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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추] 유로2000을 통해 본 유럽축구의 힘

2000.7.07.금요일

딴지 독일특파원 아르쉬로흐

  
안녕하십니까!! 독일 특파원 아르쉬로흐 입니다. 지난 6월 10일 부터 7월 2일까정 본기자 황홀 오르가즘 까따르시스 스펙따끌을 만끽하며 세상만사를 다 젖혀 놓고 TV에 코박고 살았슴다. 왜냐고요? 바로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가 열렸기때문임다. 

유럽에서는 유럽선수권이나 월드컵 하면 쌩난리가 남다. 자기 나라가 축구를 하던 안 하던, 모든 경기가 쌩중계되고, 거의 모든 화제는 축구로 집중됨다. 유럽 넘들은 물론이고, 평소 축구에 별 관심없다던 한국 유학생 뇬넘들도 이 기간 중축구 안 봤다는 넘들 하나도 없었슴다. 하긴 유럽사람들이 전부 축구중계만 보구 있으니 할 일이 없어서라도 (혹은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하고..) 축구를 볼 수 밖에 없을검다.

 

그럼 왜 이렇게 축구 땜에 지랄난리를 하는 걸까요? 당근 재미 있기 때문이죠. 수백억의 몸값을 호가하는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의 화려한 개인기, 호쾌한 공격, 아슬아슬한 승부차기... 

근데.. 예전과는 달리 한국에서도 유로2000때문에 난리라고 하더군요. 테레비에선 새벽시간에 생방송에다 낮에는 재방송까지 내보내고, 직장인들은 새벽에 중계방송 보느라 회사에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라고 함다. 아마도 2002년 월드컵 유치 이후 우리 국민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 났기 때문인 듯 .  

그래서 이번에는 유럽 현지에서 바라본 유럽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함 해 볼까함다.  이넘들이 축구를 얼마나 자기 생활과 밀접하게 생각하고, 구단들도 팬들과 같이 하려고 하는 지는 본 기자 지난 번에 <우리도 청량리 588팀을 만들자!>에서 한번 디벼 드렸기 땜에 이번 호에는 유럽 팀들의 선수 육성시스템이나 한국과 비교해서 배울 점 등을 한번 디벼 보겠슴다. 

뭐, 유럽선수권의 경기결과나 짜잘한 뒷얘기들은 스포추 신문들에게 맡기고  본기자는 언제나처럼 민족정론에 걸 맞게 함 디벼 보겠슴다. 자 그럼 감다....휘리릭~

 




 유로2000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  

울나라 축구 선수들의 꿈은 꼬옥 반드시 기필코 대표선수가 되어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거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가슴에 국기를 달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 월드컵이나 유로2000 같은 경기는 나라와 나라의 경기가 아닌 각 축구협회 간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나 이번 유럽 선수권대회를 자세히 지켜본 넘들은 알겠지만서두 이들 선수는 국제축구연맹에서 인정한 축구협회의 휘장을 달고 뛴다. 따라서 영국 같은 곳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 4개의 축구협회가 있기 때문에 가슴에는 각기 다른 4개의 휘장을 달고 뛴다. 







이탈리아 대표팀 유니폼의 
협회휘장과 별 표시


나라의 국기는 가슴에 다는 게 아니라, 선수 유니폼 전체에 걸쳐서 멋진 디자인으로 형상화 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 포루투갈, 브라질 등등이 그런 경우이다. 또, 관찰력이 뛰어난 넘은 프랑스, 독일, 이태리 유니폼 위에 별이 그려져 있는 걸 보았을 거다. 

그 별의 의미는? 

힌트 ! 프랑스는 하나, 독일은 세 개, 이태리도 세 개 ! 

정답은 월드컵 우승한 횟수를 유니폼에 새겨 기념하는 거다. 미국 메이저리거들이 우승기념 반지를 끼듯이 이들은 월드컵 우승를 자랑하기 위해 유니폼에 별을 넣는 것이다. 

몰랐지?

