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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아놀자] 모기와 말라리아에 대해 알려주마!

2004.9.9.목요일
딴지과학부


  여는글


3년 전의 9월 어느 날, 나는 업무 차 뉴욕에 출장 중이었습니다 그 날은 센트럴 파크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 뉴욕의 가을. 하지만 정오의 햇살이 아직은 뜨거운 일요일이었고 쇼핑이나 관광 따위에 식상한 40초반의 중년은 가족을 떠난 고독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별 생각 없이 맨하튼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발길을 청하였습니다.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은 믿을 수 없으리만큼 컸고, 장엄한 건물의 위용만큼이나 엄청난 양의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사료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정작 내 눈길을 붙든 것은 그 중 딱 2가지였습니다. 하나는 45년 전 우주로부터 우연히 지구에 떨어진 지팔 798cc 투 도어 냉장고보다 조금 작은, 약간의 니켈과 대부분 철로 된 둥그런 운석덩어리였고, 다른 하나는 시청각 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화려한 CG로 제작된 DNA에 대한 자료였습니다.


운석이란 그저 우주에서 날아온 돌덩어리에 불과 하다고 생각 해온 나의 눈앞에 놓여진 외계로부터 날아온 분명한 실체(Entity)인 단단한 붉은 철 덩어리와 그때까지 수도 없이 보고 들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거의 몰랐던 DNA라는 유전물질에 대한 CG(computer Graphic)자료는 그 동안 터무니없는 무지와 무관심에 길들여져 잠들어 있던 나의 이성을 두들겨 깨운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나의 대뇌피질에서 출발한 잠 덜 깬, 덜 떨어진 나의 지성은 폭발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의문에 답 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유일하고도 아름다운 행성에 대해서 너무도 아는 것이 없이 살아 왔고 또한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분명하고도 뚜렷한 사실이 나의 목과 어깨를 1013 헥토 파스칼의 엄청난 힘으로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사실 이 압력은 대기압인 1기압으로 여러분들의 어깨 위에도 똑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너를 몰라본 걸 용서해다오~


그것이 내가 과학에 대한 글들을 읽고 쓰기 시작 한 계기입니다. 그러나 막상 지식으로의 탐험을 시작해 보니 우리 주변에 있는 자료들은 내가 가진 의문들을 답 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오류를 지적 해 줄만 한 뛰어난 지성도 내 주변에는 없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야말로 원시적인 생노가다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이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2번, 3번, 10번이라도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쟁점에 대해서는 10권 중 7권 정도에서 주장하는 학설이 맞는 것으로 하면 대체로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무식하고도 야만적인 방법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가장 효과적이고도 확실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사건이 나의 인생 초기에 일어났다면 나는 지금쯤 천문학자나 생물학자가 되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나의 인생 후반에 직업이 아닌 흥미와 작은 관심으로 섭렵하는 작은 무역회사의 CEO 라는 것을 극히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과학적인 의문에 부딪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애써 무시하고 삽니다. 그런 무심한 삶이 편할 때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려고 시도 한 모든 분들이 바로 후자에 속하는 부류입니다.


세상의 사물이 돌아가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물리의 법칙은 우리가 중 고교에 다닐 때, 수업시간에 땡땡이를 치지 않은 한, 과학 시간에 모두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옥 같은 대학시험을 치른 우리 젊은 세대들은 대충 넘어 갈 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그 모든 것들을 이해했고, 또한 달달 외우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냉철한 지성인 우리는 이제 그 모든 것 들을 우리의 회색 빛 뇌세포 속에 잘 담아 두고 있습니까?









칼 세이건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인 작고한 칼 세이건(Carl Sagan)이 쓴 <코스모스>라는 책은 미국에서만 100만 명이 넘게 읽었습니다. 혹시 그 책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마치 전화 번호부처럼 두껍게 생긴 천문학 입문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걸 끝까지 다 읽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니 읽어보려고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실 그 책을 읽으려면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과학적 소양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기초를 중 고등학교 때 모두 갖추었습니다. 다만 표면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시험이 끝난 후 모두 깡그리, 시원하게 잊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끝까지 읽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일반인은 도저히 끝까지 읽기가 어렵습니다.


아하! 중 고교 때 그토록 처절하게 외웠던 야만적인 공식들을 아직 기억하는 분도 있다구요?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볼까요. 아! 중학생들은 가만히 계세요. 나는 이런 책들을 읽은 지 10년 이상 된 사람들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사실 나는 30년이 되었답니다).


