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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산게임, 이제 너거뜰은 말이다..

2000.6.19.월요일
딴지 유격대 게임파트 대표조교 김성훈
 

국산게임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국산게임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을 시작으로 통코, 샤키, 으라차차 등과 같은 슈팅 액션게임을 거쳐 국내 게임계의 획을 그었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를 필두로 한 창세기전, 드로이얀 과 같은 RPG게임, 삼국지 천명, 임진록 과 같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그리고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과 같은 온라인 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이란 게임개발의 불모지에서 게임 제작자는 밥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절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스타 크래프트" 의 성공을 눈으로 목격한 외국의 게임유통사들이 슬금슬금 한국으로 기어들어 오고 있다. 

말 그대로 작금의 게임시장은 그야말로 돈 되는 장사이며 한국의 게임 시장은 타오르는 망사빤쓰라는 말이다.

세계 유래없는 PC방의 등장으로 온라인 게임시장은 눈부시게 성장했으며 닷컴들의 몰락으로 투자자들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 모두들 BLIZZARD의 "스타 크래프트" 와 ANDAMIRO의 "Pump It Up"의 성공 (상업적인 성공만을 말한다. 게임 자체의 퀄리티는 제외하자) 때문에 눈이 돌아가고 빤쓰가 젖을 지경이다. 게임하나 잘 만들어 히트해서 들어오는 돈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 일찌감치 눈치 깐 대기업들도 이제 게임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국내 자체 게임 개발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하며 대규모 자본이 게임 개발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약 10년 전의 국내게임시장과 비교해 볼 때 거의 게임업계의 쾌거라고까지 볼 수 있는 활황장세다. 

특히 그러한 자본의 흐름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Real Time Strategy, 통칭 RTS 게임이라고 한다) 과 온라인 머그게임 (On-line MUG) 에 대한 투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현재 붐을 타고 있는 온라인 게임 개발 열풍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비율도 PC방의 영향으로 증가에 증가를 거듭해 게임시장의 수요는 10년 전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또한 "스타 크래프트" 의 영향으로 게임은 하나의 문화가 되고, TV 생중계까지 하는 판국이라 거의 컴퓨터계의 부랑아 취급을 받던 게이머들에게는 불알 달랑거리며 환호성을 지를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그러나...

진정한 게임토피아를 꿈꾸던 게이머들이여! 이것이 우리가 바랬던 진정한 게임문화의 발전인가? 

 씨바달, 국산게임들아 제발 다양성을 좀 가져주라.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PC게임의 장르를 살펴보면 슈팅, 액션, RPG, 실시간 전략, 온라인 게임으로 국한된다. 그러한 장르의 변천사는 철저히 유행을 따른다. 90년대 초반, 게임시장이 그렇게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 거의 번들용 수준의 슈팅, 액션게임을 제작하던 국내 게임제작사들은 앞서 말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의 성공을 목격하게 된다. 

 당시 RPG게임의 인기도는 게임계를 술렁이게 했고 제작사들에게 "아 울나라에서도 게임으로 성공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로 인해 다량의 국산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주로 일본형 RPG가 유행할 때는 턴 방식의 SD 캐릭터를 위시로 한 RPG게임이 제작되었고, 디아블로 와 같은 액션 RPG가 유행할 때는 탈, 퇴마전설 과 같은 비슷한 형태의 게임이 나왔으며 실시간 전략게임이 붐을 이루자 임진록, 삼국지천명 과 같은 모방작들이 등장한다. 현재 온라인 게임의 인기도에 힘입어 게임 제작사들은 너도나도 비슷비슷한 게임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국산 게임개발자들, 이게 문제다. 그렇게 유행을 뒤쫒아서 과연 얼마나 성공했으며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을 만족시켰나. 맨날 속으면서 그래도 국산게임의 발전을 위해 함 더 믿어보자고 국산게임만큼은 돈 주고 사야한다고 부르짖던 애국심 졸라 강한 게이머들을 얼마나 실망시켰는지 씨바 한번 생각해봐라.

모방은 창조를 낳는다고 했다. 그런 말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국산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이미 해당사항 무 인 이야기다. 제작여건과 기술력부족... 그런 것들은 이미 더 이상 핑계로 내세우기엔 늦었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도 써먹지 않는다면 그건 욕먹어도 싸다. 매니아성이 강하며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레이싱게임, 스포츠게임,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그리고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퀘이크 나 레인보우 식스 와 같은 1인칭 3D게임에는 왜 손도 못대고 있나. 

