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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일본의 모습”은 예외 없이 도쿄나 오사카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평소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길거리가 텅 빈 모습은 매우 신기하고 인상적이긴 한데 그게 다가 아니지요. 애초 인적 드문 시골에 가서 “평소대로네”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요.

 

그래서 이번에는 '적당히' 높은 인구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도쿄 근교 지방도시, 치바현 카시와(柏)에 살고 있는 필자가 겪는 코로나 사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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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감이 하나도 없던 2월

 

'코로나' 하면 맥주 브랜드인 줄 아는 필자가 또 다른 코로나가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작년 말쯤이었지요. 2월 하순 한국의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일본 정부는 2월 28일 한국을 대상으로 감염위험정보 레벨1(충분히 주의함)을 발령했고, 3월 1일에는 대구・경북 청도를 대상으로 감염위험정보를 레벨3(방문취소 권고)으로 한 단계 인상했지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필자는 느긋한 마음으로 경남 진영을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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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9일 저녁에 진영터미널 도착

마스크는 챙겨 왔지만 이때까지는 경계심이라는 게 하나도 없었죠

 

3.1절 행사에 친구 아버님이 참석하신다는 말에 진영까지 간 필자였는데, 진영 방문 직전에야 행사가 3월 1일에 치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진영으로 내려가는 시외버스도,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도 다 예약해놨기에 뭔가 사기 당한 느낌이 들었지요. 산산조각난 마음을 안으면서 봉하마을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경계심이 하나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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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구경이나 할까 싶었지만 버스로 직접 갈 수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를 보러 갔습니다

기념품 매장이 매우 충실해서 머그잔을 사버렸어요

 

 

2. 경계심은 갑작스레

 

경계심이 제로였던 필자 머릿속에 코로나 경보가 처음 울린 것은 3월 2일,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습니다. 승무원이 종전까지 본 적 없는 A4 사이즈 종이를 나눠주더라고요. 뭔가 했더니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勞動省)이 작성한 코로나 관련 설명서와 질문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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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시 탑승한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나눠진 코로나 관련 고지서와 질문표

참고로 아시아나항공은 근거리 노선의 맥주 서비스를 그만뒀다네요

기내식이 맛이 있는 만큼 너무나 아쉬운 조치인 것 같습니다

 

이제서야 “응? 좀 심각해 보이는데”라고 느끼기 시작한 필자, 일본 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장 분위기를 보면서 드디어 위기의식이 각성되고 경계심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귀국해서 딱 1주일 지난 3월 9일, 일본 정부가 사실상 한국에서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한국 여행을 즐기던 필자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슬아슬한 귀국길이었던 셈이지요. 

 

이후 일본내에서 감염자가 급증했고, 3월 24일에는 도쿄올림픽 연기가 발표됐지요.

 

그리고 4월 8일, 드디어 나왔습니다. 긴급사태선언. 바이러스 감염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서 도쿄, 카나가와, 사이타마, 치바, 오사카, 효고, 후쿠오카 모두 7개 광역지자체 지사에게 외출자제요청이나 시설사용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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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선언 발표를 보도하는 일간지(4월8일 자)

기사 제목 글자가 이렇게 큰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요

이번 코로나 사태가 매우 심각함을 나타냅니다

 

 

3. 항공사에도 코로나의 영향

 

으음… 4월 하순에 예약해놨던 비행기표는 일단 취소하는 게 나을까 싶어서 항공사 홈페이지로 가봤더니 이미 항공사가 처리 해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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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예약했던 항공편이 취소된 것을 알려주는 고지

 

필자는 영국항공 마일리지로 일본항공 항공권을 발권했었는데, 벌써 취소가 되어있었어요. 귀국편은 델타항공 마일리지(운행사는 대한항공)로 예약했는데 그쪽은 예약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도록 유도하고 있었지요.

 

실은 위의 한국행 비행기표가 강제 취소되어, 홧김에 5월 연휴 후에 오사카 가는 비행기를 예매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자 항공사로부터 무료 예약 취소/변경 안내가 날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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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스타에서 날아온 무료 취소/변경 안내

 

아예 환불할까 싶기도 한데 환불로 하면 바우처(나중에 결제시 이용할 수 있는 교환권이나 쿠폰 같은 것?)로 돌려준다니 좀 그렇네요. 아직 고민중입니다. 