지금 혹시 러더포드가 기억나십니까? 물리학 외의 과학은 우표 수집에 불과하다고 큰 소리 친 양반이지요. 그래놓고도 그 자신은 우표 수집 과학인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만.. 닐스 보어는 어떻습니까? 고교생들이 부모님 다음으로 두 번째로 존경한다는 하이젠 베르크 정도는 생각나시겠지요. 중학교 때 배운 아보가드로나 라부아지에는 어떻습니까. 열역학 제2법칙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 않습니까? 엔트로피가... 까지 생각하신 분은 제법 머리가 좋으신 편입니다. 사실 뉴턴과 아인슈타인 외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신 분은 21세기를 살아 갈 자격이 부족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제가 그 모든 것들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뇌세포 속에 아련히 잠자고 있을 조그맣고 오랜 기억의 편린들을 일깨워 여러분들의 잠재의식 속에 살아서 꿈틀거리는 지적 욕구를 일부나마 저처럼 도서관에서 생 노가다를 하지 않고도 채울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제가 도와 드리려고 합니다. 제 글에는 절대로 공식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Graphic을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래프도 없습니다. 공식과 그래프는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기에 더 없이 좋은 수단이지만 이 골치 아픈 그림들은 과학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두통거리 외에 다름 아닙니다. 따라서 전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저를 따라서 과학 여행을 떠나십시오. 물리와 화학을 거쳐서 생물과 분자생물학은 물론 천문학과 지구과학에 대한 얘기들을 쉽게 엮어 갈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의 지적 수준은 과학자의 그것이 아닌 여러분들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모르는 사실은 저도 당연히 몰랐으므로 분명하게 설명하고 이해해야 넘어갈 것입니다. 과학 책은 과학자가 쓰는 것보다 여러분들과 눈높이가 비슷한 저 같은 얼치기 아마추어가 쓴 것이 대중들에게는 훨씬 더 다가가기 쉽다는 사실을 제가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기 과학자들의 지적 수준으로 된 그들의 언어로 되어 있는 글을 한번 읽어보십시오.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구는 초끈 이론에 의한 우주의 구조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헤테로 형 끈은 시계 방향과 반 시계 방향으로 진동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취급해야 하는 두 가지 진동을 가지고 있는 닫힌 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계방향의 진동은 10차원 공간에서 존재한다. 반 시계 방향의 진동은 26차원의 공간에서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 16차원은 압축된 것이다. 본래 칼루자의 5차원 이론에서 다섯 번째 차원은 원으로 둘러싸는 방법으로 압축되었음을 기억 할 필요가 있다"


어떻습니까, 이해가 가시는지요? 저도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난해한 글이 과학자들이 속삭이는 자기들만의 언어입니다. 다만 제 글을 읽다가 어딘가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서 소란을 피우지는 마십시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제게 조용히 연락 주세요. 그렇게 주장한 과학자의 연락처를 알려드릴 테니 가서 직접 따지십시오. 또 아직 많은 과학이론이 확인되지 않은 가설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우주의 나이는 지금 137억 년으로 되어 있지만 200억 년 혹은 100억 년으로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지구의 나이는 45억 7천만년이라는 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정설이지만 350년 전에 아일랜드 교회의 제임스 어셔(James Ussher) 대 주교는 지구가 태어난 것이 시간까지도 정확하게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정오라고 주장했고, 21세기인 아직도 그 주장에 동의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이 글에서 제가 주장하고 지지하는 학설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그런 학설들이 있다는 사실만을 전제할 뿐입니다. 하지만 오타나 명백하게 실수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고맙게 받아  들이고 수정 할 것입니다.


자, 이제 여행을 떠납니다. 첫 이야기는 폭염 때문에 금년에는 별로 위세를 떨치지 못했던 모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기




저희 아이들은 모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여름만 되면 방역 대책에 부심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가끔 아침이면 온통 갑상선 항진증에 걸린 사람 모양으로 눈이 퉁퉁 부어서 울고 나올 때가 있습니다. 모기가 물면 왜 그렇게 붓고 또 가려운지 하는 쓰잘데기 없는 이유를 계절 Topic용으로 한번 써 봤습니다.


모기는 파리로부터 갈라져 나온 파리 목의 동물입니다 아시죠? 문, 강, 목, 과, 속, 종. 모기는 암컷만이 사람을 물고 우리의 귀중한 혈액을 도둑질 해 간다는 사실은 이제는 상식이 되어 있습니다. 암컷 모기의 수명은 여러 가지의 논란이 있지만 최대 약 6개월 정도인데 약 3일에 한번 정도 사냥을 하러 나갑니다. 그러니 일생 동안 50회 이상 사냥을 하는 셈입니다.


