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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좃선벼룩 남북정상회담 보도 디비기

2000.7.10.월요일
딴지 전임논설우원 Samuel Seong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해였으니 92년도였을 게다. 프로야구 플레이 오프가 시작되자 텔레비젼이 있는 도서관 지하는 미어터질 지경으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20인치 화면에 신경들을 집중시켰다. 

 

롯데와 빙그레 팀의 경기 도중, 롯데의 한 선수가 도루를 시도하다가 그만 2루에서 아웃 당하고 말았다. 심판의 손이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리꽂히며 아웃임을 선언하는 순간, 도서관 지하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저기 우예 아우고!!!(저게 어떻게 아웃이냐?) " 라는 어느 학생의 절규를 신호로, 시끄럽기로 말하자면 중국인들도 상석을 양보한다는 옛 신라 가야 백성들의 후예 갱상도 싸나이들은(나 포함) 왁자지껄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심판.. 콱 쎄리 문대 삘라 마.." 
"절마 눈까리는 도다리 눈까리가?
"와 민지겠네  누가 내 좀 말리 도고..
"

 

그 투박한 갱상도 사투리들은 좌중을 완벽히 압도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용감한 자 있었으니..... 왁자지껄이 잠깐 조용해진 틈을 타서, 구석에서 묘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것이 워떻게 세잎이데유우~~~ 아웃이지이.."

 

난데없이 정통 충청도 사투리가 튀어나오자 폭소가 터져 나왔고, 그제야 갱상도 사투리에 기죽어 있던 각 지방의 반발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맞아. 타이밍 상 완전히 아웃인데 뭐." "참말로 쩌것이 워첵게 세잎이라고 악을 써? 확실한 아웃이구마...." 그러다가 또 폭소.....

 

친구넘이 몇 년 전 어느 통신동호회에 올려놓았던 글이다. 남쪽에서도 가끔 사투리로 이런 일들을 겪기 마련인데, 아예 표준어가 다른 남과 북은 오죽하겠는가? 

 

이처럼 남쪽에서만 하더라도 출신지역의 사투리로 인한 오해를 겪을 수 있는 판에 분단된 지 50여 년, 그것도 남쪽에선 표준어라는 이름으로 경기지역의 사투리를 강제하고 북쪽에선 문화어라는 이름으로 평양지역의 사투리를 강제하기 시작하면서 남과 북의 말이 조금씩 달라져갔다. 

국어국문학 전공도 아닌 본 우원이 머 잘 모르는 것두 잘 아는 것처럼 썰을 푸는 월간좃선 찌라시 공장장인 조깟제군도 아니고, 남북간 언어 이질화에 대해 다루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북한의 문화어와 우리의 표준어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에 대해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지난 91년 남북 고위급 회담이 평양에서 열렸을 때 대한민국 언론사들이 최고의 특종으로 낚아올렸던 것이 무엇이었는 줄 아시는가? 

평양시민들은 묘향산으로 해수욕을 간다

는 것이었다. 본 우원, 아직도 방송을 타던 그 장면을 똑똑히 기억한다. 질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평양시민이 피서철에 휴가를 어디로 가느냐 정도만 알아먹곤 묘향산으로 간다고 했던 것을 피양시민들은 묘향산으로 해수욕을 갑네다라고 신나서 떠들었던 것이다. 

화장실 가고 싶어서 화장실 가두 되냐구 물었더니 일 없습네다(요게 괜찮습네다와 동의어라는거 알쥐)라는 대답을 듣곤 그걸 가선 안 됩네다로 이해하는 바람에 화장실도 못 가고 참았다는 일화와 거의 삐까삐까한 수준의 이야기를 북한의 생활수준과 연결시키고, 체제의 우월성과 연결시키는 당시 대한민국 언론의 하이퍼리얼리즘에 기반한 논리전개를 보면서 기도 안 찼다.

거기다 빤쭈를 잘 입고 댕기는지 알아보겠다고 지나가는 여자애 치마를 들추기 까지 했으니 이런 기사거릴 찾아 방황하는 하이에나때나 다름없는 남조선 기자선생들을 북한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겠는가. 

처음에 약 100여 명으로 이야기되던 방북기자단의 규모가 80명으로 줄고, 마지막엔 50명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북한인들의 뇌리에 각인된 하이에나떼의 만행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럼 자유로운 취재활동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회담 전부터 회담이 끝날 때까지 줄창 투덜거렸던 좃선벼룩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한기레의 청와대 출입기자 성한용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기자들은 방북취재단 선발 과정에서 이런 진통을 겪게 되면서, 취재인원을 50명으로 고집한 북한당국에 대해 정말 많은 원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북한당국을 원망할 수만은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취재인원에 대해 그토록 고집을 부린 이유를 기자들이 생생하게 알게 된 것입니다.

 

지난 1일 프레스센터에서는 방북기자들을 상대로 통일부와 국정원의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약 10년 전 남북고위급회담 때 북한을 방문해 취재했던 언론계 선배기자의 경험담을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선배가 놀라운 고백을 했습니다.