이번 유럽컵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2002년 월드컵처럼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공동주최였다는 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공동개최로 치뤄진 대회라 본 기자 더욱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크게 문제점을 찾을 순 없었다. 한 가지만 빼놓고. 뭐냐.

8강이 정해지자, 8강과 4강전의 입장권을 서로 교환하려는 팬들로 인해 난리가 났다. 뭔 얘긴고 하니, 예를 들어 네덜란드가 속한 조는 조 1위로 8강에 오를 경우 8강전을 네덜란드인 로테르담에서 하고, 조 2위로 오를 경우 벨기에에 있는 브뤼게에서 치루게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8강전의 표는 몇 달 전에 예매를 해야 했으니, 점쟁이가 아니고서야 자기 팀이 조1위를 할 지 조2위를 할지 우찌 알끼냔 말이다.

그 때문에 각 경기장 앞에는 표를 교환하려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생난리 법석을 떨었다. 그나마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차로 두 시간 거리니까 망정이지, 만약에 울나라 월드컵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한국이 조1위가 돼서 8강경기를 동경에서 하고, 일본이 조2위가 되서 서울경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행기로 날아가 표를 바꿔 가지고 오리? 더구나 외국인들이 자기네 나라 경기 보러 멀리 외국에서 왔는데 표를 잘못 사서 다른 나라경기만 봐야 한다면 정말 꽝이지. 만약에 월드컵 관계자가 이 글을 읽는 다면 여기에 대한 대책을 꼬옥 세워주기 바란다. 

 유럽의 클럽 시스템

유로 2000을 보신 축구팬들은 누구나 느꼈겠지만, 유럽축구 이거 한국축구하고 분명히 뭔가 다르다. 뭐가 다를까.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도대체 왜 다르게 되었을까. 그걸 디비보자.

물론 모든 환경이 다르다. 축구가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또 그만큼 인프라도 훌륭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 바로, 저변이다. 그리고 이 저변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핵심은 바로 클럽제에 있다. 울나라는 학교체육을 중심으로한 엘리트 체육이고, 유럽은 철저한 클럽제라는 거 이건 왠만한 독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단순한 차이점이 아니다.

클럽, 이거 좀 자세히 읊어보자. 

클럽제하면 그냥 사설 운동기관 정도라고 생각하겠지만, 간단하게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태권도장 같은 사설 운동기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체계와 시스템이 정밀하고 장기적 안목하에서 선수들을 관리하고 육성한다. 각 클럽들의 제일 윗 단계에는 엄청난 돈을 받는 진짜 프로팀이 있고, 그 밑에는  울나라 2군 비슷한 아마츄어 팀이 있고, 그 다음부터는 나이별로 짤라서, B, C, D, E, F, G팀들이 주욱 층층이 포진해 있다. 

울나라에서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선 일단 학교 축구부에 무조건 들어가 공부는 완전히 젖혀 놓고 조빠지게 훈련을 해야 하고, 그 밖에 사람들은 맨땅의 학교운동장에서 조기축구나 하는 프로와 아마츄어의 선이 명확한 이분 시스템인 반면, 유럽의 클럽제는 일단 취미로 시작해 축구를 배우다 소질이 있다 싶으면 한 단계씩 상승하게 되고, 진짜 실력이 있는 소수의 넘들은 프로로 진출하게 되는 튼튼한 토대를 가진 피라미드 시스템인 거다. 

그래서 유럽은 클럽에 등록해 축구를 시작해서 나이가 들수록 한 단계씩 올라가고, 각 단계마다 걍 아마추어로 남고 싶은 넘들은 취미 삼아하고, 재능이 있어 보이는 넘들은 학교를 때려치고 본격적으로 축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클럽제 시스템 하에서는 정상적인 학교교육에 차질이 없다는 거고, ( 대부분의 시합은 수업이 없는 주말에 리그전으로 한다. ) 또 하나는 이렇게 일관된 피라미드식의 선수 육성시스템으로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키워진다는 거다. 