수컷은 사실 과일즙이나 이슬 또는 꿀 같은 식사를 하는 우아한 초식 곤충입니다. 때로는 꽃가루를 옮겨 주기까지 하는 이로운 동물입니다. 그러니 모기를 모두 다 흡혈귀 취급하면 안 됩니다. 일단 잡아 본 다음 수컷이면 정중하게 놔 줘야 할 것입니다. 수컷인지 어떻게 아느냐고요? 가만히 보고 있다가 서서 오줌을 싸는 놈이 있으면 그게 바로 수컷입니다. ^^


우리가 모기에 물리면 가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아이들이 모기에 잘 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인터넷 검색들이 이 사실을 잘못 알려 주고 있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잘못 된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암컷 모기는 우리가 소의 선지를 아침 해장국으로 먹는 것처럼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뱃속의 난소에 공급할 영양소를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 영양소가 바로 동물성 단백질입니다. 그리고 가장 확보하기 쉬운 동물성 단백질이 바로 주위에 널려 있는 동물들의 혈액입니다.


물론 사람의 혈액도 암컷 모기의 영양분으로 예외가 될 수는 없지요. 암컷 모기는 교미를 하고 나면 사람 같은 포유동물들과는 달리 수컷의 정자를 자신의 뱃속에 저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적으로 산란하는데 사용합니다. 경제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성생활이 극도로 절제된 끔찍한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마도 이런 경우, 교미를 하는 동안 천적에게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는 불리한 상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이렇게 진화한 것은 아닐까요?


어쨌든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처절한 고된 삶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암컷 모기로는 태어나고 싶지 않군요. 그런데 모기는 사람만 물까요? 다른 동물을 물지는 않을까요? 이런 질문이 나와야 당연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모기가 사람으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단지 전체의 5%에 불과 합니다. 나머지는 바로 사람 이외의 동물에게서 얻습니다. 사람은 손이나 있어서 날아오는 모기를 쫓을 수나 있다지만 발만 있는 동물들은 모기가 공격해 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그대로 자신의 귀중한 혈액을 보신해 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소는 휘두를 꼬리라도 있지만 특히 꼬리가 짧은 돼지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돼지로 태어나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군요.


모기는 시각보다는 후각으로 사냥감을 찾기 때문에 자극적인 냄새를 많이 풍기거나 이산화 탄소를 많이 뿜는 동물에게 많이 갑니다. 사람은 하루에 약 1만 리터 정도의 공기를 흡입  하는데 이중 21%가 산소이고 78%가 질소입니다. 그리고 다시 내 뱉을 때는 16%의 산소를 다시 뱉고 5%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물론 나머지는 질소입니다.


이중 모기가 관심 있어하는 기체는 이산화탄소입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겨우 0.03% 밖에 안 되기 때문에 호흡을 하는 동물 근처의 대기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진해 집니다. 모기는 그것을 재빠르게 알아채고 그 쪽으로 달려갑니다. 즉 모기에게 있어서 이산화탄소의 냄새는 피 냄새 인 것이지요. 그러니 사람 보다 10배나 더 많은 호흡을 하는 소 같은 동물은 또한 사람보다 10배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모기의 타깃이 되기 쉽습니다.  


모기는 후각으로 공격대상을 물색하기 때문에 화장을 한 여자도 주요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목욕을 잘 안 해서 악취를 풍기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향기와 악취는 사람만이 좋고 나쁜 것을 구분하는 화학적으로는 친척간이기 때문이지요. 신진대사가 어른에 비해서 빠른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이를 임신한 임신부도 같은 이유로 모기에 더 잘 물립니다.


아이들 심장 뛰는 소리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한번 들어 보세요, 굉장히 빨리 뜁니다. 아이들도 그렇지만 동물도 대부분 덩치가 작을수록 심장이 빨리 뛴답니다. 이것은 신진대사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심장이 뛰는 횟수는 수명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의 심장 박동은 평생 10억 번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심장이 천천히 뛰는 코끼리는 70년을 살고 15배 이상 빨리 뛰는 쥐 같은 동물들은 2년 이상을 살기 힘듭니다.


