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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명] 원조의 실체를 발켜주마 (1)

2000.7.06.목요일
딴지 텍사쑤 특파원

평양랭면 , 전주비빔밥, 장충동 족발, 신당동 떡볶이..
 

우리 주변에는 지명을 내걸고 자신이 원조임을 주장하는 수많은 상품들이 있다. 원조... 그곳엔 다른 곳과는 틀린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단어다. 그래서 장충동 족발집, 신당동 떡볶이 집들은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어 소비자들에게 과연 어느 곳이 진정한 원조인지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원조의 범람 비단 국내 지명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외국의 지명을 딴 수많은 상품들이 있다. 

 LA갈비, 비엔나 커피, 후지우동, 이태리 타올....
 

과연 이러한 상품들은 왜 그런 지명을 붙였을까. 그 지명이 그 상품의 발생지이기 때문일까. 아니, 그 곳엔 그런 상품이 존재하기나 한 것일까. 아무도 관심 없이 무심코 지나간 일에 목숨을 막 걸어버리는 본지, 의문에 봉착한 이상 민족문화의 올곧은 창달을 위해 과감히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본지의 전세계적인  네크워크를 슬쩍 가동 파헤쳐낸 원조의 실체들을 발켜주마.

자... 그럼 간다.
 


 

 터키탕

터키에는 터키탕이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한 실정이다. 그러나 본지의 정밀조사 결과 터키에도 터키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터키식 때밀이 목욕탕이 있다고 보문 되겠다. 그러나 터키의 터키탕은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선목욕 후빠굴 시스템이라는 의미의 터키탕은 당근 아니다.  

대개의 경우, 터키에 있는 터키탕의 경우 우선 들어가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 되어 있고 탕으로 들어가면 때를 미는 "건장한 남자 때밀이"들이 있다. 비누를 듬푹 칠해 잔뜩 거품을 내에서 때를 민다는 점에서 한국의 터키탕과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식 터키탕의 가장 큰 특징인 후빠굴이 제외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과연 진정한 터키탕인지에 대해선 학계의 후속연구가 기대되는 실정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선목욕 후빠꿀 시스템을 채택한 터키탕은, 일본에서 "토루코탕"( 토루코는 터키의 일본식 발음 )이 60년대 초반 한국으로 유입되어 변형 바전한 경우라 하겠는데, 그 포메이션도 일본의 그것과 아주 유사하다. 일본, 한국 양국 모두 터키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 의해 일본은 "소프란도"(Soap Land)로 한국은 증기탕으로 이름을 바꾸어 여전히 성업 중에 있다.

즉, 터키에는 우리나라식 터키탕이 없다가 정답되겠다.

 후지 우동 vs 사누끼 우동

후지 우동의 유래는 설명하기 전에 본 기자, 예를 하나 들어 주고 싶당. 

독자 여러분들 다덜 아시겠지만 "전주 비빔밥"이라는 게 있다. 모 설명 필요 없을 정도로 "전주 비빔밥"하면 몬 줄 다 아실꺼다. 그럼 "목포 비빔밥"은 어떨까? 모 목포 사람들도 비빔밥 먹으니까, 말이 전혀 안되라는 법은 없지만 들어 본 적은 없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후지 우동은 앞의 "목포 비빔밥"이라고 생각 하면 된다. 일본에 후지(富士)라는 지명이 있고, 또 우동이라는 음식이 있다. 그러니 <후지 우동> 안될 꺼는 엄따.  하지만 후지우동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유명하거나 모 특별한 재료를 넣어서 만드는 건 아니다 이 말이다. 그런데 이게 우짜자고 이런 말이 만들어져 퍼졌는지 는 본지 계속 추적 중이다.

반면, 

요즘 들어 거리를 걷다 보면 사누끼 우동 개시라는 간판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우동은 앞에서 든 예의 "전주 비빔밥에 해당한다 하겠다. 일본에서 흔히 쓰는 <관서우동> , <관동소바>라는 말처럼 관서우동인 사누끼는 일본을 대표하는 우동이라 할 만하다. 

에도시대에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발달한 면발이 연하고 야들 야들한 관서우동이 사누끼(讚岐) 우동의 시초이며, 특히 기후가 좋아 양질의 밀이 생산되는 시꼬꾸(四國)지방을 중심으로 발달된 것이 사누끼 우동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사누끼 우동이 전부 시꼬꾸 지방의 밀을 쓰는 것은 아니고, 사누끼 우동의 특징 중 하나인 수타식 면(손으로 직접 면을 만드는 방식)을 쓰는 것으로 그 이름값을 하는 거지만. 

하여간, 후지 우동은 목포비빔밥이고 사누끼 우동은 전주비빔밥이다.


 비엔나 커피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 그 대신 차잔에 먼저 설탕을 넣고 커피를 따른 후, 스카라고멜이라는 휩핑크림을 가득 올려 마시는 아인슈패너 (Ein Spanner) 또는 카페 미트 쉴라고버 (Kaffee mit schlagober)라는 커피는 있다. 

