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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4. 수요일

부편집장 필독


 


들어가며


 


여러분은 가치를 위해 투표하는가, 전략을 위해 투표하는가? 다시 말해 여러분은 원칙주의자인가, 아니면 실용주의자인가?


 


예를 들어 여기, 진보신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필독’이 있다. 필독은 지역구는 야권단일후보에게 투척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당투표는?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야권연대 승리 후를 생각한다면 통합진보당에 정당투표를 하는 편이 한 표를 낭비하지 않는 적절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선거란 과연 차악을 선택하는 것인가? 진보신당이 총득표율 2%를 넘기지 못해 해체되는 것을 막는 데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필독의 경우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강한 것, 큰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필독의 예다.


 


그렇다면 필독의 경우 꼭 보고 싶은 야권연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현명할 지라도, 그렇다 할 지라도...


 


가치에 투표할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다시 말해 20개나 되는 4.11 총선 참가 정당들의 가치는,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나는 그저 여러분의 선택을 돕기 위해 여러 정당들이 간판에 내건 위대한 가치들을  소개해주고플 뿐이다. 물론 군소정당 위주로.


 


군소정당이므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새누리당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 진보신당은 군소정당이 되었지만, 딱히 소개를 시켜주어야 할 정도로 유권자들이 모르진 않는다.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도 비슷한 이유로 기사에서 탈락했다.


 


녹색당과 청년당의 경우 생소하지만 기사에 넣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기사를 읽다 보면 아시겠지만 저 두 당은 이제부터 소개할 쟁쟁한 군소정당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범상하다. 괜히 함께 소개하여 그들의 찬란함에 빛이 바래게 하는 것은 소개하느니만 못한, 너무 잔인한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녹색당과 청년당을 소개리스트에 올리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동정과 배려의 차원에서다.


 


이제 떨리는 마음으로 나머지 12개 정당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사를 읽는 독자여러분의 마음도 나와 같으리라 믿는다.


 




 


1. 기호 6번 국민생각


 



 


자나 깨나 국민만 생각한다는 바로 그 당이다. 이 당의 위용은 비례대표 1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당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민생각이라는 당명은 국민의 생각을 담겠다는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거꾸로 하면, 자신들이 하는 말이 곧 국민 모두의 생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당의 정강 및 정책은 좋게 말하면 거시적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졸라 추상적이다.


 


"헌법의 가치를 지키고, 통일하고, 상생하고, 선진국이 되어서 모두 다 잘 먹고 잘 살자."


 


물론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대한민국이 국민생각의 뜻대로 되기 위해 우리는 오히려 국민생각의 당원이 되거나 이 정당을 지지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건 너무 당연한 말들이며, 따라서 우리는 그냥 대한민국 국민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당 기본정책 2조에 따르면 국민생각은 “재산권에 대한 존중과 공정한 경쟁, 기회의 평등과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4조에 따르면 “국민은 누구나 행복추구권을 갖는다.” 그런데 이건 국민생각이 우리한테 해줄 게 아니라 애초에 헌법이 보장한 거다.


 


이 당엔 이념도 없고 정책의 실현 방안도 없으며, 다만 비례대표 1번 자리에 초현실적이게도 전여옥이 있을 뿐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정당 국민생각. 어쨌거나 보기에는 좋은 당 정강 첫머리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지역·세대·계층의 작은 차이를 넘어 합리적 진보 세력과 개혁적 보수 세력이 함께 함으로써 국민대통합과 선진통일을 이룬다.”


 


그리고 전여옥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은 결국 종북세력들과 야합할 것.”


 


역시 초현실주의 정당의 비례대표 1번답다. 국내유일의 민족 정론지 딴지일보에 보낸,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을 고발하는 보도자료 공문조차 초현실적이다.


 



 


‘영들포’는 어디에 있는 곳일까? 아래 그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2. 기호 7번 가자! 대국민중심당


 



 


가자! 대국민중심당은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순간부터 대략 정신이 멍해지게 만드는 기개를 보여준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보라.