쥐는 모든 것이 코끼리 보다 더 빠릅니다. 빨리 뛰고, 빨리 숨쉬며, 빨리 먹고, 빨리 쌉니다. 쥐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코끼리 보다 더 빠른 것이지요 따라서 그만큼 빠른 삶을 불꽃처럼 살다가 간다고 생각됩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적으로 10년을 더 사는 것도 여자들의 시계는 평균적으로 남자보다 13%정도 더 늦게 가는 탓이라고 생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이처럼 신진대사의 속도만큼 수명이 반비례하는 것이라는 학설을 생활등급이론(Rate of Living)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동물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예외가 박쥐인데 박쥐는 모든 것이 쥐와 거의 비슷하면서도 쥐 보다 5배 이상을 더 살기 때문에 생활등급 이론에 위배되는 경우가 됩니다.


혹시 파리를 냉장고에 넣어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겠지만 파리를 냉장고에 넣으면 파리의 체온이 내려가게 되고 따라서 파리의 신진대사가 늦어져 파리의 수명을 더 길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사람도 냉장고에 들어가면? 예, 얼어죽습니다. 사람은 추운 환경에서 신진대사가 느려지기는커녕 신진대사가 더욱 빨라집니다. 사람은 항온동물이기 때문에 낮아진 체온을 계속 보충하기 위해서 더욱 빨리 에너지를 소비  해야 합니다. 아마 살은 조금 빠질 것입니다. 얼어죽지 않는 다면요.







엉뚱한 곳으로 얘기가 샜습니다. 다시 원래의 얘길 돌아갑니다. 모기는 일단 사람의 몸에 앉으면 무려 6개의 관을 꽂는다고 합니다(누군가 그러던데 이건 제가 확인 한 사실은 아닙니다).


우리 피부에 구멍을 뚫는 착암기의 역할을 하는 관이 있을 것이고, 또한 피를 퍼 올리는 관이 있을 것이며, 피가 응고되지 않게 만드는 효소를 송출하는 관 등 실제로 최소한 3개는 필요합니다. 물론 모기가 실제로 피를 양수기처럼 퍼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모기의 침이 일단 모세혈관을 뚫으면 모세혈관의 높은 혈압 때문에 저절로 피가 모기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사람의 피는 75%가 물입니다. 따라서 일단 몸밖으로 탈출구가 생기면 쉴새 없이 흘러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인체는 피를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는 방어 기전을 진화 시켰습니다. 이 때 피를 굳게 만드는 섬유의 일종인 피브린(Fibrin)을 형성 할 수 있게 만드는 효소가 바로 트롬빈(Thrombin)이라는 물질입니다(미국 사람 발음으로는 혀끝을 물고 발음하는 쓰롬빈에 가까울 것입니다. 국산 토종들은 그냥 트롬빈으로 하지요).


그런데 평소 트롬빈이 혈액 속에 있으면 바로 피가 굳어서 혈액이 순환자체를 할 수 없겠지요. 그래서 피가 굳지 않도록 하는 효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헤파린(Heparin)이라고 하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다른 동물에게도 이런 작용을 하는 효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거머리에게서도 발견되는 히루딘(Hirudin)이라고 하는 단백질입니다. 거머리도 모기와 같은 이유로 피를 굳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히루딘은 단백질인데 비해서 사람의 헤파린은 뮤코 다당류(저의 글 단것에 대한 이야기를 참조)라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라는 것입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집합체이고, 탄수화물은 당들이 모여서 된 물질인데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만 결국은 이들도 탄소와 수소, 산소 그리고 질소 등 몇 가지 안 되는 원소들로 이루어 졌다는 의미에서는 그 출발이 모두 비슷한 친척 유기물들입니다.


이처럼 세상은 복잡한 다양성 안에서도 단순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간결함은 오컴의 면도날(Ockham Razor)로 대변됩니다. 중세의 철학자인 오컴은 일찍이 세상 만물의 이치와 구조가 단순함으로써 경제 원칙을 따라야 하며, 설명이 복잡한 것은 답이 될 수 없다는 놀라운 선견지명을 밝혔습니다.


