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8. 20. 수요일
TV불패 잘은모름
편집부 주 |
0. 들어가기에 앞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결론부터 미리 짓고 가자.
본 필자가 이 글에서 내릴 결론은 이러하다.
그러하다. 이 글이 내릴 결론은 본인의 필명과 같이 '잘 모르겠다'이다.
필자는 힙합음악을 들은 지 8년 정도 된(그 중 3년 반 정도만 외쿡힙합을 들은, 주위에 음악을 본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적잖이 있는, 매일 도서관에서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는, 20대 중반의 취준생) 힙찔이일 따름이므로 힙합문화, 혹은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기반도 출중하지 못한 편이거니와 깊은 통찰력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씀드리겠다.
허나 이번 <쇼미더머니>의 몇몇 무대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서 던질 수 있는 괜찮은 프레임은 가지고 있는 듯하여 부족한 필력으로나마 살짜쿵 투척 해보려 한다(비장).
1. 논란의 주인공
일단 두개의 영상부터 보고 가자.
Mnet <쇼미더머니 시즌3> EP.05 : 바스코 - BooooM @ 단독 공연
모바일용 주소: http://www.youtube.com/watch?v=X0PHhi_SiWw
바쁘신 분들은 50초부터 보시면 된다(친절)
Mnet <쇼미더머니 시즌3> Ep.07 : 바스코(VASCO) - Flesh & Blood + Guerrilla's Way @ 1차 공연
감상하신 두 영상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서 14년차 래퍼 바스코가 선보인 무대 되시겠다. <쇼미더머니>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한국 최초로 힙합음악을 중심으로 실력있는 래퍼를 발굴하는 오디션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째선지 오디션프로그램에 14년차 프로 래퍼가 나온 것도 이상하지만, 다른 문제들은 차치하고 위 두 무대를 두고 각종 커뮤니티가 벌인 뜨거운 논쟁을 이야기해보자.
그 주제는 이러하다.
'저게 힙합이냐 락이냐'
바스코는 무대에서 거친 기타소리를 반주로 랩뿐만 아니라 락스러운(?) 보컬까지 함께 보여줬다. 두 무대는 모두 관객평가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거의 올킬하다시피했다. 이 무대를 두고 대중과 힙합리스너들은 바스코의 무대가 락의 비중이 높았는지, 랩의 비중이 높았는지, 힙합이라는 장르의 기준은 무엇인지, 저 무대가 상위권에 오른 것이 옳은 결과인지 등등 수도 없는 이야기로 게시판을 불태웠고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쟁의 매듭은 지어지지 않은 상태다.(사실 매듭지어졌다면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일반 리스너뿐만 아니라 프로 뮤지션들도 해당 무대에 대한 의견들을 내놓았는데, <쇼미더머니>에서 프로듀서로 출연하고 있는 산이, 도끼, 마스타우, 타블로 등은 무대를 지켜보며 '저 무대는 락'이라는 의견을 거침없이 내비쳤고 sns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힙합뮤지션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논쟁을 이어가는 이가 누구이던 간에 그 이야기들의 가장 큰 화두는 '장르'의 문제였다.
'힙합'의 기준이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힙합이며 어느 선을 넘으면 힙합이 아닌가?
사실 이러한 논쟁들은 필자가 힙합을 듣기 시작한 8년 전, 아니 그 이전부터 힙합관련 커뮤니티에서 잊을 만하면 나타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일명 '꾸준 떡밥'이라 할 수 있다. 이전과 그 행태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의 논쟁은 힙합리스너들이 모인 게시판에서만 쌈박질을 해대는 모양새였지만 이번 다툼은 방송을 통해 문제가 시작되면서 힙합에 흥미를 갖게 된 대중들도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이러한 논쟁에서 나오는 단골 용어가 '힙부심'이라는 말인데, 대중과 골수 힙합팬들이 뒤섞이면서 해당 용어의 사용빈도가 꽤 많이 늘어난 듯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진짜, 레알, 진정으로, 힙합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이렇다.
