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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7. 16. 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통진당의 선거가 마무리 되었다.


 



 


공식 발표에 의하면, 통합진보당의 차기 대표로는 강기갑 후보(20861표, 55.86%)가 강병기 후보(16479표, 44.14%)를 예상밖의 꽤 큰 표차이로 제치고 당선되었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당권파를 비판하던 쪽의 후보가 두명(천호선, 이정미)이 당선되었다.


 


최고위원회는 7인으로 구성되며, 그 중에 5명은 선출직, 두명은 당대표의 지명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강기갑 신임 대표가 이끄는 최고위원회의 과반수는 비당권파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광역시도의 시도당 위원장 16석에서도 대략 9석 정도를 비당권파 출신의 후보가 차지했으니, 전체 선거의 결과는 당권파의 영향력이 과반이하로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는 것으로 나왔다고 봐도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시각, 전국 중앙위원회의 구성이나, 각 시도당 당직자의 구성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분석이 되지 않고 있는 까닭에 구체적인 결과를 알려드리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하지만 대략 전체적인 투표 성향은 당대표 선거나 최고위원 선거에서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해도 될 듯 하다. )


 


총 투표권자는 58,546 명이었고, 그 중에 선거에 참여한 인원은 대략 38,000여명으로 집계가 되었다.


 


이 결과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해서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자.


 


 




 


 


1. 당권파의 침몰


 


이번 사태가 벌어진 초기에 문제의 핵심에 서 있던 이석기 의원은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당원 총투표로 해결하자. "


 


총선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당권파들이 저지른 각종 문제적 행동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상승하고, 대표단 회의, 최고위원회, 전국 중앙위원회 등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을 개시하는 시점에서 나왔던 제안이다.


 


이 때만 해도 당권파는 당원 총투표를 하면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을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략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당비 내는 당원, 즉 진성당원의 숫자가 7만5천 가량. 그 당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투표를 시행할 경우 당권파가 과반을 점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나온 제안이었다.


 


물론, 어떤 집단이 과오를 저지르고 그 과오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은 대단히 몰지각한 주장이다. 과오는 과오대로 논리적인 비판 과정을 거쳐 처리해야 하는 것이고, 당원 투표는 당원 투표대로 당원 전체의 합리적인 선택을 묻는 과정이지, 죄를 지어놓고 투표로 단죄 여부를 가리자는 것은 마치 저 마녀가 마녀인지 아닌지를 투표로 결정하자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아이러니 하게도 일정에 따른 통합진보당의 전국 동시 당직선거가 우여곡절 끝에 치러지게 된다. 그리고 당권파는 과반 점유에 실패하고 만다.


 


그 짧은 시간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일단 총 투표권자의 숫자가 대폭 감소했다.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통합진보당의 내분 사태에 대해 환멸을 느낀 당원들의 탈당. 또 하나는 당원명부의 재검토를 통한 부정당원명부의 정리인 것이다.


 


전자는 당권파에게 유리한 현상이었을 것이고, 후자는 당권파에게 불리한 일이었을 것이다. 애석한 것은 정확한 탈당자의 숫자를 확인할 길이 없어서 2만명에 가까운 당원 감소 현상의 주원인이 어느 쪽인지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당권파의 패배를 전부 설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큰 부분은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는 경기동부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치솟아 오름으로 인해 당권파 내부에 생긴 분열이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원래 당권파라는 분류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분류가 맞다. 만약 당권파를 NL 계열 전국연합 출신 세력으로 분류한다면, 경기동부, 인천, 광주전남, 울산연합 등의 세력이 모두 당권파에 포함된다. 거기다가 크게 보자면 전농출신인 강기갑 대표까지도 전농 자체가 전국연합의 하위조직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국연합 출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전국연합 출신으로 당권파를 규정한다면 강기갑 대표도 당권파라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그러니 그런 분류 보다는, 이 중에서도 경기동부와 광주전남이 연합하여 당권을 장악했었고, 인천이나 울산이 그 당권 배분에서 배제되어 왔으며, 그렇기에 전국연합 출신 중에서도 경기동부와 광주전남을 주축으로 하는 연합세력, 당권을 독점해온 세력들을 당권파로 규정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거기에 그간의 선거에서는 어지간하면 경기동부-광주전남의 연합이 제기하는 주장에 다른 세력들이 동의를 해 왔으며, 그 힘으로 당권파가 당권을 장악해 온 것이 맞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당권파가 선거만 했다 하면 압승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한데, 이번 사태를 통과하면서 경기동부-광주전남 연합에 대해 인천이나 울산, 그리고 비주사 NL계열등의 비당권파등이 등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측면이 이번 선거에서 왜 당권파가 전과 다르게 패배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거시적인 이유를 하나 제공해 주기도 한다.