또한 선수들도 어릴 때부터 자신들을 잘 아는 감독들에게 훈련 받아서, 자신의 단점을 고쳐 나가고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가 있기 때문에 왠만하면 그 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독일에서는 축구하면 프로팀 감독 뿐만 아니라, 그 클럽의 청소년팀 감독들도 같이 벤치에 앉는다. 그래서 갑자기 주전 공격수가 부상을 당해서 당장 선수가 필요한데, 쓸만한 공격수가 없으면, 감독이 청소년 팀 감독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프로가 아닌 같은 클럽의 아마추어 팀에서 선수를 뽑아 쓰기도 한다. 

이런 게 전부 일관된 선수 육성시스템의 장점이다. 따라서 유럽의 모든 클럽들은 프로팀뿐만 아니라 그 밑의 청소년 팀들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육성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길러 낸 축구선수와 울나라 시스템에서 사육된 축구기술자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선수 육성인가, 제 3세계 착취인가? 

뭐. 여기 까정은 축구에 관심 있는 넘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을꺼다. 그럼 이런 클럽제도의 문제점은 없는가? 어디고 문제없는 조직은 없는 법. 우리가 오매불망 최고의 선수육성시스템으로 선망해 마지않는 유럽의 클럽제도도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클럽 시스템을 디비는 김에 아주 깊이 디벼보자. 

요즘 가장 심각하게 얘기되고 있는 문제점은 이런 클럽들에서 뛰고 있는 어린 외국 선수들이다. 이미 TV에서 봤겠지만, 유럽컵에 출전한 대부분의 팀들에서는 다른 이민족들이 선수로 뛰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이민2세거나 어릴 때 그 나라에 축구유학을 와서 국적을 취득한 경우들이다. 









프랑스 대표팀 선수덜의 
다양한 얼굴 칼라를 보시라..


이번 유럽컵의 최고 스타인 프랑스의 지단은 아버지가 알제리 사람이고, 같은 팀의 죠르까예프는 구 소련지역의 게오르기엔이라는 나라 출신이다. 또한 네덜란드 공격의 핵인 클루이버트, 다비드, 제도르프 등은 수리남 출신이며, 이 팀의 감독인 라이카르트도 수리남 출신이다. 

민족정론 딴지에서 뭐.. 민족주의니, 혈통주의니 하는 걸 따지려는 거 당빠 아니다.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은 이런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서 각 클럽의 스카우터들이 아프리카나 남미의 나라에서 헐값에 어린 선수들을 마구 잡이로 사온다는 데에 있다. 

이들은 갓 국민학교를 졸업한 나이에 클럽 스카우터들에게 픽업되어 축구꿈나무라는 이름하에 유럽의 나라들에 와서 자기 인생을 건 도박을 한다. 이 스카우터들은 각 나라를 돌면서, 돈이 될만한 선수들을 싼 값에 사와서 ( 이 넘들에게는 헐값이지만, 보통 그 나라에서는 집 한 채 정도의 큰돈이다) 열심히 훈련시켜서 비싼 값에 팔아 먹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선수육성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 얌마, 그게 어디 장사냐!!! 좋은 시설이 없는 나라에서 선수들을 데려다가 체계적인 훈련으로 일류 선수들을 만들어 내는데, 오히려 고마와 해야쥐!!!!", 하고 게거품을 물 단순무식한 뇬넘들 있을꺼다. 

이게 왜 문제 일까? 

잘 들어바바.

아까 말한 프랑스의 지단은 아버지가 알제리 사람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넘이다. 

그런데도 알제리의 많은 청소년들은 지단을 그의 우상으로 삼고, 밤이나 낮이나 축구만을 한다. 일단 스카우트 되기만 하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해서 가족을 불러 올 수도 있고  프로팀에 들어 가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의 암울한 경제상황에서 축구만큼 단번에 대박을 터뜨릴 찬스가 없는 이들은 스포츠의 기본정신 이런 거 하나없이 오로지 돈만을 목표로 공을 차는 기계가 된다. 