모르겠다니까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는 단순한 힙찔이일 따름이다. 하여 현재 힙합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뮤지션 JA의 sns글을 인용하여 '힙합 장르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필자가 위 글에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은 초반부 '힙합음악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이다.(이후 JA가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동의도, 반박도 하지 않으려 한다.) 대부분의 음악장르가 그렇듯 힙합 역시 이미 존재하던 음악을 기반으로 시작하여 발전해왔다. 다만 힙합의 태생은 턴테이블 등의 장비를 이용하여 소리의 일부를 추출해 반복시키고, 더하고, 빼면서, 새로운 곡으로 재구성하고, 거기에 '랩'이라는 것을 ('부른다'라기 보다) 내뱉는, 다른 장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는 부분을 특이점으로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장르들이 다른 음악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고 하여 그 장르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처럼, 힙합 역시 '흑인 문화'를 중심으로 '힙합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왔고 다른 장르와의 차별화는 분명히 이루어진 상태였다. 여전히 힙합의 프로듀싱 방식이 샘플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음악 장르에서 샘플을 추출했다하여 그 곡이 힙합이 아니라고 말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JA의 글이 이번 논란을 종식시키기에 조금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코드가 다르다'라는 것에 있다. '어떤 장르를 반주 구성에 인용했냐'라는 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 기타 반주에 내질러대는 바스코의 보컬 자체가 락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시작된 논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타 반주와 바스코가 시원하게 내질렀던 보컬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봐야할까?
2. 노래인지 랩인지 노랩인지 뭔지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미쿡힙합에서 hook에 보컬피쳐링을 쓰는 것은 '더 많이 팔고 싶다'는 뜻이지만
한국힙합에서 hook에 보컬피쳐링을 쓰는 것은 '팔렸으면 좋겠다.'라는 뜻이다."
미쿡에서는 본토힙합 특유의 모습을 뮤직비디오에 담아 금반지, 금목걸이를 치장한 채 총을 마구 휘두르며 여자, 돈, 마약 이야기를 랩으로 뱉어도 꽤 잘 팔린다. 그 정도로 해당 장르에 대한 팬이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모든 대중들의 기호를 고려하지 않아도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음악 시장이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약 거기서 더 팔고 싶다면 듣기 좋은 보컬 피쳐링을 hook으로 사용해 더욱 대중적이고 팔기 좋은 곡을 만들어 발표하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힙합 음원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중성이 필수이며 대중성을 갖기 위한 방법으로 보컬 피쳐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힙합 팬'들이 좋아해주는 음악은 그 래퍼의 '실력'과 '진정성'을 증명해주긴 하겠지만 아티스트에게 '돈'이 되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 다시 말해 미쿡은 보컬 피쳐링이 '선택'이지만 한국에서는 힙합으로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면 대중적 요소를 갖추기 위해 '필수'에 가깝다는 얘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순이(feat.조피디)에 가까웠던 '친구여'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인기곡으로 지칭되는 한국 힙합 음악들을 떠올려 보시라. 조피디의 '친구여', 에픽하이의 'fly',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 'ring my bell', 몇 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긱스의 'officially missing you', 산E의 노래들까지. 랩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보컬 피쳐링의 인상이 더 강하게 남는 곡들인 점을 알 수 있다.
되돌아보면 <쇼미더머니> 시즌1, 2에서도 보컬 피쳐링을 무대에서 함께 선보인 경우는 꾸준히 있었다. 예를 들자면 서인영과 칸토라든지, 윤하와 제이켠이라든지. 이번 바스코의 경우와 유사하게 락 밴드 해리빅버튼의 보컬과 함께 무대를 꾸민 소울다이브도 있다. 다만 이번 바스코의 무대가 유독 논란이 된 것은 피쳐링이 없이 바스코가 랩과 보컬을 모두 다 했다는 점이 불을 더 지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시라. 어차피 다른 사람 보컬 피쳐링 시킬 거 그냥 다 혼자하면 안되는 건가? 제이켠과 윤하의 무대에서 윤하가 할 역할을 제이켠이 다 했다고 보면 되지 않나? 락 사운드에 가까운 기타 반주 위에 노래를 해서? 에미넴을 비롯해서 국내외에 락에 가까운 기타반주 위에 랩을 했던 아티스트는 정말 많다.
자, 그러니까 이렇게 가정해보자. 바스코가 <쇼미더머니> 무대를 준비하면서 락의 요소를 넣은 반주에 랩을 하고 hook은 락 밴드에게 보컬 피쳐링을 부탁해서 무대에 함께 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치자. 헌데 피쳐링을 해주기로한 보컬이 급성심근경색으로 털썩하고 쓰러졌다고 한다. 계획이 틀어진 바스코는 잠시 당황하다가, '내가 하지 뭐?' 하더니 맛깔나게 보컬을 뽑아낸다.
다시 정리하자면 기타 반주 위에 랩만 하기로 했던 바스코가 보컬이 할일 까지 대신 했다고 가정해보는 거다.
