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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폐쇄하라!

199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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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7.6.월

딴지 맘대로 기자 hoggenug



촌지를 근절하자고 그 야단인데도 촌지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촌지를 근절하자는 구호와 함께 스승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마저 뿌리뽑으려는 집단적 히스테리가 보이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선생님들을 무슨 돈벌레로 보고, 더 나아가 범죄자 취급을 하려는 암묵적인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지려 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선생님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님을 살리기 위해 촌지 문제를 제기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고 말기엔 우리들의 선생님들이 너무 억울하다.

이 땅의 선생님들 - 교수님은 논외 - 이 받는 대접을 잘 생각해 보자. 오죽하면 자신의 직업을 선생질이라고까지 형용하는 자조가 만연되었겠는가.

선생이라는 직업은 이것 저것 다 해봐도 안될 때 최후로 선택하는 보잘 것 없는 직업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사회일반의 시각이다.

이런 시각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단 한가지다. 교사는 돈을 못 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 잘벌면 무조건 좋은 직업인데, 남을 가르친다는 보람있는 일이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돈 잘 못번다는 것 외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선생님들로 하여금 거지 근성을 심어주는 사회다.

학생들로부터도 사회로부터도 존경받지 못하고 정당한 보수도 받지 못하는 선생님이 촌지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윤리적으로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 폭력으로 요구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가혹하다. 이미 수많은 폭력을 당해온 선생님들에게 말이다.

그렇다면 촌지문제를 내비두자는 거냐고? 아니다. 좀 다르게 보자는 거다. 촌지문제를 돈밝히는 선생님의 문제로 보는 건 너무도 불공평하다는 거다.

교육이 살아 있을 때, 그리고 사회가 건전할 때 - 서양적인 차가운 합리적 건전함이 아닌 따뜻한 마을 공동체적 건전함 - 선생님에게 고마움의 성의를 건네주는 것은 배움과 가르침의 연장이 될 수 있다. 옛날 마을훈장님에게 바치는 촌지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교육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서양적으로 합리화된 사회에서 그런 낭만적인 향수에 젖어있을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촌지문제의 원인을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의 긴장관계로만 바라봐서는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 관계로 바라볼 때, 선생님은 악역을 전담할 수밖에 없는 터무니없는 흑백논리가 되어버린다. 이 시대의 학부모들이 선생님보다 건전한가?

조금 비약하자면 서울대 폐교론이 촌지 근절론과 짝을 지어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로 상징되는 이 시대의 모든 불합리하고 반교육적인 상황이 잔존하는 한 촌지는 근절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설사 근절되어 보인다 해도 잔챙이만 사라질 뿐이지 대어들 은 더욱 더 커질 뿐이다.

서울대라는 말이 이 사회에 미치는 불합리는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서울대 들어가면 게임셋이 라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반교육적인 상황, 즉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서울대라는 완벽한 간판을 따내기 위한 장도리, 뺀찌 정도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장도리, 뺀찌에 기름칠하려는 시도가 사라질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촌지문제가 왜 초등학교에서 가장 극심한 줄 아는가? 초등학교 다니는 자식을 두고 이 놈 서울대 보내야지.. 하는 생각 안 해본 학부모들 있으면 나와봐라. 당연히 이 때 선생이라는 연장에다 기름칠을 듬뿍 칠하고 싶은 거 아니겠나. 그랬던 자식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면서나 이 녀석 4년제 대학이나 갈 수 있으려나... 하고 체념하는 거 아닌가.

불합리한 사회의 불합리한 학부모들이여.

그대들의 죄없는 욕심들을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우리의 선생님들에 대한 부당한 폭력을 휘두르기 전에 서울대를 없애라고 외쳐라. 




- 딴지 맘대로 기자 hoggen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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