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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6. 금요일

잡부기자 카인


 


지난 만우절, 아니 가카절. 본 기자는 본능에 이끌려 잠실에 있었다. 무슨 본능? 게이머 본능!


 



커밍아웃. 난 게임이 좋아요. 이런 여자 어디 없나요. ㅠㅠ


 


그리고 하드코어 게이머든 캐주얼 게이머든, PC 게임을 좀 해봤다면 결코 쉽게 넘기지 못하는 타이틀이 하나 있다.


 


디아블로(Diablo)



 


디아블로, 그 10년만의 신작. 디아블로 3의 한글판이 최초로 베타 버전 공개 되었다.


 


언제? 만우절, 아니 가카절에. 어디서? 잠실에서 열린 LG의 3D TV 시연 행사에서.


 


본 기자의 본능이 아니 향할 수 없지 않는가. 그래서, 집에서 하루종일 처자고 있어야 마땅한 본 기자는 사람 바글바글한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하루종일 보내게 되었다. 본지 미디어전략팀장 게으른 수다쟁이 님께서 부추기긴 했지만, 그러지 않았어도 본 기자는 알아서 가있었을 것이다. 이성이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게수다 님의 전화 워딩은 이러했다. "네가 가서 취재하면, 난 그 기사를 보며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을 거다.")


 


이에 본 기자 개인의 이유만이 아니라 최초 공개 되는 한글판 디아블로를 취재한다는 핑계사명까지 띄게 되었다. 글타. 이것은 본 기자가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쓰는 게임 분석 기사다.


 


총선 시즌이고, 매우 중요한 총선이긴 하지만, 본지 죽지않는 돌고래 기자의 말을 빌어본다면, "총선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디아3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거다." 즐거움이란 모름지기 언제고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디아블로 시리즈는, 존재하지 않았다면 2000년대 초반 학생(대학생 포함)들의 성적이 한참은 올라갔을 것이라고 평가되는, 그런 게임이다. 그러니 한눈 좀 팔아보자.


 



대략 이런 시추에이션. 다행히 카페 벙커원의 오픈이 연기 돼서 다행.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입구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다.


 



 


입구 사진, 그딴 거 다 필요없다. 3D TV로 할 수 있는 다른 것도 다 필요없다. 본 기자의 눈에는 단 하나만 보였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입장권을 갱신해가며 하루종일 있었다. 저 입장 표식으로 1시간 반 가량 행사장 체류가 가능했다.


 


즉, 본 기자는 디아3 한글판 베타를 여러 번 플레이해봤다는 의미다. +_+


 


그래도 뭐 3D TV에 대한 얘기를 살짝 해보자면,


 



 


이렇게 한 화면에 시점이 미묘하게 다른 두 영상이 겹쳐보이는 게 기본 원리였다. 이런 화면을 3D용 안경을 끼고 보면 입체로 보인다.


꽤 생경하면서 재밌는 영상 경험이지만, 아무래도 2D 그림을 잘라 앞뒤로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엄청난 수준의 경험은 아니었다.


 



이런 식의 화면에서, 선명해보이는 부분이 좀 더 가깝게 보이고 흐릿한 부분이 좀 멀게 보이는 정도.

결코 입체적 부피감이나 중량감까지 감지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안경을 껴야 제대로 보인다. 부스걸을 찍은 게 아니다. 진짜다.


 




안경 착용자는 이런 착탈형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본 기자는 진정한 목적을 잊지 않았다. 3D TV 기술 따위에 혹할쏘냐.


 



바로 여기가 오늘의 진짜 목적지 아니던가!


 




디아블로3 시연 부스를 위에서 찍은 사진. (출처 : 인벤닷컴 기사)

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는 아이스링크 행사장 내가 아니라 2층의 롯데월드.

이 사진을 직접 위해서는 롯데월드 입장권을 샀어야 했는데,

본 기자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했던 탓에 인벤의 사진을 협찬(?) 받는다. 감사.


 


그리고 부스 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스크린샷이나 플레이 모습 등은 전혀 담질 못했다. 허나 긍정적인 본 기자, 전화위복으로 삼아 체험에만 집중했다.


