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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성냥팔이 영계의 재림, 장선우...

2002.9.23.월요일

딴지 영진공

 
 


정말 좋아한다.
장선우 감독을.
특히, 그의 헤어스탈과 정신머리를.


정말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특히, <화엄경>과 <우묵배미의 사랑>을.


정말 좋아한다.
미싱밟던 배일도(박중훈 분)와 공례(최명길 분)의 소박한 불륜을.
일도의 조강지처인 유혜리의 이름은 기억도 안 난다. 다만, 새댁이라고만 부른 것 같다. 정말 이름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좋아한다.
우묵배미를.
구파발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으니, 니들도 가봐라.


정말 좋아한다.
<우묵배미의 사랑>에 나오는 인생막장의 인간들을.
후에는 떵떵거리고 살 정도로 성공했으니까.
일도는 <그들도 우리처럼>에서 봤듯이, 탄광촌 부르조아로 성공하고,
공례, 명길이는 장관만나 결혼해 성공하고,
새댁 유혜리는 파리로 이민가, <파리애마>로 성공하고,
대근이는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에서 봤듯, 조폭두목으로 성공하고.


어쨌든 정말 좋아한다.
장선우를.
<우묵배미의 사랑>이후로도 말이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나쁜 영화>, <거짓말>, 허벌나게 시시했다.
장형도 이처럼 시시한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해서... 이 얼마나 인간적이냐... 그래서 난 그를 좋아한다.


정말 좋아한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 만약 형상이 형상이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는 금강경의 한 구절도 나오고. 호접몽 사상도 나오고. 공은 공이고, 형체는 모두 일시적인 허구일 뿐이라는 색즉시공의 심오함도 나오고.
본인이 아는 건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는 분빠이 스피릿밖에 없는 반면 장형은 이처럼 도통 뭔소리인지 모르겠는 거까지 알고 있으니 존나게 있어보이는 것 같아 정말 좋다.


순제작비와 마케팅비용을 합쳐 110억이 넘어갔다고 한다.
거기다 촬영 십개월, 후반작업 십개월.
정말 통 크다.
그래서 정말 좋다.
또, 저 엄청난 숫자들이 영화의 내용과는 조또 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것.
이거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짱이다.


액션 신비극, 블룩버스타 잼난 영화 어드벤처 영화
정말 대단한 영화다.
저 수많은 홍보카피를 버무려 결국에는 이런 영화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그래, 난 판단했다. 결정했다.
관객재난 영화로...
오~ 정말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짱구에서 김난다.
그래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


정말 좋아한다.
장선우를, 
기자 시사회 당일, 장형은 시사회가 끝난 뒤, 5층에서 홀로 담배 한 대 약올리고 있었다.
존나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이다.
건너편 6관에 위치했던 나,
"장감독님 이번 영화, 쪽박이에요"  뒤도 안 돌아보고 좃발나게 쨌다.
친구 왈 "장 감독, 걍 미소 한 번, 쓰윽 짓던데"... 그래서 장형이 존나게 좋다.


정말 기대된다.
수많은 영화찌라시들의 행보가.
본 체위로 들어가기 전에는 허발나게 핥아주었는데,
진정한 떡은 어케 쳐줄지 말이다.


그래서 정말 좋아한다.
장 감독을.
언제나, 이렇게, 여지없이, 요새들어, 주리줄창으로 가슴에 돋는 나의 기대꼭지를 핥어주지 않으니 말이다.



 
선우사랑
반골
(bango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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