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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0 비추천0

2012. 3. 23. 금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진짜 정치인의 탄생을 지켜보다. 


 


삐롱삐롱 소리가 울리면서 본 정치부장의 아이폰에 뭔가가 또 떴다. 뭐 트윗 멘션이나 낚시터 광고 문자겠지 하면서 화면을 문지르는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생각은 얼어붙고 말았다.


 


"<속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후보직 사퇴"


 


뭘까? 오보 아닐까? 누가 장난문자를?


 


하지만 그 속보는 사실이었고, 실제로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의 관악을 지역구 후보직을 사퇴해 버렸다.


 




 


원칙적으로 이정희 대표는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게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판이 언제 "옳은 일"이라 해서 이루어지는 그런 정상적인 판이었던가?


 


거기에 바로 엊그제 본 부장이 내질러 버린 공룡의 존재를 까발리는 기사에서 얘기했듯이 이정희는 스스로 사퇴하고 싶어도 사퇴할 수가 없는, 그런 역할이 주어진 정치인이었다는 사실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모든 경선후보들이 다 저지르는 연령대 조작 답변 종용 행위가, 한 멍청한 보좌관(난 이 놈이 누군지 알것도 같다.)의 실수로 공론화 되었다는 그것만으로 사퇴를 강요받아야 하는가 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전술적인 질문도 있었다.


 


그래서 난 이정희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이 사건 자체가 너무나 의외라서 얼어붙어 버린 거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의구심을 누르고 이정희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후보직을 사퇴해 버렸다.


 


먼저 이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던가를 한 번씩 상상해 보며 공감해 보길 권한다.


 


잘 공감이 안 된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금뱃지가 상징하는 수천 가지의 특권을 곁들여 상상해 보면 이해가 좀 더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차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결정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정치생명, 정치 인생의 계획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결정이다. 거기에 자신을 현재의 위치까지 데려다 준 주변의 권력들이 내리는 결정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셈이 되기도 한다. 아예 버림받을 수도 있는 결정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피해를 감수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난 이 용기 하나만 가지고도 이정희 의원을 칭송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용기 하나만으로도 이정희는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이 용기와 칭송이라는 것조차도, 지금 이정희가 저질러 버린 행동을 논하는 데에 있어서는 부수적인 곁가지에 불과하다.


 




 


진짜 충격적인 일은 따로 있다.


 


우리는 지금 정말로 흔치않은 진짜 정치인의 탄생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진짜 정치인이 별 건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고, 자신이 한 약속을 수호하며, 자신의 과오가 드러났을 때 책임지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시적인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할 줄 아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그 정치인이 진짜 정치인이다.


 


우리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었던가?


 


바로 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정치인의 모습, 단 한 차례라도 그런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요구하고 애타게 빌었지만, 단 한 명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거 아닌가 말이다.


 


이제 우리는 69년생, 우리 나이로 겨우 44살 먹은 한 여성 정치인의 행동에서 그 진짜 정치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진짜 정치인은 이제 이번 회기의 국회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진짜 정치인들은 국회 안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금뱃지가 진짜 정치인의 자격이 될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미 넷상에서는 이정희에 대한 칭송이 넘쳐 흐르고 있으며, 이정희를 이렇게 힘든 결정을 하게 만든 세력들에 대한 분노가 흘러 넘치고 있다.


 


이정희는 금뱃지를 버리고 대중의 사랑을 얻었다.


 



 


이 사랑은 이정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무도 모른다. 이 진짜 정치인의 미래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져 버렸다.


 


이 과정이 바로 진짜 정치인 이정희가 강고한 연대로 묶여 있는 소수 세력의 품 안에서 벗어나, 진정한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며,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고, 사람들이 그토록 애타게 요구했던, 그러나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포기해 버렸던 그런 정치 드라마란 말이다.


 


이게 이 사건의 본질이다.


 




 


진짜로 진짜로 고맙다.


 


내 자신속에 남아 있던, 우리 수준에 그게 가능하겠어? 우린 안될거야~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들을 일거에 날려줘서 더욱 고맙다.


 


그리고, 작았던 정치인 이정희가 내린 이번 결정에 무한한 칭송을 보냄과 동시에 진짜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될 그녀의 앞날에 무한한 성취가 있기를 기원한다.


 


 



진짜 정치인 이정희, 당신이 짱이다.


 


 


 


뱀발 : 그건 그렇고, 민주통합당 당신들은 이제 어쩔 거냐?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덕분에 성큼성큼 약진해 나갈 판이 되어 버렸는데, 사이에 낀 당신들은 어쩔 거냐고?


최소한 뭔가는 보여줘야 될 거 아녀~~


 


정치부장 물뚝심송

twitter: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