그렇다면 디아블로3, 통칭 디아3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국내 유수의 게임 웹진들이 지난 해 첫 베타 버전이 공개되었을 때 앞다투어 다뤘지만, 본 기자는 이제 한글판 베타를 토대로 뒷북뒤늦게 얘기해보겠다.


 


(추가하자면, LG의 3D TV를 통한 입체 플레이 경험이라고 했지만 그런 메리트는 거의 없었다. 다른 영상물과 같이 어느 정도 확연한 입체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화면을 들여다봐야 입체감이 약간 느껴지는 정도였다. 오히려 텍스트 폰트가 약간 흐릿하게 보여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플레이 내내 3D 모니터라는 인식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장르 상으로 핵앤슬래쉬(Hack & Slash)에 속한다. 핵앤슬래쉬란 단어 의미 그대로, 편하게 마구 싸우며 다니는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주로 RPG 장르의 하위 장르로 취급된다.


현재 MMORPG와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의 주된 조작법은, 키보드를 주로 삼아 이동이나 단축스킬을 사용하고 마우스를 부로 삼아 화면 지정이나 대상 지정 등을 수행한다. 이런 식의 조작법은 고도의 컨트롤이 가능한 반면, 조작 자체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할 때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핵앤슬래쉬 장르는 이딴 컨트롤이 없다. 마우스가 주가 되어 이동, 지정, 공격 등을 모두 수행한다. 키보드는 단축스킬 정도에서 거들 뿐. 자연히 그래픽, 사운드, 시스템 등 게임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에 심도 깊게 빠져들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 자체도 단순하게 이루어진다. 필드에서 전투, 그리고 마을 거점에서 정비. 조작도 플레이도 단순하기에 진입장벽이 낮을 뿐더러 쉽고 편안한 진행이 가능하다. 디아블로는 핵앤슬래쉬 장르의 결정판이었다. 이후 등장한 핵앤슬래쉬 게임의 대다수가 디아블로를 벤치마킹 혹은 모방했다.


 



디아블로를 벤치마킹한 핵앤슬래쉬 장르의 역작, 타이탄 퀘스트(Titan Quest)


 


디아블로3 역시 핵앤슬래쉬 장르다. 그리고 블리자드가 택한 디아3의 방향은 '온고지신(溫故之新 ; 옛 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 것을 안다.)'인 것 같다. 이게 디아3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전작의 핵심 장점을 계승했다는 것.


 


<디아블로3 - 계승과 발전>


 


- 쉽고, 간편하게


디아3의 조작은 굉장히 쉽다. 전작과 거의 동일하며 전작을 해보지 않았어도 쉽게 적응 가능하다. 전작의 하드코어 게이머였다면 본 기자처럼 5초만에 기본 조작을 완전 마스터할 수 있다.


공개된 디아3 한글판의 스크린샷을 보면서 나머지 '단순함의 미학'을 보자. 전작만큼이나 간소화된 UI가 눈에 띈다.


 



 


스킬 구성도 단순하고, 단축창도 간단하다. 모든 것이, '단순함의 미학'으로 요약된다. 게임 화면의 하단 UI를 보자.


 



 


캐릭터 상태는 전작과 동일하게 두 개의 오브(orb)로 표현된다. 생명력을 표시하는 좌측의 붉은 오브, 그리고 스킬 사용 자원을 표시하는 우측의 오브. (우측 오브는 통상 푸른색이지만, 디아3에서는 능력에 소비되는 자원의 이름이 직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직업 별로 색이 달라지기도 한다.)


단축창은 총 7개. 여기서 퀵 스킬은 6개, 퀵 아이템은 1개다. 퀵 스킬의 경우엔, 가운데의 둘이 각각 마우스 왼클릭과 오른클릭에 대응되기 때문에 사실상 4개인 거다. 적다고? 이걸로도 플레이가 충분할 정도다. (퀵 아이템의 단축키가 5라고 되어 있는데, 현재 버전의 기본 설정은 Q로 바뀌어있었다. Q인 편이 더 쉬운 조작이긴 하다.)


 


우직할 정도로 핵앤슬래쉬의 장점을 추구한 것이다. '단순하게, 쉽게'. 따라서 플레이 진행은 전투 상황에만 집중하면서 마우스로만 조작하다가 가끔 1~4의 스킬을 눌러주는 정도다. 위험하면 Q를 눌러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그게, 전부다.


