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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법관 임용을 즉각 철회하라! 


2000. 7.07. 금요일
딴지 정치부 논설우원 최가박당

1894년 프랑스의 드레퓌스 


1894년 프랑스 주재 독일 대사관의 우편함에서 프랑스 육군 기밀문서가 발견되었다. 이에 프랑스 정보국에서는 내부에 독일 스파이가 있음을 감지하였고 결국 기밀문서의 필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유태인 장교였던 알프레드 드레퓌스(Alfred Dreyfus)를 체포하였다.

 






바로 얘가 전유럽을 
들끓게
드레퓌스

그는 불충분한 증거와 본인의 계속적인 무죄 항변에도 불구하고 1894년 12월 군사법정의 비밀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남아프리카의 악마도라는 섬에 수감되었다.

이 사건이 바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유럽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드레퓌스 사건이다. 


한 젊은 청년장교를 반역자로 몰고 간 이 사건의 이면에는 프랑스 국민간에 잠재되어 있던 반유대주의와 1870년 보불전쟁에 패한 뒤 생긴 강한 프랑스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형 마티외 드레퓌스와 양심적인 군인 및 지식인, 법률가 등이 이 사건의 재심을 요구하였고, 마침내 당대 대문호인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글을 통해 드레퓌스를 유죄로 몰고 갔던 이들을 고발하였다. 







여명(LAURORE)지에 
실린 에밀졸라의 글


그런데 보불전쟁 패배 후 강한 프랑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군대를 열망하던 당시의 분위기는 급기야 에밀 졸라 마저 재판에 회부하였고, 그는 결국 영국으로 망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재판이 끝난 후 15개월이 지난 1896년 3월 참모 본부 정보국의 조르쥬 삐까르 중령에 의해 문제의 필적이 보병 대대장인 에스떼라지 소령의 필적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사실 이쯤에서 사건은 무리 없이 수습될 수 있었다. 에스떼라지 소령을 즉각 구속하고 드레퓌스를 석방하면 됐으니까... 그러나 당시의 군 당국은 군 명예 실추가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져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에스떼라지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러자 프랑스에서 벌어진 이러한 국가 공권력의 폭력에 대항하여 유럽과 세계 전역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서서히 드레퓌스의 석방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결국 이 사건은 프랑스 내부의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거쳐 1906년에 이르러서야 드레퓌스의 무죄가 선고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발생한 이 드레퓌스 사건은 온 세계인들에게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값진 교훈을 남겨주었다.


 1991년 한국의 강기훈 


1992년 7월 14일 대한민국의 최고 법정인 대법원의 법관들, 즉 대법관들은 일사불란하게 정치적 음모가 담긴 하나의 범죄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갓 서른을 넘긴 한 무고한 청년을 범죄자로 뒤집어씌우는 순간이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유죄! 그는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자신의 무죄를 호소할 길이 없어진 채 영락없는 전과자가 된 거다.


이 청년의 이름은 강기훈이다.


1991년 5월 8일 김기설이 노태우 정권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 투신 자살했는데, 강기훈은 이 김기설의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혐의를 쓰고 자살 방조죄를 언도 받았던 거다.


이 때, 검찰 측이 내세운 증거라는 게 오직 김기설의 유서 필적과 강기훈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이 사건에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를 독자 열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본 기자는 이 사건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수식되는 것마저 부당할 만큼 몰상식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드레퓌스 사건의 경우 스파이 혐의자에 대한 것인 반면, 강기훈의 경우 유서 대필 혐의자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스파이 혐의라는 말은 성립 가능하지만, 유서 대필 혐의라는 게 과연 상식적으로 성립 가능한 말인가?


드레퓌스 사건은 진실에 관한 것이었다면, 사실상 강기훈 사건은 진실까지 갈 필요도 없는 상식에 관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할 독자분덜을 위해 상식에 관한 두 가지 얘기를 나눠보기로 하자.


 <상식 하나> - 자살 방조죄는 어떤 범죄인가?


자살 방조죄가 성립할라믄 자살자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자살 방조 혐의자가 적극적으로 그 죽음에 가담한 물증이 있어야 한다는 거, 법 공부 안 했어도 상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살자에게 독극물이나 총, 칼을 제공한 물증이라든지, 자살자가 죽을 수밖에 없도록 끈질기게 협박했던 물증 같은 게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분신한 김기설의 자살을 강기훈이 방조했다는데 그건 어떻게 입증될 수 있을까? 강기훈이 김기설의 분신자살을 방조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게 위에서 독자 열분덜과 공유해본 상식이다. 즉,



첫째로, 김기설이 분신할 것임을 알면서도 석유 연료를 강기훈이 제공했다거나...


