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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수감자들은 잠자리에 들고, 시설에는 직원 일부만 남은 시간.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교도소의 밤, 어느 방문이 열리고 급하게 뛰어나온 수감자가 소리를 질렀다. 누가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유닛 전체에 경보음이 울린다.
 
문을 열어 보니 침대 위에 남성 수감자 A가 여성 수감자 B 위에 올라가 입을 손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두 명의 여성 수감자들이 잠에서 깨어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건 가해자든 피해자든 이 일게 관계된 사람들이 너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가해자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반항이 심할 경우 안전벨트 장치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때마저도 가해자가 입을 정신적 충격을 생각해야 한다. 법적, 의료상의 민감한 부분만큼 수감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특별 수사대가 올 때까지 1:1 보호 감찰을 받는다. 강간이나 강간 유사 사건은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원들은 피해자를 상담하는 동시에 증거를 모아야 한다. 성폭행에 연관된 사람들은 씻거나 음료를 마시는 일도 할 수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체 상태 그 자체가 증거다. 
 
피해자를 원래 담당하던 트리트먼트팀과 특별 수사대가 증거 입수와 검사를 마치면, 의사의 소견서와 서류 작성이 끝난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각각 다른 차량을 통해서 지정된 병원으로 이송되고, 교도소에 돌아온 후에도 분리된 상태로 지내게 된다. 


강간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뿐 아니라 유닛 안팎의 거의 모든 수감자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준다. 나를 비롯한 직원들은 수감자들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


수감자들은 욕망을 가진 인간인 동시에 환자라 일반적으로 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을 한다. 정신질환, 혹은 인격 장애로 그룹 치료 중에나 복도를 걷다가 갑자기 자위행위를 하는 건 그중 하나다. 다 큰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색한 일이지만, 어쨌든 타인을 불쾌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자위행위는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하라고 하는 ‘조언’도 해야 한다. 말이 조언이지 그저 남들이 볼 수 없도록 이불이라도 뒤집어쓰길 바랄 뿐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성병이나 에이즈 환자, 그도 아니면 가학적 성행위를 하려는 경우다. 가학적 성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자기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낮은 능력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한다. 물론 이 밖에 어떤 성행위도 수감시설 안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교도소에서 해도 되는/하면 안 되는 스킨십


사람이 모이다 보면 인간관계가 깊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회에서 격리된 정신병원 교도소에서도 동료 환자 이상의 관계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성별에 따라 방은 나누지만 같은 유닛(생활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쉽게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은 금방 극복하는 편이다. 옆 동에 있는 수감자보다 같은 유닛 수감자와 가까워질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하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며 심적 안정을 찾는 것에서 멈추면 별일 없겠지만, 우리 모두 인간이다 보니 육체적인 접촉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이런 관계는 수감자들에게만 일어나지 않고 수감자-수감자, 수감자-직원, 직원-직원 관계에 모두 해당한다. 그럼, 교도소에서는 어떤 성적인 행동이 허용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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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정드는 것까지 제재할 수는 없으니, 교도소에서도 허용되는 신체 접촉이 있다. ‘살짝’ 껴앉기, ‘살짝’ 뽀뽀하기, 성기를 제외한 신체에 ‘살짝’ 접촉하기, 손잡기, 그리고 자위행위(중요한 점은 남들이 보는 데서 하면 안 된다는 것). 허용 범위에 동성이나 이성의 구분은 없다.


허용하는 범위를 빼고는 거의 다 금지다. 뽀뽀가 아니라 키스(차이는 모두 알 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할 수 없고,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만지거나 몸과 몸을 부비부비하는 것도 하면 안 된다. 성관계는 어떤 신체 부위를 이용하더라도 할 수 없다.