그게 전부인데, 그게, 중독성 있게 재미있다. 오죽하면 어떤 게임 기자가 자신의 디아3 체험 기사의 카피를 이렇게 잡았겠는가.


 


"도망쳐라. 악마가 다가온다!"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낸 덕에 이런 재미가 만들어졌다. 전작의 분위기를 계승하여 을씨년스러우나 거북하지 않은 그래픽에, 시야 너머에서 다가오는 적이 주는 긴장감, 그 적을 사정없이 쳐부술 때의 쾌감, 그리고 그 조작은 간편하고 편한. 디아블로 시리즈의 덕목이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 물론 웨이포인트 등의 게임내 편의 시설 또한 거의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


 


 


<디아블로3 - 계승과 발전>


 


그냥 계승만 한다면, 단순한 아류작이 될 뿐이다. 디아3의 컨셉 자체가 계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발전 혹은 변화는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정도는 있다.


 


- 자동 스탯


일단 능력치(stat)를 수동으로 높이는 시스템이 사라졌다. 이젠 직업에 따라 자동으로 상승한다. 플레이어가 건드릴 수 없으니, 고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능력치는 레벨업시 자동으로 상승하여 난이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장비를 통해 증가시킬 수 있다.


 



영문판 베타 버전의 스탯 창. 손댈 필요 없다. 확인만 하면 되는 용도다. (출처 : 인벤닷컴 기사)


 


- 스킬 등록과 조합 시스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스킬에 있다. 스킬 트리라는 시스템이 완전 삭제 되고, 대신 스킬 등록이라는 시스템이 생겼다.


 



단축 스킬 6개의 창의 구체적 작동 방식. 이게 가장 중요한 변화다.


 


디아3의 스킬은 6개의 계열로 나뉘며, 각 분야 별로 한 키에 대응된다. 플레이어는 사용할 스킬을 분야 별로 하나씩 고른다. 1번 기술 분야는 마우스 왼쪽 클릭으로 작동하는 '기본 공격용' 스킬들이다. 셋 중 하나를 고르면, 그 스킬의 아이콘이 화면 하단 UI에 들어가고, 마우스 왼클릭을 했을 때 이 스킬이 사용되는 식이다. 따라서 하단의 단축창은, 사실 단축창이 아니라 표시창이다. 이렇게 한 스킬을 등록하면 다른 두 개의 같은 분야 스킬은 등록을 바꿀 때까지 사용할 수 없다. 등록된 스킬을 교체하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으나, 교체하고 나면 쿨타임이 돌아 즉시 사용할 수는 없다.


이 시스템은 플레이어 개개인의 개성과 연관되며 전술적인 플레이도 가능케 한다. 예를 들어보자.


 


본 기자의 손에 가장 잘 맞았던 직업은 수도사. 수도사에서 1번 기술 분야인 '공격'의 세 스킬 중 첫 번째 스킬은 '단일 적을 3연타 후 넉백'시킨다. 그런데 이게 본 기자의 성향에는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두 번째 스킬을 등록했다. 두 번째 스킬은 '일직선 상의 적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중거리 발차기 스킬이다. 이 스킬을 이용해 다수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본 기자의 플레이 스타일에 더 맞았다. 2번 기술 분야는 마우스 오른쪽 클릭으로 작동한다. 수도사에서 2번 분야의 첫 번째 스킬은 돌려차기. 캐릭터 주변의 다수 적에게 동시에 피해를 입힌다. 몰려드는 적을 처리하기엔 딱이다. 그러나 공간이 좁은 던전 안에서 다수 적에게 포위되어 움직일 수 없는 포위 상황을 자주 겪은 본 기자는, 이 보조 공격의 스킬을 교체했다. 두 번째 스킬은 대시 공격. 돌진하며 적들을 밀쳐내는 스킬이다. 필드에서는 첫 번째의 돌려차기로 던전에서는 두 번째의 대시로, 위험한 포위 상황을 타개했다. 다른 4개의 스킬 슬롯도 같은 식이다.


