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딴지일보에 입사했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나는 총수의 팬이었고, 무엇보다 딴지일보가 풍기는 리버럴하고 시니컬한 분위기의 팬이었다. 그런 나에게 소위 '조선땅에서 제일 쓴다' 사람들의 기사가 떨어졌다. 보기 좋게 편집하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유명했고 지금이 돼서야 유명해진 사람들의 글을 뚫어져라 보게 되었다. 중의 분이 산하님이었다. 일단 산하님의 글은 데가 없다. 오타도 없고 편집점도 없고 이미지나 캡션의 삽입지점도 없다. 그럴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매끄러울까, 많은 생각을 했다.


유치했던 나는 산하님의 글에 대해 어디 단락 하나라도 내가 개입해도 되는 지점이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감생심 산하님의 글빨에 내가 침을 바를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나도 일을 했다, 담당 기자의 역할을 다했다 만족감을 누릴 있을 만한 대충대충한 부분만 보여줄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너무나 견고했다.


Writing.jpg


느낌을 무엇일까? 나중에 생각해보니 산하님께는 내게 없는 것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 타인에 대한 예의였다. 산하님은 의무감에 매달려 글을 쓰지 않는다. 시니컬한 감정에 휩싸여 가학적인 즐거움을 충족하는 글을 쓰지도 않는다. 그냥 쓴다.


그냥 쓰는데, 건조하고 담담한데 감동울 준다. 왜일까. 역사와 인간에 대한 끝없는 존중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냥 저냥 생각나는 대로 키보드를 두들겨도, 어쩔 때는 각을 잡고 불태워도 글에 통찰력이 흐른다그리고 쉽다. 산하님의 글은 독자를 끌어당기고 이해시킨다. 결코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절하다. 나도 다른 독자들도 매번 설득당했다.


나는 산하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꾸준히 독자들에게 글을 제공하는 성실함. 그에 더해, 독자를 초청할 결코 강요하지 않는 매너까지. 모두 나에게는 없는 품위있는 덕목이다.


나는 산하님처럼 독자를 나의 관념에 친절히 초대해본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논리와 정보를 꾸러미로 와서 자신감 있게 풀어놓고 싶어한다. 산하님은 단계를 애초에 초월해 있었다.


"휴머니스트."


딴지 편집부에서 산하님을 부르던 말이다. 사실, 사수는 산하님의 외모를 놀린 적도 있다. 글만 보면 비쩍 마른 예민한 지식인인 것만 같은데 너무 하염없이 후덕하신 아니냐고. 나는 산하님의 얼굴에 - 졸린 듯한 눈매에 나타난 여유가 그분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산하님은 진정으로 역사와 진보를 믿는 분이다.


어떻게 사실관계는 용서 없이 후려치면서도 정의와 진보를 견지한 역사의 대목 대목을 건져올릴 있을까?


산하님에겐 운동권 출신의 지식인들에게 흔히 보이는 강박이 없다.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수 반동이라고 채찍질을 마음의 준비가, 이분의 글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인간의 지성과 품성을 태생적으로 믿는 분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역사의 발전 방향과 정의의 문제에는 일고의 타협도 없다. 내가 진정 감탄하고 흠숭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나는 산하님의 글을 수없이 접하고 정도는 내가 편집했지만(사진 따위를 첨부해 올리는 . 감히 문장과 단락을 건드린 적은 맹세코 전무하다.) 산하님은 번도 인간에 대해 성마른 날을 세운 적이 없다.


우리 역사의 분노, 좌절, 갈증을 써내려가면서도 위화감을 제공한 적이 없다. 그래서 전두환 같은 악마에 대한 비토조차로 스무스하게 읽어내려갈 있다. 필자라는 권력, 유혹적인 완장을 번도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의는 견지한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작가정신이라 믿는다.


Ulysses-Pro-Writing-Hero-4.jpg


자신감있게 말하건대 산하님은 인간적 품위를 견지한 역사 도우미다. 이것은 내가 산하님의 글을 가까이 접하면서 얻은 진심의 결론이다.


산하님은 뜨거운 운동권 세대다. 세대에 대한 지금 젊은이들의 성토가 한창이다. 어떤 세대도 자기 시대의 강점과 약점, 장점과 단점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산업화세대를 싸잡아 욕할 아니나, 이명박은 자기 세대의 사나움과 천박함이 응집된 인물이다.


산하님은 운동권 세대의 장점이 결집된 필자다. 인간과 역사를 믿고 사랑하며, 정의의 문제에 치열하고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는다. 이것은 감히 평가하는 아니다. 산하님의 글에 기본 옵션으로 장착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꾸준하다. 계속해서 유의미한 글을, 기억으로는 번의 실수 없이 생산한다. 글쟁이로서 이런 선배를 존경하지 않을 없다.


그래서 추천한다#딸에게_들려주는_역사_이야기


Untitled-1.jpg


나의 역사관은 산하님의 그것과 조금 차이가 있다. 그러나 만약 내게 아들 딸이 있다면 맹세컨대 책을 사줄 것이다. 나를 포함한 범속한 필자들의 논리 투쟁, 인정투쟁을 자식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엄정하면서도 온기 있는, 그러면서도 기개를 잃지 않은 진짜 역사 이야기꾼의 글을 자식에게 소개하고 싶다.


우리 청소년들이 산하님의 역사 이야기로 한국사에 초대되었으면 한다. 어른도 함께 읽었으면 한다. 이렇게 역사와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품위를 아이들이 보고 배웠으면 한다.


더더군다나 재미있다. 산하님은 역사 이야기에 동화적인, 때로는 느와르적인 기승전결을 안배한다. 나는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독자를 끌어당기면서도 생색내지 않을 있는 수준을 동경한다.


산하님의 역사 이야기가 많은 가정의 책장에 꽂혔으면 좋겠다. 우리가 남이 아닌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고 들을 때는, 바로 이런 말투여야 한다.


지적 호기심이 피어나는 아이들을 위해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추천한다. 호객행위가 아니다. 정말 자신감 있게 작가명을 걸고 추천한다. 아이들은 좋은 이야기에 감동하고 상상할 권리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제공할 어른은 지적으로는 예민하고 가슴은 따뜻한 휴머니스트가 아니면 된다.







필독

트위터 @field_dog
페이스북 daesun.hong.58



편집: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