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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7.6.화요일

딴지 전임 논설위원 및 음악전문기자 크리티카



한국 가요계의 고질병인 표절, 도대체 표절이란 이름의 파렴치하고 부도덕적인 관행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에 수많은 독자들은 "한국가요의 표절에 대해 강력한 똥침을 날려달라" 며 울부짖고 있다.

해서...짜잔. 그 처절한 요청으로 인해 새롭게 문을 여는 코너중의 하나가 바로 딴지가 뽑은 이달의 표절인가 (剽竊認歌) 코너이다.


이 코너는 순전히 독자 여러분의 제보로 이루어진다. 한국가요에서의 표절행위는 지금 이순간에도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발표되는 음반이 도데체 몇장일까? 수도 없을것이다. 지구촌각지에 흩어져 있는 정의감에 불타는 딴지독자들의 도움이 없인 일일히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표절했다고 생각되는 가요와 작곡자, 그리고 원곡중 일부분을 리얼오디오나 MP3로 본기자에게 메일로 마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당근 댓가는 엄따. 하지만 건강한 한국대중음악 발전에의 사명을 가지고 참여해주시길 바란다.


이곡에 관한 제보를 해주신 한상화님을 비롯한 많은 독자들께 감사드리며 그럼 불명예의 상징 딴지추천 이달의 표절곡 란의 초대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딴지추천 이달의 표절곡


 원곡 : THER WILL BE LOVE THERE


 작곡&아티스트 : BRILLIANT GREEN (1998/5 발매)


원곡의 아티스트에 대해 잠시 언급해보자.


포크락에 그 음악적 기초를 둔 3인조 일본출신 밴드 브릴리언트 그린은 1995년에 결성된후 97년 데뷔싱글을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이래 일본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모의 보컬리스트 토모코 카와세의 인기와 풋풋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급기야 이들은 현재 일본을 비롯, 한국에 까지 팬클럽이 결성될 정도로 만만치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데 요번에 언급된 문제의 곡 THERE WILL BE LOVE THERE 는 98년 5월 발매한 그들의 3번째 싱글이자 출세작이기도하다.


당초 일본에선 드라마 주제곡으로 알려졌는데 드라마의 인기 이상으로 100만장에 육박하는 일본내 싱글판매고를 기록하며 전일본 싱글챠트를 석권한바 있다.


 표절혐의곡 : 쉬작 (가제)


 가수 : 박귀영 (가명)


 작사/작곡 : 오석종 (가명)


 수록앨범 : 박귀영 2집 (1999/4 발매)


작사 작곡을 맡은 오석종씨는 그간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가요계를 대표하는 히트작곡가 중의 한 명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번에 또 한번 가요계에 그의 이름을 빛낼 쾌거를 이룩하였다.


과거 일본에서 체류하며 음악공부를 한 그의 이력에 걸맞게 쉬작이란 곡을 통해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지대한 애정을 표현한 그는 한국에 팬클럽까지 결성된 일본의 유명 3인조 브릴리언트 그린의 곡에서 곡의 주요 부분을 상당수 훔쳐왔다.


자, 그럼 두 곡의 일부분을 비교해가면서 들어보자.











원곡 쉬작

듣는 이들마다 표절이냐 아니냐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반복해서 들어보면 결론은 이렇다. 아무리 관대하게 평가를 하고 싶어도 원곡, 즉 브릴리언트그린의 곡을 듣고 나서 만든 노래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곡의 인트로에서부터 전개방식, 곡의 전체적인 형식이나 편곡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 보컬리스트의 음역대 및 창법 또한 유사하다. 또한 클라이막스부분의 난 내게~ 로 시작하는 부분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표절을 일삼는 자들에겐 나름대로 베끼는 스타일(?)이 있다. 대게 원곡에서 주요 멜러디만을 가져와서 다른 식의 편곡을 붙이거나 ( 예를 들면 발라드의 멜러디를 가져다 댄스 스타일로 바꾼다든가 ) 아니면 편곡 패턴 및 주요 코드진행을 가져다 다른 멜러디를 입히는 게 그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표절을 속시원히 밝혀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곡의 경우 주요 멜러디 진행 및 편곡, 전체적인 구조들을 모두 가져다 만든 곡이기 때문에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물론 두 소절 이상 화성 및 콩나물 진행이 완전히 똑같아야 비로소 뒤늦게 표절판정을 내리는 공윤의 느슨한 표절 판정 기준엔 못 미칠 수도 있겠으나 어느 정도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이곡이 표절곡에 가까움을 알 수있을 정도다.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린다.


 딴지추천 이달의 좋은 앨범


추천 음반 코너에는 국내에 발매된 무수한 음반들 중 장르에 관계없이 음악성과 상업성을 고루 겸비했다고 평가되는 가요 및 팝음반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물론 추천하는 기자와 음반사/ 아티스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엄따고 보면 된다. 독자들께서도 추천할 만한 음반이 있다면 역시 본기자에게 가차없이 메일을 쎄려주시길 바란다.


자, 그럼 영예로운 "딴지추천 이달의 추천음반을 소개할까한다.







 아티스트 : CIBO MATTO 2집 "STEREO TYPE A"
프로듀서 : CIBO MATTO
 국내발매회사/ 발매일 : 워너뮤직코리아/ 99. 6월발매
 한곡만 들어보기 -

요즘들어 부쩍 여기저기서 한국대중음악의 세계진출에 대해 논하는 것을 접할 수 있다.