 


결국 통합진보당의 주류를 이루어 왔던 전국연합 세력 중에서도, 최근 들어 당권을 독점하고 거기에서 생기는 자원들을 독점해온 세력들은 소수였으며, 한때 같은 길을 가던 다른 세력들도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배제되어 오던 상황에 대해 마지못해 협조를 하면서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 불만이 이번 당권파 사태로 터져나온 것이다. 사실은 이게 가장 큰 이유다.


 


당신들이 해도 너무했던 것이다.


 


그런 전체적인 기조 내에서 그래도 같이 가야 한다는 논리와 이번에는 안된다는 논리가 곳곳에서 충돌하고, 오랜 시간동안의 애증관계가 터져 나오고, 새로 투입된 참여계의 특유의 활동력이 발휘되고,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동원투표에 제동이 걸리고, 이런 디테일한 세부사항들이 다 합쳐져서 이번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거기에 인천연합은 거의 전부가 비당권파로 돌아서버렸고, 울산쪽은 논의가 분분해지는 등, 혼미한 접전을 펼치는 양상이 되어 버렸다. 사실상 선거 직전까지도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이라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결국 당원 총투표를 하면 이길 수 있다던 이석기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당권파는 이번 선거에서 과반 점유에 실패하고 침몰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다수가 참여하는 선거의 특징이기도 한데, 세력간의 관계, 합종연횡,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세의 집결, 활동력 등이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물밑으로 흐르는 다수의 심리가 결국은 선거결과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결국 그간의 전횡을 사과하고 다시 합종연횡하려던 당권파의 치열한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고, 시대에 뒤떨어진 NL, 그것도 주사파 세력이 당을 그늘에 숨어 지배해 왔다는 현실에 놀라고 분노한 당원들의 심리가 51:49로 예측되던 두 강의 대결을 55:45까지 벌려 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사람들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2. 진성당원제도의 문제점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으로 이어지는 이 정당의 흐름은 그래도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진성당원제를 채택한 진보정당의 가치를 지켜온 흐름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당의 존폐가 기로에 설 정도로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었고, 온 사회가 나서서 통합진보당을 종북당이라고 욕하는 마당에 소위 말하는 진성당원들의 투표참여율이 겨우 60%를 좀 넘는 수준에서 멈췄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점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진성당원은 그냥 자동으로 얻는 자격이 아니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해야 하고, 거기에 최소한의 당비를 매월 납부를 해야만이 주어지는 자격이다. 그것도 선거 직전에 바로 입당한다고 투표권이 주어지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기간동안 꾸준히 자격을 유지해온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자격이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해도 되고, ARS로 해도 되고, 현장에 나와서 해도 되는 투표를, 그것도 며칠씩이나 기간이 주어지는 투표를 안하는 진성당원의 존재가 30%를 훌쩍 넘긴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제대로 된 진성당원이 아닌 것이다. 그것도 세명중의 한명이 문제가 있는 진성당원이라는 뜻이다.


 



 


