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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끄적이려고 생각하니 날씨도 춥고 너무 귀찮다. 집중해서 긴 글을 빚어내는 건 참 힘든 일인 것 같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써보려 했으나, 그것을 모니터에 찍어내는 건 또 다른 일이구나 싶다. 그저 맥주를 할짝이며 전기장판 위 고양이처럼 길고 추운 겨울날을 뒹굴뒹굴 보내고 싶다.


맥주가 생각난 김에 잠깐 이야기해보자면(은근슬쩍), 올해는 수입 맥주의 종류가 무섭게 늘어 수입된 맥주를 다 마셔보지도 못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할짝대본 결과, 마음에 들었던 맛들어진 맥주에 찬사를 보내볼까 싶어, 마음대로 올해의 맥주를 뽑아봤다.


두둥.



1. 올해의 수입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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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s Backwoods Bastard


파운더스의 스카치 에일인 Dirty Bastard를 버번 배럴에 숙성한 버전이다. '스카치 에일을 오크통에 숙성하면 이런 맛이지 않을까?'라는 상상 속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해낸 듯한 맛이다. 달콤한 설탕과 바닐라, 나무 향이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고 버번 위스키, 오크, 스모키, 건포도, 바닐라, 버터, 빵, 카라멜 등의 다채롭고 달콤한 맛들이 눅진하게 섞여 흐른다. 아... 사진만 봐도, 상상만 해도 또 마시고 싶다. 챱챱. 스코틀랜드의 느낌보다는 좀 더 밝은, 미국적인 밝은 느낌이 윗 부분에 살짝 흐르는 점이 약간 '읭'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미친 듯이 맛있다.


수입된 다른 맥주들은 다 이것보다 아래였던가 고민해보면 절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스카치에일이 너무 좋아지는 계절에 생각을 되돌리는지라 높은 점수를 주게 된 것 같다.


사실 올해는 아니고 지난해 12월인가 마신 것이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올해도 안 끝났는데 뭐. 왜. 뭐.



2. 올해의 국산 맥주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의 국맥"은 체고존엄, 유일신, 갓라이트, 빛라이트, 킹라이트. "필라이트"가 받음이 마땅하지 않겠나 싶지만 어찌 되었든 기타주류인 관계로 후보에 들지 못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하수구 속으로 흘려보내자.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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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inum PaleAle


플래티넘 페일에일의 캔입 제품이다. 적당한 가격(편의점에서 3,500원 정도였던가) 괜찮은 맛. 좋은 접근성이라는 장점이 잘 모였다. 미국식 페일에일 특유의 달콤 향긋한 홉 향을 잘 살렸다. 가끔 마실 때 보면 배치마다 이전 기억 속 맛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퀄리티컨트롤의 문제인지 피드백을 받아서 변화를 가져가는 중인지는 모르겠다.


한국 맥주들을 일렬로 쭈욱 세워놓고 '맛'만을 기준으로 플래티넘 페일에일이 어디쯤에 들어갈까 생각해보면 상위 30% 쯤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가격과 접근성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최상위권에 들어갈 것 같다. 적당히 잘 만든 맥주임에도 이토록 매력을 느끼다니 역시 맥주는 구하기 쉬워야 하는 것이다.


사실 플래티넘 페일에일 자체는 꽤 오래전부터 팔리던 맥주라 "올해의 국맥" 타이틀을 부여하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캔입 제품 생산과 편의점(세븐일레븐 한정인 것 같지만...) 판매를 통해 접근성도 끌어올린 노력을 칭찬하고자 내 맘대로 정한 것이니 박수치고 대충 넘어가자. 쨕쨕쨕!


추운 겨울에 마시기에는 약간 부적절한 스타일이지만 뭐 맥주는 항상 옳으니까. 서식지 가까이에 세븐일레븐이나 롯데마트가 있다면 구매를 고려해보자. 내년 여름에도 판매가 지속된다면 참 좋겠다마는...



3. 올해의 고든 램지(?)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마빡에 "OB맥주"와 "고든 램지"가 올라온 걸 보고 주절주절..


실력과 함께 욕설? 욕드립? 짤방으로 유명한 고든 램지 선생께서 카스 광고 모델이 되었고 방한했다. 그는 여러 기사를 통해 "카스는 한국 음식에 잘 어울리는 맥주"라던가 "(국맥을 맛없다 한)영국 기자를 만나면 엉덩이를 차주겠다"같은 발언을 했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뭐랄까.. "싸랑해여 여눼가중게~" 혹은 "김치 머거바쒀요~ 마시쒀요~"같은 말을 듣는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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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램지가 맛있다고 생각했다면 그 입맛을 존중함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어서 질문해보자. '카스는 괜찮은 맥주니까 고든 램지 선생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와 페어링해 판매함이 어떠한가?'


특유의 욕짤방에 한국버전이 하나 추가될 것 같지 않나? 램지 선생이 정중히 '나의 요리는 한국 음식과 방향성이 달라서 카스 맥주를 페어링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한다면 뭐 어쩔 수 없겠지만.


카스가 칭찬을 받는 것, 혹은 욕을 먹는 것에 열을 올리기보다 "한국 음식에 잘 어울리는"이라는 문구에 화를 내는 게 우리에게 있어 더 생산적인 일이 아닐까?


램지 선생에게 있어 한국 음식이 주는 맛이란 대체 어떤 이미지길래 마리아주를 고작 카스에서 만족하고 마는 것일까.



4. 올해의 맥주 질문(?)


 '그래서 국맥은 맛있는가? 맛없는가?'


'취미가 맥주'라는 식의 덜떨어진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흔히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아하하하. 그게 무슨 필요입니까 자신이 느끼기에 맛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슉슉~:D?"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곤 한다.


그냥 내 기준으로 볼 때...


[오비 필스, 맥스는 내 돈 내고 사 마신다. 카스, 하이트, 피츠는 내 돈 내고 사 마시진 않지만 남이 사주면 마신다.]


정도로 갈음하자. (클라우드는 맛이 초기에 비해 많이 열화된 느낌이 들어서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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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하이트? 고든 램지 선생을 믿을지 슈틸리케 선생을 믿을지

아니면 자신의 혀를 믿을지 온전히 본인의 자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정확하게는 의식이 들어왔다가 끊기기를 반복하며 올해의 맥주를 뽑아봤다. 결과는 올해의 똥글이 된 것 같지만.


술이나 마시러 가야지.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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