 
 

당시 취재기자들은 대개 현직 정치부장들로 편성이 됐는데, 북한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오기 직전에 평양에서 각자 취재한 북한 주민들의 이름과 나이를 서로 서로에게 알려주었고, 서울에 돌아와서는 이를 토대로 북한 주민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마구 기사로 써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나중에 이 기사를 보고 한국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선배 언론인은 "우리가 잘못해서 여러분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준 것 같다"며 진솔하게 사죄를 했습니다. 우리 언론의 잘못된 작문풍토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면서, "여러분은 역사적인 현장의 기록자로서 절대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를 했습니다(한겨레 뉴스메일 익스프레스).

 

이 브리핑 중에 디비 잔 건지, 우리나라 말을 몬 알아먹었는지, 하긴 좃선벼룩이 봉창 두드리는 소릴 한 게 어디 한두 번 있었던 이야기인가. 

남북정상회담에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면서 그 의미를 폄하하거나, 북한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믿다가 뒤통수 맞으니까 딴소리 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사진 가지고 장난치거나... 이 쉐이들이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진행되던 동안 행한 보도행태는 역사에 길이 남겨야 마땅하다. 이미 왕따 당하고 있는 좃선벼룩을 굳이 아까운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들여 3일치씩이나 봐준 것도 이 쉐이들의 꼼수를 남겨두기 위함이다. 
 

자..그럼 이제부터 남북정상회담 기간동안 좃선벼룩의 보도에 날짜별로 샅샅이 함 흝어보자. 

 


 

 6월 13일

주목해 볼만한 기사는 두 개다. 하나는 2면의 사설 그리고 3면의 기자수첩 

 기자수첩에선 성은 공동이요, 이름은 취재단이라는 형태로 밖엔 기사를 송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원문) 하지만 이 아저씨, 청와대 출입기자였으며, 6월 1일의 과거 우리 기자단이 방북 때 저지른 결례와 조작에 대한 내용을 분명히 브리핑 자리에서도 들었을 터인데,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또 다시 북한에서의 취재 자유 문제를 꺼내는 거 이거 정말 속 보이는 짓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사설. 이거 거의 협박이다. 기니까 마지막 부분만 함 보도록 하자. 
 

 



 
김 대통령 일행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을 성사시킴이 없이 사회간접자본 지원 등 일방적인 경제지원만 약속하는 일이 없기를 많은 국민들은 바란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추호라도 손상을 입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며 한국인의 안녕과 번영을 책임진 사람이기 때문이다(원문).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그에 상응하는 것을 받지 못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아예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거야 좃선벼룩이 심심하면 하던 소리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추호라도 손상을 입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이야길 꺼낸 까닭이 뭔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손상 입히는 데 ? 그리고 그 어떤 행동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손상을 입혔는 지 안 입혔는 지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데? 좃선벼룩 지들이?

이 것만 가지고도 씹어대도 하루종일이다만, 갈 길이 머니까 이건 그냥 양념으로 치고 넘어가자.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멀다.

 6월 14일

이날 주목해봐야 할 이야기들... 졸라 많다. 사실 13일 TV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수밖에 없는 꺼리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니까. 하나씩 따져보자. 

 뒤틀려서 못 보겠다. 사진이라도 바꾸자?

본 우원, 13일 오전 10시 38분 평양의 순안비행장에 대한민국 공군 1호기가 도착하면서 부터 전국 중앙일간지들을 몽땅 검색하던 중 웃다가 뒤로 넘어갈뻔 했었다.  왜냐구? 각 중앙일간지 웹싸이트에서 13일 오후에 마빡으로 장식하고 있던 부분들부터 보자. 
 

 







 
동아일보 대한매일
 
 







 
중앙일보 한겨레
 


얘들은 이렇게 했다치고 우리덜의 영원한 꼴통, 좃선은 어떤 게 나갔었냐고?
 

 







 
사진만 확대한 것
 

이 날 주요신문의 웹사이트 중 좃선을 제외한 모든 신문에서 마빡 사진으로 쓴 것은 공항에서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 겸 하여튼 졸라 많이 겸직하고 있는 아저씨가 직접 김대통령을 영접하는 사진이며, 두 정상이 웃으며 손을 맞잡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좃선만은 하고 많은 감격적인 순간에 대한 사진말고, 백화원 초대소에서의 사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도 자세히 보면 김대통령은 눈도 감고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떱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냥 단순하게 따져보자. 50년 만에 한 민족의 두 정상이 최초로 손을 맞잡는 장면보다 뉴스가치가 큰 사진이 있는가. 언론이 이런 걸 실수로 안 실었다고 생각하는가. 앞서 말했듯 평양에서 보내진 모든 사진은 공동기자단의 이름으로 각 언론사에 똑같이 공급됐다. 그럼에도 하고 많은 사진 중에 굳이 저 골때리는 찰나의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짠대가리 씨방새들.

