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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옳음을 허하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국가일까?


자연발생적으로, 혹은 어디선가 이주한 민족이 하필 한반도에 자리를 잡고 살아오면서 족장이 지배하는 마을을 거쳐 부족국가를 거쳐 원시국가를 형성하고 그 원시국가들이 연합하고 서로 정복하면서 왕국이 탄생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나라, 국가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었다.


그저 임금님이 이 나라의 주인이고 모든 백성과 삼라만상은 임금님의 것이며 우리는 임금님의 은덕을 입고 살아가는 삶들이라고 배웠을 뿐이다.


세월은 흐르고 인류의 지성이 보다 나은 문명을 발달시키자 우리는 급기야 깨닫고 말았다. 이 땅에 태어난 우리들 모두, 우리들 하나하나는 아무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권리를 가진 존재들이며 그 권리는 임금의 권리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은 동등하고 평등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는 우리 모두에게 이 나라를 세우고 운영할 수 있는 권리가 똑같이 균일하게 나누어 주어져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비록 우리가 왕을 권좌에서 끌어내려 목을 치고 공화국을 건설하지는 못했지만, 한 발 앞선 일본 제국주의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왕정을 잃어버리고, 일제를 몰아낸 이후 이 땅에 어떤 국가를 세워야 하는지를 논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화국”의 존재는 상식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거쳐 해방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헌법에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렇다. 우리가 몸을 담고 살아가는 이 국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하는 것은 서로 간의 암묵적인 동의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누적된 불문율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독재자들의 욕심에 의해 수도 없이 개정되어 너덜너덜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얻어낸 87년 민주화 항쟁의 성과물로 작성된 헌법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매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거 다른 누가 해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기록해둔 것이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런 나라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게 적혀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우리가 적었고, 그 헌법이 현재 우리가 사는 이 나라, 대한민국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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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법에 적힌 조문 한 문장 한 단어를 얻어내기 위해 피를 흘리고 쓰러져간 수많은 선배 열사들의 고통과 절망을 생각한다면 진짜로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그런 피로 물든 헌법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는 이렇게 피로 물든 헌법의 기반 위에 수립되어 있는 국가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지금 장난치냐?



유린된 헌법, 무너진 국가


우리 모두는 이 나라의 주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나라의 운영에만 매달릴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우리 모두가 가진 권리들을 모두 모아 한 사람에게 위임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국가를 한 사람에게 맡겨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고민 끝에 “삼권분립”이라는 제도를 택한다. 즉, 행정, 입법, 사법을 분리하여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의 권리를 나누어 위임한다.


그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주체인 행정부의 수반,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권리들이 주어지게 된다. 그 권리는 대통령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권리가 아니라 우리들이 가진 권리를 “위임”한 것이라는 점, 이거 절대 잊으면 안 되는데 왜들 자꾸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권리를 위임받았으면 위임받은 대로, 헌법과 기타 법률에서 정해진 대로, 청와대를 운영하면 된다. 비서진을 선발하고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하고, 내각을 구성해서 총리와 장관들을 임명하고, 국무회의를 열어서 그 회의석상에서 토론을 하고, 그 회의의 결과를 각 부처에서 분담하여 시행하면 되는 거다.


그것도 못 미더우니 정기적으로 국회의 감시를 받아야 되고, 그게 바로 국정감사고, 만약 뭔가 잘못된 일이 발견되면 바로 조사를 하고 기소를 해서 사법부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되고, 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성된 시스템인가 말이다.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여기에 개인의 욕망과 의지, 규정을 회피하려는 잔꾀 따위는 개입되어서는 안 되는 거다. 이 정도는 초등학교만 제대로 나와도 누구나 알게 되는 거 아니냔 말이다.


이 모든 걸 다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닌 바로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이자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가 말이다.


