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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14

아외로워


 


젊어서 고생은 당연한 거니까 니들이 참으라고 말하는 지도자의 위대한 영도 아래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고달프다. 국가는 청년 실업률이 6.7%(2011년 말 기준)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 통계에는 ‘취업 준비자’ 및 ‘취업 단념자’ 가 빠졌다. 이들을 다 합하면, 통계에 따라서는 청년 실업률이 17%라는 곳도 있고 30%에 육박한다는 곳도 있다.





30%에 달하는 청년들이 게으르고 나태해서 놀고 자빠졌는 걸까? 안 해본 일이 없는 어떤 분께서는 자기는 노점상도 해보고 환경미화원도 해봤으니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뭐냐고 말씀하신다. 이 분이 과연 환경미화원 공채 경쟁률이 48:1이 넘고, 당신이 직접 고용하신 용역들이 노점상을 때려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말씀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다.





총수가 우리 사장이래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진짜로 청년들이 가지는 이 스트레스의 근원은 정치다. 지금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친 재벌 정책을 펴고 있다. 재벌을 도와주는 것이 곧 서민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낙수효과’ 라는 것이다. 그런데 낙수효과가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 전체 삶의 질을 높인 예가 없다.





미국 카우프만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창업 이후 10년 이상 된 기업들이 매년 3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반면 1년 미만의 기업들은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업이 오래되고 커질수록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은 떨어진다. 최근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트렌드(?)인 ‘고용 없는 성장’ 이란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의 단면이다.





물론 기성 정치권과, 이른바 ‘보수진영’ 도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서민과 청년을 위한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은 한미 FTA를 날치기 강행처리한 정당이다. 저들이 과연 대형마트 규제가 대단히 명백한 ISD 제소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물론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다. 안 하면 그만이니까.





청년들이 가지는 스트레스의 근원이 정치라는 것을 청년들 역시 잘 알고 있다. 최근 청년층의 투표율이 올라간 것은 그들이 종북세력에게 세뇌 당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참여가 결국 그들을 위한 정책으로 돌아올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드디어 기성 정당들이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2040의 표에 주목하더니 급기야 청년들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에서 청년비례대표를 선발한 것은, 이것이 설령 기성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던지는 싸구려 떡밥일지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드디어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권을 믿을 수 없다면, 그리고 정치판 자체를 젊게 바꾸고 싶다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있다. 청년들 스스로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어제 홍대의 한 클럽에서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기념비가 될 청년정당의 창당식, 아니 창당 파티가 있었다.

 



 



청년당 창당행사에 가는 길에 이런 표지가 달려있다. '청년희망플랜'은 '청년당'의 모태가 된 단체다.


 





'창당식'을 기대하고 왔다면 당황하게 된다. '출정식' 느낌의 결연함보다는 오랬동안 고생한 청년들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즐거운 '축제'에 가깝다.


 




 




 







청년당은 이번 총선에 3명의 지역구 후보를 냈다. 위에서부터 서울 마포을 권완수, 서울 중구 오정익, 부산 사하갑 박주찬이다. 이들은 어디의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잘 사는 것도 아니다. 수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떠안은 평범한 2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뭘 믿고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일까? 강연재 청년당 공동 대변인은 이렇게 말한다.


 




 


"정치권에 유래가 없는 기상천외한 선거운동을 보게 되실 겁니다. 기존 정치권에서 유래가 없을 만큼 돈이 없거든요."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도 왔다. 같이 자리한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들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당수다. 그는 우석훈 교수와 함께 청년당 창립 과정에서 훌륭한 멘토 역할을 했다. 그의 축사는 명불허전, 재미는 없지만 유익했다. "3주만에 창당작업을 완료한 청년당이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의 청년들을 직업, 소득, 연애, 결혼, 출산이 없는 5무 세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여기에 '희망' 까지 없어서 6무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년당이 우리에게 적어도 '희망' 을 줬습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당의 주요 안건을 참여한 당원들과 함께 처리했다. 청년당은 '온라인 정당'을 표방하기 때문에 당원의 참여는 사실상 온라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행 정당법이 당원의 온라인 참여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의결된 문제를 오프라인에서 비준하는 형식으로 총회가 이루어졌다.


총회가 끝나고 창당식을 마무리 짓더니...


 





갑자기 연단이 무대가 됐다. 홍대 클럽을 창당식 장소로 잡은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청년당 당원들. 정말 신나게 잘 놀았다.


 





직장에 다니면서 어디에 가도 어리기로는 꿀리지 않는 본기자도 청년당의 창당식에서는 중견 원로급 연륜이었다. 젊다기보다는 차라리 이 어린 친구들이 과연 진지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가? 걱정하지 말자. 사람은 나이와 상관 없이 애 취급 해주면 애가 된다. 이들을 어른으로, 정치인으로 취급해 준다면 어른이 되고 정치인이 된다.





잊지 말자. 소쉬르는 스물세 살에 대학 교수가 됐고, 아인슈타인은 스물다섯에 상대성이론을 썼다.





이들이 기성세대에게 정치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투쟁이라면, 우리가 이들을 인정하는 것 역시 투쟁이다. 청년 스스로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이 청년 정치인들을 존중하기 위해 내면의 꼰대와 투쟁해야 한다. 당신은 저들의 해맑은 얼굴에서 '어린 것들' 을 보는가, 아니면 '미래 권력들' 을 보는가.





물론 청년이 꿈을 이루는 방법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꼰대의 수하가 되거나, 나아가 ‘어린 꼰대’ 가 되는 방법도 있다.


 



이 이미지는 본 기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사진 : 오마이뉴스)

 


아외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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