1번 키에 해당하는 3번 스킬 분야의 이름은 '방어'다. 여기는 대부분 적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거나 발을 묶는 메즈(mesmerize) 스킬이 있다. 수도사의 경우, 3번 분야의 첫 번째 스킬은 '실명'이다. '밝은 빛을 내뿜어 주변 적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스킬. 도망가야 하거나 겹겹이 둘러싸여 쉽게 탈출하기 힘들 때 유용하다. 마법사의 경우엔 이 스킬이 '얼음회오리'이다. 자기 주변의 적들을 일시적으로 이동불가로 만든다. 근접전에 약한 마법사의 전투는 거리를 둬야 하니, 매우 유용한 스킬이다.


 


 



마법사의 스킬 분야 6개를 조합한 모습. 최초 베타 버전의 UI로, 현재는 형태가 많이 변해 있다.


 


따라서 스킬 간의 혹은 스킬 분야 간의 우열은 없다. 차이만 있을 뿐. 플레이어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조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본 기자 옆에 앉았던 어떤 분은 오히려, 1번 분야의 첫 스킬인 3연타의 넉백 효과를 이용해 포위 상황을 타개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즉, 상황에 맞는 스킬의 선택이 중요하다. 자신의 스타일과 상황에 맞는 스킬들을 선택-등록해두면 그 조합으로 신나게 학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 스킬 효과와 룬


또한 스킬 분야 별로 기본 효과가 있다. 기본 공격에 해당하는 1번 분야의 스킬들은 발동 비용이 없다.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하다. 보조 공격에 해당하는 2번 분야와 여타의 분야들은 사용할 때 분노(야만전사), 비전력(마법사) 등의 자원을 필요로 한다. 우측의 오브로 표시되는 것 말이다. 1번 분야의 스킬을 사용시 이 자원을 일정량 채워준다. 따라서 기본 공격인 1번 분야 스킬로 자원을 모아, 다른 분야의 스킬을 사용하는 식이 전투의 기본 구성이 된다. 이때 마우스의 사용법을 보면, 좌클릭-좌클릭-좌클릭-좌클릭-우클릭-가끔 1번에서 4번 누름 정도 되겠다.


만약 스킬 자원이 다 떨어졌는데 마우스 우클릭을 계속 누르고 있다면? 참 편하게도, 아무 공격도 안 하지는 않는다. 대신 아무 효과 없는 기초 공격이 나갈 뿐이다.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 블리자드 참 꼼꼼하다.


 


또한 '룬 시스템'이 존재한다. 아이템에서 추출하거나 하여 이 룬을 획득하면, 룬을 소모해 스킬을 특정 형태로 강화시킬 수가 있다. 이건 완전히 제각각이 가능하다. 분야 별로 스킬을 골라 조합시키고 룬으로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 굉장히 다양하게 조합을 추구할 수 있다. 감히 '국민 조합' 이런 건 쉽게 나오기 힘들 거라 본다. 다만 조합과 룬에 대한 초기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으니 이후 버전에서는 이에 대한 도움말이나 튜토리얼 컨텐츠가 필요할 것 같다.


 


- 스킬 자원 이름 변경


기본 공격 계열의 스킬을 제외한 다른 스킬들을 사용하는 자원의 이름이 바뀌었다. 전작에선 '마나'로 통일되어 있었으나 이번엔 야만전사의 경우 '분노', 수도사의 경우 '공력' 등으로 바뀌었고 표시 오브의 색도 분화되었다. 악마사냥꾼의 경우엔 이 스킬 자원이 2가지여서 약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 발전한 그래픽과 오브젝트 처리


어렵게 말하면 오브젝트, 쉽게 말하면 게임 내의 물체가 캐릭터의 움직임에 의해 변경된다는 말이다. 이미 죽은 적의 시체가 이동하거나 싸우는 캐릭터/다른 적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밀려나거나 한다. 맵 곳곳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 죽은 병사의 시체, 상자 같은 것에서 돈이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은 그대로다.


 


- 편리한 루팅과 생명력 구슬


디아블로2를 기억하다면, Alt 키를 눌렀을 때 땅에 떨어진 모든 아이템과 돈의 이름이 보이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일일이 클릭해줘야 집을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디아3의 기본 설정에서는 그 위를 지나가기만 해도 루팅이 가능하다. 또한 자동 루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생명력 구슬'


 



 


위 화면은 마법사의 플레이. 1번 계열의 스킬인 '연쇄 번개'를 사용 중이다. 번개 줄기 위쪽으로 두 개의 붉은 구가 보인다. 저것이 생명력 구슬로, 이 위를 지나가면 자동으로 생명력이 회복된다. 꼭 물약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생명력 구슬은 적을 죽이면 낮지 않은 확률로 떨어진다.