둘째로, 김기설더러 너는 죽어야 돼! 너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하며 자살을 적극적으로 부추겼던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강기훈에게 자살 방조 혐의를 씌운 당시의 검찰은 위의 어떤 사실도 밝혀내지 않은 채 대법원 확정 유죄 판결까지 이끌어냈다.


상식이 무너지는 첫번째 순간이다.


검찰이 내세운 증거라고는 단 하나. 


강기훈이 김기설의 유서를 대신 써주었다는 거였는데 ... 여기서 우리들의 상식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얘기해 보았음 한다.


 <상식 둘> 유서를 왜 대필하나?


죽으려는 사람이 남한테 유서를 대신 써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게 어떤 경우일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죽으려는 사람이 글을 모르는 문맹이다.


둘째, 죽으려는 사람이 글을 못쓸 만큼의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죽은 김기설은 위의 두 가지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검찰은 김기설은 왜 자신이 직접 유서를 쓰지 않고 강기훈에게 대신 쓰게 했다는 것일까?


당시 검찰은 기소장에서 이 수수께끼를 시원스럽게 풀어냈다.


"김기설은 고딩 중퇴 학력이므로 문장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씨바.. 문장력이 딸려서 이제 저 세상으로 가는 마당에 남한테 유서를 대신 쓰게 한다니,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설사 백번 양보해 정말 자신이 문장력이 딸리기 때문에 유서를 대신 준비해 달라고 했다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세상에 완전히 공개될 목적의 유서임을 알면서 초안을 잡아 글씨는 자살자가 직접 쓰도록 해야 유서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 텐데 - 김기설이 한글 문맹도 아니고 말이다 - 어째서 자살 방조자가 직접 썼을까. 


이게 두 번째로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국가주의와 개인의 인권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대법원 확정 판결 요지문을 보자.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망인이 공소장에 기재된 상황에서 분신자살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고 그 실행을 용이하게 도와주겠다는 의도로 1991.4.27.경부터 같은 해 5.8.까지의 어느 날서울 어느 곳에서 리포트 용지에 검은 색 사인펜으로 유서 2장을 작성하여 줌으로써...[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도1148 판결 中에서]


이게 강기훈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문에서 밝히고 있는 혐의 사실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도대체 검찰이 밝혀낸 게 뭔가. 


4월 27일 경부터 5월 8일까지의 어느 날에 서울 어느 곳에서 유서를 대필했다는 거? 지금 장난하는 거야?


이 따위 몰상식한 사건에 대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수식하는 거, 어쩌면 100년 전 프랑스의 열혈 군국주의자들을 매도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최소한 드레퓌스가 아무도 모르는 어느 날 아무도 모르는 어느 곳에서 기밀문서를 작성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1991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과 1894년에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 사이에는 사실상 강력한 유사점이 존재한다. 두 사건은 모두 국가 권력의 안위를 위해서는 개인의 인권 따위는 무참히 짓밟아도 좋다는 국가주의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거다.


국가주의( 드레퓌스 사건의 경우 유태인을 차별하는 민족주의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 공권력의 전체주의적 폭력에 의해 프랑스의 진실이 무너졌다면,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대한민국의 상식이 무너졌던 거다.


 1991년의 상황


1991년의 이 몰상식한 유서대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유서 대필 사건이 발생하기 1년 전인 1990년, 당시 노태우 6공 정권은 여소야대의 정치상황하에서 더 이상의 정권 유지가 불가하다는 판단 아래 당시 야당이었던 김영삼, 김종필과 밀실야합을 통해 손을 잡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폭거에 궁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으며 3당 합당의 결과였던 거대 여당 민자당이 정식 창당된 이후 민자당 해체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는 전국의 함성이 물결치게 되었다.


1991년 봄에는 민자당 창당 1주년을 맞아 정국 대치 상황이 극에 달했고, 그 해 4월 26일에는 명지대의 강경대가 시위 도중 백골단의 몰매를 맞고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야만적인 공권력의 폭압에 맞서 바로 다음 날 고 강경대 열사 살인폭력 규탄과 공안통치 종식을 위한 범국민 대책회의가 결성되었고, 제 1차 국민대회가 개최되던 4월 29일에는 전남대의 박승희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5월 1일에는 안동대의 김영균이 분신하고 5월 4일에는 경원대의 천세용이 분신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자, 당시 노태우 정권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극한적 항의 시위를 막지 못한다면 6공 정권 자체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결국 6공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 궁민들로 하여금 반정부 세력에게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 있고, 이러한 분신은 부도덕한 정권을 향한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 조종하는 세력이 있음을 부각시켜 그 순수성을  퇴색시켜야 하는 강력한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5월 7일 정부는 전격적으로 청와대 고위 당정 회의를 열어 분신 사건의 배후를 수사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즉, 전국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분신 사건이 운동권 세력의 주도면밀한 단체 행동 속에서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각시키고자 했던 거다. 이것은 당시 정권의 피말리는 최후의 전술이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 즉 5월 7일에 노태우 정권이 분신 사건의 배후가 있다는 지맘대로 심증을 가지고 정밀수사를 위해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때마침 김기설이 5월 8일 아침 8시 7분에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 후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거다.