유럽컵에서 최고의 공격력과 화려한 기술을 자랑했던 네덜란드를 함 보자. 

이번 네덜란드 팀의 가장 중심선수들은 모두 아약스 암스테레담 클럽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이 클럽에서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돼서 이 클럽의 청소년팀을 이른바 "아약스 스쿨"이라고 부른다. 거의 모든 제3세계의 청소년들이 이런 팀에 스카우트 되고 싶어한다 

또한 이 팀말고도 울나라 현 국가대표감독인 허정무가 뛰었던 아인트호펜팀도 아약스에 맞먹는 명문 클럽인데,  울나라 사람들도 다 아는 브라질의 "호나우두"도 이곳 청소년팀 출신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는 많은 외국 청소년선수들이 미래룰 기약하며 고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딴지를 걸고 나왔다. 바로 이런 팀들의 어린 외국선수들이 청소년 보호 육성법에 걸린다고 하는 것이다. 

뭔말인고 하니, 이들은 그야말로, 그 어린나이에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축구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해서 받는 돈으로 고향의 부모들까정 먹여 살리니 그들이 바로 소년 가장이요, 클럽팀들은 그들에게 미성년자 노동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어린 선수들은 더 이상 취미 삼아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활하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성장하여 수준급 프로선수가 될 경우 그 클럽은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되고.. 따라서 외국의 어린 선수들을 헐값에 사와서 몇 년 뒤에 비싸게 팔아 먹는 것은 제3세계 착취이며,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좀 억지를 쓰면 동남아의 어린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공장에서 나이퀴 운동화 만들고 있는 거나 다를 바 없다는 거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아까 말한 호나우두가 아인트호펜의 스카우터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유럽에서 체계적으로 훈련 받지 않았더라면, 과연 오늘날의 그런 대스타가 될 수 있었겠느냐는 의견이다. 여기에 대한 법적인 판결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바뜨 본기자 시민단체의 의견에 동의 하는 편이다. 

물론 호나우두같은 대선수가 빛을 보지 못하고, 구석에서 썩는다면 세계축구계로서는 크나큰 손실이다. 하지만, 그런 선수 하나를 위해, 많은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그 클럽의 경제적 이득과 명예를 위해 공 차는 기계로 훈련받고, 더 나아가 그렇게도 되지 못한 고국의 더 많은 청소년들이 오늘도 그 꿈을 위해 길바닥에서 공만 차며 자신의 미래를 잃어 버리고 있다면, 이건 차라리 호나우두 같은 선수를 발굴해 내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이다. 

유럽의 클럽제가 생활체육을 그 철학배경으로 한 것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제 3세계 청소년들은 오로지 훈련시켜 팔리는 상품으로 길러지는 거니까. 어릴 때 만큼은 암 생각 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공차고 놀게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게 본기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한국축구는... ? 

98년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갔었더랬다. 축구라면은 공부 다음으로 좋아하는 본 기자,  스포추 뉴스 축구소식을 눈이 빠져라 기다렸다. 때마침 대학축구선수권대회가 나왔다. 본기자 허걱! 입이 벌어졌다. 선수들이 졸라 땀 흘리며 뛰고 있는 축구장은 인조잔디 깔린 효창구장도 아닌, 걍 붉은 황토흙 깔린 맨땅이었다!! 씨바, 선수들이 도공들도 아니고 왠 황토흙이란 말이뇨.

명색이 전국대회라는게 이 정도니 다른 경기는 오죽하겠는가. 심지어 프로경기조차 잔디가 듬성듬성 나있는 울퉁불퉁한 부산 구덕구장 같은 곳에서 치르고 있으니 몬 말을 하겠는가 말이다.  

