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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유럽강팀, 인상으로 제압하라!

2002.4.13.토요일
딴지 스포츠부


북쪽에 풍산개라는 놈이 있으면, 남쪽에는 진돗개라는 놈이 있다. 이놈 얼굴보면 누구든 한마디씩 하게 마련이다. "어~ 그놈 얼굴 한 번 잘~생겼다!"


개마저 얼굴 생긴 걸 따지며 좋은 품종을 평가하는 마당에, 이목구비의 조화와, 대가리와 몸뚱이의 황금비율을 나누는 인간은 어떻겠는가. 옥주현이나 바다가 솔로가수로 데뷔했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단정하는 것, 박효신이나 박화요비 절대 TV가요프로 1등 못하는 것, 이거 다 생긴 거 절라 따지는 인간세상의 요지경 아니겠는가.







우지원 옴빠~


얼굴 빼면 시체인 연예계의 전매특허같았던 외모지상주의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도 전파되기 시작했으니, 그 시초라 할만한 인물이 바로 연세대(현 삼성썬더스)의 농구선수 우지원 옵빠였던 것이다.


90년대초 당시 슬램덩크라는 일본만화의 폭발적 인기에 편승해 인기절정을 달렸던 대학농구에서, 실력은 좀 떨어져도 번드르르한 얼굴 하나로 서태지 못지않은 오빠부대를 거느리며 이름을 날린 그는 빤쑤CF에다 앙선생님 패션쇼에까지 얼굴을 내밀게 된다. 바야흐로 운동선수의 엔터테이너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 운동선수들의 CF출연이라면, 고작해야 프로야구 김성한의 티코 광고나, 선동열의 “잘생긴 제 코를 기억해주쇼이~” 코감기약, 이종범의 “뭐라고? 기쎈~비타!”같은 어처구니성 광고가 고작이었다.


그 전 기억을 더듬어 가면, 야구선수 윤동균이 와구와구 음식 퍼먹는 소화제 광고가 있겠고.. 그보다 더 옛날, 혹시 권투선수 박종팔 선수의 광고 기억나시는가? 애들 타고노는 둥그런 거, 거 뭐라고 부르더라.. 히피호피? 호피코피? 말대가리 달려있는 그거 타고 콩콩거리고 뛰어다니던 어치구니없던 광고.... 음. 광고 얘기 하다가 말이 샜다. 본론으로 돌아가겠다.


암튼, 그 뒤를 이어 비인기종목이었던 핸드볼의 최현호나 돈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이 주를 이루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화류계에 진출한데 이어, 그리고 얼굴의 불모지 축구에도 마침내 그 마수의 손길이 미치게 된다.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열리던 1997년 9월, 아직도 도쿄대첩으로 선연히 기억되는 그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을 2:1로 역전승하며 본선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 온국민의 열광적인 성원 사이로 잽싸게 끼어든 우리의 스포찌라시는, 한국대표팀의 미남선수 3인방으로 장대일, 홍명보, 최용수를 지명하기에 이른다.


장대일, 홍명보...까지는 좋다. 그런데 최용수? 한일전 동점골의 멋진 어시스트, 그리고 그 이전의 대활약으로 일약 스타가 된 최용수가 미남 선수라... 그날 역전골의 주인공 이민성이 억울하지 않았을까?







이동국..


본격적인 축구미남스타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이동국이다. 그는 네덜란드전 오대영 신화의 끝자락에서 한국축구의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었던 19세 소년이었다. 유럽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좋은 체격에, 아직 덜 익은 풋사과마냥 푸르딩딩한 미소년의 마스크를 지닌 그에게 수천명의 오빠부대가 생겨난 것이다. 이동국이야말로 남성판 청순한 글래머였던 것이다!







안정환...


미남스타의 절정에 오른 이는 단연 안정환이다. 축구선수로는 아마 처음일 게다. 앙선생님 패션쇼는 물론 화보집과 뮤직비디오에 화장품CF까지, 최근 웨딩화보촬영 도중 만난 미쑤코랴와 결혼에 꼴인한 안정환은 오히려 그 삐까번쩍한 외모 때문에 오히려 축구실력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손해를 보기도 했다.


이동국 역시 안정환 못지않게 "그놈 뺀질거리네..." 매스컴의 집중포화를 받아왔지만, 사실 그들은 시대를 잘 타고난 덕에 그런 질투어린 호강을 하게 된 셈이다.


기억하는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아시아를 주름잡던 삼손 김주성을. 치렁치렁한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아시아 MVP 수상은 물론,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쿰에도 잠시 진출했던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김주성.







그는 머리손질을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을 쓴다고 언론과 국민여러분들께 "아 씨바... 그 시간에 뽈이나 한 번 더 차라...!" 쌍욕을 있는대로 먹었던 슬프고도 더럽게 옹졸한 역사 속의 축구선수다.


그렇다, 암흑의 시절 그때의 축구선수는 응가도 3분 내에 싸야했고 빠굴도 10분을 넘기면 안되었던 것이다... 정신력 졸라 만빵 충전상태로 연습 또 연습! 그래야 일본넘들 박살내지. 안 그러면 현해탄에 빠져죽어야 했으니 말이다. 치렁치렁 안정환이나 총천연색 김병지, 십수년만 일찍 태어났다간 각하한테 벌써 총맞아 뒈졌다.