 



 


국민의 손이 되어 구석구석 어루만지겠다는 저 에로틱한 슬로건에서 명랑사회 창달의 열망이 느껴진다. 나... 느끼면 어떡하지? 어우 생각만 해도 얼굴이 빨개진다. 대국민중심당이라는 당명이 지칭하는 국민의 중심이 다리 사이의 그 중심일지도 모른다는 건 나만의 상상이길 바란다. 나를 타락했다 욕하지 말아주시라. 인간은 질그릇 같은 존재인 것을... 전쟁터에서 살인을 경험한 병사처럼, 예사롭지 않은 홈페이지 디자인과 문구를 마주치고 나는 그런 상상을 하는 남자가 되고 말았다.


 


인정한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헌데 홈페이지 이미지를 보면, 분명히 손으로 만지겠다고 해놓고서는 어째 손을 주무를 것 같은 분위기다. 손은 인체의 축소판이라고, 신체/장기 부위를 가득 적어 놓지 않았는가. 손으로 주무르겠다는 것인가, 손을 주무르겠다는 것인가. 손으로 손을 만지작거리겠다는 것인가? 에이 설마. 분명 국민의 온 몸을 구석구석 만지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깨달음은 비범한 순간이라,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필자는 일순간 삼겹살을 설탕에 찍어 먹는 위화감을 느꼈으니, 그렇다 그거슨 바로 깨달음이었다. 이미지를 잘 보라. 검지 끝으로는 머리를, 약지로는 얼굴을 만져주는 것이다. 생식기를 만지는 부위를 보아하니, 중요한 그곳은 가라데 촙으로 어루만져줄 것 같다. 기력회복은 아마 정신이 번쩍 드는 싸대기가 될 것 같고. 몸의 다른 부분을 손의 각 부위로 만지는 세심함.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 당의 창당 목적은 ‘노인과 젊은 엄마들이 우대 받는 사회 창달’이다.


 


일과 가정의 무게에 짓눌린 중년, 공무원, 서민과 서민 이하 경제층, 88만원 세대, 등록금에 허덕이는 대학생, 부조리한 교육정책에 신음하는 청소년의 부모 등 잡다한 유권자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 버젓이 존재하는 유권자들인데 말이다.


 


필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불현듯 본지 미디어전략팀장 게으른 수다쟁이님의 평소 지론을 상기했다. 정치는 마케팅이며, 선거는 전략이라고 하는... 홍보를 할 때는, 마케팅 포인트와 타겟을 확실히 해야 한다. 가자! 대국민중심당은 핵심 지지층 확보를 위해 나머지 유권자층을 칼로 무 자르듯 과감히 정리했다. 무청을 땄는데 무청은 챙기고 무는 버리는 저 과감함은, 가자! 대국민중심당이 결코 군소정당이어서가 아니다. 핵심 지지층의 온 몸을 보다 세심히 어루만지기 위해서이다.


 


이 세심함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걸어 놓은 ‘발자취’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2011.3.28 … 정 치 세력이 조직화 제의(‘정’ 자와 ‘치’ 자 사이 공간에 우리가 모르는 심오한 행간이 필시 있을 것이다.)


2011.4.19 중앙선관위에... 신고를 완료.


2011.9.9 경기도당 창당대회


2011.9.23 부산시당 창당대회


2011.9.26 대구시당 창당대회


… 중략...


2011.12.26 경상북도당 창당대회


… 중략...


2012.3.19. … 충청북도당 창당대회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이상의 발자취는 놀랍게도 단 한 문장, 겨우 네 글자로 정리된다.


 


“창당했다.“


 


저 한 마디를 무려 25행에 걸쳐 꼼꼼히 풀어놓았다. 자랑할 만한 다른 이력이 없어서는 결코 아닐 것이다.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한다. 손으로 구석구석 어루만져 준다지 않는가.


 


 


3. 기호 8번 친박연합


 



 


친 박근혜 연합이 아니다. 친 박정희 연합이다. 박근혜는 멀쩡히 살아있고, 박정희는 죽은 사람이라고 해서 헷갈리지 말자. 친박연대와 헷갈리지도 말자. 필자도 놀랐다. 정말로 박정희의 박(朴)이다. 이들은 왜 공주님을 옹위하지 않고 친 고인(古人) 연합을 결성했을까?