지난기사를 통해서도 밝혔듯이 진정한 세계진출이란 말처럼 쉽지않은게 사실이다. 더구나 한국음반산업의 주요 타겟이 나이어린 청소년층으로 낮아진 지금 좀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요구되는 마당에 세계진출이란 말은 언뜻 들으면 웬지모를 허탈한 웃음부터 나오는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개할 일본출신의 모던락 듀오 CIBO MATTO는 어떻게 해야 두터운 세계시장의 벽을 뚫는게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기간의 준비와 피나는 노력없인 세계진출은 공염불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대략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CIBO MATTO (이탈리아어로 CRAZY FOOD란 뜻이라고 함)는 동경출신의 두 여성 HITORI MOHO(보컬/기타/스크래칭) 와 HONDA YUKA(프로듀스/샘플러/시퀀서/키보드/백보컬)로 이루어진 밴드다. 그들은 엣되고 장난끼어린 외모와는 달리 놀랍게도 실로 오랜기간을 통해 나름대로의 음악적 토양을 쌓아왔다.


리드보컬을 담당하는 히토리 미호는 일본에서 힙합밴드 KIMIDORI의 보컬, 클럽 DJ로 활동한후 오페라가수가 되기위한 음악레슨을 받다 중도에 포기하고 93년 뉴욕으로 훌쩍 방랑의 길을 떠난다.


밴드의 브레인이자 프로듀서/키보디스트 혼다유카 역시 독학으로 화성학과 리듬, 뮤직 관련 테크널러지등을 공부한후 좀더 큰물에서 놀고 싶다며 가지말라는 애인의 만류를 뿌리치고 92년 홀홀단신 뉴욕에 건너가 다양한 장르의 밴드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음악적 체험을 경험한다.


그러다 94년에 의기투합한 이 둘은 겁도 없이 전유럽을 떠돌며 많은 뮤직페스티벌에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참여, 거칠것없는 독특한 사운드로 폭발적 인기를 얻게되고 급기야 워너 브라더스에 픽업되게 된다.


97년에 MTV를 통해 미전역에 맨 먼저 소개된 이들의 신비주의적인 싱글 "SUGAR WATER"는 유명 영화음악가 엔리오 모리코네의 허가를 받아 그의 곡에서 주요 모티브를 샘플링하였는데, 이 곡이 전파를 탄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미전역에서만 30만매가 넘게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되고 영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도 50만장이 넘는 소득을 거둔다.


이후 내놓은 데뷔앨범 Viva! La Woman 역시 MTV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 롤링스톤즈 및 뉴욕타임즈의 평론가들로부터 새로움으로 가득찬 올해 최고의 앨범 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미국내에서 40만매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일본식 어투가 강하게 밴 영어발음과 장난끼 있고 패러디적이며 거친 사운드, 겁없이 뛰노는 일본소녀들의 발랄함이 미국인들의 동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이어 올해 발매한 2집 앨범이자 지금 소개하는 STEREOTYPE A에서는 워너브러더스 측의 권유에 따라 2명의 서포트 멤버(SEAN LENNON / BASS, TIMO ELLIS / DRUMS)를 영입하고 좀더 세련되고 상업적인사운드로 무장, 본격적인 세계시장 점령에 나섰다. 앨범의 거의 전곡을 작사작곡한 혼다유카의 작업방식은 특이함으로 가득차 있다.


길에서건 어디서건 카셋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며 흥미로운 소리는 모조리 녹음한다. 또한 특이한 음악이나 사운드를 자신이 소유한 샘플러들에 모조리 샘플을 뜬다. 그런후 자신이 그간 쌓은 다양한 음악적 노하우에 다소 엉뚱한 상상력과 컴퓨터를 이용,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히토리 미호의 거침없는 보컬과 천방지축식의 무대매너가 이들 음악의 핵심요소이다.


전형적인 테크노비트가 돋보이는 코믹하고 기발한곡이자 앨범중 첫 싱글인 WORKING FOR VACATION 을 비롯, 데뷔앨범에서 사랑을 받은 SPOON의 리메이크곡, 음악적으로 훌륭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흑인들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지닌 힙합취향의 곡 LINT OF LOVE, 감미로운 스페니쉬풍의 발라드이면서 이들의 히트곡 SUGAR WATER 를 연상케하는곡 MOON CHILD, 미국인들의 호기심과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힙합랩 SCI-FI WASABI, 전작의 뿌리를 이은 다소 패러디적인 하드코어 락을 시도한 BLUE TRAIN 등 앨범을 듣고나면 마치 잘 만들어진 한편의 코믹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전작 VIVA LA WOMAN에 비해 다소 거칠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발랄함은 줄어든감이 있으나 반대로 이들의 매력을 잃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상업성이 더욱 더 녹아있다. 또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여겨지는 유카 혼다의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데도 다분히 시적인 영어가사까지 쓰는 능력은 가히 인상적이다.


현재 이들은 캐나다를 비롯한 전미 순회공연중에 있으며 앨범역시 일본에서 역으로 발매되어 많은 관심을 얻고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본에서의 활동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시장에서의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 딴지 전임 논설위원 및 음악전문기자
크리티카 ( ddanjiilbo@ao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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