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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20. 화요일

잡부기자 카인


 


많은 말이 필요없다. 본 기자는 딱 두 가지를 봤다. 공연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즐거움의 원칙. 그리고 즐거움을 통한 투쟁이 엄청나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 그 증거를 여의도에서 직접 즐긴 사람들은 행복하겠지만, 못 본 사람들을 위해 본 기자의 시야와 기억을 좀 나눠보겠다.


 



 


3월 16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프닝은 카피머신. 죽지않는돌고래 기자의 표현으로는 '실패하지 않는 선발투수'다.


 



 


카피머신 : "저희는 작은 밴드라서, 많이 무서워요. 카피머신이 여기 왔음을 알리지 마세요. 저희는 여기 온 적이 없는 거에요! 우린 이순신이야!"


 


카피머신의 오프닝 후 얼마 뒤, 본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중앙무대 바로 옆에 있는 소무대에 진행자가 올라와 카메라를 받으며 몇 분 간 진행을 하고, 진행 후 출연자가 중앙 무대에 등장하는 식이었다. 출연자의 무대가 끝나면 파업을 홍보 혹은 보고하는 영상이 방영되고, 다시 소무대에 다음 진행자가 올라오는 식이었다.


 



 


소무대에 처음으로 오른 첫 진행자는 세 사람. MBC의 오상진 아나운서, KBS의 최원정 아나운서, YTN의 권민석 기자.


권민석 기자는 자신의 비주얼이 가장 밀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원정 아나운서 : "제가 요 앞에 있는 아파트에 살아요~ 아들이 지금 제 목소리 들을 수 있을 거에요~ 아들~ 엄마 보고 있니~?"


세 사람이 소개해 불러올린 출연자는 가수 이승환.


 



 


이승환 : "제가 사실, 생방송이 있어요. 그거 리허설 잠깐 빠지고 왔어요. 하하하"


 



 


누가 이 사람을 40대 중반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리고 등장한 김제동.


 



 


김제동 : "저도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정권이, 언론이, 힘 있는 자가 와서 꿇으라 그러면 꿇을 거에요. 겁나잖아요. 그래도 무릎 한쪽은 살짝 들 겁니다. 완전히 꿇지는 않습니다. 딱 그 정도의 용기, 이 용기가 쌓여서 세상을 바꿔나갑니다."


그리고 소무대에 등장한 다음 진행자, YTN의 박진수 기자. 중독성 있는 복직 댄스를 보유하고 있다.


 



 


박진수 기자 : "김제동 씨는 20분 줬는데, 저는 3분 줬어요. 공정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복직 댄스. "복직! 복직!"

 



 


박진수 기자가 불러올린 출연자는 드렁큰 타이거. 서브 래퍼로 늘 함께 하는 비지(Bizzy)도 등장했다.


 



 


Tiger JK : "아... 오늘 공연 주제가 이래서 그런지... 자꾸 욕이 나오네요. 저 사실 이렇게 욕 자주 하는 사람 아니에요."


 



 


타이거제이케이는 비지와 함께 프리스타일 랩 세션도 살짝 보여주었다. 드렁큰 타이거의 무대쯤에서, 관객 일부가(그리고 본기자가) 이성을 잃고 날뛰기도 했다.


 



 


MBC 최일구 앵커가 소무대에 올라왔다. 보도국장다운 능수능란한 말솜씨를 선보였다.


 



 


최일구 앵커 : "제가 욕을 잘하지 못해요. 게다가 이 공연에는 미성년자도 와 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런 밑천조카신발세기!' ...더 할까요?" (관객들 : "더 해요!")


최일구 앵커는 MBC 노래패를 불러올렸다.


 



 


MBC 파업이 낳은 명곡 'MBC 프리덤'의 율동을 교육중. 노래패만이 아니라 파업 때만 결성된다는 MBC 내의 밴드와 함께 'MBC 프리덤'을 라이브했다.


 



 


라이브 중간에 MBC 노래패의 나머지 인원이 뛰쳐나와 상쾌한 춤을 추었다.


 



 


MBC 노래패에 이어 올라온 가수 이은미.


 



 


이은미 : "헤어스타일이 바뀌니 많이 못 알아보시네요. 하하. 저 이은미 맞아요. 외모는 바뀌어도 본질이 바뀌겠어요? 언론도 마찬가지죠."


 



 


사실 이분은 이승환 씨와 동갑. 누가 이분들에게 40대 중반이라고 말할까.


 



 


그리고 소무대에 올라온 KBS 예능국의 나영석 PD. '1박2일'로 오래 알려진 얼굴이라 많은 사람이 알아보고 환호해줬다.


 



 


나영석 PD : "전 개인적인 신조가 있습니다. '사람은 눈치껏 살아야 한다' 입니다. 방송3사 사장님들께 꼭 전달 됐으면 좋겠습니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저는 '1박2일'을 5년 했는데요,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했다고 생각돼서 물러났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눈치껏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영석 PD가 불러올린 출연자는 기자들의 개그 콘서트. KBS 개그 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의 형식을 빌어왔다. KBS 김인규, MBC 김재철이 모여 회의를 연다는 설정.