 


첫째는 박정희를 너무 사랑해서일 것이고, 둘째는 공주님 하는 게 자기 아버지만 못해서일 것이다. 당령, 정책 등 모든 것이 박정희이며, 갤러리는 물론 모두 박정희 사진이고, 자료실에는 박정희의 어록이 게시되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모든 것을 계승/발전시킬 것을 모토로 삼은 이 당의 강령은...


 


“친박연합은 국민을 소외시키는 폐쇄적 정치를 극복하고 1인 지배정치와 계파정치, 부패정치, 밀실정치와 뺄셈정치를 종식하고...”


 


박정희의 무엇을 계승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직은 당최 알 수가 없다.


 


“... 친박연합은 당 운영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부패가 발붙일 수 없는 깨끗하고 자립적인 정당을 만든다.”


 


그런데 2010년 친박연합의 당 대표였던 박정희의 조카 박준홍 씨는 6.2 지방선거에서 공천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아직도 친박연합의 정체성을 통 모르겠다. 필자의 혼란은 가중된다. 친박연합은 현존하는 그 어느 정당보다도 ‘인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당 강령 두 번째 항목이 ‘인권과 민주주의'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모범적 인권 국가를 만들 것이다.”


 


이하 줄줄이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여성의 인권, 노동자의 인권... 여기서 박정희와 인권의 함수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아래 사진 만한 게 없을 것이다.


 



 


보이는가. 흉악한 정치 깡패의 처형마저도 민, 관, 군 심지어 사형수 본인까지 함께 하는 한바탕 축제로 승화시킨 저 모습이. 친박연합은 홈페이지에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에서 ‘박정희 모델’을 따라하느라 열광이라고 적어 놓았다. 인권에 관한 한 아프리카의 정부군과 반군, 아시아 국경 지대의 장군들이 박정희의 뒤를 잘도 따른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친박연합은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가장 충성도 높은 팬클럽일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바로 그와 같은 마음으로 본 기사와 필자를 대해주기 바란다. 비록 독자 여러분이 필자의 소박한 바람에 부응하지 못할지라도, 나는 여러분의 인권을 적극 배려해 줄 생각이다.


 



 


 


4. 기호 9번 국민행복당


 



 


국민행복당은 말 그대로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기치를 걸고 창당되었다. 물론 그건 너무 당연한 얘기라 할 필요가 없긴 하다. 누차 말하지만 애초에 당의 존재 목적은 그런 거시적 목표가 아니라 방법론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으로 따지자면 새누리당, 즉 신세계 내지는 뉴월드당의 뜬금없음에는 미치지 못한다. 보다 가열찬 분투를 청하는 바다.


 


국민행복당의 정강정책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온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강대국을 만들겠다.”


 


근데 어떻게? 정책이라 밝힌 A4 용지 두 장짜리 소탈한 문서는 사실 뜬구름이요, 외려 정책은 치밀하게 은폐되어 있다. 그것은 국민행복당이 당대표가 국군기무사령관으로 예편한, 아마도 준 군사조직으로 봐도 될 만한 조직이어서일까.


 


아마도 당의 창조주, 당 대표 허평환의 머릿속에는 ‘잘 사는 강대국’ 실현 방안이 와호장룡(웅크린 호랑이와 숨은 용)처럼 도사리고 있을 터. 당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전거인 ‘당대표 소개’ 문서를 확인하는 수밖에. (링크)


 


“그는 1949년 7월27일 일년중 가장 무더운 여름날 바닷가 갯마을인 경남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 임포마을에서 8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다” 에서 시작한 장황한 문서를 여기 다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핵심 단어만 추리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태어났다 … 성장 … 군생활 … 예편 … 창당”


 


이는 결국 가자! 대국민중심당의 경우처럼 “창당했다.”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행복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만 찾으면 된다. 허평환 대표에 따르면 "이제 정치는 자신처럼 새로운 인물이 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가까스로 발견한 유일한 지지 근거다.