본 기자가 다니는 대학은 축구장이 두 개다. 하나는 잔디구장이고 하나는 맨땅이다. 맨땅은 겨울에만 잔디보호를 위해 거기서 하고, 잔디는 여름에 개나 소나 말이나 다 거기서 축구 할 수 있다. 더구나 대학에는 울나라 같은 엘리트 축구부도 없어서( 왜냐면 선수들은 다 클럽에 가서 하니까..) 나 같은 취미 선수들이 학교 축구 코스에 등록해서 눈 오는날 개처럼 뛰어다닌다. 잔디 위에 서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슬라이딩하고 싶어진다. 태클 당해 넘어져도 멋지게 삼단낙법으로 착지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데서 축구한 넘들하고 동네골목 보도 블럭 위에서, 아님 학교 맨땅에서 축구한 넘들하고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코메디다. 그럼 이렇게 시설도 떨어지는 울나라 선수들의 살길은 무엇일까? 

당근 조직력과 90분을 뛰는 체력, 글고 무엇보다 정신력이지.. 라고 할 넘들에게 본 기자 한마디하고 싶다. 

조까 ! 

현대 축구에서 위의 세 가지를 갖추지 않고 축구 하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이 세가지는 기본이다. 이것 없이 축구하자고 달겨드는 나라는 없단 말이다. 

 조직력하면 80년대 박쫑환 축구를 생각할 넘들 많을 거다. 감독이 손가락 하나펴면 어디어디로 뛰고, 손가락 두 개면 또 다른 방향으로 패스하고... 그런거 조직력 아니다. 그런 거는 암 생각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졸라 뛰기만 하는, 조직력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조폭시스템이다. 

이번 유럽컵 결승에서 이탈리아 수비를 보았는가?  이탈리아 팀은 4명이 뒤에 서고, 앞에 3명이 서서 상대 공격수를 조직적으로 차단하며, 상대 공격수를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  오차없이 움직이는 환상적인 조직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상황 판단 속에 빠져야 할 때와 나가야 할 때를 안다. 

이 수비로 이태리는 준결승에서 막강 공격력의 네덜란드를 맞아 전반 30분부터 한 넘이 퇴장 당해 10명이 뛰면서도 연장전 끝날 때까지 한 골도 먹지 않고 빼어난 게임메이커 없이도 결승에까지 올랐다. 특히 이렇게 4명이 일렬로 서는 "사슬수비"는 현대 축구의 전형이 되어 가고 있으며, 이것은 뛰어난 조직력 없이는 감히 흉내도 낼 수가 없는 수비형태다. 유럽컵 우승팀인 프랑스의 경우 이 수비형태로 뒤의 주전 수비수 4명이 나선 경기에선 지금 현재 26경기 무패행진을 하고 있다. 

 그럼 체력은? 

이번에 나란히 예선탈락의 참패를 당한 영국과 독일축구의 특징은 저돌적인 힘의 축구이다. 특히 독일은 전차와 같은 힘으로 밀어 부치고, 상대 공격수를 거의 반쯤은 죽여 놓는 축구로 유명했다. 한때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독일축구에 완전히 제압당할 만큼 체력이 약한 팀은 하나도 없다. 70년대만 해도 남미나 남부유럽 선수들이 체격이 독일 보다 작아서 대부분 기술로서 돌파하거나 후반전에 가서 체력에 밀려 지고는 했는데 현대축구는 전혀 아니다. 남미팀들도 독일만한 덩치와 체력을 가지고 더구나 그들의 장기인 기술까지 있으니 독일이 브라질의 상대가 될 수 없게 된거다.

이번 대회에서도 보면 수비수는 거의 양쪽 윙의 자리까지 겸해서 터치라인을 따라 끝까지 가서 센터링을 날리고, 공격수는 상대의 코너킥 때 문전 깊숙히 수비까지 가담했다가 70-80미터를 역주해서 기습골을 넣기도 한다. 

한마디로, 90분 풀타임을 뛸 수있는 체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고, 체력이 강하다는 게 곧 키와 덩치가 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게임 메이커 다비드를 독자 니들도 잘 알 것이다. 그 왜 시력보호 안경을 쓰고 뛰는 넘 말이다. 그 넘은 뛰어난 패스, 돌파력으로도 유명하지만, 1대1 싸움에서도 절대 지지 않는 넘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넘의 키는 겨우 169센티미터다. 또한 독일의 마테우스도 키는 173센티 밖에 안된다. . 

