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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품평] 시아버지와 하면 아니되느니라

2004.9.9. 목요일
딴지 미디어품평반







 


중년임에도 아주 섹시한 안과의와 연애하다 헤어진 젊은 여자가 있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치료차 그의 병원에 들른 여자는 거기서 한 젊은 의사에게 반해 버리는데 알고보니 옛애인의 아들이다. 서로 두눈 질끈 감고--왜냐면 서.로. 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으므로, 어찌저찌 여자의 아파트 발코니, 로맨틱한 달빛 아래서 설왕설래 키스를 나누다가 둘은 소스라치게 떨어지는데.... 여자는 남자에게서 그 아버지의 삘을 느끼고 남자는 여자에게서 새어머니의 삘을 느껴 버린 거였다.


미증유의 힛을 기록한 시트콤 <프렌즈>에 나오는 모니카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암만 미국 상업방송이고 또 암만 시트콤이라 해도 근친애는 퍽이나 다루기 힘든 소재임에 틀림이 엄씀이다. 위와 같은 유사근친애마저 저리 완곡하게 넘어가니 말이다.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의 제 2채널이 이 부분, 그니까 걍 근친애도 아니고 근친상간에 도전했다면 그 얼마나 센세이쇼날한 일이겠냐는 말이다, 글쎄! 고것을 말하고 시푸다.
 


  우우우 하늘만이 허락한 싸랑~


원래 술과 함께 친우간의 금석지교를 보듬으라고 있는 날로 알려진 매주 금요일, 저녁 11시에 당 채널에서 방영하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혹시라도 당 프로그램을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단설명 드린다면, 재판이혼을 청구한 부부의 사연을 재구성한 일종의 상황극으로써, 말미에 가정법원 조정위원회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 상담한 이후 유예기간을 주며 맺음하는 프로그램되겠다. 이후 시청자들이 배심원이 되어 당 케이스를 평결--이혼이냐 아니냐--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당 프로그램이 지난 달 말 경 내보낸 제 249화, <잔인한 사랑>편에 논란이 일었다. 우찌된 내용이길래?







줄거리 : 고딩 때 미술샘하고 소푸트연애를 하던 세원이. 재섭게 같은 학교 샘한테 뽀록이 나는 바람에 싸랑하는 미술샘은 학교 짤려 종적이 묘연하고. 여차저차 대학에서 만난 녀석하고 여차저차하다 임신해 결혼을 하려는데, 아 글쎄, 그넘이 그 샘의 아들인겨. 어쩐지 닮았더라니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일. 모든 걸 숨기고 헤어지려 하나, 울며불며 애원하는 그 샘 아들땜에 어케저케 결혼을 하는데, 남편이란 넘 군대가고 나니 휑한 집구석에 남은 건 옛 연인 사이었던 시아부지와 며느리 그리고 어려서 아직은 말 못하는 손자.







아리무리송한 부뉘기 속에서 시아부지가 시한부인생임이 밝혀지고 동시에 아직도 옛마음을 간직하고 있음도 알게 되는데.. 둘이서 하늘만이 허락하는 여행을 떠난다. 시아부지이자 옛애인이 작고한 후 어느 날, 남편 제대일에 맞춰 둘째 애가 태어나는데 혈액형이 안맞는 기라. 세원의 외도가 드러나고 남편은 맨날 술만 퍼먹구. 안되겠다, 우리 이혼해요, 당신한테 내가 너무 미안해서 주글 거 같아요, 그러나 누구 아인지는 밝힐 수 엄씀이어요 하더라. 이에 남편은 절때 이혼 몬한다, 누구 아인지 밝히라 카고, 내는 몬해요 머 일케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가정법원 조정위원회까지 오게된다는 야그...







단순미의 형상화에 매진하는 본 기자의 안목으로 볼 때, 당 에피소드의 첫 번째 주제는 "세심한 피임법 없는 혼외정사가 자식들과 남편간의 촌수를 교란시킬 수 있다" 는 진중한 충고로 파악되는 바이지만, 이와 다른 의견들 당연히 터지고 넘쳤드랬다.


우리의 세원이(박현정 분), 한 번은 학교샘과 재학 중에 연애하고 또 한 번은 시아부지이긴 해도 동일인과 하드한 연애도 하게 되는데, 이 양반이 지가 낳은 아이의 할아버지란 점이 문제다. 직계존속이 아니더냔 말이지. 직계존속과 밀월여행 가서 음... 빠구.. 음... 입에 담기도 민망타. 거 싸랑의 씨앗을 잉태하는 행위를 했다면 바로 이것이 근친상간이 되지 않더냔 말이지.


