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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고, 모처럼 야당 의원들도 집회에 참여해 힘을 실어주었다.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치고, 교통통제를 하며 할 일을 했다. 차벽도, 충돌도 없었다.


혹자는 더 시끄럽게 떠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서 제대로 목소리가 전해지겠냐는 우려를 남겼다. 그런가. 오늘자 조중동 1면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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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를 철저하게 외면한 조중동

그 와중에 조선은 깨알같이 '평화 집회도 이젠 지겹다'는 맏형다운 오피니언을 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스피커들의 수준이 이렇다. 평화시위를 하면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충돌하면 폭력성만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시위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역시 비판의 칼날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외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비춰주지 않는 언론을 향하는 것이 타당하다. 언론의 역할을 집회에 나온 시민들이 대신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12월 5일에 시민, 야당, 경찰은 제 자리에서 할 일을 했으나 언론은 이번에도 직무를 유기했다.


아무튼 이런 문제들은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이번 집회는 여러 면에서 인상 깊었다. 복면금지법을 비웃는 기발한 가면들이 좋았고, 탈춤 퍼포먼스가 좋았고, 비닐 깃발이 좋았고, 사물놀이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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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어진 비닐 깃발 아래에 서 있으면 굉장한 바람 소리가 들렸는데, 풀숲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우리 목소리 좀 들어주소.." 하는 곡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행진 내내 이어진 사물놀이는 탈춤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려는 한풀이 같았다.





가카께서도 이 장관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전날 체코 순방 중 k-pop 공연에서 샤이니, 레드벨벳, 체코 댄스팀의 공연과 사물놀이를 봤다고 하니, 이틀 연속 보기에 지겨우셨을런지도 모르겠다.



실은 민중총궐기 집회 이야기는 이만하고,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는 게 아니라, 요번 집회 이야기는 다른 분들께서 잘 풀어주실 거라 믿고 본 기자는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그러나 여러모로 인상 깊었던 '청소년 민중총궐기' 소식을 전할까 한다.


청소년 민중총궐기(이하 청궐기)는 12월 5일, 12시부터 진행되었다. 시간에 맞춰 청계천 영풍문고 앞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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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역 출구부터 집회 장소까지 스태프들이 길을 안내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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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시작 전 어수선한 모습. 꽤 많은 학생들이 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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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인도와 차도를 바라보며 두 줄로 길게 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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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과 자리를 가다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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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의 안내로 금세 모양새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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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한쪽에서는 경찰차가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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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라인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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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구호를 시작으로 집회가 시작되었다. 



 "거짓된 역사 앞에 올바른 국가란 없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국정교과서 반대와 더불어 세월호를 추모하는 집회였으므로, 주최 측은 참여자들에게 파란색 리본을 나눠줬다. 파란색 리본이 피켓에, 학생들의 옷과 가방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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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교육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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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보신다면 속이 뜨끔할 문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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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추모하는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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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언어로 쓰인 피켓. 나도 이제 늙었나.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한참을 읽어봤다. 이거 요즘 유행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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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도움(?)을 받아 현장에서 피켓을 작성하는 학생의 모습.


집회의 열기가 오르던 이즈음, 12시 반쯤 되었을 거다. 현장에 기자는 셋 정도 있었는데, 자유롭게 촬영하고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바로 그때, <채널A> 카메라를 든 기자가 나타났다. 앵글을 잡고 이리저리 촬영을 하고 다니자, 주최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지금 채널A에서 인터뷰 나왔는데,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



그 말에 참여한 학생들이 웃었다. 그 기자는 화면 몇 개를 따고 자리를 떴다.


후에 알아보니, 채널A에서 자발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참여한 학생들을 두고 민중총궐기 주체측에서 '인간방패'로 쓰기 위해 모집한, '자의 반 타의 반 시위 현장에 나온 학생들'로 매도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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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동원령

출처 - <채널A>


이에 대해 청궐기 주최 측은 장문의 반박문을 트위터에 올렸으나, <채널A>의 반론 보도는 없었다.