전부터 민노당의 진성당원제의 문제점은 많이들 언급 해 왔었다. 가장 큰 문제는 민노당에 노조를 통해 자동 가입된 진성당원이 많다는 점이다. 민노당은 민주노총이 주축이 되어 건설된 정당답게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원들이 다수 가입하고 있는 정당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취직해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필요에 의해 노조에 가입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 중 다수는 정당활동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당비는 그저 노조회비 중의 일부가 노조 차원에서 자동납부 처리된다. 심지어 자신이 민노당의 당원인지조차 모르는 당원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현실은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 실무자들이 당원 명부를 확인하고자 전화를 걸 때 드러나기도 한다. 귀찮으니까 전화걸지 말라는 호통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양면의 칼이다. 진성당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진보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비의 모금이 필수적이다. 진성당원의 숫자가 어느 임계점을 돌파해야 당이 살아남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그 임계점을 노조원의 자동가입을 통해 돌파했다. 그래서 민노당이 이렇게 오래도록 살아남아 국회의석까지 상당수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돈은 곧 정당의 피다. 피가 수혈되어야 정당이 산다. 노조출신 자동가입당원들이 내는 당비는 민노당을 먹여 살려온 핏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당원들은 당의 활동에 관심이 없다. 물론 대선이나 총선이 되면 잠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평소에는 당내 선거에조차 관심이 없게 되는 거다. 그렇게 되면, 당에서 활동하는 몇몇 활동가들이 그 관심없는 자동가입 진성당원들의 권리를 훔치게 된다.


 


그 권리를 훔치는 과정이 노트북 들고가서 투표 강요하기에서 시작해서 노조사무실에서의 집단 투표, 나아가 이미 탈퇴한 노조원들의 명단까지 모두 가지고 있다가 유령당원으로 써먹는 것 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당비쯤이야 회계처리 하면서 덮을 수도 있고. 이렇게 부정이 시작되면 그 부정은 끝간 데를 모르게 스스로 자라나는 법이다.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통합진보당의 기존 당직자들은 정파를 막론하고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당권을 장악한 세력에게 더 큰 책임이 있긴 하겠지만, 못말린 책임도 책임은 책임이니까 말이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가입된 노조원들로 유지되는 진성당원제는 제대로 된 진성당원제가 아니다. 결국 부정의 온상이 되고, 당권을 장악한 쪽의 욕망의 도구로 복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그 문제점이 진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당원명부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회계장부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이런 문제점을 덮고 싶은 쪽이 있기 때문에 중요해진 것이라는 얘기다.


 


강기갑 신임 대표 체제의 통합진보당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면서 당을 혁신할 것인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3. 사태는 마무리 된 것인가


 


절대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흔히 통합진보당 내부에 실질적인 당권파는 10%에 불과하네, 20%가 안되네 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동원가능한 진성당원들이 충분히 많이 있다.


 


그 당원들의 머릿수를 이용해서 10%밖에 안되는 당권파가 전체 당권을 독점해온 것이다. 이를 가지고 그들은 당원들이 우리를 지지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 동원체제가 분열되었다. 결국 당권파의 지분이 50% 이하로 내려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시도당 위원장의 경우, 16석 중에 7석을 또다시 당권파가 가져갔다. 예를 들어 경기도당의 안동섭 위원장 같은 경우 여유있게 당선이 되고 말았다. 물론 경기동부의 본산인 경기도니까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렇게 극도로 서로를 불신하는 세력이 각 지역별로 권력을 나눠 가지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아마도 새 대표체제에서 제일 먼저 하게 될 일은 미루어 왔던 이석기, 김재연의 제명을 확실하게 마무리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체 지역의 7/16을 장악하게 된 당권파가 가만히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을까? 그간의 행태를 보자면 그들에게 이석기는 성역에 가까운 무엇인데 말이다.


 



 


탈당까지는 안가더라도 그들은 극렬하게 저항을 할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회의장에 울려 퍼지는 "불법 티머니 충전하라(불법 중앙위 중단하라)"는 함성과 함께 머리 끄뎅이를 잡아채 목디스크를 유발하는 광경을 두어번 정도 또 보게 될 수도 있다. 당대표와 최고위윈회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위원회의 구성조차 당권파의 세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새로 구성된 강기갑 대표 체제에서 화끈하게 당권파를 몰아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그런 화끈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결국 역시나 제일 중요한 일은 당내 의사결정구조의 민주화가 된다. 여기에는 당원 명부의 확실한 재점검과 투명한 회계절차의 확보가 최우선시 된다. 선거를 앞두고 상당부분 부정 당원 명부를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완벽하지 못할 것은 뻔하다. 이거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당원들의 당비와 국고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당의 회계는 얼마의 비용이 들던지 간에 확고하고 투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명색이 진보정당이 회계문제가 어쩌고 하는 추문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당의 생명을 반토막 내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외부의 위협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이미 검찰은 통합진보당의 핵심 자료를 몽땅 걷어간 상태이다. 정상적인 검찰이라면, 당 전체의 협조 하에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현재의 검찰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폭력이나 회계부정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이를 빌미로 정치적인 탄압이 들어오게 된다면 강력하게 항의하고 저항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아마 당의 창당이래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해야 한다. 그게 진보정당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더 어려운 것은 이 모든 험난한 과정을, 국회에 진출한 의원들의 본연의 임무인 의정활동과 정책활동 등 당 본연의 업무들을 모두 다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동시에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의 힘으로 안되는 일일 수도 있다.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4. 유권자와 여론