 


- 세세한 음성 지원과 퀘스트 추적


디아3는 거의 100%에 가까운 음성 지원을 보여줬다. 컷신은 물론, 캐릭터가 마을을 지나갈 때 듣게 되는 NPC의 중요하지는 않은 대화까지. 게다가 전투 간간이 자신의 상태를 독백 컨셉으로 알려주는 캐릭터의 음성도. 모두 음성지원이 매끄럽게 되고 있다.


또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적용되는 '현재 퀘스트 목표 추적' 기능도 있다. 화면 우측 위에 현재 수행중인 퀘스트의 목표가 나와 편하게 현재 진도를 확인할 수 있다.


 


- 랜덤 퀘스트와 던전


디아블로의 맵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디아3 역시 비슷한데, 좀 더 일관성 있게 진화했다. 주요 지역 몇몇은 고정된 형태의 맵이지만, 필드와 던전의 일부는 랜덤인 식으로. 또한 이젠 던전마다 간략한 보스 혹은 목표가 생겼는데, 재밌는 설정들이 있다. '가시마귀' 몹의 둥지가 되어 새끼 가시마귀들이 뛰어다니는 집이 던전이라거나, 보물 창고로 쓰인 집이 던전인데 여기서는 좀도둑 악마가 등장하여 들키면 차원문을 열고 도망가려 한다거나.(이 악마를 잡으면 상당량의 돈을 떨군다.)


또한 필드나 던전에서 랜덤하게 서브 퀘스트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미션'이라는 것이 추가 되었는데, 이런 건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달성 메시지가 뜨는 식으로 나타난다. "이 필드에서 적 10명을 쓰러뜨렸다 : 경험치 10% 추가 지급" 혹은 "적 5명을 한 번에 처치 : 경험치 5% 추가 지급"


 


- 편의성의 극, 네팔렘 큐브와 요르단의 단지


인벤토리 처분을 위해 마을에 꼭 들를 필요가 없어졌다. 네팔렘 큐브와 요르단의 단지라는 시스템 덕분이다.


 



영문판 베타, 최초의 인벤토리 모습. (출처 : 인벤닷컴 기사)


 


네팔렘 큐브는 아이템을 부숴(뽀각) 재료로 환원해준다. 요르단의 단지는 아이템을 팔아준다. 그러니까, 필드에서도 인벤토리를 비울 수가 있다. 아이템의 사이즈가 줄어들어 아무리 커도 2x1 정도라지만, 뭐든 쌓이면 꽉 차는 것이다. 디아3에서는 꽉 찬 인벤토리를 비우기 위해 마을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없다. 이제 마을은 멀티 플레이의 경우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거나, 룬 제조/장비 제작 등의 상점 전용 기능을 이용해야 할 때, 퀘스트 스토리 진행상 필요할 때만 가면 된다.


 


- 직업


독자들이 가장 궁금할 것인 직업. 디아3는 총 다섯 개의 직업으로 시작한다. 디아3에서는 각 직업 별로 남성형/여성형 하나씩의 모델이 있다.(여성 바바리안은 정말 육중한 근육미를 자랑한다.) 참고로, 각 직업/성별 별로 성우의 목소리가 다 다르다.


 



공개 스크린샷 중 하나


 



* 야만용사 : 전작의 바바리안. 여전히 넉백과 도약 공격 등으로 적진을 휘젓는 근거리 전투용 직업.


* 악마사냥꾼 : 활과 함정을 사용하며, 전작 아마존 계열. 전형적인 원거리 전투용 직업.


* 수도사 : 맨몸과 너클 등을 사용하는, 전작 어쌔신 계열. 근거리 및 중거리 전투용 직업.


* 부두술사 : 독과 소환수를 사용한다. 원거리 계열은 모두 조준을 하지 않아도 스킬이 잘 나가는데, 부두술사는 이 조준 면에서 최고의 난이도.


