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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을 구하겠다며 강남 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되신 분이 있다. 이분의 당선비결 같은 것엔 1도 관심이 없다. 이분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당선되는 것이 당연한 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이 당선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분이 당선될 수 있겠는가?

이 분은 바로 태구민(구, 태영호). But 개명 신청해서 곧 다시 태영호.



천재적인 그의 능력

이 위대하신 태구민 당선자님께서는 2016년 8월에 탈북해 대한민국에 강림하셨다. 이후 4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큰 재산을 모으는 놀라운 수완으로 자본주의 영재의 면모를 몸소 보여주셨다. 이 정도의 자본주의 영재이니 강남 구민들이 강남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려 줄 영도자로 뽑아주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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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AP >

 

어떤 사람들은 이분의 재산이 18억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이 분은 재산신고를 할 때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강남구 논현동의 부동산은 굳이 신고할 필요도 없다며 빼고 신고하는 호연지기를 보여주셨다.

그 곳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자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분의 재산을 18억이라고 말하는 것은 큰 실례되겠다.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이분의 두 아들도 보통 분들이 아니시다. 92년생과 97년생인 두 자제분 또한 각각 1억 4천여만 원의 금융재산을 소유했다고 신고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신고한 게 이것뿐이란 얘기지. 이게 재산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태 당선자님 일족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런 훌륭한 분이시기 때문에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구를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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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나뭇잎으로 강을 건넜다지만 태 당선자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빨갱이만은 용서할 수 없다던 분들을 하루아침에 열렬한 지지자로 만들었다.

특히나 상대 후보인 김성곤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김성곤 후보의 형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재미 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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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곤 (좌) / 로버트 김 (우) >

 

로버트 김은 1995년, 미 해군이 C41(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및 정보) 관련 장비를 대한민국에 팔기 위해 애쓰던 중, 당시 미국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 해군 무관 배동일 대령을 만나 이 시스템이 대한민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심사숙고할 것을 조언했다. 그 이후에도 백동일 대령에게 계속해서 총 39건의 정보를 우편으로 보냈다.


1996년에는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 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백동일 대령에게 <1996년 9월 18일 강릉에서 발견된 북한 잠수함의 침투경로>를 알려준 뒤 같은 달 24일에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어 미 연방교도소에 9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런 애국자의 동생을 가볍게 제끼고 강남 분들이 그렇게 용서할 수 없다던 빨갱이에게 표를 던지도록 만든 태구민 당선자의 능력은 가공할 만 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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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저서
 

태 당선자가 재산을 모았다고 하는 경위도 정말 신비롭다. 대강 계산해보자. 18억. (그래. 18억이다. 사는 곳은 사는 곳이지 액수로 측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쪼잔하게 일일이 따지지 말자) 생활비를 한 푼도 안 쓰고 살 수는 없었을 테니 1년에 5천만 원씩 해서 2억 잡자. 4인 가구 아닌가. 4년 동안 벌었던 돈이 20억이라고 치자.

 

박형준 전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강연과 책으로 번 돈이라고 한다. 뚝 잘라서 책을 팔아서 10억 벌었고 강연을 해서 10억을 벌었다 치자.

책 인세는 일반적으로 10% 내외지만 태 당선자님은 보통 분이 아니시니 20%는 받았을 거다. 아니 받아야 마땅하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면 태 당선자님의 저서는 2권이다. <태영호의 서울생활>과 <3층 서기실의 암호> 두 권 다 기파랑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기파랑 출판사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2005년에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원로 자문그룹 7인회의 멤버 중 한 사람인 안병훈이 설립했다. 꾸준히 뉴라이트와 극우 인사들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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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의 서울생활 (좌) / 3층 서기실의 암호 (우)>

 

<태영호의 서울생활>은 2020년 4월에 출간되었으니 아무리 태 당선자님이 뛰어난 분이라고 하더라도 재산 신고 하는데 큰 영향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태 당선자님은 자신의 저서가 두권이며 그 덕에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고 강조하셨다.


그럼 남는 책은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이다. 책 가격은 18000원. 그럼 인세 20%를 적용해보면 3,600원이다. 10억 나누기 3,600원 하면 27만 7,777부가 팔려야 한다.

매년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기록을 경신해가는 출판시장에서는 3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한다. 한 5만 부쯤 팔리면 화제가 된다. 하지만 27만 7777부가 팔린 <3층 서기실의 암호>란 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나름 책을 꽤 읽는 나인데, 내가 무식한 건가.



그의 강연 그리고 세금

강의로 넘어가 보자. 강연료는 강사의 이름값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만 태구민 당선자님의 이름값과 그가 가진 엄청난 콘텐츠를 고려할 때 회당 5백만 원은 받아야 된다고 본다. 그럼 회당 5백만 원이라고 치고 10억이 되려면 10억 나누기 5백만 원 하면 200회 되시겠다. 3년 좀 넘는 기간 동안 2백 회라... 5일에 한 번씩 강연을 했다는 얘기다. 그래. 이런 훌륭한 분이라면 이렇게 강연을 하러 다니는 것은 기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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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얘기가 남아있다. 세금.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했던가. 세금 이야기를 해보자. 위에 얘기한 책 판매 부수나 강연에는 세금 얘기가 쏘옥 빠져있다. 세금을 하나도 안 냈다고 가정했을 때 저렇게 벌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세금이 관련되면 얘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어야 한다. 하지만 태구민 당선자님에게 이런 자잘한 것을 물어보는 것은 실례다. 그냥 다른 방향으로 살펴보자.