 


생각할수록 참으로 기쁜 일이다. 나도 새롭고, 여러분도 새롭기 때문이다. 오천만 국민에서 대략 500명만 빼면 모두가 새롭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렇게나 밝다. 그럼 그 새로운 인물들 중에서 왜 꼭 허평환인가.


 


당과 당 대표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렇다. 그는 고뇌하는 사람이다. 고뇌해 왔고 지금도 고뇌하며 살고 있는 그는, 다시 말하면 아직 답을 도출해내지 못한 상태다. 문득 ‘당대표 소개’ 백미를 장식한 대목이 생각난다.


 


“이제 그는 38년의 군복을 벗고 민간인이 되었다. 큰 부자는 아니지만 이제 편안히 살 수 있게 됐다. 형제들도 사촌들도 비록 작지만 좋은 기업을 이루어 모두 사장이고 집과 자가용을 가지고 있으며 자식들 대학 공부도 다 시켰다. 골프치고 국내·외 여행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면서 편안히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 수 있는데 오늘도 근본을 갖춘 올바른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온 국민이 다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화합하고 단결하는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그리하여 통일 조국 만들겠다고 세계 최고 강대국 만들겠다고 주변의 냉소를 무시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빠른 통일이 행복하게 사는길"이란 책을 펴내어 이를 강의하고 뜻을 같이하는 통일꾼을 모으면서...

그는 지금 산을 옮기겠다는 어리석은 노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어리석은 노인처럼 안 사시면 된다. 골프도 치시고 국내외 여행도 하고 그러시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5. 기호 10번 한국기독당


 



 


 


한국기독당의 포부, 그 첫머리는 신본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신본주의 국가'를 만든다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 현행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대목으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않는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고 하는 헌법 제 20조를 성령의 힘으로 깔아뭉개고 있다. 한국기독당 총재가 홈페이지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당이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오직 주님만을 따르는 국가, 세상에 속한 국가가 아니라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국가의 모습"


 


맞는 말씀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국가를 감당치 못할 것 같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이는 교회에서 말하는 대로, 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민주주의 헌법이 보장하는 피선거권을 누리는 동시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얼핏 모순으로 비칠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믿음 없는 자들의 영혼에 하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저 당령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머리로는 가늠할 수 없는 신의 역사하심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6. 기호 12번 대한국당


 



 


 


대한민국의 ‘진짜 보수’를 표방하는 대한국당.


 


늦은 밤 귀가길, 박정희와 전두환을 좋아하시는 택시기사님에게 1분이면 모두 들을 수 있는 얘기를 창당발기문이라고 써놓는 호방함, 그 기사님이 기사식당에서 정치적인 성향이 비슷한 친구분과 이야기하는 걸 옆자리에서 2분 듣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 친서민적인 대표인사말. 제발 한 표만 달라고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족이 없다.


 


대한국당의 주요 정책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불법시위 근절”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그런데 대한국당의 군인 아저씨들이 창당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통합진보당 당사에 가서 불법시위를 한 것이었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하긴 저들의 옷차림을 보라. 착검! 돌격 앞으로! 하는 외침과 함께 화약냄새가 물씬 풍긴다.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노병에게 솜털 보송보송한 경찰이 건방지게 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다.


 





간판을 바꾸는 깨알 같은 테러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 이들은, 당의 강령을 창당 직후에 뒤집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해치우는 전사들이다. 누가 그랬던가. <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라고.


 



 


노병들이 조용히 사라져 주시길 바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필자가 그분들을 존경해서다. 노병이 사라진 자리엔 가스통만이 외롭게 남아 홀로 떨어지는 낙엽을 맞을 것이다. 충성!


 


 


7. 기호 13번 미래연합


 



 


미래연합의 슬로건은 세 가지다.


 


“국민의 미래를 준비하여(준비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희망을 키우겠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원칙으로 일하는 정당"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정당, 조직,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현재란 미래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순간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데, 신뢰 받지 않으려는 정당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어떻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 ‘어떻게'가 슬로건이고, 강령이고 당의 존재 이유다. 미래연합엔 그런 거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그냥 희망이 아니라 ‘미래희망’을 키운다고 하는데, 희망이라는 단어는 어차피 미래형이다. 즉 ‘미래희망'은 희망과 동의어거나 희망의 오타다. 세 번째 슬로건은 또 어떠한가. 국민은 미래연합을 신뢰하기 이전에, 미래연합의 존재조차도 잘 모른다. 그러니까 ‘국민의 신뢰를 원칙으로 일하는 정당’이란 건, 현재 아무도 일하고 있지 않은 정당이란 얘기다.