이게 국내의 비엔나 커피의 제조법과 비슷한 걸로 보아 비엔나 커피의 원조격이 아닌가 싶다. 비엔나 커피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세계적인 용어인데, 비엔나 현지에서 이 커피를 맛 본 여행자들이 자기들 나라에 돌아가 제조법을 흉내내 만들어 놓고는, 커피 이름이 상당히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단하게 비엔나 커피라고 부른다는 게 다수설이다. 

그러니까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의 커피는 없지만 그 원조격인 아인슈패너 커피가 있는 것이다. 하긴 전주비빔밥이 유명하지만 전주에서야 굳이 전주비빔밥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비엔나에서 비엔나커피라고 부를 필요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요즘은 오스트리아에서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를 가보면 vienna coffee라고 영어로 써 놓은 메뉴를 볼 수 있는데, 그건 아마도 자기 동네에서 비엔나 커피를 마셨던 사람들이 그 원조의 도시 비엔나에는 당연히 비엔나 커피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하도 비엔나 커피를 찾으니까 비엔나 커피라는 말을 역수입해다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파는 것이 아닌가 한다.

 LA갈비

 

 




 
  품명  : LA갈비
  원산지: 미국
  영문명: Short Ribs
  용도  : 구이용
 

예전엔 소갈비, 돼지갈비 류는 아버지 생신 정도의 행사에서나 맛볼 수 있는 궁중요리 레벨의 음식이었다. 그나마도 양념으로 위장된 수많은 무를 눈치껏 제껴내야 겨우 하나 건져 먹을 수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8,90년대 들면서 갈비는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는데 그 선봉에 선 것이 바로 LA갈비였다. 

소고기 수입개방 이후, 이 LA갈비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싸구려 부페의 단골메뉴가 되었고, 주말 우리 가정의 식탁을 기름지게 하는 데 공헌한 일등공신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갈비는 짝갈비라 하여 덩어리의 형태로 유통이 되며, 수입산, 특히 미국에서 들어오는 갈비는 국산 갈비의 반 토막만한 크기로 수입이 되어 들어 온다. 

그런데, 이렇게 수입된 갈비의 시초는 한인들이 대규모로 밀집해 있는 지방에서 미국산 갈비를 이용하여 한국식 갈비양념을 올려 구이용으로 먹었던 것이  시초이며 그 지역이 바로 LA였기 때문에, 소고기 수입 개방 후 미국산 갈비가 정식으로 수입되면서 그 이름을 LA갈비라고 붙였다는 게  다수설 되겠다. 그 갈비가 LA지역에서 자라고 도축된 고기에서 나온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해서 LA갈비와 LA와는 관계가 없지 뭐. LA 사는 한인들과는 관계가 있어도...

  월남 치마

예전 아줌마의 트레이트 마크었던 월남 치마. 이 치마는 알록 달록한 무늬와 졸라 컬러풀한 색깔, 허리에 고무줄을 넣는 것이 특징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아가씨로부터 아줌마를 분리해 주는 기준이 되었던 의상이었다. 70년대 월남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가져와 유행되었다는 썰이 유포된 채 통용되고 있는 그 월남치마...

허나 월남에는 요런 스타일의 월남치마가 없다. 이 옷을 월남사람한테 보여주면 그들이 은근히 무시하는 캄보디아인(Nguoi Capuchia)같다는 반응들을 나타낸다. 아마도 그들이 월남치마를 본 느낌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기모노 비스무리한 옷을 보여줬을 때의 느낌이랑 비슷한 듯 했다. 

TV를 통해서 많이 보았듯, 월남에선 흰색의 AO DAI(아오 자이)라고 불리는 상의가 겨드랑이까지 쫙쫙 달라 붙는 졸라 쌕쒸한 옷을 입는다. 

지역에 따라 쓰임새가 조금씩 틀리긴 하지만 아오자이는 월남의 가장 대표적인 의복으로  공무원, 직장여성, 학교 선생님의 평상복으로 쓰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여학생의 교복이 되기도 한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월남치마라는 말이 나왔을까... 정작 베트남에는 월남치마가 없는 데 말이다. 혹시 월남(月南) 이상재 아저씨가 치마를... 이 월남치마의 유래를 아시는 분 혹은 혹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독자 제위... 바로 본 기자에게 멜 쎄려주시기 바란다. 

 

피에쑤> 본 기자 월남 이야기 나온 김에, "월남뽕"의 유래도 발키고 싶었다. 본기자의  측근들을 통해 면밀히 조사활동을 벌여 보았으나 말짱 황이었다. 월남뽕과 월남치마는 도대체 관계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월남뽕의 유래를 아는 사람들도 즉각 본기자에게 멜 쎄려 주기 바란다. 본기자, 우리 민족이 이렇게 월남뽕의 어원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 단어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잠도 제대로 안 오면서, 갑자기 뽕부라가 차고 싶어진다... 아... 

 

 

 

 

  

 

지금은 한국에 있는 텍사스 단독 기자
이석주 (eddie@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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