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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11. 목요일

햄촤






7월의 둘째 주, 서울에는 쏟아지는 비가 무더위를 어느 정도 식혀주고 있다. 여러분이 계신 곳은 안녕하신지? 비가 오든 가뭄이든, 영화는 계속해서 찾아온다. 금주의 개봉작들 한 번 디비러 함께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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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올 것이 왔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이후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이다. 이번엔 로봇들끼리의 싸움(거기에 미군의 꼽사리)이 아닌, 로봇과 <고질라>를 연상케 하는 괴수들과의 결투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2025년의 어느 날 일본 태평양 심해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고, 미지의 우주공간과 지구를 잇는 포탈이 열린다. 왜냐고 묻지 말자. 그리고 그곳에선 거대 괴물 카이주(괴수의 일본식 발음이다)’들이 나타나 온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위기에 몰린 인류는 범태평양연합방어군을 결성하고, 카이주들에게 맞서기 위한 거대 로봇 예거를 만든다. 인간의 뇌파를 통해 동작을 인식하는 신개념 기술로 조종되는 로봇 예거. 과연 인류는 카이주를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뭐 대강 이런 얘기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헬보이> 시리즈와 <판의 미로>등의 작품을 만들어온 길예르모 델 토로라는 점이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그만의 독특한 비주얼 세계를 만들어온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델 토로는 쉽게 말해 팀 버튼 이후 가장 강렬한 시각적 개성을 가진 감독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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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적 색채가 무지하게 강한 <헬보이>를 실사로 표현한 그의 공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알아주는 비주얼리스트답게, 이번 <퍼시픽 림>에서도 화려한 눈요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게다가 감독 그 자신이 일본 로봇 만화물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진 오타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애초에 변신 로봇이 나오는 영화엔 관심 없다<트랜스포머>의 감독직을 거절했던 마이클 베이와는 소재를 다루는 태도부터 다르다. 그야말로 덕심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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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인데 뭐 보태준 거 있냐능...

 

인기 드라마 <썬즈 오브 아나키>의 주연배우 찰리 헌냄, <헬보이>시리즈의 론 펄먼, <토르>에서 헤임달 역을 맡았던 이드리스 엘바와 일본배우 키쿠치 린코 등이 출연한다.

 

기대요소 : 거대 로봇과 거대 괴수와의 한판 싸움! 그밖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불안요소 :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이야기는 몹시 단순한 편이라 하니, 그 이상의 기대는 접어두시는 게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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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이펙트>

 

요즘 인터넷에선 소위 약 빨았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여기서 약이란 사실 마약을 뜻하는 것인데, 보통 사람의 상식과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를 보이는 독특한 발상의 만화(ex.이말년, 엉덩국 등...)에 사람들이 약 빨고 그렸네식의 표현을 쓰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높은 완성도를 가진 영화나 만화 등 다양한 작품에 약 빨고 만들었네’, ‘무슨 약을 빠셨나요?’ 등 어떤 작품에 대한 호의와 존경(?)을 담은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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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다스부츠를 한 번 검색해보라. ‘약 빨았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된다.

 

하지만 무슨 약을 빨고 죽이셨어요?’라고 질문하면 어떨까?

 

아니 무슨 그딴 농담을 하느냐고? 농담이 아니라 이 영화의 내용이 그렇다. 만일 약을 먹었는데 그 부작용으로 사람을 죽이게 됐다면, 그것은 유죄일까? 그리고 약을 처방한 의사와 그 약을 제조한 회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사이드 이펙트>는 그런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에밀리는 정신과 의사 뱅크스가 처방해준 신약을 먹고 증세가 호전되지만, 몽유병 증세라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어느 날 밤, 그녀는 남편을 칼로 찔러 살해하고 검거되지만, 모든 것이 약의 부작용 때문이며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항변한다. 문제의 약을 처방한 대가로 의사로서의 평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뱅크스는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을 조사해나가기 시작하고, 에밀리의 살인사건 뒤에 단순히 약물의 부작용이 아닌 무언가가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사이드 이펙트><에린 브로코비치><오션스 일레븐>시리즈로 우리에게 익숙하며 <컨테이젼>, <헤이와이어>등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최신작이다. 특히나 소더버그는 이번 <사이드 이펙트> 이후 영화감독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더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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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 한창이신 것 같은데 은퇴는 무슨 은퇴?