 


따라서 매우 놀랍게도 10초만 분석해보면 저 세 문장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당명부터 슬로건까지, 언어는 존재하되 언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없다. 이 정도 수준의 언어유희가 가능한 것을 보건대, 노암 촘스키 급의 천재적인 언어학자가 미래연합과 함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증거를 보여주겠다.


 



이 항목을 누질르면


 



이런 게 뜬다.


 


필자가 어처구니를 상실한 나머지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냅다 찌를 뻔한 것은, 전적으로 미래연합이 제시하는 고급 철학 담론에 나의 지적 수준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미래연합의 당 대표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고로 미래연합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대체 뭐 하는 곳일까. 바로 이 질문에 미래연합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미래연합은 정당이 내건 당명을 충실히 지키는 역사상 몇 안 되는 정치집단이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 않은가. 미래연합의 간판을 달고 출마한, 아래 후보의 알 수 없는 정체처럼 말이다.


 



송파구 해병대 전우회 회장인데


 



병력(병역 아님)은 육군 복무 완료라고 한다.


 


 


8. 기호 14번 불교연합당


 



 


노블리스한 혈통을 가진 분들에게 중간 이름이 있는 것처럼, 불교연합당도 사실 풀네임이 있다. 이름하여 ‘불교정도화합통일연합당’.


 


불교연합당은 경북 포항 오어사의 주지인 장주 스님이 창당했다. 창당 취지는?


 


“4차원 정치를 펼치겠다.”


 


4차원 맞다. 스님 본인이 저렇게 말했다. 아래 사진에 보듯이 물론 스님의 패션도 4차원에 충실히 부합하고 있다.


 



 


그렇다면 4차원 정치란 무엇인가. “종교와 국가와 국민을 하나로 하는 불교의 3위1체가 정도화합사상이고, 4차원 세계다.” 이 냥반, 아니 스님은 “이것은 세계 최초의 정치철학”이라며 자부심을 피력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과연 저런 정치철학은 세계 최초일 수밖에 없으며, 또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위해서라도 최초이자 최후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최초라는 이유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 나만의 정치철학에 나름 이름을 붙여봤다. 오늘백반은제육볶음식후녹차한잔 정치, 어떤가. 세계 최초다. 알아서들 모셔라. 다 장주 스님 덕이다.


 


장주 스님은 과연 어떻게 이 땅의 중생들을 구제할 것인가. 화합하고 잘 살고 남북통일을 이루게 하겠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찬성하고 환영하는 방법으로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


 


그런데 신묘하게도 총선이 일 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장주스님을 믿고 무작정 기다려보기로 하자. 어쩌면 투표소 개방 세 시간 전쯤 흰 꽃비와 함께 중생들의 귀에 들려올지로 모른다.


 


 


9. 기호 15번 정통민주당


 



 


정통민주당은 민주통합당에서 낙천을 먹은 정치인들이 중심이 되어 창당했다. 그 대표인물을 꼽자면,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이다.


 


정통민주당의 창당 경위는 대략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따른다. 필자가 총수에게 가열찬 똥침을 놓은 후, 전격 해고 당한다. 필자는 나처럼 뛰어난 기자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총수의 구태에 좌절하지 않고 ‘정통딴지일보'를 창간한다. 왜냐하면 내가 장담컨대, 딴지일보 십수 년 역사의 정통성은 오롯이 내 가슴에만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의심하지 마라. 나 거짓말 할 사람 아니다. 어허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내 가슴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니깐?


 


물론 근거는 없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1차적 소양은 뭐니뭐니해도 자기확신일 것이다. 딴지스들의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이상 ‘정통딴지일보'가 딴지일보의 조회수를 통째로 가져와야 마땅하다는 그런 확신. 자기확신 분야에 한해서는 정통민주당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정통민주당은 스스로 믿은 것처럼 유권자들도 자신들을 믿게 하면 된다.


