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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기] 짭새매직 익스프레스 쇼

2000.7.07.금요일
딴지 관광청장 뚜벅이

놋데 호텔은 2001년 한국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 등 관광특수를 맞아 파리의 리도쇼나 무랑루즈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들이 북한의 평양교예단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직접 관람한 후 기대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탤랜트  손짓창 가족이 라스베가스에서 대박을 터트렸다는 보도 이후 해외로 향하는 국민들이 많아진 것도 이러한 쇼를 기획한 이유라고 밝혔다. 

놋데호텔의 이 쇼는 국내 최정상 공연단인 <공권력 푸로덕션>이 총연출을 맡았으며 3,000명 이상의 짭새공연예술단이 출연하는 초대형 호화 버라이어티 쇼로 <짭세 매직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공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쇼의 연출을 맡은 <공권력 푸로덕션>은 1950년 설립된 후, 전국을 돌며 수 만 회의 위문 공연을 통해 국민들의 사기(死氣)를 고조 시키고 민심을 흉흉히 달래는데 기여 해 왔다. 

<공권력 푸로덕션>의 주 공연단인 <짭세 공연예술단>은 대학교나 산업현장 공연를 주로 담당하며  방패와 화이바, 곤봉 등 다양한 툴을 이용 하여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 보이는 특징이 있으며, 공연 중 보여주는 잡기(雜技)의 세세(細細)함이 하늘에 이른다 하여 잡세(雜細)라고 불리게 되었다. 





 
 



<짭새 공연예술단>의 아크로바틱한 포즈. 

 

 

 

이들의 공연 중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하는 명 공연은 60년대 <4.19 학삐리의 밤 행사>, 70년대 말 <YH 여공 위문 콘서트>, 80년 <빛고을 피바다 공연> 등이 있으며, 91년에는 공연에 열중한 배우가 차력 시범 중 쇠덩어리를 관중석에 던져 한 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명지대학교 공연 치사사건>이 일어나 짭세 예술단은 속죄의 의미로 서울 도심에서 매일 지랄탄 쇼를 선보였다. 

그러나..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던 짭세 예술단의 쇼는 유명한 차력사와 배우들이 다 은퇴 해 버리면서 그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고,  급기야 들쭉날쭉한 공연수준으로 국민들의 자자한 원성까지 듣고 있던 형편이었다.

최근 들어 <매향 빌리지 주한 미군 위문공연>에서만 흥행에 성공 했을 뿐, <전국 의사 협회 순회 공연>에선 공연단이 늦게 도착한데다 공연 중에도 멀거니 서 있기만 해 TV중계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또 뒤이어 한거레 공연장에서 열린 <고엽제 전우회를 위한 해병 음악회>에선 어리버리한 초보 전경공연단이 단체관람을 하던 해병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이러한 사태가 이어지자 <공권력 프로덕션>의 주가가 급속도로 하락하였으며, 이에 열 받은 공 프로덕션의 최대주주인 김데중 회장은 강력하고 화끈한 쇼를 통해 옛 명성을 되찾을 것을 월급사장에게 지시하였고, 이에 자극 받은 공권력 프로덕션 사장은 돌파구를 찾으려 노심 초사 하던 차, 때마침 놋데호텔에서 연출 의뢰를 받자 OK사인을 보내고 대대적인 출연진 정비 작업부터 들어간 것이다.

 


 

 

놋데호텔의 <짭세 매직 익스프레스 쇼>는 드물게도 3,000명이 넘는 짭세 패밀리가 출연하는 대규모 쇼로 기획되었다. 짭세 패밀리는 최근들어 부진한 공연실적으로  <디제이 닭>이라는 3인조 공연단에게조차 무시를 당하는 둥 갖은 수모를 겪었던 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놋데호텔 공연에서는 대대적인 출연진 정비를 하면서 기존의 초보 전경공연단대신 국립 특공진압 아카데미 출신과 왕년의 수퍼스타 배꼽단을 선발해 공연을 대비하였다. 

 

 

드뎌 지난 6월 29일...

놋데 호텔의 크리스탈 볼룸 대연회장에서 새벽 세 시부터 일곱 시까지 장장 네시간 동안 펼쳐진  긴급 시연회는 1,000여명의 <놋데 호텔 계약직 노동자 위문 행사>의 타이틀로 개최 되었다. 이 날 공연전 대기실에 있던 짭세들은 짭세 패밀리의 개편 후 첫 쇼라는 긴장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주를 몰래 빼 먹으며 초조하게 무대개막를 기다렸다. 드디어 판소리 병창을 시작으로 <짭세 매직 익스프레스>의 막이 올랐다. 