헌법에 의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당선된(그나마도 공권력이 개입한 불완전한 선거였음은 잊지 말자.) 현직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무회의를 무력화하고 의사결정체제를 붕괴시켜 버리더니 급기야는 자신과 친한 몇몇 민간인, 아무런 합법적인 권위가 없는 그냥 일반인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자신에게 주어진 결정권을 임의로 나누어 주고, 그 권력을 나눠 받은 최순실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무속인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것은 내가 너무 슬프고 자존심이 상해서 못하겠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과시하고, 사람들을 홀리고, 돈을 챙기고, 자신의 딸을 규정을 어기고 학교를 다니게 만들어 주기 위해 강압을 하는데 사용해버렸다.


헌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정교하게 위임된 우리 모두의 권리가 한 곳에 모여 지능이 부족해 보이는 대통령 박근혜의 손을 거쳐 최순실의 손에 도달해서 똥구덩이에 처박혀 버린 것이다.


헌법이 유린된 것이다.


우리 모두의 뜻을 모아 우리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권리들이 어떻게 이 국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데 쓰여야 하는가를 세밀하게 기술한 우리 사회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서, 대한민국 헌법이 유린되어 버린 것이다. 헌법이 유린되면서 우리 모두의 권리가 모욕 받고 짓밟힌 것은 덤.


이는 곧 우리의 손으로 세운 우리의 국가 대한민국이 더럽혀지고 모욕을 받으며 무너져 내린 일이고, 그 중심에 심지어 “현직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더 참담하게 만든다.


어이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세상 어느 곳에 가서 나는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속한 국민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샤먼퀸이 지배하는 제정일치 국가 아니냐는 반문이 들어올 때 우리는 그 곳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서있겠는가 말이다.


안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이 국가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참담해지고 있었는데, 이제 아주 정을 떼 주려고 이러는 건가? 도대체 이유가 뭐냔 말이다. 우리가 왜 이런 모욕을 받아야하는 건지 누가 좀 속 시원히 답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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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답 같은 것은 없다. 그게 바로 오늘날의 차가운 현실일 뿐이다. 우린 망했다.



국가의 재건


인생은 그런 것이다. 우리를 지탱해 주는 모든 것은 언제나 무너져 내린다. 시간의 힘은 위대하기 때문에 아무도 잘못하지 않아도 그냥 시간이 지나면 주저앉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무릎을 꿇지 않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다. 우리가 만든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려도 절대 포기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어서 일으켜 세우고 다시 건립하고 다시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헌법이 유린되고 국가가 붕괴했다고? 그럼 이제부터 다시 세우면 될 일이다.


우리가 모욕을 당해서 참담하다고? 열 배 스무 배로 갚아주면 될 일이지 뭐 좋은 일이라고 고개 숙이고 울고 있냐 말이다. 다시 일어나 갚아주면 된다.


유권자의 손으로 뽑아 권리를 위임해준 대통령이 알고 보니 한국어를 잘 못하는 비문해자였다고? 그거 참 문제가 되겠네. 그래도 해법은 있다. 세상에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란 없는 법이라니까.


일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근본을 알아야 한다. 지금 헌법이 유린되고 국가가 붕괴하고 대통령이 정신이 혼미하고 무당이 프라다 신발을 잃어버리고 승마선수는 출석도 안 한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는 혼돈의 도가니지만 이 일에도 중심이 있고 핵심이 있고 출발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바로 대통령이 바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 대통령의 직분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사람(사실 대통령의 직분이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일반인의 능력도 없는 사람으로 보이긴 한다.)을 대통령의 자리에 앉힌 것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다.


그런 박근혜를 오로지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로 숭배하는 사람들도 문제고 조실부모했다고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문제고, 그런 이미지가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바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맨날 앞자리에 앉혀 두고 이용해 먹은 수많은 정치꾼들이 문제고, 그런 자를 청와대에 앉혀 두고 쉬쉬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확보하는 간판으로 활용한 수많은 권력 모리배들이 문제다.


