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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사회 캠페인]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자 2

2004.9.9.목요일
딴지 문화생활부



                                  




명랑입국을 향한 본지의 열의는 오늘도 식을 줄 모른다. 온 국민이 명랑에 겨워 자지러지는 그날을 위해 반명랑을 부추기는 모든 잔존세력을 척결하는 것이 본지의 숭고한 자세 아니던가. 검찰 혹은 경찰의 수사권에 절대 잡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갖가지 추잡한 형태로 호시탐탐 사회전복을 노리고 있는 반명랑 세력들.   


저번에 다루었던 대머리(사실 대머리 외의 다른 용어정립이 시급하다 하겠는데 이는 후학들에게 맡기는 바이다.)를 놀리는 패륜을 자행하는 무리도 일종의 반명랑세력이라할 수 있다. 또한 요번에 다룰 주제인 성장과정 상 본의 아니게 겉늙은 자들에게 갖은 모멸감을 주는 불특정 다수 역시 명랑사회에 깽판을 놓을 세력들이라 하겠다.                                      


아, 이 기사 내 얘기구나! 라며 가슴에 진 앙금을 아프게 반추하는 독자, 적지 않을 줄 안다. 본 기자 역시 본의 아니게 겉늙어서 그 모진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사람 중 하나로서 뜨거운 동지애를 느끼는 바다. 또한 본인이 가해자였기 때문에 찔리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본다. 고해성사하시길 바란다.


겉늙은 자들에 대한 괄시는 얼핏 보기에 공경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데 가증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공경의 도에 비례해 당하는 자의 모멸감도 심해지는 법. 이 겉늙은 자들에 대해 가하는 놀림은 학교, 회사, 가정뿐만 아니라 티비 같은 매체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제어장치가 없어 안타깝기 그지 엄따. 이래서는 명랑사회 멀어진다.
 


                                 



그럼 무엇이 그토록 그들로 하여금 겉늙게 보이도록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피부상태, 헤어스따일, 수염, 목소리, 복장 등 크게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간단히고찰해보겠다.


  연륜이 느껴지는 피부상태                               


겉늙어 보이는 원인의 결정적 요소다. 얼굴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분화구가 촘촘히 있거나 올록볼록한 엠보싱성 피부(귤겁질 피부로 많이 알려져 있다)를 가진자들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 그들도 처음엔 실바람에도 쉽게 생채기가 생기는 여리디 여린 피부를 소유한 자들이었다. 그렇다고 세면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세월이 주는 모진 세파를 고스란히 반영된 그 피부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나이 들어 보이는 점은 연민의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보통 20대 때 20개 정도에 한정된 각질층이 30대 후반부터 4,50개로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술, 담배를 하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껍게 각질층이 생겨 인생의 연배로 대접받는 아이러니를 연출케 한다. 시간경과에 의한 피부노화 정도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많이 결정되기도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헤어스따일


여러 헤어스따일 중에 탈모는 치명타다. 탈모 외에 동백기름 같은 머릿기름으로 지나친 번들거림을 유발하는, 산업화과정에서 한때 주류로 자리잡았으나 지금은 소수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는 면서기 헤어스타일, 2대 8가르마를 헤어스타일의 철칙으로 삼아 갖은 국란에도 이를 고수하는 자들, 과도한 웨이브를 준 자들, 아줌마 파머를 이른 나이에 해 본 자들, 미용실에서 막 나왔을 때 정립된 헤어스따일을 무시하고 걍 고무줄로 질끈 묶거나 아무렇게 머리를 틀어올린 자들, 세치머리카락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자들 모두 여기에 속할 위험이 농후하다.  


   수염과 구렛나루


수염에 의한 겉늙어 보임은 주로 20대 중반 이전에 많이 나타난다. 면도는 얼굴에 자란 털을 깎음과 동시에 피부의 제일 표피층에 칼끝이 지나간다는 것 의미한다. 그렇다고 안 깍을 수도 엄꼬 깍기는 깍는데, 털이 많은 자들은 면도가 하나의 고역일 것이다.