 



 


그래, 그러면 된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10. 기호 18번 기독당


 



 


기독당(기독자유민주당)의 12개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회에 한해 은행 대출이자 2% 이하의 특별혜택을 준다는 것. 아 이 양반들 소심하다. 하나님의 은혜는 그렇게 쪼잔하지 않은 바, 대출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헌금으로 받은 셈 치면 될 것을.


 


하긴 겸손함도 절대자를 모시는 자의 필수적인 소양일 것이다. 기독당의 고문인 전광훈 목사가 천명한 목표는 겨우 ‘5석 확보’이다. 그런데 인간의 인지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어떤 신비한 작용에 의해, 기독당의 지지율이 17%라고 한다. 하나님의 권능이 두려우신 분은 얼른 믿도록 하자. 이 분은 여신도와 단둘이 방 안에 있으면 손을 대지 않고도 신도의 빤스를 벗기는 바로 그 분, 빤스목사님 아닌가.


 


전광훈 목사는 이미 작년 2011년, 기독교 정당 창당을 공언한 바 있다.


 


“우리가 내년 4월에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서 헌법을 개조해 아이 5명을 안 낳으면 감방에 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성령이 충만한 대한양계장이 될 예정이다. 물론 양계장 관리인은 전광훈 목사다. 그는 여신도의 빤스를 자유자재로 내리더니, 어느덧 한국 여성의 자궁에까지 그 권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역시 같은 당의 고문인 김홍도 목사는 작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전에 이런 말을 했는데...


 


“대한민국의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


 


신의 음성을 핫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듣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말이 틀릴 리는 없다. 사탄, 마귀에 속한 바로 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힌트가 있다면, 다행스럽게도 현재 서울은 멀쩡히 굴러가고 있다는 거.


 


이 당의 슬로건은 <일천만 성도여 일어나라!> 이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역시 위대하다. 이 주문은 주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미 실현되어 있다. 천만 명이 훨씬 넘는 국민들이 하루에 한 번씩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멘.


 


 


11. 기호 19번 한국문화예술당


 



 


 



 


한국문화예술당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순간 필자는 영국현대미술의 상징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본 것과 같은 미학적 충격에 휩싸였다. 저 디자인, 저 슬로건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일상의 재료는 19금 음란물 딱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18금보다 한 단계 높다는 19금.


 


가자! 대국민중심당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도 역시 미학적 전달력에서 한국문화예술당이 압도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손으로 구석구석 어루만지겠다는 번잡한 표현이 없다. 한국문화예술당은 압축하고 추상(abstraction)한다. 그리하여 19금 뽈노테잎의 한 시간 반짜리 내용은 19금 딱지 자체에 치환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문화예술당은 상징을 차용함으로서 고도의 에로티시즘을 표방한다.


 


그렇다. 한국문화예술당은 투표는 의식 있는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잠재적 의무가 아니라, 19금 영상물을 몰래 보는 것처럼 재미난 참여라는 점을 작품을 통해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투표는 혼자 하는 것. 우리는 기표소 안에서 내 자신, 즉 고독과 마주한다. 한국문화예술당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소외, 그 필연적인 아픔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렇게 작품의 주제는 관객에 따라 다변화된다.


 


한국문화예술당의 정책과 공약은 온니 문화. 문화를 키우고 우대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진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문화의 정의, 다시 말해 한국문화예술당은 과연 우리 사회의 무엇을 문화로 지칭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절 없다. 구체적 정책? 물론 없다. 현대미술은 근대미술의 표현주의를 졸업한 지 이미 오래다.


 


한국문화예술당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일은 오직 유권자 아니 관객의 몫이다. 현대미술 그것은 향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어쩐지 수잔 손택 선생은 한국문화예술당과 견해가 다른 것 같지만.