당 프로그램 게시판도 난리가 났지만 몇몇 언론에서도 그 선정성을 질타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래도 시아버지와의 요런 만리장성이 결코 흔한 것은 아니고, 지탄을 받아마지 않는 문제이지가 않지 않은가. 게다가 지난 2월에는 시동생을 사랑하는 형수의 애환(?)을 다룬 "형수와 도련님(221화)"편이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설마 설마 하며 지켜봤을 시청자들은 극 초반에 먼저 노출된 신생아가 시아부지의 유복자로 확인까지 되메, 그저 망연자실이었고 현실에서는 있을 수가 결코 엄따는 의견부터 시작하야, 교사의 직업윤리에 대한 지적, 자신이 그 아들이라면 자살하고 만다는 다소 격정적인 반응, 그리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어찌 이런 소재를 내보낼 수 있냐는 공익적 질타나, 소수지만 가슴아픈 운명이라는 동정론까지 아주 다양했음이다.



그런데 그 말이다. 당 에피소드에 쏟아지는 비판들이 가지는 가치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행여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각자가 내릴 수 있는 판단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이 그렇게 나쁜 일이냐 하는 의문이 든다.
 


  근친애에서 포와 차를 떼고나면..


근친애, 혹은 근친상간. 요 분야처럼 인류에게 오랜 터부가 또 있을까? 강력한 혐오자극인 근친상간에서 물론 힘들지만 윤리빨을 떼어보자. 그리고 불가해한 생명역학, 핏줄론도 생략해 보자. 그담에, 당 혐오자극이 생기기 전에 있을만한 어떤 가족을 상상해 보자.


자식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부모들은 물리적으로 도태되어 가기 마련이다. 싱싱한 딸내미보다 경쟁력이 약화된 어미는 남편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건장한 아들내미보다 스태미너가 엄청 줄어든 아비 역시 아내를 빼앗길까 노심초사한다. 어디에 프로그래밍되었는지는 몰라도, 종족번식력이라는 운명적 본능은 개인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가장 큰 의미일진대, 종족번식 파트너를 뺐긴다는 게, 것두 자신과 닮았으나 자신보다 훨씬 새것인 존재에게 뺐긴다는 게 얼마나 가심 아픈 일이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위험성은 그러나 당 운명적 본능이 시킨 결과물로써 자식새끼들이 생겨나면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문제다.


시간이 흐르며 장성하는 자식들은 더욱 강해질 거다. 부모가 저 위협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물리력만 가지고는 겜이 안된다. 고저 힘없고 약해빠진 영유아기부터 주입하면 된다. 이렇게... "내 꺼에 손대지 말아라, 내 새끼야"









 근친.. 머? 우웩~


고것을 잘 포장한 것이, 근친상간은 역겨울 정도로 나쁜 것이라는 선전선동 되겠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어릴 때부터 잠재적·함의적·무의식적으로 강화물과 벌을 제공하며, 근친상간을 혐오자극으로 만든다. 부모들이 하기는 좀 쑥스러우니 명시적인 것은 사회가 대신 한다. 제도나 관습을 만들고 통념과 윤리를 강제하는 것이 그것이다.


시스템으로 만드니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직계혈족만 막을 게 아니라 그래서 방계혈족까지 막았다. 내가 못취하는데 딴 자식놈도 취하지 못하게 하는 심보였을까? 그런데 직계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단순한 맛 때문에 어느 사회나 명확히 금지됐으나, 방계의 경우, 바운다리를 치는 게 약간씩 달랐다. 우리 사회처럼 얼마 전까지는 동성동본혼도 금지하는 코메디를 연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본처럼 4촌혼까지 허용하는 곳도 있으니 말이다.


어쩐지 돌던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런데 함 잘 생각해 보자. 권력이 먼저 생겼을까, 윤리가 먼저 생겼을까 말이다. 그리고 잘 뒤져보자. 열성유전의 폐해를 주장하는 생물학적 관점의 트릭에 대해서도.
 


  동네 미장원 원장샘s Folks Stories


다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으로 돌아가자.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시티> 등 단막극류가 보통 그러하듯이, 당 프로그램도 에피소드별 완성도에 있어 균질한 질관리가 쪼까 힘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사례의 재구성에 있어, 극적 과장이나 임의적 편향성이 거칠게 드러날 때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영희엄마 또 사고 쳤다구?