칼면도기가 피부에 치명타를 가함을 알면서도 전기 면도기보다 칼 면도기로 깍을때가, 매일 깍지 않으면 안되는 직장인일 때 매일 깍는 것보다 하루 걸러 깍았을 때가 면상이 훨 깨끗해 진다는 일명 면도의 딜레마(shaver dilemma)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피부에 칼질을 하면 피부 다 상한다. 면도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수염자리가 운 좋게 깨끗하게 잘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 매일 깍다보니 깍으나 마나 한 상태의 거무튀튀한 상태는 겉늙어 보임의 치명적 원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쉰 듯한 목소리


나이와 무관하게 인생의 쓰라림을 맛본 듯한 쉰 목소리 역시 겉늙어 보이게 하는 요소다. 설상가상으로 느끼맨들의 전매특허인 착 가라앉은 듯한 니글니글한 목소리를 낼 경우 더욱 겉늙어 보이게 한다.


   노티와 빈티를 겸비한 복장


줄 세운 기지바지, 아무렇게나 입은 예비군복, 회색계열 소매가 닳은 잠바, 꽃무늬가 들어가긴 했는 데 몸빼인지 디스코바지인지 구분이 안가는 암튼 그런 바지, 큼지막한 브로찌 달린 붉은 색 여성자켓, 처음 입어보는 양복에 만연필, 넥타이 핀으로 구색을 갖춘 정장차림, 반바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리털이 적나라하게드러나는 기장 짧은 바지 등 모두 나이들게 하는 복장이다.


이 외에도 행동거지나 가치관이 나이들게 보이게 하는 요소지만 당장 고쳐질 수 없다는 점에서 논외로 한다. 여기서 겉늙은 자들에 대한 간단치 않은 불특정 다수의 정신적 가해사례를 살펴보자


 


  


초등생 4학년쯤 되면 겉늙음에 있어 두각을 나타내는 애들이 나타난다. 바로 제 1차 노징(the 1st aging symptom)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 시기를 뜻하지 않게 맞이한 애는 같은 학급의 여러 친구들로부터 경계어린 눈빛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쉐이는 슬슬 피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새로 전임온 교사에게 학부형으로 취급받기도 하다가 담임조차 체벌을 망설이기까지 한다.


교사조차 체벌을 망설이는 기미를 간파하면 그 때부터 그 어린 가슴에 지울 수 없는 멍애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약한 애들은 교실의 앞문을 두고 뒷문으로 입실하기도 하며 발표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대인기피 초기증상이 나타난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희끗희끗한 세치,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 등으로 인해 노징이 더 심화된다. 더군다나 남자의 경우 수염이 생기면서 면도로 인해 얼굴이 거무튀튀해져 아저씨로서의 본격적 면모가 생긴다. 본 기자가 그랬다. 남들은 숙제, 준비물 챙기기 머 이런거에 신경써야 했겠지만 본기자의 경우 면도가 등교준비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씨바, 갑자기 가슴이..


이때쯤 되면 벌써 할배, 영감탱이, 할망구 등 노인 비하성 별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는 교사들조차 이딴 식으로 호명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심각한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게끔 한다. 그 감수성 어린 나이에 말이다.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버스에서 뜬금없이 경로석을 양보 받기도 한다. 이럴 경우 자기 모멸감을 곱씹으며 목적지에 내릴 때까지 본의 아니게 갖은 노인 흉내를 내야하는 불상사도 겪게 된다.


대딩 입학 즈음에서 이들이 느끼는 모멸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차라리 재수, 삼수를 했더라면 그 억울함이 덜했을 것이다. 분명 새내기 임에도 불구하고 승준아, 성화야 같은 버젓이 있는 이름을 놔두고 이들을 향한 공식명칭이 남자의 경우 아저씨로 획일화된다는 것은 존중받아 마땅한 개인존엄성에 치명타를 후려쎄리는 폭력행위와 다르지 않다. 새내기 때 붙여진 이 철옹성같은 명칭이 2학년, 3학년 올라간다 하더라도 오빠로 바뀔 리 만무하다.


결혼식장에서 신랑임에도 불구하고 신부의 아버지로 오해받기도 하며 아들을 손자로 오해받기도 하는 등 우리 주위에는 외모와 관련한 연령의 오해사례가 참 많이 발생한다. 그들도 엄연히 피해자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성 여러분들, 그들에게도 오빠라고 함씩 불러주시라.  그들에게 있어 오빠라는 명칭은 단순히 본인보다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호칭 이상의 의미로 가슴에 스며든다. 그렇다고 당사자들은 오빠소리 들었다고 너무 반색하지는 말길 당부한다. 그들에게있어 오빠라는 명칭은 다음과 같이 다채로운 함의를 지닌다.
