게임기를 소유하고 일본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재의 다양화 라는 것이다. 인기 장르에만 우루루 몰려다니는 니들은 전혀 꿈도 꾸지 못할 소재의 게임들을 그들은 개발했다. 연애 시뮬레이션, 육성 시뮬레이션, 리듬 액션, 댄싱, 요리, 격투, 음악, 첩보, 등등 셀 수 없는 다양한 장르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개발해 나간다. 그러한 도전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낸다. 니들은 그들이 힘들게 만들어 낸 DDR과 같은 댄싱게임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와 조미료만 살짝 쳐서 돈을 벌었다. 그렇게 돈 벌면 즐겁냐.

이러한 현상은 비단 게임에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멜러영화가 좀 뜨면 멜러영화만 졸라 만들어대고 TV에서는 테크노 댄스 음악 이외에는 거의 찾을 수가 없고 여자들이 생머리가 아니면 조또 무시한다. 아.. 씨바 유행 좇아 불나방처럼 날아가는 개발사들을 보고 있자면... 우린 언제 한 번 세계 유행을 만들어 보나... 한숨만 는다.

 솔직히 말해라, 니 베꼈재?

제군들은 스타크래프트 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인기와 재미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PC방 업주들은 밥 먹고 살고 있고 프로게임 리그 또한 생겨났으며, 게임과는 동떨어져 있던 직장인이나 여성들로 하여금 게임의 도가니탕에 밥 말아먹게끔 만든 장본인이다.
온 국민이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참여하게 되는 거, 이거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씨바 국산 게임개발자들아. 아무리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해도 게임화면이나 인터페이스까지 똑같이 만드는건 좀 심하지 않냐?

       
      
    

가장 위쪽의 화면은 스타크래프트 의 게임 화면이고 가운데가 동서게임채널의 삼국지 천명2 (이 게임의 전작은 커맨드 앤 컨커의 인터페이스를 따른다), 맨 아래쪽이 현재 개발중인 이현세 원작 만화 아마겟돈의 게임 스크린 샷이다. 맵의 위치와 기본 메뉴의 배열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도대체 얼마나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는가? 

현재 국내개발이라고 떠들고 있는 실시간 전략게임의 대부분은 게임의 형식마저도 차용하여 다음과 같은 룰을 따른다.

 

1. 게임상에서는 2~3개 종족(민족)이 있다.
2. 각 종족을 선택함으로써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고 스테이지마다 미션을 부여 받는다.
3. 초기 유닛에는 일꾼에 해당되는 유닛이 자원을 채취하고 건설을 통해 병력을 양산해 낸다.
4. 고급유닛에는 특수기술을 쓸 수 있는 유닛이 있다.
5.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다시 정리 요약하자면...일꾼은 자원을 채취하고 그 자원을 통해 건설이 이루어진다. 그후 병력에 해당하는 유닛들을 뽑아내고 또 다른 종족과 전쟁을 벌인다.
이런 씨바. 도대체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커맨드 앤 컨커 와 같은 실시간 전략의 최선두에 서있는 서양게임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나마 임진록이나 충무공전과 같은 게임은 임진왜란을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게임들마저도 인터페이스는 물론 이러한 정형화된 룰에 맞추기 위해 비행유닛 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임진왜란에 비행기라... 어이없기 그지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오락실의 인식을 새롭게 만들어 주었던 국산 아케이드 게임들, OST를 발매할 만큼 기존 팝 음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음악, 그리고 서양게임 못지않은 세련된 화면을 구사한 리듬액션게임 EZ2DJ 는 KONAMI의 Beat Mania 를, 전국민을 땐쓰열풍에 휘말리게 만든 Pump It Up 또한 KONAMI의 DDR 을 흉내내어 만들어진 게임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최근에는 모 게임개발사가 SEGA의 Samba De Amigo 와 아주 똑같은 우가우가 라는 표절게임을 만들어 놓고 새로운 개념의 게임을 개발했다고 우기고 있다. 최근에는 KONAMI의 Drum mania를 표절한 것 까지 나와버려 일본에서 제작된 체감형 게임을 명실공히 100% 카피하는 놀라운 신화를 이뤄내고 있다. (가만보니 대부분 KONAMI껄 표절하구 있네. 웬수졌냐?)


