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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영화로 배우는 선거에서 꼭 당선되는 법!!

2002.4.10.수요일
딴지 영진공 선관위


 


<백만장자 브루스터 (Brewsters Millions)>란 양키영화가 있다. 소재가 기가 막혀 리메이크도 여러 번 된 코메디인데, 그 내용인즉슨 브루스터란 평범한 마이너리그 야구선수가 어느 날 친척으로부터 엄청난 유산(마지막판인 월터 힐감독의 85년작에선 3억달러다)을 상속받는다. 이런 입이 귀에 걸릴 일이 있나!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이 경사스런 일에 마가 낀다. 유증인의 변호사가 막대한 재산을 받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며, 유언장을 내민다. 유증인은 돈도 써본 놈이 잘 쓴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한달 안에 3천만 달러를 다 써야 3억달러의 유산을 상속해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돈으로 산 물건이 남아도 안되고 누구에게 기부하거나 공짜로 줘서도 안 된다. 한푼도 남기지말고 모조리 다 써야한다.


만약에 열분들이라면 어떨까? 열분들은 한달에 얼마나 쓸 자신이 있겠나? 천만원? 1억원?


매일 강남 룸싸롱 유람계획을 세워봤자 이 돈 다 못쓴다. 무슨 철위장에 강철대물이라고 술집 양주 다 마실거며, 미녀 나가요 언니들 다 만족시켜주랴. 여자분이라며 하루종일 맛사지에 초호화 드레스에, 귀금속을 빌려 치렁치렁 달고 다닌 데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영수증까지 꼬박꼬박 챙겨서 유산상속 감시인들에게 가져다 받쳐야 하는데 무슨 재주로 그 돈을 그런 식으로 다 쓰겠나.


이렇게 우리는 자본주의에 산답시고 거들먹 해도 자본으로부터 철저히 소외 받고 있던 거다. 줘도 못 먹고 말이다.... 그래도 본 우원 그 돈 뭉치, 만져나 봤음 좋겠다. 씨바.


하여간 하고 자픈 이야긴 그게 아니고, 이렇게 일면 행복스런 고민에 빠진 브루스터.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고 최고급 호텔에서 최고급 리무진과 양복을 빌려입고 다니며 사치를 하지만 금새 한계를 느낀다. 이제 잘못하면 유산을 모두 날려버리게 생겼다. 그러나 문득 머리위로 전구 하나가 뜨면서 비상한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그것이 무어냐?....놀라지들 마라.(물론 열혈영진공독자들의 내공이라면 이제 이 정도로 놀라지도 않겠지만)바로 정치를 하는 것이였던 것이었다.


그렇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쓸모없이 돈을 퍼다가 낭비할 수 있는 게 바로 정치 아니던가. 이렇게 한 건수 올린 우리의 부루스터는 바로 시장선거에 출마를 하게 된다. 그리고 외친다. 절 뽑지 말아주세요. 전 정치는 좃도 몰라예!!!


...결과적으로 그는 당선된다. 하여간 세상은 꼴 때린다니깐. 되는 일이 없어요.


 



꽃피는 봄을 맞아 온 나라가 정치 이야기로 또 다른 꽃을 피운다. 좋다. 5년에 한번이나마 이렇게 이 땅의 주인이 기층 민중임을 느끼게 해주는 정치꾼들의 치고 박는 잔재주가 너무도 즐겁다.


즐깁시다. 열분들!! 정치나 선거나 다 우리 좋으라고 하는 거지. 괜시리 지역감정이니, 인신공격이니, 이념공세니 하면서 자꾸 우리와 정치를 떼 놓으려는 재래식 찌라시들의 정치혐오 협작공작술에 말려들지 말고, 즐겁게 즐기시라. 선거만큼 아슬하고 재밌는 게임이 또 어디 있나.


늠름한 미국배우 팀 로빈스이 직접 감독 주연한 <밥 로버츠>에서 대통령 후보 밥은 말쑥한 차림에 속깊고 온화한 표정으로 기타도 치고 자작한 캠페인송 부르면서 사람들 혼을 뺏는다. -- 생각건대 아마도 양키들이 자신들의 정치권력에 내보여줄 수 있는 정치풍자의 마지막 한계점까지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만약 그 정도를 넘어서면 매카시 꼴통이나 좃이 부지갱이같은 인간들이 뭔 짓을 할지 모르니 말이다. 덧붙여 미국은 이젠 나누어 가지기엔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다.-- 그렇다. 선거는 고매한 성직자나 우아한 귀족이나 이름빨 날리는 학자를 뽑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주위의 우리를 뽑는 거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우리와 같은 말을 하는 우리를 뽑는 거다.


그러니 잘들 해보라고 뽑아놓은 이들에게 당장 천국이라도 만들라는 식의 부담을 주는 것도 터무니없다. 그저 크게 못나지 않고(그간 경험에 봐서는 졸라 못난 놈들이 정치인이랍시고 설치긴 했다) 제 할 일 정도는 할 것 같은 우리 친구 하나 얼굴마담 세우는 거다. 결국 정치는 우리 모두가 하는 것이지 누가 누가 따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모두 우리 책임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정치가 대순가. 정치는 초딩학생 교실 뒤 게시물 꾸미기에도 있고, 아침 밥상 앞에 앉은 순돌이 아부지랑 어무이 사이에도 있고, 영진공 게시판에도 있고, 용산전자상가 용팔이 오빠랑 순진한 고딩 구매자 사이에도 있다.