심근경색을 조심합시다.
논쟁할 떡밥의 크기가 조금 줄어들어 보이지 않나?
필자가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바스코의 무대는 무조건 힙합이다'라고 결론짓는 것이 아니다. 이번 무대들에 대한 논란은 '힙합이다, 아니다'로 목표를 두고 나아갈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사실 장르와 장르 간의 콜라보, 크로스오버가 수도 없이 벌어지는 최근 음악계에서는 장르를 규정짓는 행위자체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장르의 융합, 나아가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작법으로 완성된 음악들이 나타나는 와중에 그러한 결과물들을 듣고 있자면 '이걸 무어라 불러야 하는지 음악을 하는 본인들은 이름을 지어놓은 상태일까'하는 의문마저 드는 요즘이다.
락의 비중이 일반적인 힙합 무대들에 비해 큰 것은 사실이나 바스코의 무대는 모두 힙합에 기반하고 있었고, 굳이 장르를 힙합인지, 락인지, 랩메탈인지, 모세가 홍해 가르듯 완벽하고 깔끔하게 가려내기에 모호한 점이 분명이 존재한다. 때문에 논란의 중심은 '바스코가 보여준 무대의 장르가 힙합인가 아닌가'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의 시스템과 방송구성에서 바스코의 흥행은 인정 받을 만한가?'로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말이 조금 어려운가?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자.
3. '트로트엑스에서 랩으로 올킬하기'가 불편한 이유
긱스의 'officially missing you'를 들어보자. 캐나다 가수 타미아의 원곡을 재해석하여 발표된 뒤 특별한 홍보 없이도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해당 곡이 대중적 인기를 끌은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랩 벌스 하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댓츠노우노우
댓츠노우노우 되시겠다. 긱스의 'officially missing you'가 가진 흥행요소가 곡 전체를 아우르는 보컬이라고 한다면 다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긱스의 멤버인 릴보이와 루이는 현재 한국힙합의 루키들 중에서도 꽤 주목받는 친구들로서 이미 그 바닥에서 랩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래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대표곡이 인기를 끈 요소는 '랩'이 아니었다.(랩지니어스라고 불리는 산E의 경우 역시 모두가 혀를 내두를 만한 랩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에는 랩보다 그 외 흥행요소가 곡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굳이 말하자면 위에서 거론한 래퍼들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래퍼들이 음악을 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딜레마를 조금씩 가지고 있을 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 바스코의 <쇼미더머니> 무대를 생각해보자. 이미 무대 영상을 한 번씩 보셨으니 다시 보시지말고 두 무대에서 각각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혹은 부분을 떠올려보시라.
필자는 사실 오랜 기간의 수련을 통해 독심술을 익히는 데에 성공했는데, 오늘 그 능력을 사용하야 독자님들이 어떤 장면을 떠올렸는지 맞추어 보겠다.
'boooom'의 후반부 보컬, 'guerrilla s way'의 보컬 hook
어떤가? 정확하지 않은가? 하핫!(거만한 표정으로 안경테를 매만진다)
혹 틀렸다면 죄송하다. 나대보고 싶었다. 용서해주시라(간절)
우리가 바스코의 무대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쇼미더머니>는 '실력있는 래퍼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방송 소개를 하고 있다. 굳이 그러한 소개가 없어도 우리는 <쇼미더머니>가 '랩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인지하고 시청하고 있다. 힙합이라는 장르의 기준이 모호하다 할지라도 힙합뮤직의 중심은 누가 뭐라해도 '랩'이고, 힙합을 중심으로 하는 오디션프로그램이 '래퍼'를 발굴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랩을 두고 경쟁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헌데 바스코가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압도적으로 올킬하며 상위권에 랭크한 '흥행 요소'가 랩의 스킬, 가사 등이 아닌 '락 보컬'이라면 그건 참 찝찝한 일이다.(그러한 면에서 가사와 랩스킬, 무대 매너 모두를 제대로 보여준 올티의 'OLL'Ready'는 <쇼미더머니>라는 방송의 의도, 구성에 가장 적합하게 흥행한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보고싶은 분들은 http://www.youtube.com/watch?v=C1-bt11c5TY 요기!)
