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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아무래도 너무 오래 됐나보다. 가끔 '우리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었지?' 망각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경제활동은 왜 장려하게 되었는지, 정치기구는 왜 서로를 견제하게 되었는지, 자유는 왜 보장되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는 왜 아까운 세금 내가며 유지하고 있는 건지...


대표적인 사례가 윤서인, 우원재(자유주의 페이지를 운영하는 자유미디어의 공동대표라는데 아래 영상에서는 칼럼니스트라고만 소개가 되고 있다.) 등의 '헬조선이란 단어 유행에 대한 비판'이다. 


웹툰 작가 윤서인은 익숙하시겠지만 우원재라는 인물은 생소하실 거 같아

자유경제원에서 진행한 토론회 영상을 올려드린다.

48분 22초부터 나오는 사람이 우원재 칼럼니스트. 


이들이 '헬조선'이란 어휘의 유행을 비판하는 주된 근거는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뭐가 헬이냐'는 논리다. 


그러나 이 논리는 국가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궤변임을 알 수 있다. 애초에 국가가 어디 돈 벌려고 생긴 것이던가? 오히려 경제활동에는 방해가 되는 게 국가다. 내가 물건 팔아 돈 남기겠다는데 세금 먹이고 그 물건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런저런 절차를 강제해 내 이윤을 줄이는 골치 아픈 존재다. 


그럼에도 국가가 유지되는 것은 왜일까? 당장 세금을 뜯어가고 검인증을 절차를 통해 물건 쉽게 만드는 걸 방해하는 국가일지라도 이게 없으면 내 경제활동 자체가 바람 앞에 등불이기 때문이다. 암만 번거로운 절차 없이 물건 싸게 만들어 팔고 버는 대로 다 먹으면 뭐 하나? 어디서 깡패 같은 놈이 나타나서 날 죽여버리고 돈 다 뺏어가 버리면 게임오버인데.


즉 국가의 본질은 경제대국이 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 즉 국민을 잘 지켜주는 것에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헬'이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 불안하니까 '헬'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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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쉬이 망각하고 있는 것 하나가 나온다. 우리가 왜 아까운 세금 내가며 국가라는 걸 유지하고 있는지. 답은 바로, 구성원들의 안전보장. 다시 말해 안보라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망각이 발생한다. 안보라는 개념을 국가기관에 대한 안보로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애국가를 외는 것이나 국기에 경례하는 것을 애국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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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는 왜 있고 국기는 왜 있을까?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국가가 처음 생길 때부터 '안전을 보장하던 수단'으로 삼아온 것 때문이다. 국가의 탄생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존재하던 이 수단, 당연히 사드도 아니고 국정원 같은 기관도 아니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는 의식'이다. 쉽게 말해 뭉치니까 안전이 보장되더라는 거다. 이런 '공동체 의식'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상징을 만든다. 그것이 애국가이며 태극기다. 


자, 이제 또 하나의 망각이 벗겨졌다. 우리가 안전을 보장하던 '수단'은 무기나 국가 기관이기 이전에 '공동체 의식'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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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동체 의식을 헤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제도를 만들었고 (내부 갈등이 공동체 자체를 파괴하지 않도록) 기관을 만들었다. (만든 제도를 수호, 보완하고 공정하게 집행하도록) 


그러므로 공동체 의식이 파괴되고 있는 나라는 헬이 된다. 내국인이라도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이 가득 차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나라에서 국가 기관의 안전만 백날 보장해준다고 해서 뭐가 될 거 같은가? 


자기가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인지도 모르는 국무총리가 

우리나라 행정부 2인자다.

과연 테러를 막겠다는 의지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일까?


자꾸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만 하게 되는 거 같은데, 이게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공동체는 커녕 내국인 끼리 서로 밟고 밟히는 와중인데도 먹을 게 남아도니 헬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붕어들이 애국지사로 대접 받고 여러 부정 부패 사건과 사고로 국가 기관을 불신하게 된 와중에 개인 정보를 영장 없이 열어볼 수 있게 하자는 법이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입법 추진되는 나라가 이곳인 거다. 