별부주전을 원작으로 걸쭉한 육담을 담은 <토끼몰이전>이 고수(鼓手)들의 "두두두두" 신발 소리 장단에 맞춰 불리워졌다. 소리도 소리려니와 관중을 향해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너름새와 발림도 일품이었고 특히 딸꾹으로 되풀이 되는 추임새는 오프닝만으로도 관중석을 부르르 전율케 하였다. 그 중 한대목을 들어보자..

이리 오니라 대구리 박고 놀자 (딸꾹)
지랄탕을 주랴 최루탕을 주랴 (딸꾹)
씨바 씨바 씨바 모다덜 내 밥들이로세 (딸꾹)

오프닝에 이어 부채춤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방패춤이 이어졌다. 

 

 



 
 


일루 와바바. 니 머리통도 팍 찍어주께..

 


계속해서 <사생 결단팀>의 강도 높은 고압 물펌프쇼와 <자객 무희팀>의 충정봉 춤 등이 계속 되다가 <108앙마단>이 나와 난타 공연이 중심이 된 아수라쇼를 펼쳐 대자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따우 쇼를 처음 보는 관중석에선 여기 저기서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쏟아지고 기절하는 임신부 등이 속출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날 쇼의 하이라이트 <배꼽단>이 외줄을 타고 리드미컬하게 등장하면서 관중석은 일순 얼어 버린듯 조용해 져 버렸다. 오~오! 배꼽단...

70년대 박통 회장에 의해 발굴되어 그 신출 귀몰한 몸동작과 번개처럼 빠른 스텝, 물쇼, 불쇼를 가리지 않고 소화하는 만능 에너테이너로 90년 중반까지 역대 회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그들 아닌가.. 특히 하얀 모자에 청자켓, 배꼽을 살짝 보이는 청바지의 무대 의상과 관객 한명을 찍으면 그 넘이 배꼽을 잡고 웃을때까지 공연을 멈추지 않는 집요함으로 배꼽단이라 불리며 국민을 열광에 덜덜덜 떨게 했던 쇼단.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

배꼽단이 무대에 나오며 "호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연장을 꽉 채운 채  앉아있던 1,000여명의 관객들이 몽땅 한쪽 구석으로 몰리고 엉켜져 버린 것이다. 80년대 배꼽단이 노상공연에서 주로 선보이던 <토끼 매직 쇼>의 실내버전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 했다. 갑자기 <섬광 불꽃>과 <연막 폭죽>이 터지면서 특수 효과에 의해 공연장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지며 운무에 뒤덮히더니 관중석은 온통 눈물, 콧물, 재채기의 감격의 울음 바다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쇼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배꼽단은 현란한 발차기와 방패찍기, 육두문자 개그를 선보이며 넋나간 관객들을 36층에서 현관까지 불과 수 분만에 이동 시키는 <공간 이동 매직 쇼>를 선보였으며, 4시간동안 펼쳐진 숨을 쉴 수 없는 격렬한 쇼에 정신이 나간 관객들은 요양을 위해 서울 각지의 짭세휴양소에 보내져 격리수용되었다.

 


 

 

이 날 공연장을 CC-TV를 통해 지켜보던 <공권력 프로덕숀>의 김데중 회장은 간만에 성공적인 쇼를 보여줬다며 노고를 치하하였고, 이에 고무된 <공권력 프로덕숀>은 한맴 의료보험 노동자 위문쇼를 강행하여 수천명의 노동자에게 뿅가는 쇼를 선사하였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위문쇼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정신을 쏙 빼 놓는 짭세쇼를 강행한 것은 <공권력 프로덕숀>의 주가를 높이기 위한 고도의 주가조작작전이며, 이 작전을 지휘한 김데중 회장과 이무엉 사장은 즉각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얼마전 파업을 마치고 현업에 복귀한 의사들은 노동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짭세쇼를 강행한 것은 김회장의 몸에 래임독(來任毒)이라는 균이 퍼져 가고 있기 때문이며 이 독은 팔미산으로 통증을 흩어내고 삼리두혈을 취한 후 김회장 대구리를 몇 대 두들겨 주면 치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옆에 있던 허 간호사,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중얼거린 후 순풍 찍으러 사라졌다 한다.

 

"몇대는 약한데..충정봉으로 졸라 패준다면 몰라도.." 

 

 

 

 

 

 

김회장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딴지 관광 청장 뚜벅이(ddubuk@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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