 



 


불행히도, '가카' 역을 한 기자가 대사를 까먹는 바람에 조기 종영되고 말았다. 실패!


 



 


몰려든 인파로 인해 점점 무대 앞에서 사진 찍기가 힘들어지고 있던 중, 이적이 등장했다.


 



 


이적 : "제가 원래 이런 자리에 자주 나오지 않아요. 이름이 이적이라... 제가 참여하면 이적표현물, 이적행위, 이적집회가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리고 이적의 마지막 곡은 '왼손잡이'


이적의 퇴장 후 소무대에 올라온 진행자는... 다름 아닌 '나는꼼수다' 팀.


 



 


본지 총수 김어준 : "저희가, 이번 연쇄 파업을 맞이해, 국민 여러분께 선물을 드리기로 했어요. 선물은... 김용민입니다."


 



 


그리고 핸드폰에 적어둔 대사로 갖가지 성대모사를 해내는 김용민 후보.


 



 


그동안 총수는 미녀 혹은 고기를 발견한 것일까. 빛나는 눈빛.


 



 


김용민 후보 : "조!"


 



 


나꼼수 팀이 불러올린 출연자는, DJ D.O.C.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송을 제공했던 사람들이다.


 



 


이하늘 : "창렬이가, 피치못하게 함께 못나왔어요. 죄송해요. 같은 팀이라도, 의견은 다를 수 있는 거잖아요~"


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불안했는데,


 



 


세 번째 곡을 부르던 중간에 김창렬이 나왔다.


김창렬 : "죄송해요. 비가 와서 차가 너무 밀렸네요. 죄송합니다. T_T"


이하늘 : "지금 공연하면서 느낀 게... 창렬이가 딱히 없어도 재용이랑 둘이서도 되겠더라고요? 그럼 앞으로 밤업소 스케줄을 재용이랑 둘이 뛰면, 1/3 하던 걸 1/2로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히히"


 



 


셋이 합치자 제대로 파괴력이 나왔다. 무대 뒤를 슬쩍 가보니, 스탭이어야 할 방송3사 직원들도 정신없이 춤추고 있었다.


 



 


마지막 소무대 진행자로, 연출자인 탁현민 교수가 나왔다.


 



 


탁현민 교수 : "이번 공연은 후불제입니다. 이번의 후불제란, 여러분이 공연을 보고 느낀 감동만큼 돈을 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차비까지 모두 놓고 가는 것이 이번의 후불제입니다. 해직되고 정직되고 징계되어 생계가 어려워진 기자들을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탁현민 교수가 불러올린 마지막 출연자는,


탁현민 교수 : "이 정권의 언론 장악은 이 분에서 시작되었고, 이 분이 제자리로 돌아가야 종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 KBS 사장, 정연주 사장님입니다."


 



 


정연주 사장은 몇 사람의 언론인을 더 불러올렸다.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MBC 이근행 노조위원장, KBS 엄경철 노조위원장, 국민일보 조상운 노조위원장, 연합뉴스 공병설 노조위원장. 모두 정권의 언론 장악에 대항하여 최전선에 나선 사람들이다.


 



 


정연주, 노종면, 이근행, 엄경철, 조상운, 공병설.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각오를 말했다. 특히 국민일보의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조용기 목사의 성대모사를 해 자못 비장해지는 분위기를 조절했다.


 


공병설 연합뉴스 노조위원장 : "이중에서 유일하게 해직이나 정직을 당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이제 동참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저희 연합뉴스는, 80년대 이후, 23년만에,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오를 국민 여러분 앞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 6인 뒤로, 이번 파업의 주제곡인 윤도현밴드의 '흰수염고래'를 부르기 위해 합창단이 등장했다. MBC 김태호 PD, 신정수 PD, 문지애 아나운서, KBS 박대기 기자, 최원정 아나운서, 이광용 아나운서, YTN 최영주 기자, 김명섭 기자, 전준형 기자 등등의, 방송 3사 올스타였다.


 


이미 좌석 첫 열의 앞, 프레스 공간으로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꼼짝할 수 없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의 사람들과 함께 '흰수염고래'를 합창하고 있었다.


 



 


"즐겁게 투쟁하겠습니다!"


 



 


본 기자가 들고 간 카메라의 배터리가 꽉 차 있었지만, 마지막 사진을 찍기 직전에 완전 방전이 되어버렸다. 부득이하게 마지막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어야 했다.


 


파업이, 투쟁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준 방송3사 직원들. 그리고 국민일보와 연합뉴스 등 새로 연쇄 파업에 동참하는 언론사들. 모두에게 박수와 웃음이 필요하다. 그 웃음은 '어떤 분들'의 용단이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공연장에 울려퍼졌던 또 한 마디가 있다.


 



딴지 : "양말 사세요~ 서버비 대야 해요~"


 


잡부기자 카인

twitter: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