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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근혜


‘이게 나라냐?’


국민들이 박근혜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의 출발점이 무엇일까? 박근혜와 국민 사이에 나라에 대한 생각 차이가 존재한다. 어쩌면 나라와 국가에 대해서도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다른 말로 ‘국가의 운영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국민 누구나 국가를 운영할 수 있지만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 내가 가질 수 있는 권한을 5년 동안 누군가에게 위임한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권력을 위임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에 명시된 위 문장을 철저히 인식하는 사람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국가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궤적과 여러 공약들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무엇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이다.


박근혜는 이 나라의 정체성을 거부했다. 사실 박근혜는 공화국에 대한 이해 따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권력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권력을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51.6%는 그녀를 선택했다.


박근혜는 딱히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아마 자신은 대통령이 되어야 할 운명이고, 권력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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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찍은 국민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시스템의 문제다. 공적 검증이 아니라 이미지로서 사람들을 판단하는 시스템 말이다. 우린 이명박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지만, ‘회사 CEO 출신이기 때문에 경제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근혜는 멍청하단 걸 알았지만, ‘아버지가 잘했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진짜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지가 중요했다.



2. 문제는 언론이다


여의도에서 노숙을 하다보면 가끔 정치인의 민낯을 볼 수 있다. 정치인 중엔 자신이 가진 권력이 어떻게 위임된 것인 지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국민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카메라만 돌아가면 미쳐 날뛰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슈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들을 받아준다. 대안도 깊이도 없다. 이슈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매커니즘과 권언 유착에 의해서 누군가 만들어진다.


박근혜는 아버지 후광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후광에는 ‘좋았던 옛 시절’이라는 향수가 있다. 아직 봉건제도와 민주주의의 경계였던, 한마디만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던 때에 대한 향수 말이다. 이걸 언론은 ‘카리스마’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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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와 카리스마를 나누는 기준은 언론이 부여한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는 봉건제도와 민주주의 대통령을 ‘나라님’이라고 부르던 그 시절의 사고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외국에 나가서 의전 받고, 기업들에게 전화해서 삥 뜯고, 온갖 이권에 개입해서 돈을 버는 방식 등.


예전에 이후락은 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는다’


라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이번 최순실 – 차은택 – 고영태의 모습에서 당시 이후락을 볼 수 있다.


떡고물을 받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언론들은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이걸 보도했던 세계일보는 대통령에게 혼이 났고, 국민들은 관대했었다. 도둑질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몇 번하고도 걸리지 않았고, 걸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도둑질은 통제 불능에 빠진다. 차은택이 주위에 ‘장관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단다. 그렇게 도둑질은 커졌다.


도둑질이 커질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던 언론과 정부, 여당까지 모두 이번 사건의 공범이고, 앞으로도 언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따라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만들어질 것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먹고 살 것에 대한 삶의 무게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굳이 이미지 외에 다른 것을 찾을 이유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있는 분들은 얼마나 다를까? 자신들의 지지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정도가 덜한 박근혜를 뽑으려고 할지 모른다.



3. 무엇을 해야 하는가


원인은 명확하다.


권력의 사유화. 헌법에 대한 몰이해.


권력은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 존재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며, 대한민국을 신정국가로 몰아간 이 사건을,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 이 사건을, 박근혜는 ‘순수한 마음’으로 퉁 치고 있다. 검찰은 ‘강남 아줌마가 곗돈 떼먹으려다가 실패한 사건’으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이렇게 당하면 안 된다. 우리가 약속한 헌법을 유린당했고, 우리가 위임한 권력을 부정당했다. 이따위 꼴을 보려고 이 나라 국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이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내 권리와 내 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사퇴와 탄핵 중엔 사퇴가 낫다. 박근혜 대통령, 당신 입장과 상관없다. 사퇴가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당신은 오늘 ‘국정 중단 때문에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국정중단은 당신 아버지가 저질렀던 쿠테타를 제외하고는 없다. 사퇴나 탄핵이나 헌법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당신과 당신 아버지는 그 헌법을 유린했지만, 우리 국민은 그걸 이겨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살 방법은 하나다. 지금부터 거국중립 내각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퇴임하는 날까지 청와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퇴임하는 날 당신이 약속했던, 전두환한테 받았던 6억이 아니라 당신이 사적으로 쌓아온 재산, 그리고 최순실과 함께 국가를 희롱하며 가져간 모든 사적인 이익을 우리 할머니들과 아이들, 가슴에 묻은 세월호 부모님들께 돌려주어라. 당신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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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안이 아니고서는 당신의 눈물로 우리를 설득할 수 없다.


국민들은 잠시 잘못된 판단을 했지만 이제는 그 잘못된 판단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거리에 나서고 있다. 당신이 그 이미지로 우리를 속인 죄, 국정을 마비시킨 죄, 내 권리를 당신 뱃속 채우는데 사용한 죄에 대한 대가를 이젠 치뤄야 한다.


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당신들을 찍어준 건,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라고 한 것이다. 오늘 담화문에 대해, 특검 수용, 국정조사 수용, 그리고 김병준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다 한다.


당신들을 찍은 유권자로서 ‘지랄하고 있네’ 라고 한마디 한다. 국정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 당신들도 우리가 위임한 것이다. 내 권리 위임해줬을 때, 박근혜가 이렇게까지 나라를 망쳤으면 끌어내리라는 뜻이다. 이제는 이 질곡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민주공화국임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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