몇 시간 후, <채널A>는 민중총궐기 행진 중 시민들의 항의에 취재 차량을 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들은 어쩌다 이리 신뢰를 잃게 되었는지 스스로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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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스쳐 지나가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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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아래에서도 보이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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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뭘 안다고 나서, 나서길."


지나가던 어르신께서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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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몰려드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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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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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폴리스라인이 한참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학생들은 청계천 앞 130m 거리를 두 줄로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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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음지도



 "진실을 인양하라."


 "진실된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구호와 자유발언이 쉼 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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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참정권, 투표권이 없습니다. 이렇게 나와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시위는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국정교과서로 배우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저에게 '학생이 뭐하는 짓이냐', '학생은 조용히 교실에서 마피아 게임이나 해라', '그런 곳에 가봐야 물대포밖에 더 맞겠냐', 그런 말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니네가 그런 걸 하고 싶으면 학교 졸업한 뒤에 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학교에 피해 주지 말라고. 그게 선생님이 할 소리입니까."


"동생과 역사 문제로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국정교과서 반대합니다."


“다음 주가 기말고사입니다. 기말고사는 망해도 나라 망하는 건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나왔습니다."


"저는 고3입니다. 수능이 끝나고 다른 책들은 다 버렸는데, 한국사 책은 버릴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님이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을 나의 가족처럼,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진짜 어머니시라면 저희에게 거짓된 것이 아닌 진실된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고, 동방예의지국의 청소년답게, 친히 현장을 찾아준 <채널A> 기자에 대한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여기 오신 방송국 기자분들 중에 꼭 집어서 말은 안 하겠는데, 그럴려고 기자가 됐습니까. 기자라면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 떳떳히 행동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들의 말을 조작하고, 바꿔가면서 자기들의 앞만 바라보는 그런 신념, 아무도 원치 않습니다."



준비해온 글을 읽는 학생, 단 한 문장이나마 목청껏 외치고 들어가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청계천을 가득 메웠다.


자유발언 중 청소년으로 보이지 않았던(주관적입니다만) 어느 시민은 확성기를 들고 이렇게 외쳤다.



"폴리스라인 안에서 얌전히 피켓만 들고 있어야 하는 게 아쉽습니다. 청소년답게 청소년다운 방식으로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 행동하고 목소리를 냈으면 좋습니다. 꼭 스태프들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집회를 해야 합니까."



이어 마이크를 잡은 진행자는, 



"자유발언은 정말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은 나와서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습니다.  스태프들은 통제를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 있는 겁니다."


는 말을 덧붙였다. 학생들은 정말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2시가 넘자, 시청 광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고엽제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날도 추운데 군복만 입고 나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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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소리를 들으시고는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시청으로 걸음을 재촉해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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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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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보니, 시청으로 가고 있던 의성농민회. 가면과 포대자루가 묘하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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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농민들을 격려하고, 농민들은 학생들을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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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다 돼서, 기념촬영을 끝으로 피켓 시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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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청소년 민중총궐기 학생 피켓 걷기 트위터




학생들은 같은 장소로 예정돼 있었던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기자회견에도 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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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1차 민중총궐기에서 두 명의 청소년이 연행당했던 것,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학교와 집에 찾아와 출석을 요구했던 것 등을 근거로 청소년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고 외쳤다.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맡아 유엔에 긴급청원을 제출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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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자회견을 끝마치고, 학생들 중 일부는 대학로로 가두행진을, 일부는 시청광장으로, 일부는 해산했다. 그렇게 5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청소년 민중총궐기 피켓 걷기' 집회가 끝났다. 


학생들은 3시간가량 목청껏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그날 저녁,


채널A는 어김없이 학생들의 목소리보다 '가면 대신 마스크를 썼다', '일부 지역에선 진보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와 시위에 관여했다'는 기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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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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