 

<오션스>시리즈를 만든 소더버그 영화답게 <사이드 이펙트>의 캐스팅 또한 빵빵하다. 우선 우울증에 시달리다 살인까지 저지른 주인공 에밀리 역은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용 문신의 소녀, 리스베트 역을 완벽히 소화해낸 루니 마라가 맡았다. 에밀리의 남편은 <. 아이. >채닝 테이텀, 그리고 에밀리를 상담해주다가 궁지에 몰려버린 정신과의 뱅크스는 주드 로가 연기한다. 또한 캐서린 제타존스가 과거 에밀리의 담당의이자 뱅크스에게 조언을 해주는 정신과의 에리카로 등장하여 기대를 더한다.

 

기대요소 : 소더버그 감독과 든든한 캐스팅. 약물 부작용을 소재로 한 신선한 스릴러. 과연 은퇴작이니 만큼 약 빨고 만든걸작이 나왔을까.

불안요소 : 스릴러라 해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조이는 그런 영화는 아닐 것 같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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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고작 대여섯 편의 필모그래피로 영화계에서 천재와 거장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마스터>의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은 그 중 한 명이다. <리노의 도박사>로 데뷔하여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데어 윌 비 블러드>등 대중적인 흥행과 관계없이 뚝심 있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들어온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마스터>는 그가 <데어 윌 비 블러드> 이후 약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마스터>2차 대전 직후의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프레디라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전쟁 후 술에 의존하며 방황하던 프레디는 한 선상파티에서 취한 채 난동을 부린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인간심리를 연구하는 코즈연합회를 운영하는 랭케스터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와 대화하며 그에게 이끌린다. 코즈의 실험 대상이 되어 랭케스터에게 협력하기로 한 뒤 그의 가족과 함께 기거하면서 프레디의 삶은 조금씩 변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 사이엔 서서히 갈등의 싹이 돋아난다.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사실 나도 그렇다. 굳이 여기서 상업영화네 예술영화네, 선을 그으며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은 의도는 없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몇 줄의 줄거리로는 명확히 정리하기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의 작품 중 <매그놀리아>를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말 뜻을 이해하시리라.

 

그렇다고 해서 그가 간단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때로 그의 영화들이 길게 느껴지긴 하지만, 장면과 장면 사이에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요즘의 빠른 영화들보다 피로감이 덜 하다는 인상마저 받을 때가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마스터>또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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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몇 편으로 거장이란 칭호를 얻는 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님. 나야 나...

 

<마스터>는 이미 제69회 베니스 영화제를 비롯하여 유수의 영화제에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특히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호아킨 피닉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경쟁이라도 하듯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휩쓸었으며 얼마 전 <맨 오브 스틸>에 출연하기도 했던 에이미 애덤스가 전미 비평가 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평적 성과들은 이 영화의 작품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기대요소 : 명불허전 폴 토마스 앤더슨, <마스터>는 이미 인정받은 마스터피스.

불안요소 : 영화제 수상과 비평가들의 상찬이 당신이 원하는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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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입시지옥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대체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나온 게 벌써 20년도 지난 일이다.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청소년들은 매년 존재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과 대학입학만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삶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듯하다.

