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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뤄췌] 정당한 수익의 분배입니다!

2003.8.9.토요일
딴지 민원접수처

 




 
 

이번 현대자동차 임금협상을 놓고 참으로 뜨거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물론, 본지 데스크의 멜박스에도 각종 투고 및 민원이 속속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번에는 그러한 투고 및 민원을 가려 공개하기로 하였다. 홀라당 타벌릴 정도로 뜨거운 설왕설래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이어지는 투고는 여기로 하시라. 졸라~

 

이번 현대자동차 임금협상타결 과정에 관해 사람들의 말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대부분이 시기나 배아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가 IMF 이후 매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을 새로 갱신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래 자료 참고. (단위: 억원)























 
 

구분

 

1998

 

1999

 

2000

 

2001

 

2002

 

매출액

 

86,980

 

142,445

 

182,310

 

225,051

 

263,369

 

당기순이익

 

-331

 

4,143

 

6,679

 

11,654

 

14,435

 

한 마디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수익을 내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수익은 당연히 그 회사의 노동자들에게 배분되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요? 그리고 이번 임단협 결과는 그 성과입니다.

 

만약 현대자동차가 벌어들인 수익을 임금인상으로 재분배하지 않는다면 그 수익은 어디로 갈까요? 현대차가 알아서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올려주고,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세금 많이 내고, 차가격 내릴까요? 장담컨대 하늘이 쪼개져도 절대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현자 노조가 설령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손치더라도 현대차가 알아서 그 수익을 재분배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비정규직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현자 노조의 임금인상은 비정규직의 희생 위에서 이뤄진 거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현자 노조를 씹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 임금협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와 같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도 회사로부터 확약서를 받아냈습니다. 그에 따르면 비정규직도 기본급 7만3천원 인상, 근속년수에 따른 수당지급, 성과급 200%, 격려금 100%+50만원 지급 등을 얻어냈습니다. 이것이 물론 커다란 성과물은 아니지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번 임금협상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현자 비정규직 노조는 잠정합의안의 내용이 만족스러우냐 그렇지 않느냐를 따지기보다, 이러한 성과는 현자노조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그동안 억눌려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투쟁으로 떨쳐일어선 결과라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식칼테러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며 사내하청지회를 만든 아산의 비정규직 동지들, 그리고 비정규직 인간선언을 통해 비투위를 결성하고 노조 건설로 나아간 울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의 분출에 과감하게 연대를 실현해준 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이 합해져 오늘의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러니깐 이번 현대자동차 임금협상 과정 중에 비정규직 또한 큰 성과는 아닐지언정 나름의 성과를 정규직과의 연대로 얻어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자 노조의 이번 임금인상 때문에 비정규직이 더욱 착취당하고 희생될 거라는 예상은 거짓말입니다. 비정규직 역시 임금인상을 비롯한 성과가 있었으니까요. 이건 분명 현대자동차가 그 정도 비용을 감수할만큼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지요.

 

이제 그렇다면 그런 비용을 다시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줄여 마련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건 현대차 노조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현대자동차 사측의 잘못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임금협상은 현대자동차의 높은 이익에 대한 댓가를 직원들에게 보상해준 것입니다. 때문에 임금인상에 따른 비용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수구언론에서 올해 현대차 임금이 천만원이 더 올랐느니 하는데 그건 허수에 불과합니다. 작년도 임금인상 비용에 비해 올해 실제로 오른 건 얼마 없습니다.




 
 

2002년 임금인상 :
기본급 7만8천원 인상, 성과급 350%, 격려금 150만원 지급

 

2003년 임금인상 :
기본금 9만8천원 인상, 성과급 300%, 격려금 100만원 지급

 

하지만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은 올해 또 증가했지요. 그런데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낮추려고 한다면 그건 현대차 측이 도둑놈인 것이죠. 그렇다면 이건 현대차 노조를 욕할 일이 아니라 현대차 측을 욕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고 하더라도 현대차 측이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알아서 올려줬을까요? 미쳤다고 그러겠습니까?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낮추지 말라는 조항이나 약속이 끼어있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으리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그런데 이게 노조차원에서 주장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보수언론에서 현대차 노조가 이번 임단협을 통해 경영참가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만 그건 거의가 고용안정에 관한 사항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조 동의없는 정리해고 불가(이건 근로기준법 취지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장 축소/폐쇄시 노조 동의 필요, 신모델 승인 나는 즉시 노조에 통보, 신기계/기술 도입이나 공장 이전/확장시 노사공동위에서 의결] 같은 것들은 보시는 바와 같이 경영참가라기 보다는 근로환경이 변할 수 있는 경우나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경우에 관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 납품단가 인상과 같은 사항을 노조가 주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 더욱 노조가 경영에 참가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가 얻어낸 수익을 정당하게 분배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 과정에서 불법행동도 없었습니다. 사측도 거기에 동의한 것이고 이는 좋은 선례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에 관한 문제는 현대차 노조보다는 현대자동차 측이 욕을 먹어야 하는 일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현대차 노조가 이번에 임금을 동결했다고 해서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 차별철폐, 납품단가 인상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입니다. 그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의 이익을 현대차 직원이라도 분배받는 것이 차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노조는 그걸 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입니다. 노조가 우리는 임금 안 올려줘도 되니 "국가에 세금을 더 내라", "차량 가격을 낮춰라",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올려라"라고 하는 것은 노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죠.

 

 
딴지스여, 멜주소를 밝히지 마시라
가늘고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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