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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5일, SBS는 단독 보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측에 (자칭) 우익 단체에 지원을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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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JTBC에서도 어버이 연합이나 보수 단체라 불리는 곳에 전경련의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렇다. 지금까지 특검이 극심한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이유는, 반대하던 사람들이 결국은 돈 받고 시위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보수라 명명되는 이들은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여전히 보수단체, 우익, 극우라 불리는 이들에게 ‘보수’, 혹은 ‘우’라는 단어가 쓰이는 것은 옳은 것일까? 도대체 보수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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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창에 ‘보수’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여러 종류의 의견들을 검색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는 보수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보수’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말일까?


아니다. 진영에 대한 논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의견의 차이이고 지향점이 다를 뿐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실, 지금 한국에서 보수가 무엇인지 논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보수’가 무엇인지 판단을 하기에는 그 단어가 의미에 맞게 쓰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는 ‘진보’를 논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보수(保守)라 함은 ‘보전하여 지킴’이라는 뜻으로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고 유지하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보통 ‘자국민 우선’의 원칙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진보(進步)라 함은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끊임 없이 개선하려는 가치를 말한다고 한다. (녹색창 백과사전)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보수와 진보는 상호보완적이다. 끊임없는 개혁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고(진보) 그 과정에서 좋은 가치는 후대까지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키는 것(보수)이 역사의 흐름 속에 담긴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월1일에 벌어진 태극기 집회의 모습은, 보수가 가진 좋은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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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위 기사에서도 보여지는 바와 같이, ‘보수단체’라고 불리는 이들의 집단적 행동은 ‘보수’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기도 참 애매한 시국이다. 현직 장관이 친정부 시위를 주도했다고 하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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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보수단체’라고 불리는 이들의 정체성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이 근원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보수’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신한국당, 한나라당의 계보를 잇는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역사 청산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일인명사전과 친일파 재산환수 등 민족반역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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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서도 보여지듯, 보수 원로라 불렸던 이들이 다같이 한 자리에 모여 친일파 청산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시국선언을 했다. 10여년 전에도, 새누리당의 선배 격인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출신들의 정계 인사들은 친일은 애국이고 정부는 종북좌파로부터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것이 ‘국가안보’와도 연결된다는 단골멘트도 빼먹지 않았다. 지금의 보수라 불리는 이들이 느닷없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들은 스스로를 보수, 즉 국가와 민족을 위해 힘쓰는 것처럼 포장한다. 우리는 계속 이들을 ‘보수’, 혹은 ‘우익’ 등으로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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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6일, 튀니지에서 벌어진 IS의 테러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영국인 30명을 포함 총 3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사건.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그동안 잠잠했던 테러 위협에 적신호를 보이며 즉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더불어 영국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IS를 처단하기 위한 각가지 방법을 모색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난 뒤 2015년 12월 2일, 영국 의회는 정부가 요청한 시리아 내의 IS에 대한 공습안을 가결시켰다. 장장 11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토론 끝에 표결에 부쳐 찬성 397표, 반대 223표로 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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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여야의 첨예한 갈등 속에 진행된 종일 토론은 영국 전역에 생중계 되었고 많은 이들이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다. 11시간이라는 토론을 한 것도 대단했지만 필자는 무엇보다도 보수와 진보가 주장하는 논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토론 내용 전체를 간략하게 요약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각 진영의 입장을 한 마디로 줄여본다면 이렇다.


보수(보수당, Conservative Party): ‘자국민 보호’를 위한 보복이자 추후 IS의 도발을 차단하기 위한 시리아의 공습은 합당하다.


진보(노동당, Labour Party): 공습으로 인해 벌어질 인명 피해, 공습 지역의 황폐화 및 난민 발생 우려로 공습을 반대한다.


그렇다. 마라톤 회의와 표결, 그리고 표결에 승복으로 이어졌던, 영국 의회의 시리아 공습 논쟁은 보수와 진보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보수의 논리와 공습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무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무게를 둔 진보의 논리는 그야말로 정치적 진검 승부였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에서 불리는 ‘보수’라는 세력들은 보수도, 그렇다고 진보도 아닌 것이다. 영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의 ‘보수’는 그 이름을 가져다 쓰기에도 민망한 실정이다. 물론 정치철학이나 사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 세력의 존속을 위해 존재한다. 이제 이들에게서 ‘보수’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보수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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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의회에서 시리아 공습이 가결/승인된 이후, 키프러스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 공군(RAF, Royal Air Force)은 곧바로 시리아 공습에 들어갔다. 연간 수백 건에 달하는 공습이 감행되면서 몇 가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긴 하지만, 여전히 영국 정부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IS(Islamic State)라는 명칭에 대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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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서도 보여지듯, IS는 IS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름을 갖고 있었다.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나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 등이 대표적인 명칭인데, 이러한 명칭에도 IS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영국 국방부는 ‘이슬람 국가’라는 뜻을 가진 IS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사용될 경우, 마치 테러집단이 이슬람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고 그들에게 정체성으로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IS 대신 ‘다에시’(DAESH)라고 명명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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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결정을 한 이유는 이들 공식명칭에서 '이슬람 국가'라는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함이다. 위 링크에서도 보여지듯, 영국 정부는 IS라는 단어 대신, DAESH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DAESH는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al-Sham)를 아랍어로 옮긴 ‘al-Dawla al-Islamiya fi al-Iraq wa al-Sham’의 이니셜 ‘다이시’(DAIISH)를 발음한 것이다. 하지만 ‘다이시’는 아랍어 ‘다샤’(daasha, 뜻: 짓밟다)와 발음이 비슷해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IS조차도 ‘다에시’, ‘다이시’, 혹은 ‘다샤’로 불리는 것을 자신들에 대한 모독으로 여기고 사용을 금지했다. IS는 스스로 ‘DAESH’라고 불리는 것을 굉장히 꺼려했는데, 이러한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명칭을 변경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영국의 명칭 변경 이후 프랑스 정부에서도 이와 같이 부르기 시작했고 실제 타 지역에 거주하는 이슬람인들과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자신들이 ‘DAESH’와는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이후 DAESH의 신병모집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이름 짓기가 대상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인 만큼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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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혼돈의, 한국 정치이념의 정체성과 개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그 첫 단계로, 한국에서 ‘보수’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더이상 ‘보수’라고 불러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진정한 ‘보수’를 살아나게 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이다.


언어는 구성원들간의 합의된 가치관이 표출된 것이다. ‘보수’가 아닌 이들에게 계속 ‘보수’라고 하면, 본인들도 ‘보수’라고 생각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수’라 불렸던 이들에게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한국에서 ‘보수’라 불리우는 이들에게 ‘보수’라는 단어는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보수도 아니다.


필자는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수가 등장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보수’라는 이름은 어떤 이들에게 따라다녀야 할까?



(다음편에 계속)


덧. 필자는, 앞으로 ‘보수’라는 단어 대신 ‘친매’라는 단어를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친매’세력, ‘친매’단체 등의 단어가 하나 둘씩 사용 되기 시작하면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된 가치와 개념이 정립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자 중 혹시 ‘친매’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 혹은 딴지일보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해 주세요.


물론, 아이디어에 대한 대가는 (아쉽게도) 제공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BRYAN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