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자동차를 산다구? 경제성 그 허와 실

2000.9.04.월요일

딴지 교통부 대기자 BB

말 그대로 초고유가 시대야. 오늘 뉴스에 10년만에 국가유가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하더군. 어제 3만원어치 휘발유를 넣었더니 채 24리터도 안 들어가더군. 없는 살림에 차까지 먹여 살리려니 힘들다 힘들어.

그래서 오늘 본 기자가 과연 어떤 차가 경제적인지 함 디빌란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에선 디젤, LPG 얘기는 빼기로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휘발유차가 얘네들을 경제성으로 이길 수 없지.  그 부분은 담 번에 좀 더 확실히 디벼 보자구..

프롤로그 : 별난 구매성향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의 소비자들께서는 참으로 별난 소비의식이 있으시다. 뭐냐믄 바로 中間病이다. 이 병은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절대로 싸구려는 못 사고, 또 가격을 무시하진 못해 최고로 비싼 물건도 못 사는, 그래서 그저 어중간한 중간치 물건을 구매하는게 특징이다.

지금 대한민국 가정에 방방이 들어찬 PC를 보시라. 요즘 PC사양은 대개 펜티엄3, 20기가 하드디스크에 48배속 CD-ROM은 기본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최상급 PC가 필요한 걸까?  그건 절때루 아니지. 전문가들이 늘 하는 소리지만 자신의 용도에 맞게 적정수준의 시스템을 갖추면 되는거다. 집에서 워드작업이나 하려고 사람에게 펜티엄 3, 48배속 CD-ROM이 먼 소용이냔 말이쥐.

이게 요즘 최고사양 펜티엄3 컴퓨터.
겉모양이야 다 똑같지만서두..

 

그런데도 펜티엄3가 나오자 셀러론 모델은 쑥 들어가 버렸다. 한쪽 귀퉁이에 초저가형 모델로 쳐박혀 버린 거다. 근데 아까두 얘기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간병이 있어서 저가형 모델은 왠지 싸구려같아 보여 잘 살려구 하지 않으니 결국 셀러론은 컴퓨터 시장에서 구박덩이가 되어 버렸다.

어디 피씨뿐이랴. 하여간에 울나라에서 잘 팔리려믄 실속형, 초저가형이란 말은 함부로 붙여서는 안되는 거다. 특히 요게 날마다 남에 눈에 보이는 나의 품위에 관련된 것 이라면 더욱 그렇고...

마찬가지로, 울나라의 자동차 모델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은 동일 차종의 중간급 모델이다. 바로 이 중간병에 의해서 말이다.  

 당신을 노리는 함정 - 옵션

차를 사러 매장에 함 가보자.
새차 냄새를 팍팍 풍기는 이쁜 모델들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일단 당신이 살 차를 소형으로 할 지, 준중형 혹은 중형급으로 할 지 대충 정해 놨을 거다. 예를 들어 준중형으로 결정하고 아반떼를 사기로 했다고 치자.

그러나 아반떼도 등급이 다양해서 아반떼XD 1.5 DOHC GL부터 아반떼XD 2.0 DOHC GOLD까지 무려 6가지 모델이 있으니 어떤 걸로 할 지 아리까리하게 된다. 이 때 등장하는 게 바로 중간병 바이러스, 십중 팔구는 중간 모델을 고르게 되는 거다. 그리고 어줍잖은 옵션 몇 개를 붙여서 약간의 품위를 유지하면 끝나게 된다. 이게 대부분 자동차 구입자들의 모습이다.

사실 가운데 등급이라두 이것저것 붙이다 보면 상급모델보다 비쌀 수도 있다. 그치만 그정도의 사치는 감수할 수 있다. 어차피 윗급을 사는 넘도 이것 저것 붙이면 나보다는 비싸지니까..

요기까정은 그래두 준수한 경우다. 간혹, 중간병 바이러스보다 강력한 간비대증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들은 등급 선택을 놓고 고민하다 아예 모델을 올려버린다. 글고는 보통 하는 말이 이렇다.

거, 이거저거 옵션 붙이구 하니까, 아반떼나, 쏘나타나
얼마 차이가 없구만. 그냥 한 일이백 더쓰지 뭐...

그렇다. 이들이 상당한 면적의 간을 보유한 이들이다. 영업사원이 가장 선호하는 사람이 바로 이들이다. 중간급 모델에다 이것 저것 옵션까지 붙인 다음 견적을 뽑아놓고 보면 윗 등급 모델과 가격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럴 바에야 폼나는 윗 등급 모델을 사 버리자는 생각이 들 게 마련이다. 영원사원들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상급 모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게 되고..

그러나 정작 가격이 비슷해서 상급 모델로 결정하면 여기에 각종 옵션이 따라 붙여 자신이 예상한 금액보다 훌쩍 초과해 버린다. 바로 옵션의 함정이다.

따라서, 자동차 영업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다음을 명심하시라.

 우리나라 자동차 옵션의 실상

자, 옵션이라는 메이커의 농간이 얼마나 웃긴 건지 함 보시라.

  Option pack

먼저, 울나라 메이커가 잘 쓰는 수법이 옵션의 종합선물화, 바로 PACK이다. 이 팩이란 적당한 옵션끼리 모아서 그럴듯한 이름을 붙히는 걸 말한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ABS나 에어백, 전동식 선루프, 알루미늄휠, CD플레이어,가죽시트, 전자동에어컨, 열선내장 백미러 등의 옵션을 지조때루 3∼4개씩 묶어 스페셜팩, 세이프티 팩 등의 이름을 붙여함께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에어백을 선택하려는 소비자가 별 필요없는 CD플레이어까지 구입하는가 하면 알루미늄휠을 선택하려는 사람이 가죽시트까지 구입해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구 이런 옵션 팩이 싸냐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팩의 가격은 개개의 옵션을 더한 값 그대로다. 치사하지? 그럼 왜 팩을 만드냐구? 함께 묶어서 이것들이 모이면 무언가 굉장히 좋은 듯한 착각, 또한, 이것들은 모아나야 제대루 될 것 같은 느낌, 바루 이 때문이다. 이거 빼고는 암 것두 아니다.