 


오빠


아저씨


 


성적


(sexual)


의미


 


여차하면 함 줄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감을 늘 가지게 한다


늘 빠굴대상 후보군의 변방 저 멀리 밀려나 있으며, 냉정히 말해 애완견 이하의 성적 긴장도를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다.


 


성장발달적


(developmental)


의미


맑고 싱그러운 웃음,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순발력, 탄탄한 체력과 당당한 태도 등 정신적 육체적 성장도가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느끼한 웃음, 음담패설, 아부와 잔머리, 간혹 중환자도 속출하는 바, 정신적 육체적 성장도에서 완연한 하강곡선을 긋는 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회교환적


(social exchange)


의미


 


건강, 대인관계, 수입 등에서 풍부한 잠재력을 가진 부류로 여기게 됨으로써 다른 사회구성원과 깊고 활발한 교환관계를 가진다.


별 다른 실속 없이 다른 사회구성원과 기계적이고 형식적 교환관계를 가진다. 단 밥값, 술값의 계산 시 요긴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연령문화적


(generation cultural)


의미


 


노래방에서 송대관의 ‘네 박자’를 열창하면 깊이를 알 수 없는 내면세계에 감동하고, 동방신기의 ‘Hug’를 부르면 역시 젊은 감각을 잃지 않은 거라고 감탄한다.


노래방에서 송대관의 ‘네 박자’를 부르면 그러려니 하고, 동방신기의 ‘Hug를 열창하면 다들 안쓰러워 한다. 만약 ’Hug‘를  부르며 춤을 출 경우, 지루박 스텝이 나올 것을 예상한다.


                                   









46년생, 졸라 안늙는 여자 쉐어, 과연 악착같이 안 늙는 것만이 미덕인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실제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로 취급되는 것이 오히려 기분이 좋았던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니덜보다는 뭔가 나아도 낫지 하는 우월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니덜보다 사회적으로 최소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특권의식 때문인지.


암튼,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겉늙어 보이는 자들에 대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나 행동이 이들에게 왜곡된 자아인식을 강요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주변에서 자기를 나이든 아저씨, 아줌마 혹은 노인취급을 하기 때문에 이들은 심정적으로는 이에 대항해 분통을 터트릴 만도 하지만 꾹 참고 오히려 나이든 티를 냄으로써 사회적으로 적응해 갈 수 밖에 없다. 사회 적응력을 필요 이상으로 시험받으며 생존해 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기구한 삶을 독자덜은 이제 배려의 정신으로 보상해 줄 수 있겠능가?


이들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젊음을 사회의 불특정 다수로부터 빼앗긴 셈이다. 이거 되겠능가? 늙어 보인다고 놀리는 것이 언제까지 사회적으로 유머발산의 주요 레파토리가 되어야 하능가? 이것은 명백히 정신적 가해행각이다. 왜 그토록 늙게 보이능가?라고 남들이 물어올 때 이들이 내놓은 궁색한 변명은 하나 같이‘어릴 때 하도 고생을 해서’라고 말한다.


아, 얼마나 삶의 페이소스가 듬뿍 담긴 변명인가? 실제로 그들은 나이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고생을 했을 수도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변명은 이렇게들 하지만 돌아서면 얼굴에 온갖 화약약품을 바른다든지, 박피술 같은 갖은 시술, 민간요법을 통해 잃었던 젊음을 되찾으려 안간힘 했을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먼저 나이든 취급을 받았고 남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을 인지시킴으로써, 결국 자신을 희생시키고 사회의 총체적 효용을 끌어올린 이 사람들에게 이제는 사후정산해 줄 필요가 있다. 그 사후정산은 바로 배려다.


이제는 겉늙음에 대한 희롱과 야유는 그쳐야 할 것이다. 아줌마와 아가씨의 경계가 희미한 여자분들에게는 무조건 아가씨로 호명할 것이며 아저씨인지 오빠인지 헷갈리더라도 엥간하면 오빠로 호명할 것을 권장한다. 쫌 들어보여도 내색하지 말 것이며 주위에선 젊어 보인다는 언급과 암시를 자주 줄 것을 제안하는 바다. 이상!



 


                                          하루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으나
막상 되고보니 별 소용이 없었던
술탄(sultan@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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