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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7.6.월

딴지 스포츠 담당 기자



축구 전용구장을 짓느니, 그냥 올림픽 경기장을 보수해서 쓰느니 말이 무지 많았다. 다행히 전용구장을 짓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전용구장 문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얼마나 들어가느냐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만큼 투자해서 과연 투자액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원래 장사가 그런게 아니던가.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스포츠 마케팅 능력이 과연 그 정도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여지껏 우리의 스포츠 마케팅 능력은 똥이었다.

미국 같은 나라야 말할 것도 없고, 중국만 해도 스타디움을 하나 지으면 일층엔 전문식당가, 이층은 호텔, 그 위에 층은 아예 고급 빌라처럼 분양... 등등 여러 가지 방안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돈을 오히려 남겨가며 경기장을 짓고 또 경기가 없을때도 충분히 그 경기장을 활용한다. 뽕빨나게 본전 뽑는거다.

우리가 얼마나 이 스포츠 마케팅 부분에서 아무런 개념도 없는가 박찬호의 경우를 보면 알수 있다. 박찬호가 한국 왔다 가고 나서 열나게 열나게 씹혔는데, 사실 그를 씹어댈 이유 하나도 없다.

씹어대는 이유 중 일제차를 탄다느니 발음이 꼬였다니는 하는 것은 사실 치사한 것이다. 그러나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돈> 문제였다. 중계료니 광고료니 뭐 이것 저것 합쳐 놓으면 <박찬호>라는 상품이 우리나라로 보면 소위 적자라는 거다.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많다 이거다. 그래서, 이야기가 박찬호는 미국의 상품일뿐, 그는 운동 선수일뿐이니 그에게 필요 이상 흥분할 필요도 없고 그가 미국 사회에서 내에서는 전국적으로 부상한 뭐 커다랗게 성공한 인물도 아니고... 하는 식으로 냉소적으로 변했었다.

근데 이건 미국이란 장사꾼들에게 우리가 또 당하는 있는 것이라는 자조가 섞인 근시안적이고 감정적인 발상이다. 만약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 마인드를 가지고 <박찬호>라는 상품을 본다면, 이 <상품>은 매우 효용가치가 높다.

단순하게 그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를 벌어갔네.. 이렇게 따질 것이 아니다. <박찬호>라는 상품은 미국에서 키워주고 있지 않은가. 이 얼마나 유리한 조건인가. 우선은 그를 미국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는 전국적인 스타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우리도 함께 적극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하고 키워가야 한다.

이 상품을 왜 죽이려고 하는가? 이 박찬호라는 상품이 정말 크게 성장했을때 창출해 낼 수 있는 부가가치를 한번 생각해 보라. 그를 얼마나 유효적절하게 우리 기업들이 미국이란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겠는가.

마이클 조단이 미국에서 창조해내는 시장의 크기가 도대체 얼마인가.

<상품>의 가치를 키워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프로스펙스 맨날 우리나라에서 징징 짜지 말고, 박찬호가 정말 크게 자라고 나서 그의 이미지를 이용해 미국에서 광고 한번 때려봐라. 정신대 광고로 우리 국민들 애국심 자극해 치사하게 살아남으려 하지 말고, 좀 크게 보고 길게 투자하면 나이키로부터 안방이라도 지키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고, 한국이란 상품도 마찬가지다. 그를 더 키워서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써먹으면 되쟎는가.

그 방법을 찾아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려고 해야지, 미국 넘들이 우리돈 가져간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으면 뭐하나.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상품을 우리가 스스로 죽이는 꼴이다.

박찬호선수가 작년만 못하다.

돈 맛을 알아서 광고에 너무 많이 출연하느라 연습을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느니, 혀 꼬불어져서 잘난 척 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느니, 이제 박찬호는 한물 갔다느니 하는 소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고 있다.

또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미국 CNN방송을 타고 트레이드설까지 등장해 팬들 속을 아프게 했었다. (이것은 아마도 대언론재벌이자 CNN 사주이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단주 테드터너 쪽에서 그의 라이벌이자 앙숙인 또 다른 언론 재벌이며 다저스 새 구단주 루퍼트 머독 진영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거나 미확인된 루머를 얼씨구나 하고 뻥튀기 보도한 결과로 보여진다.)

그의 성적 부진 원인이 어디 있던지간에 박찬호를 욕하지 마라. 결국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하는 순수한 팬들의 목소리도 많이 섞여 있겠지만, 아이구 잘됐다며 고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있다면 맘 고쳐 먹자.

그는 우리가 미국 시장에서 비벼볼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는 몇 안되는 교두보 <상품> 중 하나다. 지금은 미국만 박찬호를 우리에게 팔아먹고 있다. 박찬호를 미국에서 팔아먹자. 박찬호를 욕하지 마라.

조또 못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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