요런 거와 비슷하다. 동네 미장원 원장샘이 국가기밀인 듯 말해주는 마을 가십같은 거 말이다. 철수 아빠와 영희 엄마가 밤늦게까지 알바트로스 양념통닭집에서 놀다가 영희 아빠한테 들켜서 머리채 잡혀 집까지 끌려갔다네 글쎄, 영희 엄마 원래 손버릇도 나쁘고 동네 쌈꾼에다가 당체 편이 없는 거라. 영희 아빠한테 전화해서 알려준 사람이 실은 알바트로스 통닭집 쥔여자였다지 모야, 근데 이 여자, 철수 아빠 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은 거야. 영희아빠 담날 출근하고 영희엄마랑 통닭집 여자, 대판 붙었잖겠어? 그런데 소식 듣고 철수 엄마가 와설랑은...


다 좋은데, 영희 엄마의 손버릇과 왕따 그리고 알바트로스 통닭집 사장의 야릇한 시선은 맥락과 상관없는 화자의 주관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을 발설하는 의도는 영희엄마와 통닭집 사장을 향한 부정적인 인상을 주입하려는 대화전략 되겠다. 미장원 원장샘이 말할 때는 용서가 되지만 공중파가 말할 때는 좀더 다른 수준이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 당 프로그램에 바라는 바다. 아무튼!


소설이나 드라마를 현실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신기성(novelty)이라구 있다. 현실에서 잘 발생하지 않는, 어느 정도 기이한 스또리라는 야그 되겠다. 그러나 이러한 창작품보다 더 기발하고 황당무계하며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의 삶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창작이 현실로부터 모티브를 얻거나 혹은 그 자체의 모방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상기할 때,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당 프로그램이 즐겨찾는 소재들, 예컨대 근친애 및 상간을 암시·명시하는 것들, 비정상이라 느껴지는 시가·처가와의 갈등, 성장이 유예된 듯한 성인남녀들 등등은 사실 우리 사회에 널린 이야깃거리일 뿐이다. 못 밎으시겠다면 동네미장원 원장샘 양반과 덜 친해지신 거다. 반성하시라. 유치찬란한 주변 삶을 공유하시기에는 너무 고상하시다.







당 프로그램의 에피소드 <잔인한 사랑>은 근친상간이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이 프로그램에 자주 구현되는 코믹한 요소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또한 걍 시아부지랑 했다가 아니라 운명같은 굴레가 나를 덥쳐 피치 못해 시아부지랑 했다류의 이중 안전장치도 갖추고 있다.


이 부분을 놓고서 볼 때, 현실을 순치해 표현한 거고 그래서 되려 근친상간에 관한 담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본 기자같은 부류도 있는 반면, 시아부지랑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역겨움을 느끼는 부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표출들은 당 프로그램이 가지는 주요덕목 중 하나되겠다.


다만, 표출에만 그칠 게 아니라 혹은 도덕률에 근거한 선악만을 따질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고민과 근친상간에 대한 담론을 확장시킬 사고 방법도 고려하는 발전적 과정을 기대해 본다.
 






이중혼을 금하는 일부일처제와 강력한 반 근친혼법 및 간통 관련법, 여성학대적 호주제 등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실정법으로든 관습으로든 충분히 빡빡한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결혼생활과 혼외정사, 그리고 이에 따른 천태만상의 내면을 반추하고 나아가 삶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


껄끄럽고 생각만 해도 구토가 치미는데 혹여 딴 인간들이 이걸 미화시키고 게다가 따라하기까지 하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은 번짓수 틀린 얘기다. 왜냐면 이런 걱정을 하는 자신 만큼이나 타인들도 분별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안그렇지만 남이 그럴까봐 걱정이라고 우기는 것, 실은 전형적인 투사기제의 하나다. 내 감정을 남에게 투영해 전가시키는 걸 투사라 한다.







아, 사리판단 안되는 청소년들한테 너무 위해하다고? 이 세상에 청소년기 안거친 사람들도 있나? 내가 청소년일 때는 내가 하도 잘나서 현재와 같은 훌륭한 어른이 됐는데, 딴 애덜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독단적 강박이다. 청소년들은 미숙한 부분도 있겠으나 판단력까지 미숙한 거 아니다. 경험을 통한 판단적, 반향적 사고가 그들을 성장으로 이끄는 거라고 존 듀이가 말했다던가.


으차차, 얘기가 더 새기 전에 친애하는 독자제위께 맺음을 고하련다. 요즘,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매번 친누이와 사랑에 빠지는, 근친애 전문배우도 탄생했다고 하니, 담번 품평에서는 보다 심도있고 깊이있게 근친애를 논해보도록 하련다. 그런데 참 궁금타.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시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그리고 남편. 이 세 사람의 관계는 대체 어트케 정의해야 하는 거시냐.... 


 


딴지 미디어품평반
   시포(shepoo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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