 

항공권(들)이 강제 취소되면서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도 사용기한이 임박한 항공사 마일리지는 그냥 무효가 돼 버리는 건가?”

 

필자의 경우 일본항공(JAL)의 마일리지가 문제되므로 홈페이지로 확인해봤더니, 사용기한이 올 2월부터 7월 말까지인 마일리지 및 eJAL포인트(마일리지와 따로 부여되는 포인트로 JAL 홈페이지에서 결제시 이용할 수 있음)는 유효기한 1년의 eJAL포인트로 전환시켜 준답니다(필자가 주로 모으는 델타항공 마일리지는 아예 사용기한이 없고 영국항공도 사실상 기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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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관련 특별 조치를 공지하는 JAL 홈페이지

 

왜? 단순하게 마일리지 기한을 1년 정도 연장시켜 주면 안 되나? 물론 내부적 사정도 있어서 그럴 텐데 좀 애매한 인상이네요.

 

그럼 필자도 아주 살짝 이해관계가 있는 ANA는 어떤지 확인해 보니 ANA는 내년 2월 28일까지 기한이 도래하는 마일리지/SKY코인에 대해서 같은 해 3월 말까지 기한을 연장한다네요. 마일리지가 무슨 포인트로 변환되지 않는 점은 좋지만 사용기한 면에서는 JAL이 더 유리한 것 같네요. 어쨌든 금방 기한이 올 마일리지를 보유한 사람들도 서둘러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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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의 대응 방안은 마일리지는 마일리지로 유지하면서 기간을 연장시키는 겁니다.

 

 

4. 일본 외식 업계에도 코로나 사태

 

어? 그럼 필자의 지갑 안에 들어있는 어떤 레스토랑의 할인권은 어떻게 되나요? 확인해 봤지요. 해봤는데 맙소사. 4월 8일부터 30일까지 영업을 중단하겠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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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4월 말까지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을 갖고 있는 레스토랑 홈페이지의 첫 화면

코로나 때문에 4월 말까지 임시휴업한다고 합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중얼거리면서 포인트 관련 조치가 없는지 찾았더니, 역시. 코로나 사태가 일단락될 때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할 것 같네요. 다른 업체나 업계가 어떤 대응 방안을 내세우고 있는지 알아볼 여유는 없었지만 나름 대응하고 있겠지요. 당연하다 하면 그렇지만 예상치 못했을 상황에 대응하느라 많이 애쓰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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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레스토랑 공지 페이지에는 각종 쿠폰의 유효기한을 연장한다는 공지

 

알고보니 필자가 사는 도쿄 근교 지방도시, 카시와(柏)에서도 긴급사태선언이 나오자 임시 휴업에 들어가거나 영업시간은 단축하는 가게나 상업시설이 있었어다. 가장 큰 번화가가 있는 카시와역에 인접한 백화점이나 상업시설이 앞서서 휴업에 들어간 영향이 꽤 컸던 것으로 추측이 되지요.

 

단, 식품이나 생필품을 파는 매장이나 가게는 영업 자체는 계속하되 시간을 단축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지 코로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반면, 식품이나 생필품 유통은 유지해야 된다는 소리도 있지요. 어정쩡한 조치인지 적당한 조절인지… 어려운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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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역 인접 백화점 “스테이션몰”도 긴급사태선언이 나온 바로 다음날에 휴업에 들어갔지요.

다만 일부 푸드코트와 식품매장은 영업을 계속할 듯 해요.

 

필자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들 중 하나는 끝이 안 보인다는 점입니다. 긴급사태선언에 담긴 사항들은 일단 5월 6일까지로 기한이 설정돼 있었는데 업체들은 그 기준선을 낙관으로 여긴 것 같아요(물론 한번 언제까지라 하고 나서 나중에 다시 연장하겠다고 말하기가 꺼려진 결과일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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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역 인근 상업시설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마루이도 임시휴업에 돌입했어요. 위에 나온 스테이션몰도 그랬는데 여기도 휴업기간을 “4월 8일부터 당분간”으로 설정해서 불안감을 부추기더라고요. 

 

 

 

긴급사태가 선언되기 전부터 인적이 줄기 시작하기는 했었지만 선언 후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현지 시찰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