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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23. 금요일

멀더요원


 


1. 진보의 도덕성


 


'샴페인 좌파'라는 말이 있다. Gauche Caviar 라고, 카비아를 먹는 좌파라는 의미로 프랑스에서 쓰는 표현이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좌파라는 뜻인데, 우리식으로 하면 '강남좌파' 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다.


 


이 샴페인 좌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DSK)'은 경제학자, 교수, 변호사, 좌파정당인 사회당(PS)의 정치인으로서 "다수의 좌파 세력"(Plural Left)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 형님... 부하 직원이랑 썸씽도 좀 있었다고 하고...뭐 대충 그래..


 


2007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를 맡아 오던 그는 2008년 부하직원과 간통혐의 등을 받고 있었으며 작년인 2011년 5월, 미국에서 호텔 여직원 강간미수 혐의로 체포된다.


프랑스 좌파 사회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그가 강간미수로 체포라...


 


진보는 과연 도덕적인가.


 


 


2. 착각


 


흔히들 "진보의 생명은 도덕성이다."라고 한다. 이 명제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보수는 도덕성이 없어도 되는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진보든 보수든 모든 정치인에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다만, 현실정치에서 우연의 일치였는지 보수세력의 대부분은 늘 부도덕해왔고, 언제나 그것을 지적하던 것은 진보세력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보수정치인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진보정치인은 도덕적일 것이다...라고 착각해왔다.


왜냐하면, 똥 묻은 개는 겨 묻은 개를 나무라서는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므로. (그럼 반대로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도 안 되는 것인가?)


 


총수의 표현대로 어느 시대건 그 시대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부도덕의 결정체인 '가카시대'로서 우리는 도덕 갈증 또는 결핍에 걸려 있어서 '가카스럽지 않은 그 무언가'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가카세력의 실정과 부도덕을 비판했던 세력인 진보세력에는 그 도덕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왔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통합진보당의 부도덕한 행태는 사기당했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울분과 분노는 배신감.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배신감이다.


"니들도 똑같은 놈들이면서 쟤들한테 뭐라고 한 거야? 왜 우릴 속였어?" 라는.


 


그러면, 진보정치를 추구한다고 해서 다른 정치집단보다 더 도덕적일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심증이나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 같은 거 말고 증거를 내놔봐라.


이론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그 어디에도 진보정치인이 더 도덕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진보가 더 도덕적일 것이라는 건,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희망사항 내지는 착각일 뿐.


 


진보의 생명이 도덕성?


웃기는 소리 하고 있다. 착각하지 말자.


(어우... 쟤들이 도덕적이라고 믿은 내가 병신이지... 그 동안 착각했던 거 과감하게 인정한다..)


 


 


3. 우리는 도덕적인가?


 


영미법을 따르는 국가와 대륙법 계열의 일부국가에서는 양형거래제도,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이라는 제도가 있다.


 



본문의 내용과 진짜 아무 상관없이 그냥 튀어나온 flea...RHCP


 


이것은 검사가 피의자와 협상을 통해 형량을 깎아주는 대신 중요한 진술을 받아내고 신속한 재판 등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검사들이 관행적으로 하지만 제도화 되어 있지는 않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많지만, 어쨌거나 이 제도를 시행하는 법체계와 그렇지 않은 법체계는 모두가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으며,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는 없다.


 


어쨌건, '우리는 언제나 도덕적인가'를 생각해보자.


 


예컨대 두 놈이 은행을 털었는데 심증과 정황증거만 있고 구체적 증거가 없어서 자백이 없으면 처벌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치자..


둘을 따로 가둬놓고 한 놈한테 "네 놈을 풀어줄테니 네 동료를 불어라"해서 놈은 자백을 하고 공범인 다른 놈은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면, 범죄를 같이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형량이 달라지는 것. 이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과연 이 상황이 법이념의 3요소인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 중 '정의'를 구현하는가?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청소년 매춘, 마약판매 등을 하는 놈을 잡아와서 "네 놈의 보스를 불면 너는 풀어주겠다"라고 하고 놈의 진술을 통해 거대 마약조직을 검거했지만 약속대로 놈은 풀어준다.


거대 마약조직 검거를 통해 더 많은 범죄행위를 뿌리뽑을 수는 있겠지만 청소년 매춘을 하던 놈을 풀어준다. 이건 정의롭고 도덕적인가?


 


우리는 항상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인가?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그런 게 있기는 한 건가?


 


 


4. 비겁한 변명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많은 사고, 범죄, 또는 지랄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관악을 경선에서 이정희 측에서 저지른 여론조사 조작시도는 명백한 잘못이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나온 "200여 명 조금 넘는 당원에게 보내졌다. 그 결과가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확언할 수 없지만..." 이 부분은 나를 열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정희가 기자 회견에서 그런 소리를 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딱 이런 느낌.


 


이것이 만약 200여 명 정도에게 보내졌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큰 영향이 없으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논리를 나타내려는 의도였다면, 어차피 박원순이 이겼기 때문에 10월 26일에 벌어졌던 모든 일들은 문제가 될 게 없다...라는 논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가?


 


이정희측에서 했던 200여 명 운운하는 얘기는 그야말로 비겁했다. 그런 얘기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 글이 쓰여진 후인 오늘 3월 23일, 관악을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 편집부 주




 


 


5. 결론 (이번 선거의 목적)


 


'진보의 생명은 도덕성이다'라고 믿었던 신앙에 가까운 믿음을 깨버리자. 그것은 어쩌면 조중동과 보수에서 만들어낸 프레임일 수 있다. 진보의 생명을 도덕성으로 규정하는 경우 그 도덕성에 손상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손쉬운 승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덕성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복잡한 이론적 근거나 논리를 동원하지 않고도 몇 마디 말만으로도 직관적으로 대중의 도덕관념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쉽다.


 


'진보의 생명은 진보적 가치와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도덕성은 모든 정치인이 기본으로 장착해야 하는 덕목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꼭 그게 없다고 해서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그건 유권자가 판단할 몫이다. 따라서, 진보정치인을 성직자로 여기거나 섬기는 것은 곤란하다)


 


그리고 선거라는 건, 좋은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놈을 '짤라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야권이 각종 지랄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카 쪽이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우리의 대표자라는 놈들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의 목적을 명확히 하자. 선거의 목적이 불분명하면 2004년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처럼 국가보안법 하나 어찌하지 못하는 정체성 불분명한 세력이 다수당이 되는 상황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목적은 가카세력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축출''경제민주화를 이룰 의지가 있는 세력의 진출'이다.


시간이 없다. 일단 이 목적을 이루는데 집중하자. 그리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지랄했던 우리 내부의 괴물들? 반드시 찾아내서 별도로 손 봐 주도록하자.


 


가치고 나발이고… 돼야 뭘 잘하든 망치든 하지.


 


 


*뱀발


시험기간에는 드라마, 야동, 게임, 술이 더 땡기는 법이다.


그런데, 시험 조지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한다.


지금 하는 각종 제 살 깎아먹는 논쟁, 다 지 잘난 맛에 하는 논쟁들. 그거 시험 끝난 후에 천천히, 하지만 보다 치열하게 해도 늦지 않는다.


시험 끝나고 나면 그딴 드라마 따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야동은 좀 다르겠지만)


 


 


도덕적 가치 운운하며 싸우는 거 당연히 좋은 일이다. 언젠가는 정의가 이긴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 정의가 이기는 거. 내가 살아있는 동안 볼 수 있을까 싶다.


어쨌거나, 난 5년 더 기다리기 싫다.


 


멀더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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