잘생긴 넘들도 스타일에 따라 분류가 가능한데 꽃미남파로는 이동국, 안정환, 이관우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호남형은 홍명보, 장대일, 김도균 정도다. 그리고 분명 미남형이지만 한성깔 할 것 같아 차마 언급하기 어려운 김남일 정도가 있다. 일명 기생오래비-날라리형 선수로는 최태욱과 권찬수(성남 골키퍼), 송종국을 들 수 있다.



왼쪽부터 송종국, 이관우, 장대일, 김도균, 최태욱


어찌했건, 생긴 거 받쳐줘야 인기를 끄는 건 비단 우리나라 뿐이 아닌 범지구적 추세다. 잉글랜드의 베컴이나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 이탈리아의 미남군단 등 축구실력에 빼어난 외모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러한 미남온난화 현상 속에서 꿋꿋이 축구실력 하나만 믿고 대활약하는 선수들이 있으니, 그들을 차마 못생겼다 누가 심판할 수 있으랴! 그래서 그들을 굳이 하나의 단어로 칭한다면 ‘인상파’라 할 수 있겠다.


http://www.uglyfootballers.com은 세계적으로 인상파에 속하는 선수들을 모아놓은 필자와 같이 할 일 더럽게 없는 넘들이 만든 대표적인 사이트다.


특이할 사항은 우리의 호프 히딩크가 유럽올스타(?)팀의 감독으로 당당히 뽑혀있다는 것이다. 그가 뽑힌 이유는 아마도 그의 예전 언밸런스한 콧수염 때문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이 사이트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미녀와 야수 코너의 축구선수와 슈퍼모델 커플 모음일 것이다. 쭉쭉빵빵... 절대적으로 이쁜 마누라를 얻고 싶으면 열나 뽈을 차라! 이것이 진리다.


우리는 6월 4일 폴란드전을 시작으로, 미국과 포르투갈과 연이어 대결을 펼치게 된다. 특히 첫경기인 폴란드 떡대들을 상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데, 유럽의 덩치들을 상대로 우리가 승리하는 길은 조직력과 골 결정력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할 필살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기선제압-권투로 말하자면 눈싸움인 것이다!


우리는 홈경기라는 절대적인 경기외적 우세 속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객관적 전력에서 분명 열세에 놓여있는 우리 대표팀이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은, 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승리를 향한 투쟁심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상대의 사기를 절나 떨어뜨릴 가공할 기선제압을 해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하냐고? 그렇다. 바로 인상파 포메이션의 구축이 바로 그 승리의 필살 해법인 것이다!
















FW


  최용수 우성용


MF


  고창현 유상철 박성배 설기현


DF


  박충균 이상헌 조성환 이임생


GK


  서동명


 









모골송연(毛骨悚然)... 이보다 더 훌륭한 단어가 없다.


최용수와 우성용 투톱... 생긴 것 뿐만 아니라 장신 수비수를 뚫을 수 있는 최상의 공격라인이다.


그 뒤를 공격형 미드필더인 백상어 박성배가 버티고, 강인한 체력 못지않은 살벌한 플레이의 달인 유상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다. 왼쪽에는 제2의 고종수라 불리는 수원의 차세대 윙 고창현, 오른쪽엔 최근 속도위반으로 인해 잽싸게 장가를 간 재간둥이(?) 설기현이 책임진다.


윙백 박충균과 이임생은 생긴 것만으로는 정통 인상파와는 거리가 있으나, 장난이 아닌 근성으로 강력 추천한다. 특히 박충균은 오랜 부상을 극복하고 최근 성남의 주전 수비수로 자리잡은 인간승리의 선수로, 올림픽대표시절의 한성질하던 성격이 많이 차분해진 것이 필자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중앙수비로 얼굴만 마주쳐도 섬찟한 우리의 호프 노지심 이상헌과 눈만 마주쳐도 칼맞을 것 같은 날렵한 인상의 차세대 수비수 수원의 조성환을 기용한다. 골키퍼로는 10년전에도 30대, 지금도 30대인 얼굴을 하고있는 서동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정선민 선수...


어쨌든 깔쌈하게 생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푸대접받는 슈퍼 플레이어가 한둘인가. 한국여자농구를 세계4강 대열에 올려놓은 정선민이나, 세계 특급골퍼 박세리가 전주원이나 김미현 정도의 외모만 되었던들, 그녀들 역시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대중스타로 온갖 CF와 전국민적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상파 축구선수들, 필자의 눈엔 그저 멋지기만 하다. 단지 생긴게 안정환이 아니란 이유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할 뿐, 설기현의 부인 윤미씨처럼 "기생오래비같이 생긴 남자 딱 질색이예요~"라고 말하는 매니아적인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은가!


또한 그들은 얼굴로 뽈차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강인한 투쟁심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자신의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선수들이다.


이제 두달도 남지않은 월드컵에서 이 선수들을 모두 만나볼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커다란 목표를 향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딴지 스포츠부
축구전문기자 초앙뒤
(soccersal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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