태구민 당선자님께서는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신 이후 약 1억 3천의 세금을 납부하시었다. 이 사실은 무얼 의미할까? 지난 3년 동안 20억 정도를 버셨다 하니 1년에 대강 6억 5천 정도를 벌었다고 계산하면 될 것 같다. 5억 원 초과 구간에서 내야 하는 세율은 42%다.

1년에 6억 5천을 벌었다고 하면 그 해에 내야 하는 세금만 해도 6억 5천 곱하기 세율 구간 대강 퉁쳐 평균 낸 0.35를 곱해보면 1억 9천만 원을 냈어야 할 텐데 태구민 당선자께서는 1억 3천을 세금으로 쾌척하시었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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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아, 아니다. 이런 자질구레한 걸 일일이 따지지 말자. 대강 넘어가기로 하자. 이런 걸 일일이 따지는 사람을 공산당이라고 했지 않나.


태구민 당선자님의 재산과 관련된 이야기 중 백미는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태도로 비합리적인 내용을 서슴없이 말씀하시는데 1인자인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 위원장의 발언이다. 이분께서는 태구민 당선자님의 재산이야말로 남과 북의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증좌라고 하셨다.

태구민 당선자께서도 국세청 홈페이지에 가면 자신이 세금을 낸 내역이 다 나온다고 하셨다.  이건 태구민 당선자께서 후보등록을 하며 낸 서류에도 나오는 내역이다. 우리가 궁금한 건 태구민 당선자께서 대한민국에 온 이후 대체 얼마를 버셨길래 1억 3천만 원을 세금으로 냈고 18억이라는 재산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다.

두 아드님도 1억 넘는 재산을 소유하셨는데 그 재산을 본인들이 벌었을 것 같지는 않다. 양도세는 냈는지... 내가 궁금한 건 태구민 당선자님이 말한 사실이 아닌 말 하지 않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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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중앙일보 >

 

박형준 위원장도 태구민 당선자도 터무니없는 얘기를 당당하게 했다. 그리고 언론들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썼다. 기자들이 조국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 할 때 배달하는 분이 짜장을 배달했는지 짬뽕을 배달했는지에 가졌던 관심의 반의 반의 반만 가졌어도 우리는 태구민 당선자의 재산과 관련된 꽤 많은 진실을 알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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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TV조선 >

 

하지만 기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며 태구민의 당선을 받아들였다. 지난 몇십 년간 빨갱이 타령을 하며 누군가를 모욕하는데 열 올렸던 보수 언론들은 태구민 당선 이틀 만에 쏟아지는 강남 패러디에 모욕의 정도가 지나치다며 적반하장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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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동아닷컴 >

 

최규석 작가의 송곳에 보면 주인공이 프랑스에서는 노동자 탄압을 절대 하지 않았을 지사장이 대한민국에 와서는 왜 그러냐고 따진다. 그 질문에 대해 지사장은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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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송곳 >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박형준도 태구민도 언론도 다 똑같다. 그들은 그래도 되니까 그러는 것이다. 턱도 없는 거짓말을 해도 남들한테 밝힐 수 없는 방법으로 큰 재산을 모아도 심지어 그게 세상에 다 드러나도 아무 해도 입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진보적으로 살려는 사람은 한 점 티끌만 있어도 인생 전체가 날아가 버리지만 보수 진영에 몸을 둔 이는 무슨 짓을 저질러도 대부분 으레 그럴 수 있는 일도 받아들여진다. 참으로 제 맘대로 웃기는 기준이다.



태영호, 정말 중요 인물이었을까

태구민 씨가 태영호이던 시절에 자신이 김정일, 김정은의 기밀을 다 아는 척 할 때마다 우스웠다. 그는 영국주재 북한 공사였다. 대한민국으로 탈북한 분들 중에 고위직이었던 것뿐이지, 엄청 높은 지위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러시아나 중국 공사도 아니고 영국 공사다. 영국이 북한에 그렇게 중요한 나라일까? 일개 공사가 뭐 그리 높은 지위라고 국가의 온갖 기밀을 다 알 수 있을까? 하지만 태영호. 아니, 태구민 씨는 북한에 일이 터질 때마다 아니 일이 터지지 않을 때도 자신이 온갖 비밀을 알고 있는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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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세계일보 >

 

심지어 김정은의 와병이 자신의 당선 때문이라는 소리까지 하고 있다.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다. 가진 물건을 비싸게 팔아먹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다. 정말 우스웠던 건 이런 건 생각하지 못하고 그가 던져주는 발언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이용했던 자들, 그리고 그 말에 휘둘렸던 자들의 모습이다.



마무리

내가 말한 것들은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지만 생각할 수 있는 정보들이 아니다. 누군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말을 했을 때,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것들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과연 그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 아무리 뭔짓을 해도 보수 언론의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검찰이든 태구민 씨의 말이든 박형준 전 위원장의 말이든 그대로 받아썼다. 비판이 없고, 분석이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