 


통합진보당의 당원은 몇 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게 표를 던져준 유권자는 이백만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통합진보당은 당내부의 심각한 문제, 그렇게 치명적인 결함을 숨기고 유권자들의 표를 받은 형국이다. 이것은 정치적 사기를 친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당원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는 더 중요하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당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 투 트랙으로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 말로 사과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의 구조를 고쳐야 한다. 유권자의 표를 받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진정한 진보정당에 걸맞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과정을 소상히 설명하고 또 사죄해야 된다.


 



 


유권자들이 이제 지겨우니까 사죄좀 그만하라고 할 때 까지 사죄해도 부족하다.


 


그리고 말로만 해서도 안되고, 유권자들이 놀랄 정도로 당을 개혁해 내야 한다. 저 정도면 진짜 괜찮아 보이는데?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모든 시스템을 바닥부터 새로 건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무슨 개혁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래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한편, 유권자들 역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정당은 핸드백이 아니다. 핸드백이야 쇼핑몰에 가서 이거저거 둘러보고 맘에 드는 것을 집어들면 된다. 맘에 드는 것이 없으면 안사면 된다. 핸드백 없다고 당장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지 새로운 핸드백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 보기를 핸드백 보듯이 보면서, 저 정당은 졸라 구리니까 관심 없어, 하고 돌아서는 순간 당신들은 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우리 모두를 착취하려고 드는 나쁜 권력에 협조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게 아직 정치적 후진국인 이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의 숙명적 모순이다.


 


당신이 무관심해지는 순간 그들에게 당신 스스로를 착취해도 좋다고 허락하는 것이며, 더 나쁜 것은 당신 혼자만 착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무관심으로 인해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까지도 착취당하게 만들게 된다는 점이다.


 


참정권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만약 내가 접할 수 있는 모든 정당이 다 구려서 관심을 둘 데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 책임은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유권자들이 함께 지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정당은 당신의 구매를 기다리며 당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상품이 아니다. 당신을 포함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조직이며, 그 정당이 망가지는 순간 우리의 삶도 망가진다는 점을 역시 기억하자.


 


결국 우리 사회에 똥이 쌓이면, 우리 손으로 직접 치우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투표날 표 한장 날리면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알아서 깔끔하게 치워주겠지 하고 모른척 하는 것은 그 표 한장 안 날리면서 놀러가는 놈들 보다야 책임있는 행동이겠지만, 민주 공화국에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자격에는 한참 미달되는 행동이다.


 


공중분해 되어 버릴 수도 있었던 통합진보당이 이제 겨우 최악을 피하고 차악의 선에서 새로 출발하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저들을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저들은 순식간에 다시 최악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향유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비용이 참 많이 든다. 그 비용의 대부분은 인내심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좀 끈기있게 참고 지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미우나 고우나 통합진보당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의 틀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정당이다.


 


이 정당이 이번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좀더 유권자들에 다가설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분명하게 도움이 되는 길이며,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된다.


 


이 정당이 이번 위기 앞에 쓰러져 버리고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의 역사는 또 수십년을 과거로 퇴행하게 될 것이다. 안그래도 가뜩이나 가카께서 수십년 퇴행시킨 우리 사회인데 이러다간 이석기 때문에 신석기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진보정당을 지지하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최소한 이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가 되려면 번듯한 진보정당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 동호회 정당 말고 말이다. 그런 점을 인정한다면, 수렁에 빠져 발버둥치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따뜻한 눈길로 성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


 


그 넘들이 아무리 보기 싫고 못난 찌질이들이라도 말이다.


 


일단 죽어가는 넘들은 살려놓고 보자.


 


그게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미덕이다.

 


 


 


 


정치부장 물뚝심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