세상은 복잡한 것 같지만 원자 단위로 내려가면 그 구조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는 Adenine, Thymine, Guanine, Cytosine이라는 단 4개의 염기로 수억의 인류를 각각 다른 사람으로 구분 짓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1란 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DNA가 100% 일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이것의 확률은 840만 분의 1이기 때문에 60억 인구 중에는 수학적으로는 같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우리의 몸이나 유기체를 이루고 있는 수 십만 가지의 단백질은 겨우 20가지 남짓한 아미노산으로 되어 있지요. 이 20가지의 레고블럭을 연결하면 특정 단백질이 만들어  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 만가지 유기 화합물도 그 근원은 탄소와 수소 그리고 산소 단 3가지의 원소로만 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세상 만물은 오컴이 주장하듯이 경제성의 원칙을 자랑하면서 단순하고도 간결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어떤 사이트를 검색 해 보면 사람이 모기에 물렸을 때 가려운 이유를 이렇게 말  합니다. 모기에게서 나온 혈액 응고 억제 제재인 히스타민(Histamine) 이라는 효소가 사람의 피부를 가렵게 한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말입니다. 히스타민은 우리의 피부를 가렵게 만드는 주범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것은 모기로부터 온 것이 아니고 사람의 몸 속에서 분비된 것입니다.


히스타민은 우리의 몸이 외부로부터 이물질의 침입을 당했을 때 피부 밑에서 분비가 되면서 발생됩니다. 항원 항체 반응과 비슷한 것이지요. 히스타민은 평소에는 조직 속에 비 활성으로 잠자고 있지만 외부로부터의 이물질의 침입이 생기면 즉시 출동하여 그 부근의 모세혈관을 넓히는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혈액 속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면역계가 대량으로 신속하게 출동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그 부근의 피부는 붓고 빨갛게 되는 것입니다


즉 다시 말해서 모기의 히루딘이 몸 속에 들어오면 몸의 방어기전으로써 히스타민이 분비  되고 그래서 가려운 것입니다. 일례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이 있는 사람의 위장이 쓰리고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균 그 자체 때문이 아니고 그 균을 물리치기 위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너무 과도하게 작동되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이런 일의 극단적인 예가 면역 체계가 오류를 일으켜 우리 몸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같은 병입니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모기에 물렸을 때 가려운 이유는 모기의 히루딘 때문이고, 그 히루딘 때문에 분비되는 우리 몸의 히스타민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모기에 물리면 남보다 더 심하게 붓고 부기도 더 오래 갑니다. 그 이유는 우리 아이가 모기의 히루딘에 꽃가루나 먼지 등과 같은 물질에 알러지 반응을 보여서 히스타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심하면 죽는 사람도 생깁니다. 히스타민이 Panic을 일으키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게 되고, 이것이 내부까지 퍼져서 기도를 막게 되면 질식사를 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처방하는 유명한 지르텍(Zyrtec)같은 항히스타민제는 놀랍게도 빨리 작동합니다만 때로는 알약으로 안 될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간에서 약의 해독을 진행 시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위와 간을 거치지 않고 약을 바로 혈관으로 투입하면 순식간에 두드러기를 진압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고요? 제가 알러지(Allergy)로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거든요.



  말라리아









말라리아 모기


말이 나온 김에 모기로부터 비롯되는 말라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말라리아라고 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병 같지만 사실 지금 21세기인 지금도 1년에 말라리아로 죽는 사람이 수 백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지금은 말라리아의 치료약인 키니네(Quinine)가 값싸게 많이 생산되고 있지만 18세기의 세계는 이것이 없었고 발견 후에도 귀해서 영국이 식민지 경영을 단지 말라리아 때문에 포기해야 할 정도로 당시에는 심각한 질병이었습니다.


인도는 말라리아 때문에 전 국토의 개발이 정체 상태에 있었고 아시아나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의 일부 지역도 말라리아로부터 고통 받고 있었으며, 당시 매년 2천 5백만 명이 이 병에 걸렸고, 2백 만 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말라리아는 염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의 색이 이토록 다양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당시 귀하디 귀한 키니네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려는 대박을 꿈꾸는 시도의 부산물로 탄생된, William Perkin이라는 영국 사람이 만든 Mauve라는 합성 염료 때문입니다(제 글 최초의 합성 염료 참조).


이 말라리아와 관련 된 인간의 진화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잘 아시듯이 아프리카에 특히 만연 된 질병입니다. 19세기의 어느 날 어떤 의사가 아프리카에서 어느 흑인 남자의 질병을 확인하던 차였습니다. 이 남자는 몹시 심한 빈혈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는데 이 환자의 혈액을 조사 해 본 의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환자의 적혈구의 모양이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보통사람의, 혈액 1cc에 500만개 정도가 있는 적혈구는 둥글 납작한, 구멍이 없는 도넛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적혈구는 이상하게도 원형이 깨진 마치 낫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적혈구는 그 안에 포함 된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이 철(Fe)을 이용해서 한 분자 당 4개의 산소를 붙잡은 다음 우리의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면서 인체의 각 기관에 산소를 날라야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 많은 수의 헤모글로빈을 보유하고 원통형인 혈관을 매끄럽게 미끄러져 다니려면 그 모양은 당연히 납작한 도넛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정상적인 잉간의 적혈구


