로 기록되어있다.

 

3) 사건 장소 였을 함흥에서는 함경도 다른 지방과 달리 도루묵을 '은어'로 부른다.

 

그런데 이 주장이 성립하는 데에 한 가지 충돌이 생긴다. 승정원일기의 고종 때 기록을 보면, 종묘 행사에 여전히 도루묵은 '은어'라는 이름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조선 건국왕이 도로 목어해라!! 했는데도 후손들이 쌩깠다는 말.

 

김양섭 선생은 그 해답을 조선 전기의 정치적 상황에서 찾는다.

 

이성계의 세력 근거지였던 함경도는 조선왕조 개국 이후 왕실 발생지로서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계유정난 이후 수양대군에 맞서 군사를 일으킨 이징옥(李澄玉, ?∼1453)의 난과 세조의 중앙집권체제에 반대하며 군사를 일으킨 이시애(李施愛, ?∼1467)의 난을 거치면서 점차 반역의 땅으로 냉대를 받았다. 이런 사실을 대변이라도 하듯 이성계의 고향 함흥에서는 도루묵을 ‘은어’라고 부르는 반면, 함경도 다른 지역에서는 ‘은어’에서 도로 ‘목어’로 되돌려졌다는 뜻을 지닌 ‘도루묵’으로 부르고 있다.

 

김양섭,<임연수어ㆍ도루묵ㆍ명태의 한자표기와 설화에 대한 고증> (2016) 18~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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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이 녀석들은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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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루묵 설화 논쟁에서 알 수 있는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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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도루묵은 조선의 건국왕도, 조선의 맛칼럼니스트도, 조선의 대문호도 그 맛에 반해 호들갑을 떨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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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존맛이라는 거다.

 

고오급 조합

 

오늘의 초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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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딴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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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촬영할 때마다 매번 뒷정리를 도와주시는 사우분들에게, 연말연시를 맞이하야 보은 오마카세를 대접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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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드링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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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향이 잘 어울리는 진소다. 해산물하고도 궁합이 아주 좋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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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마카세 첫 번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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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엉클마린 박사님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워터에이징 능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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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밀 싸이언스 숙성으로 수분은 보송보송 잘 빠졌고, 기름은 쫜득쫜득 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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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등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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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팡팡 뱃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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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훌륭하지만 좀 더 끼를 부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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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급 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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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급 생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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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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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어 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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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 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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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순과 와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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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로 찍히려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손님이 입을 벌리셔서 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넣어 드리도록 하자.

 

생굴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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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 중에 전설적인 리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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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굴맛과 아일레이 위스키의 그 개성있는 바다 안개처럼 아련하고 톡톡한 맛이 입안에서 녹아날 듯 우러진다. 두 가지 맛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본래의 제 맛을 지키면서도 절묘하게 화합한다. 마치 전설 속의 트리스탄이나 이졸데처럼. 그런 다음 나는 껍질속에 남은 굴즙과 위스키가 섞인 국물을 쭈욱 마셨다. 그것을 의식처럼 여섯 번 되풀이한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뭐 다 좋긴 한데, 조심해야 할 게 있다. 굴을 생으로 먹을 땐 세척을 잘 해야 한다는 것. 괜히 하루키 따라 한다고 세척이 덜 된 굴 껍질에 위스키 잘못 따라 마셨다가는 변기 위에 앉아 휴지걸이를 부여잡고 밤새 울부짖을 수 있다. 대부분의 바다균은 민물에 싹 죽는다. 흐르는 수돗물로 구석구석 잘 씻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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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굴을 먹을 때 초장이라는 훌륭한 소스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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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소스와 레몬즙을 뿌려 먹으면 굴의 향을 좀 더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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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완근 발업 레몬즙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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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라시 데쓰네.

 

으뜸 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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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 관자는, 조개 중에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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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반드시 어떻게든 이 녀석의 맛을 망쳐놓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고 요리에 임해도 우리의 관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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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니, 제법 먹을만 하게 만들어 볼까? 라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먹고 요리에 임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큰일 났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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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츄훗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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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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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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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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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덮고 쉐킷쉐킷 해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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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오일 + 버터 + 로즈마리 조합의 용암지대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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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하.

 

 

송광호 철판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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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맛있는 건 덜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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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손으로 들고 우적우적 씹어 먹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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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해보이기 위해 괜히 설거지 거리를 늘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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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움으로 구운, 관자 스테이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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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혼자 해먹을 땐 이렇게까지 해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맛을 모르겠지만, 맛이 별로라면 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 업무 컴퓨터의 직박구리 폴더를 게시판에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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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 중인 손님들 표정을 보아하니 안타깝게도 죽돌의 사회적 명망은 당분간 유지될 듯.

 

2022 라스트 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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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진한 걸 많이 먹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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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하게 데운 찌개로 속을 한번 달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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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도루묵 알맛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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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남은 대파를 있는 대로 작살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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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두른 팬에 서서히 녹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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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방점을 찍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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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단맛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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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을 파 기름에 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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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와 채소를 때려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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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없이 잡아 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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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라스트 오더, 낚지 맵싹 볶음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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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마무리는 탄수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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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그동안 촬영 때마다 뒷정리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운영팀장 : 근데 겨울 편은 이게 끝인 거야? 요새 왜케 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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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에.. 뭐... 촛불집회 취재다 뭐다 정신이 읍쓰가.. 뭐 대강 이걸로 마무리를...

 

운영팀장 : 글쿠나 고생이 많네.. 그래도 그건 해야지.

 

근병 : 뭐... 뭐요?

 

다음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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