본 기레기는 이 테러'빙자'법, 혹은 국민감시법을 '테러방지법'이라 부르며 찬성하려는 여당 의원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테러가 뭐에요?" 


지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의원들처럼 법안을 조목조목 따지기보다 그냥 직구를 함 던져보고 싶은 거다. 그들이 '테러'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혹시 청와대나 행정부나 국회 따위에 디도스 날리자거나 처들어가자고 단톡방에서 분개하는 일 같은 걸로 규정하진 않는지. (어쩐지 딱 이런 수준의 답변을 하는 현직 국회의원이 있을 것 같다, 분명.)


국가 기관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 기관들이 건물 짓느라 힘들어서, 혹은 4~5년 걸려 뽑은 높으신 분들이 계셔서가 아니라 그 기관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국민들한테 필요 없는 기관이라면 씨바, 미사일을 맞든 싸드 전자파에 타버리든 알게 뭔가. (부패하거나 해서 제 역할을 못하는 기관이 있다면 그런 테러가 있기 전에 여론이 모이든지 해서 문 닫거나 새로운 기관으로 대체되던가 한다. 역사적으로 그래 왔다.)


결국 이번 테러'빙자'법이 테러'방지'법이 되려면 기관의 안전 보다 국민의 안전 보장을 최종 목적으로 한다는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안도 개판이고 동의를 얻는 절차(직권 상정)도 개판이다.


영장 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계좌를 본다니. 개인 정보는 곧 안전하고 연결된다. 당장 요즘 잘 나가는 설현의 위치 정보를 그녀 아닌 다른 사람이 맘대로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보자. 불쌍한 우리 설현, 집 밖으로 다닐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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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개인 정보 열어볼 수 있게 해서 테러를 방지하겠다는 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겠다는 소리다. 국가기관이 내 개인 정보 지키기 위한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마련해줘도 모자랄 판에 그걸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게 하겠다고? 이는 명백한 주객전도 아닌가? 


혹시 설현 위치정보를 예로 든 것 갖고 '정보 들고 있는 사람이 국정원이면 괜찮지 않겠냐', 이래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뭐했더라? 대선 때 야당 후보 비난 댓글 달고 다닌 애들이 설현의 위치정보를 사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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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극단적으로 본 기레기가 돈 졸라 많아서 설현 함 어떻게 해볼라고 국정원 모 직원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치며 위치 정보 달라 그랬다 치자. 국정원 모 직원이 거래에 응했고 나는 언제 어디서든 설현이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면? 물론, 위치 정보를 안다고 해도 설현 앞에 나타나는 순간 퇴짜 맞겠지만, 본 기레기에게 이입하지 마시고 설현에게 이입하시란 말이다. 얼마나 불안할지. 


그런데 이런 쓰레기 짓권력을 견제할 아무 수단도 명시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테러'빙자'법이란다. 아, 하나 있긴 한 듯하다.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명시한 인권보호관 1명... (근데 이건 셀프 견제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잖아? 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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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통과 안 시켜준다고 책상을 열심히 치시면서 격노까지 하셨는데...


국가가 지켜야 할 것들을 내던지면서까지 엔들리스 빠워를 지닌 부패 기관 덕을 보는 게 진정 현 집권 여당이 원하는 바라면 방법이 있다.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나는 것이다. 


헌법으로 국민이기만 하면 복면을 쓰든 말든 권리를 보장해주게 되어있는 이딴 구식(?) 국가에선 필리버스터 내내 국회도 못 떠나고 붙들려 있는 이번과도 같은 노가다를 앞으로 수없이 경험해야 할 것이다.


하나하나 바꾸자니 힘들지 않은가. 니들 안보를 위해 다른 사람 안보 희생시키지 말고 떠나라. 그래서 너님들만의 안보 공동체를 만들라. 그게 빠를 것이다.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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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