 

<명왕성>은 그런 입시지옥 대한민국의 현실을 소재로 만든 스릴러다. 아 관심 없다고? <여고괴담>이나 <>같은 영화는 이제 너무 빤하다고? 잠깐만 기다려보시라. 이 영화, 조금 다른 듯하다. 일단 한 번 들어보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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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명문사립고의 1등 학생 유진이 어느 날 학교 뒷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현장에 있던 핸드폰 등 정황증거와 다른 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준이라는 소년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증거불충분으로 곧 풀려난 준은 살해당한 유진이 이끌던 스터디그룹의 멤버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그를 용의자로 몰고 갔던 아이들이다. 준은 그들의 비밀 스터디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었으나 비윤리적이고 혹독한 입단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 명문대 수시입학 축하파티를 앞두고 있던 그들을 인질로 삼은 채 준은 아이들의 추악한 비밀을 하나 둘씩 공개하며 사건의 숨은 진실을 밝혀내기 시작한다...

 

<명왕성>은 첫 장편영화 <레인보우>로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상을 수상하고, 단편 영화 <순환선>의 칸국제영화제 카날 플러스 수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신수원 감독의 작품이다. 처음 들어봤다고? 인디영화와 감독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게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주목받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파수꾼><똥파리>같은 영화들도 인디영화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으며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명왕성>또한 대중적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스릴러이니만큼, 여름영화들의 전쟁터 사이에서 선전을 기대해본다.

 

<명왕성>에는 <고지전>이다윗, <똥파리>김꽃비, 인기 드라마 <구가의 서>에 출연했던 성준 등 한국영화의 기대주인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명품 배우 조성하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박반장을 연기한다.

 

기대요소 : 입시지옥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스릴러?

불안요소 : 무엇보다 결말이 중요한 이야기와 장르, 과연 끝까지 신선도를 지켜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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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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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


시나리오 쓰는 청년, 뮤지션을 꿈꿨던 청년, 대학생 처녀 등 다양한 성격과 색깔을 가진 20대 청춘들의 셋방살이 독립 프로젝트. 다양한 인디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최시형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김동환, 신이수, 한예리 등 출연.

 

<코리올라누스: 세기의 라이벌>


<해리포터>시리즈의 볼드모트레이프 파인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기원전 5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전쟁영웅 코리올라누스가 반역자로 모함을 당하고 쫓겨난 뒤 로마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간다는 이야기. <300>제라드 버틀러, <제로 다크 서티>의 제시카 차스테인이 함께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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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피쉬 끝없는 여정>


물고기를 소재로 한 송웅달, 이지운, 이기연 감독의 3D 다큐멘터리. 단순히 물고기들의 생태가 아닌, 인간이 최초의 물고기를 잡았던 1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인간과 물고기 관계의 변천사를 다룬 문명 다큐멘터리다. 배우 유동근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바디 앤 안티바디>


강박장애를 가진 남자 킵이 옆집에 이사 온 여자 셀린에게 반하게 되고 사귀기 시작한다. 그러나 곧 셀린의 폭력적인 전 남자친구 앤디가 개입하면서 삼각관계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기 위한 두뇌싸움으로 점점 번지게 된다는 코믹 스릴러. 우리에겐 다소 낯선 로버트 고메즈, 레슬리 켄달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뒤늦게 극장으로 찾아온 2007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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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언론은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화들의 제목을 들이대며 범인에게 그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 ‘따라 해보고 싶지 않았느냐는 유도질문을 던져 범인의 성장과정, 가정환경, 사회적 구조와 치안의 취약함 등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그 책임을 손쉽게 대중매체에 지우려든다. 끔찍한 범행은 매일같이 일어나지만, 그 근본적 원인은 들춰내지 않은 채 사건은 매번 휘발성 기사로 소비된다.

 

일본의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 기타노 타케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상을 미화하는 영화들이 그렇게 많이 만들어졌는데,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워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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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이러고 있으면 참 보기 좋겠다, 그치?

 

무섭고 잔인한 영화를 본다고 우리가 갑자기 하이드 씨로 변신하지 않듯이, 예쁘고 따뜻한 영화만 찾아서 본다고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영화를 매개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쓸데없이 진지해지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뭐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고. 어차피 영화는 각자 선택하는 거니 알아서 극장으로 궈궈들 하시라.





햄촤

트위터 : @hamc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