사실이 인간이 살면서 겪는 무수한 관계가 정치다. 그러니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처럼 꼭 구케우원이 되어야 정치하는 거 아니다. 그런 순진버벅되는 자기홍보 딸딸이성 미국애들 영화에 감동먹고, 정치는 꼭 구케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지 마라.


 



시민정부와 선거는 근대민중운동의 값진 결과물이긴 하지만 멈추지 않고 흐르는 역사 자체의 속성이 그렇듯이 최후의 완성도를 가진 무결점 제품은 아니다. 그 당연한 과정 속의 오류와 폐해는 시간이 갈수록 극명하게 드러나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그것이 가진 많은 장점마저도 다 소화를 못하고 배설해버리는 건 그간의 노력과 고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실컷들 즐겨야 할 것이다.












 




본지의 빠숑제안을 받아들인 정동영, 노무현, 이인제... 봐라. 이러면 분위기 얼마나 좋냐.


본 우원, 뭐 잘은 모르지만 요즘의 민쭈당 후보경선을 보며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내심 기쁜 마음이 들고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잘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아쉬운대로 후보들에게 몇 가지 충고랍시고 하겠다. 현 후보들 중에 좀 보여줄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치가들 없으니 연구 좀 하시라는 거다. 막상 한번 해보겠다는 분들이 우찌 그리 폼들을 못잡나.


현대의 선거전은 이미지 싸움이라고들 한다. 이거 절대 나쁜 거 아니다. 도리어 졸라 고무적인 거다. 그런데도 이 이미지 대결은 아직도 보여주는 이는 물론이요 보는 이까지 답답하게 만든다. 아나운서 출신은 여전히 아나운서같이 중계방송만 하고, 도지사 출신은 여전히 도지사같이 누굴 자꾸 꾸짖으려고만 한다. 그렇다고 솔직히 변호사출신 아저씨라고 속 시원한 건 아니다.


말이 좋아 정책대결 하잔다. 그래 좋다. 정책대결하자. 그런데 대결할 정책이란 게, 도지사도 아나운서도 변호사도 모두 똑같다. 경제를 부흥시키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겠단다. 이렇게 서로 똑같은 정책을 내놓으니 결국 또 빨갱이 야그나 지껄이게 된다. 할 이야기 분명히 하고, 남과 차별화된 정치철학도 내놓고, 좀 더 구체적인 정책조항도 펼치고 하면 참 좋겠는데,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보니 조심스러운 거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들이 없다면, 그럴바에는 아예 누가 좀더 멋진가로 승부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바지입고 구성진 노래도 한 곡조 불러 제끼고, 마눌이랑 애들 손잡고 대중 앞에도 자신 있게 나서시라.


어차피 정치란 게 정치꾼 몇몇 뽑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가는 거라고 본인들부터 이해한다면, 스스로 무슨 대명을 숙명으로 짊어진 것처럼 오버하진 않을텐데 말이다. 그냥 긴장 풀고 보기 좋은 모양새나 보이라는 거다. 아무리 아웅다웅 해봤자 부루스터같은 아저씨가 당선되기도 하는 게 선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가는 정치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다. 정치가는 정치가가 속한 자리와 사람들의 대표일 뿐이다. 세상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정치란 있을 수 없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정치라는 것 자체가 없어진다.


근래 미국놈들의 쌩지랄은 좃시 부시갱이라는 똘아이 하나가 대통령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를 얼굴마담으로 하는 배후의 집단과 계급의 헤게모니 장악에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열분들은 열분(열분들이 누구든지 간에)들 원하는 대로 정치가 흘러가고 정신 제대로 박힌 정치가를 만나려면, 즐거이 정치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선거는 이벤트고, 쇼고, 볼거리고, 정치교실이고, 만남의 장소다. 모두들 긴장풀고 신명나게 놀아보자. 선거에서는 참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속될 각종 선거에 나서는 정치쟁이 아저씨 아줌씨 총각 처녀열분들게.


<대부>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자신에게만은 솔직히 범죄사실을 말해달라는 부인 앞에서 냉혹한 젊은 대부 알 파치노도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곤 조심스레 말한다. 아주 진실된 표정으로 아니, 그런 일 없어.라고. 흐미....


우리가 우리 손으로 뽑은 구케의원이나 대통령에게도 별 기대 않는데, 조폭 두목에게 무얼 바라랴. 그도 그저 자기 먹고 살고, 가족 형제 챙기기도 바쁜 사람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거짓부렁도 좀 한다. 그런데도 졸라 멋이 있더란 말이다.


이미지란 거, 일종의 연출이고 솔직함이라기보다 거짓됨이다. 하지만 벌써 우리끼리 그러려니 할 테니, 좀 더 볼만한 장면들을 연출해 보시라. 우리도 이제 영화만큼, 정치에도 재미 좀 부치자.




딴지 선거관리위원장
버디
(yibudd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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