 마지막으로 울나라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맨날 언론들이 떠들어 대는 정신력은?

독자들은 지난 월드컵에서 울나라와 벨기에의 경기를 기억할꺼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순간에도 온몸을 날리는 정신력, 머리가 빠개지고도 붕대를 감고  열심히 뛰던 이임생 선수...정말 우리나라의 투지와 정신력을 보여준 감동적인 경기였다. 

바뜨, 울나라만 그런 정신력 있는 거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 팀의 얍 스탐 선수는 상대와의 헤딩에서 눈위가 찢어져서 대여섯바늘을 꼬매야 했는데, 그냥 경기장 바로 옆에 서서, 마취도 안 하고 의사가 바늘과 실로 꼬맸고, 그 장면은 전 유럽에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또 같은 팀의 코큐 선수도, 상대의 헤딩을 막으려고, 골문으로 전력질주 하다 골문에 부딪혀 몸이 공중에서 ㄱ 자로 꺽이는 부상을 당했는데도 그냥 벌떡 일어나서 다시 뛰었다. 

또 우승팀 프랑스의 듀가리 선수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코뼈가 뿌러졌는데도 콧구멍을 솜으로 틀어막고 뛰었다. 피가 계속 흘러 하얀 유니폼을 적셔서 결국 유니폼을 갈아 입어야 했으며, 나중에는 양쪽 콧구멍을 둘 다 막고 뛰었다. 그냥 코피난 게 아니고 코뼈가 뿌러졌는 데 말이다.

그러니 우리 대표팀이 지고나면 스포추 신문 같은 곳에서 한국축구 진단한다면서 정신력이 어쩌니 투지가 어쩌니 하면서 애꿎은 선수들 잡는 소리 하는데, 이제 그따구 헛소리는 제발 집어쳐라, 씨바들아 !

 한국축구의 현실을 뒤엎어라

그럼 울나라는 축구하지 말라는 거냐? 

아니다...본기자 야그는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닌 정신력이니 투지니 아무리 얘기해봤자 소용 없단 거다. 오히려 우리나란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만큼 하는 게 기적에 가까운 나라다. 그들에게 정신력이니 투지니 더 이야기 하는 건 하늘을 나는 초능력을 발휘하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다. 

감독의 지시가 아닌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나름의 전술을 펼 수 있는 게임메이커, 그런 게임메이커는 스파르타식으로 무작정 체력훈련 시키고 볼만 디립다 차게 해서는 절대 만들어 질 수 없다. 더군다나, 울나라와 같이 팀성적이 대학 진학과 직결된 상황에서는 이런 자율적 경기운영은 할래야 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어릴 때부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학교에서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 위주로 극기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닌 축구 좋아하는 모든 넘들이 선수가 될 수도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및 시스템이 갖추어져 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전국 공원을 전부 축구장으로 깔아버릴 수도 없다는 거 안다. 

하지만, 우선 잔디구장은 고사하고 있는 학교 운동장이나마 활짝 개방하고 컴터 학원에만 보내지 말고 축구교실에도 다니게 하고,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유학 보내서 선진축구를 익히고, ( 유학이라고 했다. 노예처럼 팔라는 소리가 아니라. ), 가장 시급하게는 경기 중에는 선수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뛸 수 있는 교육을 시키는 건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것들이다. 

이제,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선에 대해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신력 투지 운운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국내 언론과, 깨지면 감독 짜르는 것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려는 축구협회 모두 제 정신 차리지 않고는, 현란한 개인기와 날카로운 패스,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그라운드를 지휘하는 프랑스의 지단이나 포루투갈의 피고 같은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주름잡은 상상은 언제까지고 꿈으로만 그치고 말 것이다. 언제까지고.

우리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못 올리는 이유가 선수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아.. 씨바.. .





유럽축구 보느라 눈만 높아진 
독일 특파원 아르쉬로흐(arschlochh@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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