그런데 이런 낫 모양의 C자처럼 생긴 적혈구는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혈전 같은 방해 물질이나 중성지방으로 둘러싸인 모세혈관에 부딪히면 금방 쌓여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혈관이 막히겠지요. 따라서 빈혈은 물론 여러 가지 순환계의 질병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죽고 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이병의 이름은 겸상(鎌狀) 적혈구 빈혈증입니다. 이름 그대로 Sickle Cell Anemia입니다. 이 병은 588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헤모글로빈의 단백질 중 단 하나의 아미노산인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발린(valine)으로 잘못 만들어져 생긴 병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질병이 생기게 되었나를 조사한 의사는 실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병은 유전병으로 대부분 흑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질병인 것으로 밝혀졌고, 이상하게도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말라리아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아마도 말라리아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아프리카에서 이 말라리아를 이겨내기 위해 진화된 하나의 돌연변이라고 보여 집니다.


다행인 것은 이병은 열성 유전병이기 때문에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받은 한 쌍 모두의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되면 이 병에 걸리게 되지만 부모 어느 한 쪽에만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이 병에 걸리지도 않고 말라리아에도 강한 저항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헌팅턴 병처럼 우성유전병이라면 부모 중 한 사람만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이 병에 걸릴 확률이 50%가 됩니다. 천만 다행이지요. 따라서 흑인들은 미리 결혼 전에 이 유전자를 조사하기만 하면 이 병에 걸리지 않고 말라리아에는 강한 자손이 생겨 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고 일어 나 보면 아이의 몸에 한 두 군데가 아닌 수십 군데 씩 물린 흔적이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모기는 몇 마리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요. 과연 모기는 한번만 물면 만족하여 떨어져 나갈까요? 아닙니다. 몇 차례씩 물 수도 있습니다. 모기는 자기 몸무게의 2배 이상의 피를 먹을 수도 있는 먹성을 가졌으므로 한 밤에 여러 차례씩이나 같은 사람을 물 수도 있습니다. 밤에 모기가 물면 쫓지 말고 배를 채울 때까지 그냥 있는 게 그나마 여러 군데를 물리지 않는 방법이 되겠군요. 아니면 일어나서 때려 잡던지요.


먹성이라면 쥐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포유동물 중에서 가장 작은 크기인 주로 일본에서 살고 있는 뒤쥐라는 설치류는 몸길이가 여자들의 새끼손가락 만한 크기인데 그 작은 크기 때문에 체표면적이 극단적으로 넓어서 대기 중의 증발로 빼앗기는 수분과 체온 때문에 하루 종일 끊임없이 먹지 않으면 죽어 버립니다. 하루에 자기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양의 먹이를 먹어야만 합니다. 윽~ 저 같으면 85Kg을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쥐가 낮잠을 오래 자는 경우가 생기게 되면 굶어 죽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모기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모기가 나는 법은 날개를 퍼덕여서 나는 Flapping이라는 비행술입니다. 모기가 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지요. 모기는 순간적으로 직각 비행을 합니다. 신비스러운 UFO나 가능하다는 그 놀라운 비행 법! 심지어 모기는 예각 비행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물체가 직각 비행을 하려면 가속도가 무한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물리의 법칙에 위배되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잘 때 모기가 혹시 날아다니면 바로 잡지 마시고 침대에 누워서 날아다니는 것을 한번 보세요. 정말로 직각 비행을 하는지. 참! 파리도 똑 같이 날 수 있습니다. 결코 둥글게 날지 않고 항상 각을 이루며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물론 여기까지의 얘기는 농담입니다. 모기나 파리의 직각 비행은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지 실제로 직각비행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리 모기가 어떻게 이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의 법칙을 위배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직각 비행처럼 보이는 놀라운 비행술은 모기나 파리의 빠른 날갯짓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생긴 잠자리 같은 곤충이 1초에 50회 정도의 날갯짓을 하는 것에 비해 파리는 200회 정도 그리고 어떤 작은 모기는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1,000번 이상을 날갯짓(Flapping) 합니다. 1초에 말이지요. 그런 고성능의 엔진을 가진 날개로부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바로 웽~입니다. 도대체 그런 놀라운 Power와 순발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별로 쓰잘데기없는 모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딴지과학부
과학아 놀자~
안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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