 

 헛방 지르기. 

이 부분은 한겨레21에서 다뤘지만, 그 전에 본지에서도 조사한 바 다시 한 번 발켜주마. 

김대중 대통령이 순안 비행장에 도착해 북한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을 때 연주된 노래인 용진가는 온 민족이 힘을 합쳐 미제국주의를 치자는 가사를 가지고 있고, 이날 김 대통령이 넘어간 군사분계선 양쪽엔 100만명 이상의 중무장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잊지 말아야 하고, 남과 북의 이해가 합치하는 부분은 조그마한 실마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썰을 풀었다. ( 기자수첩일단 산뜻한 출발... 북한 변화의 메시지인가? )

일단, 용진가의 진실은 무엇인가. 
일단 다음의 노래 두 곡을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편곡만 다를 뿐 같은 음악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리듬 같구, 하모니도 같은 데 다른 것이라곤 군대에서 쓰기 쉽도록(분열 같은 거 할 때 발 맞춰야 하자너) 강한 비트를 넣은 것. 

사실, 용진가 원곡도 원수를 쳐부수자는 내용을 가지고 있긴 하다. 노래 가사가 

 

" 요동 만주 넓은 뜰을 쳐서 파하고~ 여진국을 토멸하고 개국하옵신~ 동명왕과 이지란의 용진법대로~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쳐보세~ "

 

로 나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넘의 원수가 일본제국주의인지 미제국주의인지 구분도 몬하는가. 나중에 이게 계속 문제가 되니까 전주 신흥고등학교 교가와 같은 노래(원문)라고 정정보도도 안 하고 은근 슬쩍 넘어가버린다.

가사 하나 가지고 그 지랄을 했으면서도, 정작 50년간 주적이었던 북한의 군대를 남한의 국군통수권자가 사열했다는 엄청난 사건에 대한 의미부여는 전혀 없다. 북한이 뭘 하든 그렇게 우쨌든간에 밉기만 하나. 씹숑덜...

 딴청부리기

14일자 좃선벼룩의 사설에선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며(전문)을 통해 북한이 변해야 남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제나처럼 50년만에 정상회담이 있든 어쨌든 무슨 일이 벌어져도 좃선은 항상 북한만 변해야 한다고 지랄을 떨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아와 피아는 누가 되는가. 

남한과 북한이 인도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후에는 상호간에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수 있는 경제협력이 확대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OECD 가입국으로서 이전과 같이 최혜국 대우 등을 통한 관세장벽 돌파가 난감해진 우리로선 북한을 통한 우회수출로, 한의 SOC 확충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획기적인 물류루트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 주변 4강이라 부르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그럼? NMD, 이른바 광역미사일 방어망체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의 일부 집단을 제외하곤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기정사실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 뒤에 벌어질 대규모 북한경제 부양플랜이 자국에 얼마만큼의 이득을 미칠까 하는 것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20키로 남짓 끊겨져 있는 경의선 및 경원선의 복구는 일본이 북한에 지불하는 식민지배 배상금으로 거의 확정된 상태이니 이 공사를 어떤 넘이 어떻게 따느냐는 건 구한말에 식민열강이 이 땅에 달라붙던 때와 맞먹는 기회다.

더군다나 이 라인이 국경 넘어 어느 쪽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중국에게 더 이익인가, 아니면 러시아와 미국(경원선이 우선적으로 복구된다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먼저 가동된다는 것이고, 경수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신포를 통과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미국은 한 축으로 묶일 수밖에 없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떨어질 것인가 결정되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고 한다면 남과 북이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확고한 남북 공조체제를 통해 주변국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아는 남과 북이요, 피아는 주변 4강이라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자주적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공동선언에 어떤 넘들이 어떻게 반응했을지는 빤히 나오는 게 아닌가? 

 

더 이상 남북문제에 주도권을 쥘 수도 없고, NMD계획추진을 할 이유도 애매해지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철도노선 확보도 애매해진 미국이야 떨떠름해질 수밖에 없는 반면에, 북한과의 관계회복에 들어간 중국은 그만큼의 경제적 실익은 물론 신경 쓰이는 미국의 NMD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을 기대할 수 있으니 가장 적극적으로 환영의 의사를 표했던 것도 당연한 것이다.

좃선은 이러한 정치외교적 분석기사는 우찌된 게 찾아보기가 힘든 반면, 북한의 변화가 있어야 남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50년 된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란 말 자체가 불쾌하다"는 한국논다의 발행인 이도끼씨나 "냉전구도 해체란 공산당의 해체"라며 역시 방방 날고 있는 좃선찌라시 공장장 조깟제 마냥 날뛰었다간 눈총 받을 거 같으니 북한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쪽에 얼마간 포커스를 맞추다가, 그것도 잘 안 먹히니 나중엔 우리 장수가 적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필로 방방 날기 시작한다. 그 방방 뜨는 꼴을 한 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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