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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주장] 화장실 완전개방을 촉구한다.

2000.9.04.월요일
딴지 엽기논설우원 안동헌

상계동에 사는 회사원 변기랑씨(35세, 소주1병 담배 반갑)는 지난 부서회식때 큰 낭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회식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남역 부근에서 그만 설사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랫배를 부여잡고 40여분 동안 10여개 건물을 돌아다니며 화장실을 찾았지만 번번히 잠긴 화장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고 결국 수백미터 떨어진 지하철 화장실로 가서 급박히 갈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때 팬티에 몇방울 튄 설사똥에 대한 충격으로 지금까지 신종 질환인 괄약근 탄력 저하증이란 무시무시한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분당에 사는 대학생 김봉숙씨(23세, 32-27-35)는 단골 백화점 1층에서 악세사리를 구경하다 똥마림 증상이 나타났다. 즉시 근처에 화장실 안내표시판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 다리가 후들거려 오기 시작했다.


용기를 내어 판매 여직원에게 화장실의 위치를 물어 보았고 1층엔 없고 2층부터 화장실이 있다는 얘기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긴급히 화장실로 진입, 무사히 일을 처리했다고 한다. 조금만 늦었다면 결과가 참혹했으리라고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우째 이럴 수 있는가!"라고 백화점 직원들에 하소연 하였지만 그냥 생까는 직원들땜에 맘의 상처만 더 깊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작금 횡행하는 화장실 똥단속에 대하여 여론이 똥트림하듯 들끓고 있다. 본지는 창간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화장실의 개방을 역설하여 왔다. 그것이야 말로 뉴밀레니움 시대조류에 걸맞는 일일 것이고 여야가 그토록 외쳐대는 상생의 화합정신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유구한 우리민족사에서 이토록 화장실의 단속이 심하였던 때는 없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우리는 피난길에조차도 똥뚜깐을 왜군들에게 개방한 정많고 따뜻한 민족이었다. 뒷집 순이네가 건네주는 똥걸레로 수줍게 훔쳐내곤 했던 소박한 민족이었단 말이다.


그러던 것이 70년대 이후 산업화의 물결속에 푸세식이 수세식으로 전환되었고 서서히 화장실이 집안으로 숨어 들어가고 여러 건물들이 생겨남에 따라 건물들에 대한 똥단속이 은근히 뿌리내렸던 것이다. 오랫동안 대치해 온 남북마저 자유왕래를 하자는 이 때, 화장실에 대한 자유왕래를 막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반명랑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항문갤럽이 전국 거리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가장 비인간적인 화장실 문화가 99년도에 욕하면서 대걸래질하는 화장실 욕장이 아줌마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는 과도한 신음 및 분출하는 소리로 조사된 반면, 금년도 상반기에는 화장실 문걸어 잠근 사람이 당당히 1위를 차지해서 눈길을 끈다.








화장실 완전개방은 시대적 사명이며 역사적 당위다.


이제는 어지간한 건물의 1,2층 화장실은 자물쇠로 굳건히 잠겨 있는 것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심지어 5, 6층 화장실까지 완전히 잠궈버린 건물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설사끼가 있는 시민들의 말못할 고통 또한 극심하다고 한다. 가까운 건물을 앞에 두고 먼 지하철 역으로 기어 들어가는 다리와 눈이 쌍방간 풀린 시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제 더 이상의 화장실 문단속은 없어야 한다고 본지는 강력히 주장한다.


아울러 전국 각지의 백화점업계 대표들께 고한다.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고객만족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우며 깨끗한 화장실을 가꾸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백화점에서 1층이 아닌 2층부터 화장실을 설치하여 뒤가 다급한 고객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엽기행각을 저지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어찌 첨단을 달린다는 백화점에서 일개 영세상가에서나 하는 화장실 똥단속을 하느냔 말이다.


이제 다급한 시민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설곳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각계각층의 총체적인 지원만이 죄없는 시민들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이에 본지는 다시금 정부당국에도 강력히 호소하는 바이다. 남북회담도 중요하고 의약분업도 좋지만 우선 시원하게 싸는 문화창달이 더 시급하다는게 본지의 예리한 판단이다.


대통령께서 손수 나서서 전국의 똥단속하는 이기주의자들을 처벌할 특별법을 제정하는데 앞장서 주셔야 할 줄로 안다. 그리고 전국의 대로변 업주들도 본지의 취지를 이해하여 화장실 문을 이젠 활짝 열어주시기 바란다. 이상.





딴지 엽기논설우원 안동헌
(
P7170@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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