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아베 총리가 '비상사태선언'을 했다.
관동의 동경도, 카나가와현, 치바현, 사이타마현, 관서의 오사카부와 효고현, 큐슈의 후쿠오카현을 대상으로 하며, 골든위크가 끝나는 5월 6일까지 외출자제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별조치법부터 시작된 비상사태선언
사실 비상사태선언은 새로운 게 아니다. 얼마 전부터 '일본 정부가 언제 비상사태 선언을 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적어도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려 '특별조치법'을 서둘러 통과시킨, 3월 중순 이후로는 그랬다. 여론은 '특별조치법이 필요하지 않다. 비상사태선언을 하지 않고 현행 법규로도 (코로나19에 대응)가능한 일이 많다'는 쪽이었지만, 아베 정권 및 국회는 '코로나19로 긴급한 상황이 벌어진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법을 통과시켰다.
"일본 국회는 지난달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신종플루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과 관련해서도 ‘그 발생·만연이 국민 생명·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할 수 있게 했다"
-'일본, 이르면 7일 '국가 비상사태' 선언한다', 허핑턴포스트(링크)
아베 총리의 말에서도 알 수 있지만, 비상사태선언은 이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이루어졌다.
비상사태선언을 하면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다. 동경도지사는 '비상사태 선언'을 해도 식료품을 살 수 있고, 은행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의약품 구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대신 '외출 자제'나 '이벤트 자제' 등을 강력하게 할 수 있다는 식이었지만 말이다.
아베의 회견 내용을 줄이면 이렇다.
- 비상사태기간은 4월 7일~5월 6일 한 달
- 적용 지역은 동경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치바현, 오사카부, 효고현, 후쿠오카현
-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협력
- 일본은 비상사태선언을 해도 외국처럼 '도시 봉쇄'를 하지 않는다. 가능한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감염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베는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빼고 외출 자제"를 요청하며, 사람 간의 접촉을 70~80% 줄일 수 있다면 2주 후에 올 '폭발적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아베 총리는 '2주가 고비'라고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검사 받기 여전히 어렵다
아베 총리는 PCR검사를 현재 하루 1만 명에서 2만 명으로 배로 늘린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하루에 PCR검사(를 받는)자가 1만 명이라고 했지만 4월 7일에나 7876명에 달할 뿐, 다른 때에는 5천 명도 채 안 된다.
(토요케자이가 후생노동성 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그래프)
왜 이렇게 수가 적을까? PCR검사 받는 것 자체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4월 4일 <TBS NEWS>에 50대 남성 감염자와의 인터뷰가 뉴스로 나왔다. 이 남성은 처음에 (아픈) 증상이 있어서 단골 병원에 갔다가 해열제를 받았고, 4일이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아 보건소에 연락했다. 보건소에서는 '병원에 가라'고 말했고, 남자는 다시 병원에 연락했지만 돌아온 것은 '보건소에 연락하라'는 말이었다. 다시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이번엔 종합병원을 안내해줬다. 하지만 종합병원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는 진찰할 수가 없다'고 거절. 감염 사실을 확인한 건 일주일 만에 검사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가고 나서였다.
문제는 이 남성이 자신이 코로나19 감염자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가격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남성은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했다. 가족 간 감염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감염자가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한 동안 감염이 더 확대되었을 거란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또 '모리산츄'라는 코미디언 그룹의 '쿠로사와 카즈코'라는 멤버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3월 21일 열이 나서 의사의 지시로 이틀간 집에서 쉬었고, 25일에는 일을 나갔다. 26일에 미각과 후각에 이상을 느껴서 이후는 일을 쉬고 집에서 지냈다.
PCR검사를 한 건 4월 1일 병원에서 CT검사로 '폐렴'이라는 걸 알고 나서였다. 증상이 발현된 후 2주일이 경과할 때까지 보건소나 병원에 가도 검사를 해주지 않아서 부탁에 부탁을 해서 받은 검사였다.
그녀나 지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주위에 전염시켰을 가능성이다. 양성 판정을 받은 유명인이 전염을 시켰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방역은 누가 하나
비상사태선언을 하면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의 방역이 완벽하다는 말인가?
의료진의 감염된 사례가 많다는 사실로도 일본의 방역이 허술하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케이오대학병원 의사들이 회식을 해서 연수의 18명이 감염되었고 99명이 격리되었다. 요전에도 병원 내 감염이 있던 곳이다.
방역을 못해서 마지막까지 버텨줘야 할 '의료진'이 먼저 감염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일본이 코로나19에 대한 의료체계가 취약하다는 걸 알려준다.
한편 얼마 전 일본 집중 치료학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을 '집중치료실 부족으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로 보았다. 그러나 일본의 집중치료실(ICU)은 이탈리아의 반 밖에 되지 않으며,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기 위해 간호사를 4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인공호흡기, 인공 심폐 장치도 당연히 부족하지만, 장치를 쓸 수 있는 의사와 간호사도 적다. 긴급히 일본 정부는 경험이 있는 의사를 확보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했다.
최전선에 있어야 할 의료진부터 감염되는 실정에 더해 의료진도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긴급사태선언=사재기
타인과의 접촉이 매우 적어, 감염될 위험도 높지 않은 사람에게도 코로나19는 현실이다. '긴급 기자회견'만 하면, 혹은 할 거라고 예고가 나면 사람들이 마트로 달려가 '사재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긴급 기자회견'과 '사재기'는 조건반사라고 봐도 된다.
6일 오전, 뉴스에 '일본 정부가 비상사태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날씨가 따듯해서 청소를 할까 했지만, 다 미루고 식량부터 사러가기로 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나라도 오늘 사람들이 '사재기'를 할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배낭을 매고 큰 역에 있는 큰 마트에 갔다. 화장실 휴지는 다 팔렸고 티슈는 좀 있었다. 봉지라면은 드디어 신라면까지 다 팔렸다. 계란은 아예 진열대까지 없어졌다. 마트 가까이에 있는 야채 무인판매에 갔는데 살만한 게 없었다. 여기도 경쟁이 심해진 모양이다.
동경도지사는 '사재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긴급 기자회견'으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니 어쩔 수 없이 '사재기'를 하게 된다. 국민들도 지도자가 하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싶은데, 어째 들으면 들을수록 더 불안해진다.
동경을 '탈출'해 지방으로 피난 간 경증/무증상 감염자가 그곳의 가족에게 전염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아베 총리가 비상사태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어디까지나 '오리무중'이다. 아베 총리나 동경도지사가 하는 걸 보면 코로나 19를 잡을 계획은 없고 앞으로도 계속 '오리무중' 작전으로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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