가장 최근 출시된 표절 야심작. 왼쪽이 국산, 오른쪽이 일제

한국의 온라인 MUG게임의 경우 어떤가? 서양 온라인 게임의 양대 산맥인 오리진의 울티마 온라인 과 소니의 에버퀘스트 를 접해보라. 두 게임은 같은 장르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성격은 비슷할지언정 진행방식이나 인터페이스, 즉 게이머가 실제 접하게 되어 몸으로 느껴지는 부분에서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국산 온라인 게임을 봐바라. 쿼터뷰 화면에 마우스 컨트롤, 레벨 혹은 스킬 시스템, 비슷비슷한 캐릭터. 어느 게임에서 독창성을 느끼고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가? 서로 비슷한 게임 수 십 개를 가지고 한국은 온라인 게임의 강국이라고 떠들고 있다. 

그러니까 니덜은 욕을 얻어먹어도 싸단 말이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서...궁시렁 궁시렁...

...라고 말하는 게임개발사들의 게임에서 그나마 시나리오의 독창성이나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면 본 조교 이렇게까지 욕 하지 않는다. 게임의 그래픽, 사운드, 인터페이스와 조작성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당근 빠따 그 게임의 시나리오이다. 기본 기획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게임의 분위기와 컨셉의 뼈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허나 국산게임들 이러한 시나리오 부실한 경우가 절대 다수다. 실시간 전략게임 임진록, 충무공전 등의 게임의 경우 한국적 소재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임진왜란을 무대로 삼는다. 

좋다. 임진왜란 좋다 이그야. 

한 번 쯤은 나올 수 있는 소재다. 그런데 이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게임은 국산 실시간 게임의 1/3을 차지한다. 그야말로 졸라 흔한 소재를 가지고 재탕 삼탕하는 거다.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삼국지천명 의 경우도 그러하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조조, 손권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건너가 테크, 매직, 파워의 세가지 월드를 이루어 피튀기는 싸움을 벌인다는 스토리를 보라. 삼국지의 캐릭터들을 스타크래프트 에 졸라 짜맞춘 느낌이 팍팍 들지 않냐?

새로 개발되고 있는 실시간 전략 아마겟돈 의 경우, 스토리는 기본 원작을 따르고 있다한다. 

그러나 원작에서 듣도 보도 못한 유닛과 오혜성의 눈부신 변장 덕택에 일부 이현세 추종자들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을 정도로 원작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력이 떨어지고 자본이 딸리는 거 그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스토리가 없는 거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스토리, 우린 그게 필요하다.

 그러면 우째해야 하능가?

국산게임 과거에 비하자면 정말 장족의 발전을 했다. 이번 기사에서 본 조교에게 팍팍 씹혀버린 삼국지천명 의 경우에도 화려한 동영상과 그래픽은 나무랄 데가 없었으며 임진록 의 경우 각 지방 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과 이순신이나 유성룡 등 역사 속에서 접할 수 있던 인물들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쾌하고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또한 국산 온라인 게임들의 화려한 효과 장면과 배경음악, 창세기전 이나 악튜러스 같은 국산 RPG게임의 눈부신 성장에는 정말이지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래, 너거뜰은 정말이지 눈부시게 성장했다. 지금까지의 너거뜰의 성장과정을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지켜본 게이머들은 모두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아류작이나 표절, 모방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게임에 도전할 때라고. 

너거뜰은 충분히 멋진 게임을 만들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표절과 모방에만 머문다면, 너거뜰은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국산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너거뜰 게임을 사주고 박수쳐주고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는 국내 수많은 게이머들에 대한 직무유기를 저지르는 거다.

지나간 게임 제작 패턴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유행을 만들어야 한다. 서양의 대규모 게임시장에 비하면 아직도 우리의 게임개발 문화는 영세하다. 그러나 그들이 차고에서 혼자 개발한 게임을 디스켓에 담아 비닐봉다리에 넣어 팔아서 이루어낸 신화가 있듯 우리도 불가능하지 않다. 짠대가리 그만 굴리고 진짜를 만들자. 힘을 내라 !

본지, 남들이 뭐라하든 너거뜰의 분투에 뜨거운 가슴과 애정으로 언제까지나 동참하고 비판하고 격려할끼다. 비판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기다. 너거뜰의 건투를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졸라! 

 

 

 

 

딴지 유격대 게임파트 대표조교
김성훈(reign@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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