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2. 3. 13. 화요일

잡부기자 카인


 


본지가 서비스하는 '나는 꼼수다'의 봉주 8회 방송분에선 KBS, MBC, YTN 방송 3사의 파업 기자들 간의 '바보배틀'이 열렸다. 누구의 사장이 더 바보인가를 놓고 벌어진 배틀이다. 이 배틀에서는 KBS의 김인규 사장이 우승했지만, 아직 3사의 사장들 중 퇴진한 이가 아무도 없기에 2차 배틀이 열릴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국민일보 노조는 '2차 배틀 때는 국민일보의 조민제 씨도 포함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바보라 하더라도 언론사의 수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즉 지적 능력이 떨어져도 출세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앞다투는 아름다운 상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신들의 CEO를 추천한 국민일보 노조의 주장을 들어보러 국민일보 사옥으로 출동했다.

 



국민일보 사옥. 여의도 순복음교회 바로 옆에 있다.

 


파업 80일을 넘긴 국민일보 파업 기자들은 오전부터 12층에 집결해 있었다. 7시 30분부터 열리는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에 2열로 붙어선 파업 기자들의 위용에 깜짝 놀랐다. 국민일보의 총 사원 수는 약 300여 명이고,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기자들은 조합원 143명 중 106명이다. 이들은 차장급 이하 평기자의 90%이며, 판매국/광고국 등의 비편집국이 비조합원인 것을 고려하면 일선 기자의 대다수가 파업에 참가한 것이다.

 


본지는 오늘, 13일 오전의 파업 진행을 지켜봤으며 오전 파업 후 대책 회의를 마친 후엔 노조 사무국장 이성규 씨와 인터뷰도 진행했다.


 




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기자들의 대열 한가운데로 나왔다.

파업 기자들은 이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사회 장소 앞 복도에서 스탠딩 시위를 벌였다.


 


1. 우리 사장님은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몰라요!  

 


한국의 신문법은 13조4항2호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만이 신문사의 대표자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민제, 아니 풀네임 조사무엘민제 씨는 미국 국적자다. 미국인이 한국에서 신문사 대표이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6년 째 근속 중이다. 이 사안에 대해 문광부도 서울시도 '신문법 위반'이라고 유권 해석을 했다.


 


오늘 13일 아침 7시 30분에 국민일보의 이사 선임권을 갖고 있는 국민문화재단의 이사회가 소집되었고, 여기서 조사무엘민제 대표이사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회장이 되었다.('전' 회장이 된 조용기 목사는 명예회장이 되었다.) 그는 문광부와 서울시가 쏘아보낸 공문에도 굴하지 않았다. 사장 하지 말라고 기자들이 파업하니까, 사장을 그만 두고 회장이 된 것이다. 신임 대표이사는 편집인이던 김성기 씨가 맡게 되었다.

 


김성기 씨의 대표이사 선임이 알려지자 복도에서 이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여러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김성기 전 편집인은 노조 반대측에서 사측, 아니 대표이사 조민제 씨의 입장을 열심히 대변했던 사람이다. 일종의 바지사장이라는 의미다. 결국 미국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한국 신문사의 대표 자리를 놓지 않겠다는, 국적 혼동의 증상인 걸까?

 



저 안에서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 후에는 안에서 식사도 했다고 한다.


 


2. 우리 사장님은 자기 가족들만 최고인 줄 알아요!

 


이번 이사회 결정 직전까지, 국민일보는 신문법 18조2항도 위반하고 있었다. 기존 회장인 조용기 목사와 기존 대표이사인 조민제 씨는 부자 관계다. 국민일보의 이사진은 총 4명, 따라서 50%가 친족 관계였던 것이다. 18조2항에 따르면 친족의 총 수는 3분의 1을 넘으면 안 된다.

 


또한 국민일보의 23년 역사 동안, 대표이사직에는 조용기 목사의 아들, 동생, 사돈 등이 돌아가며 앉았다. 국민일보 노조의 사무국장 이성규 씨는 이를 "23년 동안 대표이사의 85%는 조용기 목사 일가에서 맡아왔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사유화되었던 것이다. 물론 조용기 목사 일가의 국민일보 지분 점유율은 0%다. 그럼에도 조 목사 일가는 대표이사 자리를 장악하여 국민일보를 사적 영향력의 도구로 삼아왔다. 이성규 사무국장은 검찰 출입기자를 통해 검찰에 민원을 제기한다거나, 법무부에 진정을 넣는다거나, 조민제 씨 본인의 국적회복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하도록 지시하는 식으로도 이용했음을 증언했다. (검찰에 의하면, 조민제 씨는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국민일보는 조용기 목사 일가의 돈으로 설립되었을까? 이성규 씨는 "그렇지 않다. 국민일보를 설립한 돈은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신도들이 헌금한 돈이었다. 즉, 주인은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신도들이다." 라고 답변했다. 사유화 문제가 몇 년 전부터 자꾸 불거져나오자, 조용기 목사는 사회와 한국교회에 국민일보를 환원한다면서 재단을 만들어 이사선임권을 넘겼다. 잠깐. 재단을 만드는 기법, 우리는 어느 분에게서 본 바 있다. 과연 저 재단은 조 목사 일가에게서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재단이었을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사회의 결정을 듣고, 힘이 빠져버렸습니다."


