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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강자들이 몰려온다!!
 

2003.8.10 일요일
딴지일보 격투기부


금년 들어 격투팬들 참 기분 좋아졌다. K-1과 Pride같은 해외의 메이저급 이종격투전이 방송되기 시작하였고, 스피릿MC같은 이종격투전도 개최되었다. K-1과 UFC가 시작된 것이 93년의 일이니 10년 만에 한국에도 이종격투전이라는 새로운 무술문화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은 한국 이종격투기 원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한 사람의 격투팬으로서 정말 즐겁다. 8월 중순부터 스피릿MC가 다시 시작되고 네오파이트라는 경기도 개최될 예정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K-1과 Pride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9년 K-1 온라인방송 한 번 해보겠다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그때 성공했어야 되는데 제길...).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판국에 얼마전 필자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필자를 흥분시켰다. 필자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무술가 S씨로부터 두 명의 위대한 파이터가 한국에서 경기를 벌이기 위해 온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필자의 후두부를 시속 20000km의 속도로 강타한 이 두 명의 이름은 바로 쌈코와 남삭노이...
 

 
 


두둥..

 

"오예∼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그놈들 뉘기여?"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쌈코와 남삭노이의 소개에 앞서 간단하게 비유를 하자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종격투전에 어네스트 호스트와 피터 아츠가 출전한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비스무리하겠다.






 
 

 

쌈코

 

무에타이를 수련한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인 쌈코와 남삭노이. 둘 다 룸피니 챔피언들이며 현역 낙무아이 가운데 가장 뛰어난 파이터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선수들이다. 지천에 널린 게 챔피언인데 뭐 그리 대단할까 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몇 년 전만해도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과거 국내에서 벌어진 무에타이 경기나 킥복싱 경기가 국제전이란 타이틀을 내걸게 되면 으레 한국에 체류중인 태국인 트레이너들이 자주 참가했다. 핑퐁이란 선수도 그 가운데 한 명인데 얼마 전에는 MBC-ESPN에도 나왔다. 핑퐁에게 한국의 선수들은 고전했다. KO패한 선수도 있고 심지어 훨씬 중량급인 헤비급 선수도 핑퐁에게 무릎을 꿇었다. 핑퐁과 한국의 챔피언급 선수의 경기를 보아도 실력차는 확연히 드러났다. 그러한 핑퐁의 룸피니 전적은 단 13전이다. 즉 룸피니에서 13번 경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쌈코와 남삭노이는 모두 룸피니 챔피언들이다. 쌈코의 무에타이 전적은 320전 298승 22패, 남삭노이의 전적은 270전 258승 12패. 솔직히 인간들의 전적이 아니다. 더군다나 쌈코나 남삭노이는 아직까지 20대이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300전이라는 전적은 웬만한 복서들의 프로와 아마전적을 합친 것보다 많다.

 

룸피니 파이터의 위력은 95년 K-1에서 벌어진 녹비드 데비와 제롬 레 베너의 경기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뒷골목 통신에 따르면 남삭노이는 K-1 MAX 2002 준우승자였던 카오랑과 두 번 대결한 적이 있고 모두 승리하였다고 한다. 쌈코와 남삭노이 두 선수 모두 K-1 MAX에 출전하는 것이 어울리는, 더군다나 우승후보로 거론되기에 충분한 선수들이다.

 

그러한 선수들이 한국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 그들 뿐 아니라 태국과 해외의 챔피언급 선수들이 한국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은 실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출전하게될 경기는 8월 31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될 예정인 KOMA GP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최된 이종격투전은 그 생소한 룰에 대한 호기심과 언론 특히 방송의 무분별하고 생각 없는 무차별식 보도에 많은 덕을 보았다(덕분에 몇몇 사이비무술가들까지 돈벌고 있다). 제법 많은 대회가 생겼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선수들의 레벨에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남삭노이

 

한국 선수들과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면주 선수나 김종왕 선수처럼 비교적 어울리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정말이지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지금까지 단순히 이종격투전의 소비자이기만 했던 아마추어 무술가들이 이종격투전의 주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들 생각일 뿐이다. 다른 수많은 소비자들을 생각한다면 적정 수준의 필터링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한가지 위안거리라면 과거의 코리아 그랑프리 같은 이종격투전에 비해 조금씩 수준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최되는 이종격투전의 수준은 무술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뭐 대회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개인적인 차가 있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격렬한 경기를 펼쳤다고 해서 그 시합의 수준이 높다고 말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안목이 없는 사람일수록 화려하고 격렬한 겉모습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법이다.