이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 중 몇몇이 종종 드는 비유가 있다. '트로트엑스에 나가 랩으로 분위기 띄워 우승하는 꼴'이라고. 심지어 바스코는 14년차 래퍼다. 기존 참가자들에 비해 랩에 대한 경력이 무척이나 오래되었고 이미 랩만으로도 보스몹이라며 주위 신인 래퍼들을 벌벌 떨게 하고 있는데 랩이 아닌 요소로 흥행을 이끌다니. 그리 정정당당해 보이는 승리는 아니라고 사료된다. 본인이 의도했든 안했든,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조금은 치사한 방법이었던 거다.
무서운 신예 mc그리의 일침
이건 투표를 해준 관객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들은 일반 대중처럼 제일 좋았던 무대를 고를 뿐이다. 보쌈집 평가를 할 때 '난 이 집 칼국수가 맛있어서 여기가 제일 좋다'고 말해도 어쩌겠는가. 지가 그렇다는데.
물론 <나는 가수다> 방송 당시에도 관객평가 결과에 대한 논란은 자주 있었고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경향이 있지만, 바스코의 무대에 대해서 관객과 시청자의 의견이 많이 갈린 것은 무엇보다 관객들에 비해 '랩'에 대한 경쟁을 더 크게 기대하고 있던 시청자들의 간절한 바람 때문 아니었을까.
4. 난 바스코보다 엠넷을 더 까고 싶다.
락 밴드를 하겠다고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해온 친구놈에게 바스코의 무대를 보여줬다. '지금 이 무대가 락인지 힙합인지 논란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 그거 말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ㅈㄴ 멋있다...'
하아... 뭐 평소 행실로 보아 깊은 통찰력을 기대하긴 어려운 친구이기에 실망 역시 크지는 않았다. 디테일한 설명을 붙여 어떻게 생각하냐고 재차 묻고 나서야 '곡의 분위기나 hook이 ㅈㄴ 걍 린킨파크인데 힙합적인 요소가 훨씬 강하다'는 영양가 없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친구의 대답에 내가 도출해낼 수 있는 답은 하나 뿐이었다.
바스코의 무대가 졸라 멋있기는 했다는 거.
'BooooM'의 무대에서 바스코가 상의를 벗고 소리를 질러대며 'god is dead'를 외칠 때에는 그것이 뢥이냐 롹이냐 뢉이냐를 떠나 졸라 멋있어 소름이 돋기에 충분했고, 'guerrilla s way' 역시 호흡을 조금 벅차하는 바스코의 모습이 약간 아쉬웠지만 무대 자체는 굉장히 신나고 즐거웠다. '<쇼미더머니>', '힙합', '랩으로 하는 경쟁' 등등의 조건을 제외하고 '무대만'을 보았을 때 바스코는 분명 졸라 멋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바스코가 이런 음악을 앞으로 종종 보여줬으면 좋겠다. 국내에서는 아직 랩과 락의 제대로된 결합을 통해 흥행을 이끌어낸 뮤지션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을 최초로 성공해낼 가능성이 가장 큰 래퍼가 바로 바스코가 아닐까 싶다. 가사의 성향이나 랩 스타일, 특유의 거친 목소리, 비주얼과 캐릭터, 모든 것이 그에 적합한 뮤지션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음악적 시도가 <쇼미더머니>와 같은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없으면 한다. 바스코가 <쇼미더머니> 방송 의도에도 적합하고 시청자들의 기대에도 부흥하는 '랩'으로 14년의 오랜 무명을 깨고 일어섰으면 하는 바람이 (팬으로서)크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12년 만에 공중파 방송에 섰다. 지금 머리가 온통 백지다.'라며 두 번이나 실수를 한 뒤에야 무대를 겨우 성공했던 프로 래퍼 바스코의 모습을 기억한다. 한국힙합이라는 힘든 바닥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바스코가 승승장구하기를 빌어본다.
유스케 촬영 중 이하늘과 함께 눈물을 보였던 바스코
'돈'이라는 단어를 간판에 내건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은 어쩌면 '힙합'과 '상업', '흥행', '대중성'의 관계를 압축 요약하여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돌, 이슈메이킹, 캐릭터, 관객과 대중의 평가 등 방송 제작 이전부터 힙합이라는 문화 내에서 치열하게 논쟁해왔던 떡밥들의 모든 면들이 방송을 통해 내보여지고 있다.