 



 


이제 4월 11일, 투표 용지에 적힌 기호 19번 한국문화예술당을 접한 유권자들은 어찌해야 할까. 모르겠다, 어째야 할 지. 그저 사족으로 나의 주관을 암시하고자 한다. 타고난 미모와 어울리게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고급스런 취향인 탓에 박물관 좀 다녀본 경험에 의하면, 예술 작품은 그저 감상으로 끝내는 게 좋다. 거기 보통 이렇게 쓰여 있다.


 


“만지지 마시오.”


 


 


12. 기호 20번 한나라당


 



아무리 찾아봐도 '로고 제의'는 있는데 로고는 안 보인다. 이게 로고로 보인다.


 


홈페이지가 다음 까페인 한나라당. 홈페이지 그까이거 까페 하나 개설하면 된다.


 



 


우리는 이 까페에서 학부 1학년 교양 과목 D학점 레포트 수준의 강령을 확인할 수 있다. D학점의 가치가 F를 피하기 위해 뭐라도 끄적거려 제출했다는 사실에 오롯이 있는 것처럼, 한나라당 당령의 가치 역시 당령을 용케도 만들었다는 사실에 있다.


 


그렇다. 재산이 29만 원 밖에 되지 않는, 그 자신의 두피처럼 청렴함이 빛나는 어느 장군님의 말처럼 ‘하면 된다.’ 정당 그까이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당령 그까이꺼 걍 쓰면 된다. 당령 첫머리부터 필자의 가슴은 심하게 설렌 나머지 호흡곤란이 올 수 밖에 없었으니.


 


“환인시대 환웅시대 단군왕검시대의 이념과 사상 계승”


 


이 대목에서부터 필자는, 애정 섞인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1세기 대한민국에는 환웅이 단군왕검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인 야생 곰과 호랑이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곰이 더, 아니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호랑이는 곰이 웅녀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경쟁심을 배가시켜주는 조연일 뿐. 그러나 한반도 어디에서 야생상태의 곰을 찾는단 말인가? 허나 필자의 걱정이 괜한 기우였음을, 다음의 기사를 접하고 알게 되었다.


 


새전북 신문, [온누리] 지리산 반달곰


 


만약 그 반달곰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누가 범인인지 조심스레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곰이 쑥과 마늘을 먹으며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으리라는 것도.


 


그러나 환웅과 단군왕검에서부터 불과 몇 줄만 내려가면 우리는 신라 화랑도 정신과 화백 정신을 계승한다는 대목과 마주치게 된다. 이는 장소가 똑같이 이탈리아 로마라고 해서 집정관과 호민관 정신, 그리고 서로마 교황의 정신을 동시에 계승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뉴욕을 인종의 용광로라고 했던가. 한나라당은 한민족의 역사를 죄다 때려넣은 용광로다. 환인 황웅 단군 하느님 천부경 유불선 고구려 삼한시대 삼국시대 동학사상 박정희 사상 청교도적 가치 자본주의 등등…


 


21세기 융합정당 한나라당의 선전을 기원한다. 계승할 것이 몹시도 많아서다. 결코 특정 유권자들이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을 착각하길 바라서가 아니다. 진짜다. 실제로 당 홈페이지의 문구를 보면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의 옛 이름을 훔치긴커녕, 새누리당이야말로 한나라당이 떨군 표를 이삭줍기할 모양이다. 에이 못난 사람들 같으니라구.


 


기억하자. 잊지 말자. 기호 1번이 아니다. 20번이다!


 




 


이상이다. 본 기자는 어느 언론도 본격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던 이 땅의 위대한 정당들을 이제라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러나 총선 문턱에 닿은 지금에 와서야 소개한 필자의 게으름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기자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괴로움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독자여러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이 기사를 썼는지도 모른다. 비겁한 변명이라 질타해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비겁한 기자가 되겠다. 오늘밤만은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으리라는 안도와 함께...


 


P.S. 다시 말하지만 나는 비겁한 기자다. 이런 거 쓰지 말고 테무진이나 쓰라는 댓글이 '한 건이라도' 올라오면, 우리는 테무진을 총선 이후에나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비겁할지언정 스스로 뱉은 말만큼은 반드시 지키는 기자이고 싶다.


 


부편집장 필독

twitter: @DDanziField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