규율이 엄격하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겠지만, 직원들의 눈을 피해, 혹은 눈앞에 있는데도 티 안 나게 뭔가 해보려는 경우도 많다. 감시받는 곳에서 어떻게 성관계를 할까 하겠지만, 이곳에서 근무해본 경험상 수감자들이 술이든 성관계든, 가능한 방법을 24시간 연구하면 세상에 못 할 일이라는 것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녀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기 위에 올라서기도 하고,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자세로도 할 건 다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어느 용감한 커플이 그라운드(공용공간)의 벤치에서 당당히 성관계를 하다가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보다 덜 용감한 커플들은 바지를 뜯고 여성이 남성의 무릎 위에 앉아있는 척 위장하는 방법을 쓴다. 의외로 금방 적발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성 간의 관계만 있는 건 아니다.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남-남, 혹은 여-여 커플도 종종 있다. 동성이라 같은 방을 쓰니 보통은 방에서 발각되는 편이다.



우리는 위험한 성행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왜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감시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심지어 합의에 의한 성관계조차 허락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갇혀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불편함이 아니라 수감자들의 건강과 안전의 문제다.


수감자들은 매일 샤워를 하고 개인위생에 관한 교육도 받는다. 그렇다고 모든 수감자가 규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위생에 관한 교육을 한다고 해서 샤워장 안에 들어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생은 수감자 개인의 몫이니 완벽할 수가 없다. 수감자 중에서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수감자들의 정신병증과 상태는 모두 달라, 성관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계에서 본인이 착취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쪽의 정신적 능력이 월등히 높은 경우 거의 필연적으로 상대를 이용한다. 이런 조합에서는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상대를 결박하거나 가학적인 성관계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교도소 실무자인 내 기준에서는 어떤 것을 위험한 성행위로 규정하는지에 대한 기준보다는 위험한 성행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우리는 실제로 이렇게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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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 진행되지 않도록 성행위를 중단시키고 방해한다


2. 성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이 직원들의 필수 요건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절대 다급한 티를 내면 안 된다. 목소리 톤을 평상시와 같이 유지하고, 성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건강과 안전에 관한 것을 알려준다.


3. 이 과정에서 불법적, 또는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시설 경찰에게 알린다.


4. 수감자 기록에 리포트를 작성한다. 알려야 하는 다른 기관이 있다면 통보한다.


5. 성행위가 그라운드(공용 공간)에서 발생했다면, 다른 수감자들은 모두 유닛(생활 공간)으로 돌려보낸다.


6.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면, 일대일 카운슬링을 통해 합의 능력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


7. 또 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트리트먼트팀 인원들이 동의할 때까지 수감자의 특혜를 제한할 수도 있다. 보통 특혜라는 것은 그라운드로 나가는 것, 또는 유닛 밖에서 하는 활동을 말한다. 



성관계가 아니라서 더 위험하다


성관계보다 더 위험한 일도 있다. 

일부 수감자들은 목조르기 게임을 한다. 목을 조르면 뇌로 가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고, 산소가 희박해지면 뇌에서는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물질을 내보낸다. 그때 느끼는 극도의 쾌감 때문에 목조르기 게임을 하며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내기를 한다. 때로는 수감되기 전 사용했던 약물의 환각 효과를 느끼기 위해 스스로 목을 조르는 경우도 있다. 


어떤 수감자는 물을 많이 마신다. 건강에 좋은 수준이 아니라 체내에 수분량을 높여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질 때까지 (저나트륨혈증) 마신다. 뇌세포 안으로 수분이 이동하게 되면서 뇌가 붓고, 이 때문에 다양한 신경 증상을 일으킨다. 간단하게는 두통과 구역질, 의식 장애 등이 나타나는데, 동시에 환각 증세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직원들은 수감자들의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지, 혹은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시는지 관찰하기도 한다. 수감자들은 신체 접촉을 할 수 없어서 선택하는 방법이지만, 두 가지 방법 다 잘못하면 죽음에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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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ayexpress.co.nz


 
그라운드에서 손을 잡고 있거나 잔디밭에 누워있는 커플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밖이었다면 “예쁜 사랑 하세요”라는 얘기를 들을 풍경이나, 수감되어 있는 그들은 연애나 사랑도 감시받는 형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더 철저히 감시해 모두 안전하게 사랑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내 복잡한 심경과는 달리, 교도소는 오늘도 연애 중이다.






Boss


편집 : 딴지일보 인지니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