 

예를 들어 충주무술축제에서 영신류 종가가 보여준 수준 높은 거합도 시범에는 무덤덤한 관중들이 한국 모시범단의 질 낮은 삼각도 베기 시범과 불뿜기 시범(도대체 무술시범에 이런 게 왜 필요한지 아직도 몰겠다), 그리고 불붙은 링 통과하기 시범에는 엄청난 박수를 보냈다. 덧붙여서 링 통과할 때 허리가 걸려서 불붙은 링이 한번 자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사람은 무사했다. 당시 영신류 종가는 보통의 진검보다 훨씬 길고 두 배나 두꺼우며 두 배나 넓고 훨씬 무거운 검을 들고 거합도 시범을 보였다. 웬만큼 수련한 사람은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할 검으로 말이다.

 

이종격투전 팬들은 단순히 격렬하다는 것만으로 이종격투전이 대단한 것처럼 여겨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못보던 룰, 예컨대 타격과 그레플링이 동시에 가능한 종합격투룰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처럼 여길 필요도 없다. 룰이란 종이 위에 갈겨진 글자에 불과하다. K-1의 룰은 킥복싱룰과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1이란 대회가 일반적인 킥복싱대회보다 위에 설 수 있는 이유는 출전선수들의 레벨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Pride보다 격렬한 룰을 가진 격투전도 있다. 그러나 Pride가 메이저로 평가받는 이유는 출전선수들의 레벨 때문이다. 즉 경기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선수들의 레벨이다.

 

"이종격투전은 실전이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이종격투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그 룰에 알맞게 경기를 치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마치 유도 선수들이 유도룰에 입각하여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DSE의 모리시타 회장은 요시다 히데히코와 호이스 그레이시간의 대결에 대한 최종결론-요시다의 승리-을 내리면서 "Dynamite나 Pride는 격투기의 스포츠 이벤트일 뿐이며 우리의 이벤트는 선수의 사망이나 장애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이종격투전이 인기를 얻으면서 실전 운운하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사이비무술가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본 필자 역시 실전 운운하는 무술가들 많이 만나봤지만 제대로 된 놈 별로 못봤다. 주먹관절을 샌드페이퍼로 민 듯한 놈도 있고 맥주병으로 정강이를 단련하는 놈도 있었다(맥주병으로 정강이를 단련하면 뼈만 상하지 별로 단련이 안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솔직히 그 밑에서 무술배우는 애들이 불쌍하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적절한 필터링 없이 무분별하게 온갖 무술과 무술가들을 브라운관에 내보내는 몰지각한 방송에 큰 책임이 있다. 어느 정도의 안목이 있다면 도장 내에서 잠시 견학하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된 곳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가뜩이나 혼탁한 한국무술판에 요즘들어 사이비무술가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참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이종격투전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종격투전과 무술에 대한 건전한 인식과 안목이 필요하다. 뛰어난 선수들의 경기는 보는 이의 안목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준 낮은 것만 보아온 사람은 수준 낮은 것과 수준 높은 것을 구분할 수 없지만 수준 높은 것을 많이 보아온 사람은 수준 낮은 것과 수준 높은 것의 차이를 뚜렷이 구분한다.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만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한국에서 쌈코나 남삭노이와 같은 파이터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무에타이에서의 쌈코와 남삭노이는 태권도로 치면 김재경이고 유도로 치면 전기영이요, 레슬링으로 치면 심권호이고 극진카라테로 치면 가즈미 하지메나 프랜시스코 휘리오이며 이종격투전으로 치면 힉슨이나 페도르, 어네스트, 미르코 같은 선수들이다.

 

전설적인 선수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는 것은 무술가와 무술애호가들의 안목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자만에 빠져있는 무술가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번 KOMA에는 쌈코와 남삭노이 외에 쁘아까오, 촉디같은 챔피언급 선수들도 출전하며 일본을 비롯한 해외 챔피언들도 다수 참가한다고 한다. 물론 한국 선수들도 참가한다.

 

 

 
 


맘 같아서는 한국의 그 수많은 사이비무술가들 특히 K씨, L씨, H씨 같은 넘들과 쌈코와 남삭노이의 경기를 주선하고 싶으나 뭐 그게 내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본 필자가 무술에 문외한인 듯 착각하고 온갖 미사여구로 본 필자를 현혹시키려 했던 사기꾼무술가 K씨, L씨, H씨 등은 필히 구경하기 바란다(아마 본인들은 자기를 지목한다는 걸 모를꺼다. 또라이니까).

 

자세한 내용은 www.koma-gp.com에서 확인하시라.

 

참고로 본 필자를 가장 고무시킨 것은 쌈코와 남삭노이의 이름이 아니라 라운드걸이 애로배우 하소연과 레이싱걸이라는 점이었다. 

 

딴지일보 격투기부
  고양이 (jjk0907@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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