당시 정부와 검찰이 껀수 잡았다!고 생각한 건 당근지사 되겠다.


 3인방의 활약 : 김지하와 박홍, 그리고 좃선


유서대필 사건이라는 몰상식의 역사를 이끈 또 다른 주역 3인방이 있었다. 그것은 김지하와 박홍, 그리고 좃선(또 나왔다. 좃선!)이다.






91년 5월 9일자 좃선일보에 실린
 박홍 총장의 기자회견내용

당시 서강대 총장이었던 박홍은 5월 8일 김기설이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 자살한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 회견을 열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우리는 이 세력의 실상을 반드시 폭로해야 한다"


고 말했다.


기설의 죽음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이 배후세력설은 당시 언론의 특종감이었다. 그러나 배후 세력이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홍은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


역시 박홍이다. 


이런 부채 도사 수준의 망발을 하려고 박홍은 기자회견씩이나 열고 있었던 거다. 그러나 이런 부채 도사의 망발이 당시에는 통했다. 특히 우리의 열혈 극우 좃선, 그들은 이 부채 도사의 출현을 목빠지고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었다. 부채 도사의 망발에 할렐루야!를 외쳐대는 5월 10일자 좃선의 사설을 봐라.



<서강대의 박홍 총장은 8일 이 대학 구내에서 발생한 김기설씨 분신자살 사건과 관련해서 "죽음의 블랙리스트가 있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배후에 분명히 죽음을 조종하는 선동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박 총장이 어떤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자살 소동에는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의문점이 개재한다는 점을 강하게 느낀다.>


이거뜰 제 정신이 아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기자 회견을 열지 않나,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의 사설에서조차 이 정신 나간 대학 총장의 배후 세력설을 기정 사실화하여 발표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박홍과 좃선이 자신 있게 떠들어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정권의 뒷받침 외에도 너무도 든든한 한 잉간의 정신 나간 외침이 있었다. 그는 바로 7-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김지하였다.


그는 박홍의 망발이 있기 사흘 전인 5월 5일, 좃선일보에 충격적인 전면 칼럼을 게재했는데... 그 칼럼의 제목이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였다. 이 칼럼의 서두를 보자.



<젊은 벗들! 나는 너스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라 말하겠다. 지금 곧 죽음의 찬미를 중지하라. 그리고 그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당신들은 잘못 들어서고 있다. 그것도 크게!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렸다. 젊은 당신들의 슬기로운 결단이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숱한 사람들의 간곡한 호소가 있었고, 여기저기서 자제요청이 빗발쳐 당연히 그쯤에서 조촐한 자세로 돌아올 줄로 믿었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과거 운동권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지하. 그가 극우 신문인 좃선일보를 통해 분신의 배후세력이 있음을 이미 간접적으로 승인해주고 있었던 거다. 생명이라는 뜬구름 잡는 화두에 빠져 분별력을 잃어버린 이 노회한 진보 인사의 충격적 선언은 당시에 정권 유지를 바랬던 보수 세력들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궁민들에게 운동권 내부의 양심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박홍 부채 도사의 발언과 좃선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분위기 조성 작업에 힘입어 노태우 정권은 유서 대필 사건이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획책할 수 있었던 거다.


 개인의 인권을 짓밟은 공권력의 승리


당시 검찰과 언론이 온 궁민을 가지고 놀았던 필적 논란에 대해서는 이 기사에서 직접 다루지 않겠다. 당시 검찰은 너무도 명백한 필적 문제를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대중들을 의도된 혼란에 빠뜨렸으며, 결국 검찰에 의해 복잡해져버린 이 문제를 구차하게 해명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의도에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서 대필 사건이 결정적인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유죄 쪽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재야 운동권 세력은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치명적인 도덕적 타격을 입었고, 이후 6-3 사태(속칭 정원식 밀가루 떡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90년대 초반에 울 나라는 운동권이 초토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당시 운동권들이 보여준 행태들 가운데 비판받을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분신 자살이라는 극한적 투쟁 방식이 여러 차례 이루어진 데 대해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었다.


당시 운동권 역시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여론이 좋지 않았던 분신 자살을 부추길 리 만무했다. 사실상 김기설의 분신이 있을 즈음에는 이미 운동권 스스로 내부의 분신 자살을 막기 위해 감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당한 주장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민주 투사의 실존적 결단은 그 어떤 논리로도 부정될 수 없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그러한 개인의 극단적 결단을 초래한 부조리한 현실이었으며 그 현실을 바로잡음으로써 그들의 희생을 막을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운동권은 정당한 비판을 받는 대신에 가장 저열하고 비겁한 방식의 조작술에 의해 마녀 사냥을 당했다.


