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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은 예견된 전쟁이었다. 일찌감치 강화도의 수비를 강화하고 세자빈과 원손 등을 강화도로 피난 보냈고 왕과 조정도 곧 그리로 옮길 예정이었다. 이 강화도 방위의 중책을 맡은 이가 김경징이라는 자였다. 영의정 김류의 아들로 벼슬살이하기 전 인조반정에 가담하여 당당 2등 공신으로 출세의 길을 텄던 김경징은 고려 시대 이래 최고 요충지의 방어 책임자이면서 철저하게 그 책임을 외면했다.

 

<병자록>에 보면 김경진은 그 어머니와 아내를 덮개 있는 가마에 태우고 계집종은 전모(剪帽)를 씌웠으며, 집에서 싣고 나온 짐 보따리가 50여 개나 되어 그것을 운반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고 심지어 자기 친족들과 친척들, 친구들을 우선적으로 실어 날랐기 때문에 세자빈도 배를 구하지 못해 바닷가에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고 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세자빈이 김경징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했다. “경징아 김경징아. 네가 어찌 이런 짓을 하느냐.” 그제야 김경징은 미적미적 세자빈을 강화도에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자신의 욕심 앞에 나라가 없는 자였고 그 고집 앞에선 어떤 국가적 위기도 허섭쓰레기와 같았다. 방어책은 세우지 않았고 그저 하는 일이 뱃놀이에 술 퍼먹기였다. 천하의 몽골군도 어쩌지 못한 강화도였음을 믿어서였을까. 그러면서 큰소리는 뻥뻥 쳐댔다. “아버지는 체찰사요 나는 검찰사니 나라의 큰일을 할 집안이 우리 집안 말고 또 어디 있겠나.”

 

그러나 강화도 밖 사태가 어찌 돼 가는지 그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남한산성에 포위된 임금과 조정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지방의 근왕군들이 어떻게 각개격파돼 가는지 전황은 어떠한지 등등. 결정적으로 그는 청나라 군대가 항복한 명나라 수군 장수들을 기용하여 강화 상륙 작전을 벌일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알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행여나 누가 눈물로 방어책을 호소하면 그저 “강화도가 어떤 곳인데....”을 읊조리며 “네가 적을 크게 보고 군중을 어지럽히니 종청(從淸)하는 놈이구나” 눈을 부릅뜰 따름이었다. 중책을 감당해야 할 자가 물정을 모르면 그 책임이 우스워질 따름이며, 큰 일을 치러야 할 자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으면 나라에 큰일이 나게 마련이다.

 

결과는 이랬다. “강도(江都) 수호의 임무를 받은 제신(諸臣)들이 방어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날이나 보내면서 노닐다가 적의 배가 강을 건너자 멀리서 바라보고 흩어졌습니다. 무너진 채 각자 살려고 도망하느라 종묘와 사직 그리고 빈궁(嬪宮)과 원손(元孫)을 쓸모 없는 물건처럼 버렸을 뿐 아니라 섬에 가득한 생령(生靈)들이 모두 살해되거나 약탈당하게 하였으니, 말을 하려면 기가 막힙니다.”

 

사람들이 김경징을 평가하기를 “글을 배우지 않아 아는 것이 없고 탐욕과 교만을 일삼으므로 길에 나가면 거리의 사람들이 비웃고 손가락질하는데, 김류(金瑬)는 사랑에 가리워 그 나쁜 점을 몰랐으나 사람들은 집안 망칠 자식, 미친 새끼(狂童)”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영의정 김류의 아들이자 인조가 총애하는 공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료들은 입에 칼을 물고 김경징을 죽이라 주청하였으니 이는 자기 편이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패악질을 자행하였음이었다. 김경징과 그와 함께 강화도 수비를 맡았던 이들은 감옥에 갇혔다가 죽음을 받았는데 그 최후를 목격한 한 선비가 글을 남겨 그의 참람함을 조소하니 한양 저잣거리가 시끄러웠다 전한다.

 

작자는 미상이며, 역시 사진은 본문과 아무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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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呪堂慛蠱雨群 민주당최고우군 

백성들이 저주하고 묘당(조정)이 맘 상하네. 독벌레 떼들 모였구나 

 

訌發正斷延袚軍 홍발정단연발군

집안 싸움 벌어지고 바른 이들 절단나니 오랑캐 군대 끌어들일 밖에 

 

盜濫腐徒走社破 도람부도주사파 

도적들 넘쳐나고 썩은 무리 도망쳐 사직이 무너졌네. 

 

刺蠅自縛待殊訓 자승자박대수훈 

파리같은 새끼들 꾸짖노라. 스스로 몸 묶고 죽음의 가르침을 기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