<쇼미더머니>의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있다.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랩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기보다는 더 쉽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찾게 되고, 이슈성이 큰 참가자를 생존시키게 되면서 정작 랩을 잘하는 참가자들의 설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바스코와 그를 프로듀싱한 스윙스가 이번 무대에 락을 접목시킨 것도 역시 이러한 점들이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사실 바스코의 장르 논란보다도 <쇼미더머니>와 엠넷의 행태를 까는 글이 훨씬 더 길고 재미지게 쓰여질 것 같지만 시간이 부족해 다음번 언젠가에 이야기해드리기로 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방송을 통해 시청자, 혹은 힙합팬들이 힙합이라는 문화를 온전한 모습으로 만나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필자는 엠넷이 <쇼미더머니>를 통해 한국힙합에 끼치는 영향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즌1에서부터 '쇼미' 제작진은 힙합 문화에 대한 존중을 갖기는 커녕 이해조차 전혀 안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고, '문화에 대한 존중' 이전에 '사람에 대한 존중'조차도 보여주지 못하는 경연 룰 설정과 '악마의 편집'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했다.
그들에게 '문화'는 돈을 벌기 위한 방송소재일 따름이고 '사람'은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한 소모품일 따름인가 보다. 사실 엠넷의 이러한 모습은 <쇼미더머니> 이전에 <슈퍼스타 K>에서도 꾸준히 보여져 왔고, 주위에 음악을 하고자하는 형, 동생, 친구들이 많은 필자로서는 문화를 가지고 왜곡하면서 꿈과 열정을 가진 이들을 소비하여 돈을 벌려는 작자들의 행태에 화를 금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나쁜 점들 속에서도 문화의 일부가 빛을 보고, 이득을 얻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시즌2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매드클라운의 메이저 진출 성공을 들 수 있다. 이번 시즌에도 역시 <쇼미더머니>는 올티와 같은 루키의 재조명, 좋은 신예의 발견, YG 소속 연습생의 아이돌 편견 줄이기 등 해당 방송의 순기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그래서 더 화가 난다. 한국힙합이라는 문화가 아직은 힘이 약해 적지않은 상처를 얻을 걸 알면서도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해서. 방송국은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있고, 이해하고 있어 더욱 더 쉽게 악용하는 것 같아서. 그 방송에 함께 나가 같은 자리에서 예선을 치루었던 14년차 래퍼와 꿈과 열정으로 달려든 내 주위의 형들, 친구들이 다른 이유로 각각 너무 안타까워서.
그래서 더. 더 화가 난다.
하여 본인, 쇼미더머니 제작진 및 엠넷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
엠넷, 엿 먹으시라.
(손가락은 비록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지만 정상수 형님의 쿨하고 멋진 성격으로 미루어 보아,
볼록 튀어나와 굳게 세워진 저 단 하나의 손가락은 엄지손가락임을 예상할 수 있다. 엠넷 bb)
여기서 '엿'은 제작진분들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된 것이 절대 절대 아님을 말씀드린다. 엿은 수험생들에게 합격을 기원하며 선물하는 좋은 우리 음식으로서 한방에서는 소화기관을 건강하게 하는 처방약물로 쓰이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문화를 다루고 있는 <쇼미더머니>를 잘 이끌어주십사 기원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이 마음 전한다.
엿 먹으시라.
5. 뭐... 어쨋든 모르겠다.
라고 묻고 싶으실 거다. 허나 안타깝게도 소용없다...
구구절절 떠들어 대기는 했다만 사실 이러한 장문의 글로도 깔끔하게 바스코의 무대를 설명하고 이렇다 저렇다하며 판단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무지랭이이자 힙찔이인 본 필자의 글이 좋은 내용으로 잘 정리되어 있을리도 만무한데,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의견에 대한 반박은 늘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전히 한국힙합에는 필자가 건드린 문제 외에 형형색색의 여러 모양을 한 수많은 물음표들이 곳곳에 걸린 채 남아있고, 그 것들은 앞으로도 하나씩 돌아가며 우리 앞에 나타나 뜨거운 감자가 되어서는 격한 논쟁에 꾸준히 불을 붙여댈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물음표들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늘 같다.
개리가 부릅니다 'xx 몰라'
죄송하다. xx모르는 힙찔이가 시작한 글인지라 명쾌한 해답은 드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필자가 제시한 여러 관점으로 이 문제들을 한 번씩 만 바라봐주시고 생각해주시라. 그 생각에 대한 결론과 답은 내리지 않을 것이며 그럴 능력도 없으니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고 대충 포장해서 글을 마치고 싶다.
이렇게 횡설수설해대며 얼렁뚱땅 작별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엉망진창인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는 말씀 올린다(꾸벅).
굽신굽신
TV불패 잘은모름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