아니 모든 것을 떠나, 아주 단순한 계산이 가동되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우리가 헌법에 의해 어떤 사람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그런데 이 자가 권력을 제대로 쓰질 못해서 일을 다 망쳐놨다. 그러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 자로부터 위임해준 권력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그 뿐이다.


그게 대통령 자진 하야가 되었건, 대통령 탄핵소추가 되었건, 하여간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하는 과정, 즉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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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좌린)


아니 기초적인 상황 판단력도 없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기랑 친하다고 민간인을 불러 들여 청와대 기밀문서를 나눠주고 판단을 구하고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러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갑자기 회개하고 정신을 차려서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단 0.001%라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장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


그게 대의명분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며 올바른 일처리이다. 이 혼란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옳음”이 바로 거기에 있다.


유린된 헌법과 무너져버린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첫걸음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손익계산서


그러나 문제는 그리 쉽지 않다. 대통령의 권한은 너무나 막강해서 누가 쉽게 직무를 정지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먼저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이승만이 자진 사퇴한 전력이 있지 않냐고? 이승만은 더 버티다간 돌 맞아 죽을 거 같아서 그만둔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는가? 미국의 닉슨도 자진 하야했다. 안하고 버티면 일주일도 못 가서 의회에서 탄핵될 거 같아서 자진 하야한 것이다.


즉, 자진 사퇴, 혹은 하야라는 것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야 할 수 있는 것인데, 도대체 판단력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현직 대통령을 무슨 수로 그런 판단을 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말이다.


탄핵을 하면 된다고?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탄핵의 키는 야당 정치인들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 왜냐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2/3의 의석이 필요한데 야당 의석 다 합쳐도 약 40석이 부족하다.


거기다가 누군가 야당의 정치지도자가 나서서 탄핵을 주도할 경우 그의 손에는 피가 묻고 장기적으로 정치 생명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따뜻한 마음씨는 손에 피를 묻힌 정치인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꼴을 보질 못한다. 그러니 아무도 못 나서고 있다.


결국 새누리당 내부의 비박진영이 잔도를 끊고 불을 지른 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 무슨 답답한 노릇인가 말이다. 그들 자신이 바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적극 가담한 범죄자들 아닌가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책임이 있는 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엄청나게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계산이 시작되고 손익계산서가 만들어지고 여기저기서 전자계산기나 엑셀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오는 중이다.


어제는 거국내각, 오늘은 책임총리, 온갖 해법이 등장하지만 하나도 제대로 먹히는 것은 없고 여론의 급한 불을 끄려고 청와대는 강제로 개각을 강행하고, 여기에 또 자리 욕심 있는 구시대의 인물들이 부화 뇌동을 하고, 야당은 또 여기에 반발해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고, 뭐 하나 풀리는 구석은 없고, JTBC의 손석희 사장은 매일 저녁 8시만 되면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아주 총체적인 난국도 이런 난국이 없다.



이 세상에 옳음을 허하라


이렇게 상황이 복잡할 때에는 별다른 수가 없다. 그저 기본으로 돌아가 “옳음”을 요구하면 된다.


앞서 얘기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옳음”은 바로 “박근혜의 직무정지”다. 쉽게 말해 대통령 관두고 내려오라는 것이다.


그걸 어찌 하냐고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묻지 마라. 우린 그런 소소한 방법적인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니들이 일을 망쳐놓고 왜 우리에게 해결 방법을 묻는가? 니들은 그런 해결 방법 만들어 내라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고, 대중의 지지로 먹고 사는 인간들 아닌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옳음”이다. 핵심적인 “옳음”이 구현된다면, 기타 소소한 디테일은 알아서 따라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가 외칠 것은 아주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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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좌린)


우리에게 “옳음”을 허하라.


6공화국 헌법에게 “옳음”을 허하라.


2016년의 대한민국에게 “옳음”을 허하라.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에게 옳음을 허하라.


혹시나 못 알아 들을까봐 설명해 주자면, 너 물러나라는 소리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