더구나 진정으로 비판받아야 할 3당 합당이나 6공 정권의 비민주적 정치 행태는 이 추악한 공권력의 속임수에 의해 철저히 대중의 시선 밖으로 은폐되고 말았다. 일제 시대 이후로 해결해나가야 할 수순을 차분히 밟아나가지 못한 채 편법과 비겁한 술수로 사태를 수습해 온 악순환의 역사가 90년대에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던 거다.


유서 대필 사건을 계기로 80년대까지 지켜오던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구도마저 해체되었고, 그 결과 울 나라는 3당 합당의 산물인 허울 좋은 김영삼 문민정권을 합리적으로 비판할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아엠에푸 구제 금융 사태라는 미증유의 국가 위기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거다.


 결론


이제 결론을 말할 때다.


대한민국 국회는 7월 첫째 주 안에 신임 대법관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열 였다. 신임 대법관 후보 가운데에는 검찰 측 지명자로 강신욱 현 서울 고검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강신욱이 누구인가? 그는 지금까지 길게 설명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에 대한 검찰측 수사 총책임자였던 바, 당시 사건의 부장 검사였다. 본 기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제 이해들 하시리라 믿는다. 1991년 한 무고한 청년을 범죄자로 몰아 한국의 드레퓌스로 만들어 버린 인물이 21세기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주도할 대법관이 된다는 거다. 아, 씨바!


드레퓌스 사건 당시 확실한 증거의 공개를 요구했던 양심 세력들에게 프랑스군 참모 본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것은 중대한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만일 공개할 경우 독일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7월 4일자 <한겨레 신문>에서 강신욱의 측근은 유서 대필 사건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변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첨가했다.



"이 사건 수사는 당시 일주일에 4명이나 분신하는 등 잇따르던 분신 자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드레퓌스의 무죄가 밝혀지면 국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프랑스군 참모본부의 주장처럼, 강신욱의 참모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통해 당시의 사회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거다.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좃선일보와 같은 국가주의 신문이 굳건하게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나라. 아직도 박통의 군국주의 독재가 미화되는 나라. 아직도 양심수가 국가보안법이라는 사슬에 묶여 갇혀 있는 나라. 그리고... 조작된 유서대필 사건의 총책임자가 대법관이 되는 21세기의 자랑스런 울 나라 대한민국은 드레퓌스의 무죄가 밝혀지던 100년 전 프랑스의 상황만큼도 인권과 자유가 보장될 수 없는 나라인 것이다. 


본 기자 독자 열분덜께 아무리 목놓아 호소를 해도 본 기자의 힘으로는 강신욱이 대법관이 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런 거 막아내라고 뽑아 놓은 울 나라 국회우원들이 그 일을 해낼 리 또한 만무하다.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울 나라 국회우원 이 쉐이들... 








대법원의 상징조형물 <법과 정의의 상>
법과 정의가 펑 뚫려 버렸도다..
 


강신욱이 대법관이 되는 걸 그냥 멍청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 오늘의 소시민들이여... 이제 머리띠를 두르기엔 너무 나이를 먹어 버린 일상의 사람들이여... 그대들이여, 길거리로 뛰쳐 나오라는 건 아니다. 


다만, 울 나라는 아직도 강신욱 같은 자가 대법관이 될 수 있는 나라라는 걸 잊지 말자. 


몰상식한 역사를 만드는 것은 정치가들만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라는 몰상식의 역사는 그 시대의 비합리적인 사회 상황 전체가 온 국민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던 결과였다.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해서는 안된다. 국민이 바보가 되면 안된다. 오늘날 프랑스가 자유와 인권의 나라로 대접 받는 것은, 일찌기 에밀 졸라를 비롯한 프랑스의 양식 있는, 바보같지 않은 시민들이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밝혀낸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단적 건망증 속에서 강신욱을 대법관으로 만들고,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 완전히 잊어버리는 한, 우리 국민들이 바보가 되는 수치의 역사를 언제고 또 한 번 반복할 날이 온다. 그러니, 이번엔 결코 잊지 말자.


그리고, 이제 앞으로 죽을 때 죽더라도 유서만큼은 빈틈없이 확실하게 쓰고 죽어라. 당신의 친구 제 2의 강기훈이, 또 한 사람의 한국 드레퓌스가 2000년 아무 날, 서울 아무 곳에서... 어쩌고 하며 대법관 강신욱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는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니까. 씨바...




딴지 정치 논설우원 
최가박당 (hoggenug@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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