* 마법사 : 전작의 소서리스. 단일 데미지가 상당히 강하지만 근접전에선 치명적인 약체.



 


본 기자는 25분의 체험 시간이 끝나고 퇴장하면, 곧바로 새 번호표를 뽑아 다시 들어가는 식으로 테스트 플레이에 참가했다.


 



여기는 출구. 하도 들락날락한 덕에 이 두 여성과 눈인사를 나눌 정도가 됐다.


 


다섯 직업 모두를 플레이해봤으며, 폐장 2~3시간 전쯤엔 사람들이 줄어들어(다들 소녀시대 보러 갔더라) 죽치고 앉아 엔딩도 3번을 봤다. 충분히 오랫동안 탐구하며 플레이한 본 기자가 찾아낸 디아블로3의 변화점 혹은 발전점은 대략 이 정도다. 항목은 많지만, 주된 줄기는 전작을 계승했다. 따라서 그래픽이 좋아지고 인터페이스가 편리해지고 몇몇 시스템이 사라지거나 바뀐, 그런 형태로 봐도 무방하긴 하다.


 


디아블로3 개발의 기조는 아마도 '전작의 계승'이었을 것이다. 그래픽과 조작 등에서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다. 그리고 다음 기조는 아마도 '편의성의 발전'이었을 것이다. 자동 스탯 상승, 인벤토리 관리, 자동 루팅 등 사소하지만 게임 플레이를 번거롭게 할 수 있는 곁가지들을 최대한 쳐내려는 노력이 보였다. 세 번째 기조가 있다면, 분명 '개성의 표현'이었으리라. 스킬 등록/조합과 룬 강화 시스템은 개인마다 제각각일 수 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시도다.


그 결과, 디아블로3는 악마의 이름에 걸맞는 게임이 되었다. 전작의 아성을 이어갈 만하다.


 




 


디아블로2는 무수한 학생들의 성적을 떨어뜨렸고 무수한 직장인들의 인사고과를 엉망으로 만든 바 있다. 가히 악마다. 그리고 디아블로3는 이 악마 게임의 혈통을 제대로 이었다. 개선/변화점에 대해서는 찬반 이견이 있을 수 있되 전작의 장점을 제대로 계승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학생, 혹은 직장에서 중대한 프로젝트를 맡은 직장인 게이머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본 기자와, 본 기자를 잠실로 보낸 게으른 수다쟁이 팀장은 5월 15일 디아블로3가 출시되면 절대 사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와 우리가 맡은 일은 소중하므로. 물론 예정일 뿐이다.


 


중대한 총선 정국에서 잠깐 한눈을 팔았더니, 악마가 돌아온 것을 보고 말았다.


 


아, 소녀시대 사진은 없냐고? 본 기자에게 있어 소녀시대와 디아블로3의 관계는 이렇다. "소녀시대 < 디아블로3"


폐장 시간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 플레이하던 본 기자가 소녀시대 등장 정도에 한눈을 팔았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물론 소녀시대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부스 내에 본 기자 혼자 있었다는 정도는 밝힐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양심에 의해, 멀리서 줌을 땡겨 3장 정도를 찍기는 했다. 물론 카메라를 사용했다고 스탭에게 혼나고 나서는 다시 테스트 플레이에 집중했다. 플레이하다 공연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져서 잠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반역을 했다는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소개 화면도 3D 지원. 왼편은 사회자인 코미디언 송병철.

소녀시대가 무대에서 공연할 때 화면에선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가 나왔는데,

이 역시 3D 지원이 되었다.(게임하느라 잘 보진 못했다.)


 





 


왜 근접샷을 찍지 않았냐고 탓하지 말라. 본 기자는 게이머다. 어느 게이머가 본 기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P.S. 이 기사는 기획취재팀장 죽지않는 돌고래 기자의 "어서 빨리 쓰라! 나 디아블로 좋아한다능! 빨리 읽고 싶다능!" 이라는 재촉, 나아가 협박에 의해 급히 쓰여졌음을 밝히는 바이다.


 


끝으로, 게임 좋아하는 본 기자는, 거듭 밝히지만,


 



 


이런 취미와 외모의 여성을 정말 애타게 찾고 있다.


 


잡부기자 카인

twitter: @Kain_Sul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