 


3. 우리 사장님은 일을 할 줄 몰라요!

 


다시 이성규 사무국장의 말. "2006년에 (조민제 씨가) 대표이사가 되었는데, 조 목사의 아들이라도 경영을 잘 하고 CEO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했으면 말을 안 하겠다. 국민일보 경영에 전념하지 않고 개인 주식투자(머니게임)에 전념하다가, 45억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개인 비리범이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도 어떤 분과 몹시 닮았다. "또한 조민제 씨는 디지웨이브(음향기기회사), 디지웨이브파트너스(투자자문회사) 등을 또 소유하고 있다. 일종의 2중취업이다. 그만큼 국민일보 경영에는 무관심했다." 게다가 위장취업까지. 자꾸 어떤 위대한 분의 발자취가 아른거린다.


 


또한 2011년, 편집국장이 평가투표에서 불신임 처리 되었지만, 조민제 대표이사 및 경영진은 이를 무시했다. 사실 이 부분이 큰 문제이기도 하다. 편집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도 일을 안 해서 업무 평가투표가 뭔지 몰랐던 것일까?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플래카드


   


국민일보 노조는 작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파업에 돌입하여 3월 13일 현재까지 총 82일 째를 이어오고 있다. 어제 12일에는 [국민일보 파업 대부흥회]라는 이름의 공연도 열었다. 딴지라디오의 '시사돼지' 김용민 PD도 여기에 출연했다. (관련기사 : 한겨레신문)

 


82일 동안 국민일보 기자들은 '우리 사장도 바보다!'를 알리기 위해 애써왔다. 현재는 KBS, MBC, YTN의 세 방송사의 사장들만 '바보배틀' 플레이어였지만, 이제는 평등 원칙에 의거하여 신문사의 사장들도 이 '바보배틀'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사장 하지 말라고 파업했더니 사장 대신 회장을 하고, 지분이 없는데 요직을 장악하고, CEO 업무는 하지 않고.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바보사장'에 적격이라고 볼 수 있다.

 



조사무엘민제 대표이사, 아니 이젠 회장


 


비단 국민일보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언론사 중에는 KBS 김인규, MBC 김재철, YTN 배석규, 국민일보 조민제 외에도 '바보사장'이 더 있을 수 있다. 바보여도 고위직에 갈 수 있다는 훈훈한 미담이라고 봐야 할까? 다른 언론사의 추가 제보 혹은 커밍아웃을 기다린다. '1차 바보배틀'이 방송 3사의 삼국지였다면, '2차 바보배틀'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수도 있다.


 



'바보사장'의 춘추전국시대 상상도

 


 


 



이번 이사회의 결정 때문에 '힘이 빠진다'고 하는 국민일보 기자들에게는 응원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갔던 국민일보 역시 언론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중이다.


 


국민일보 노조의 성명서










조용기 일가 국민일보 사유화 인정한

국민문화재단을 강력히 규탄한다


 


국민문화재단이 3월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합중국인 조사무엘민제 사장을 국민일보 회장으로 선임했다. 대표이사 사장·발행인에는 노동조합 탄압에 앞장선 김성기 이사를 승진 보임했다. 발행인을 맡았던 조용기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80일 넘게 파업을 하며 국민일보 사유화 저지를 위한 투쟁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미국 국적자인 조사무엘민제 사장이 대표이사직에 있는 것은 신문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병역 불이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인한 피고인 신분, ‘대리왕’이라고 불릴 만큼의 방탕한 생활 등 조 사장의 언론사 경영자로서의 부적격성도 공개재판에서 드러났다.


서울시는 12일 국민일보에 공문을 보내 신문법 위반에 대해 3개월 이내의 발행정지, 10억 원 이내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릴 수 있으니 26일까지 위법성을 해소하고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상식적이고 책임 있는 이사회라면 국민일보가 더 이상 사회적 지탄을 받지 않도록 13일 이사회에서 합당한 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이사회는 조 사장을 국민일보에서 회장이라는 더 막중한 직책으로 승진시켰고, 정관을 개정해 조씨에게 이사회 의장까지 맡겼다. 조 사장의 대리인으로 실권이 없는 김성기씨를 대표이사 사장 발행인으로 선임한 것은 국민일보의 경영권과 편집권을 여전히 조 사장의 영향력 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사회의 결정은 신문법 위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이번 결정은 조용기 목사 일가의 국민일보 세습 야욕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또한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를 사회와 교계를 위해 선한 의지로 창간했고, 2006년 국민일보를 한국 교회와 사회에 내놓겠다고 한 모든 명분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노조는 상식 밖의 이사회 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국민일보 사측은 물론이고 재단 이사회가 져야 할 것이다. 노조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 국민일보 사유화의 야욕을 막아내기 위해 지금까지 인내해 온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할 것이다.


조 목사 일가와 재단 이사, 경영진은 ‘하나님이 보내신 우리들의 국민일보’라는 사가(社歌) 구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라. ‘내가 만든 내 신문’이라는 아집을 버려야만 일말의 명예라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3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

 




 


국민일보 노조 홈페이지 : http://www.kukminilbonojo.or.kr


국민일보 노조 트위터 : @kukminstrike

 


잡부기자 카인

twitter :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