  강제 옵션 / 무옵션

종종 사륜 구동차에 볼 수 있는 수법으로 파워스티어링을 제외한 가격을 차량 가격으로 산정하고, 정작 파워스티어링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옵션이다. 숫자놀음의 전형적인 예로 아주 치사한 수법이 되겠다.

그리고, 아예 옵션이 없는 경우도 있다. 비싼 차에 흔한 수법으로 차의 기본 옵션만으로도 리포트 한 권이 나올 정도다. 그치만, 정작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진짜 옵션은 엄따. 즉, 이건 소비자의 선택권을 첨부터 박탈해 버리는 거다. 돈 있는데 뭐가 지랄이냐면 할말이 엄따. 좀 있다 자세히 다뤄보자.

 기타 옵션

마지막으로 쓸데없는 옵션과 후진 옵션이 있다. 예를 들어 썬팅한 차의 경우엔 컬러유리, 틴티드글라스 같은 것들은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정작 이것들은 요즘 기본 장착으로 나온다. 이중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 예를 들면 AV시스템이 있겠다. 아시다시피 울나라의 자동차 오디오는 후지기로 소문이 나있다.그런데도 오디오 옵션은 졸라 비싸다. 헌대 자동차의 EF 쏘나따의 옵션인 CD 플레이어는 57만원인데 비해, 카 오디오 전문점에서의 6장용 CD 체인저의 가격은 26만원이다. 물론 카 오디오 점에서 CD 체인저를 달 경우엔 배선을 따로 해야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차 자체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오디오같은 건 아예 정식 옵션으로 만들어서 첨부터 안 달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좋은 카오디오 많잖어. 기왕 바꿀려는 사람에게는 이중부담이 되어 버린다.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정말로 옵션이 풍부하다. 각종 내장재에서, 에어컨디셔너, GPS항법장치, AV시스템은 물론 재떨이, 심지어 사이드 미러도 옵션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옵션의 가격에 따라 차량가격의 차이가 심하다.

미국의 예를 함 들어보자. 본 기자가 GM MOTORS 홈페이지에서 임의로 선정한 2000 BUICK LeSabre Custom Sedan모델의 경우 기본사양(Standard equipment)으로 38가지를, 옵션(Optional Equipment)으로 34가지 품목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디오시스템의 경우 아예 옵션품목으로 정해 4가지의 각기 다른 사양을 제공하고 있다.

GM MOTORS 2000 BUICK
LeSabre Custom Sedan  (US$ 24,055)
 

물론 울나라도 옵션은 풍부하며 가격도 다양하다. 그치만, 여전히 선택의 자유는 한정적이다. 무엇이 좋은 지는 자명한 일이다.

참고로 울나라에 수입되는 외제차들은 이런 다양한 옵션을 고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외제차는 고급이라는 인식에 부응하고자, 예당초 풀옵션인 호화차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

 국산차여.. 덩치를 줄여라

동급 모델에두 다양한 엔진이 있다. 서양식으로 엔진 베리에이션(Engine variation)이라구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다양한 엔진은 소비자의 선택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난 그저 굴러 가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은 경제적인 엔진을 고르면 될 거고, 보다 파워풀 하고 여유있는 주행을 원한다면 강력한 엔진을 고르면 된다.

그런데 울나라는 배기량 기준의 보유세 정책때문에 그레이드를 초월하는 엔진은 첨부터 고를 수가 없다. 따라서, 한때 유럽과 미국을 뒤흔들던 씨빅이나 골프같은 포켓로켓은 나올 수가 없다. (이 차들은 프라이드 보다 조금 큰 차체에 강력한 엔진을 달아서 그레이드를 훨씬 뛰어 넘는 성능을 보여줬다)

그나마 근래에 들어 준중형급서 1800cc이상이 채택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치만 이것두 준준형의 덩치가 자꾸 커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일 뿐이다.

지금의 준준형들은 이것 저것 옵션을 장착하면 1,200kg에 육박한다. 예전과 비교하여 거의 200kg이 증가한 셈이다. 최소한 운전자 포함하여 성인 3명을 더 태우고 다니는 셈이다. 이러니, 배기량을 키우는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들 이미지 리더는 사실 등급에 맞는 적절한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수출은 이들이 주력이다.

곰같은 덩치에 토끼의 심장으로 허덕이는 국산 차들... 슬픈 현실이다. 뒤에 경제성에서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자.

 그래서 뭘 사란 말인데?

비비가 앞에서 중간병과 옵션의 불합리성에 대해 얘기한 건 합리적인 소비의식을 갖자는 거다.

시장에서 콩나물은 악착같게 깎고 밥값 안 낼라구 몇 번씩 신발끈 고쳐 매면서 정작 자동차를 살 때는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우습게 보는건 자동차 구매자들의 잘못된 소비습관이다.

차를 살려면 왜만하문 베이직을 고르라. 따라서 안전과 상관없는 삐까번쩍한 옵션들은 구입하지 마시라. 더구나 이것저것 옵션을 많이 달면 자동차 가격에 따라 붙는 각종 세금과 보험료만 비싸진다.

사실 오늘 비비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다. 잘 들어바바.

최근에 자동차생활이라는 국내의 저명한 자동차잡지사에서 실시한 연비측정이 있었다. 간단히 브리핑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